[IT 리포트] ‘포켓몬 고’ 열풍
 
“주머니 괴물 잡아라” 세계가 ‘들썩’
 
포켓몬스터 포획·수집·성장 방식 유지
모바일에 최첨단 증강현실 IT기술 접목
가상과 현실 자유롭게 넘나들며 인기
미국서 출시되자마자 앱스토어 1위 올라
우리나라 이용자도 벌써 100만 명 돌파
플레이 가능한 속초 일대 인기 방문지로
 
‘포켓몬 고’ 열풍이 일면서 지난 15일 강원 인제 북면 용대리의 한 주민이 포켓몬 고 게임을 실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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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고’가 그렇게 재미있어요? 그것 하나 즐기러 속초까지 가는 건 너무 ‘엉뚱’하지 않나요?”
아내가 갑자기 이렇게 물었다. 강원도 속초 등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 ‘포켓몬 고’를 즐길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서울-속초 고속버스 승객이 2배나 늘어났다는 속보를 TV 뉴스에서 시시각각 전하니 궁금해진 탓일 터. 게임을 전혀 모르는 아내까지 얘기할 정도면 ‘포켓몬 고’에 대한 관심은 이젠 일반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닐 듯하다.
증강현실 탑재로 새로운 게임 변신
포켓몬 고는 미국 증강현실(AR) 게임업체 나이앤틱이 개발한 게임이다. 하지만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로 국내에서 한때 광풍을 일으켰던 일본 닌텐도가 유통하면서 닌텐도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뿌리도 1996년 처음 선보여 전 세계에서 2억8000만 장 이상 판매된 닌텐도의 포켓몬 시리즈에 두고 있다. 당시 시리즈의 주인공인 포켓몬스터는 TV 애니메이션에도 등장해 세계적인 캐릭터로 급성장했고 국내에서는 ‘포켓몬스터 빵’이 불티나게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이후 시들어가던 포켓몬스터의 열풍을 재점화시킨 것이 바로 포켓몬 고다. 이 게임은 포켓몬스터라 불리는 작은 캐릭터를 포획·수집하고 성장시키는 기존 방식은 유지하면서도 모바일에 증강현실(AR)이라는 최신 IT 기술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고전과 최첨단을 결합하는 ‘엉뚱함’을 지닌 것이다. 이 덕분에 단순히 가상 세계만 보여주는 VR(가상현실) 게임과는 달리 가상과 현실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했다.
포켓몬 고.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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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로 포획하고 알도 부화시켜
게임 방법도 간단하다. 포켓몬 고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후 실행시키면 된다. 이후 GPS(위치 정보)와 구글 지도를 기반으로 한 게임화면을 보며 거리나 공원 등 현실 세계를 돌아다니다 보면 진동이 울린다. 주변에 포켓몬이 출현했다는 신호다. 스마트폰 화면에 보이는 포켓몬을 터치한 후 포켓볼(몬스터볼)을 손가락으로 튕겨 맞히면 잡을 수 있다. 재미난 것은 현실 공간 특성에 맞는 포켓몬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강 근처에서는 물 타입 포켓몬인 ‘꼬부기’가, 터널을 지날 때는 박쥐 포켓몬인 ‘쥬벳’이 나오는 식이다.
희귀한 포켓몬을 얻을 수 있는 알을 수집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포획한 알은 인큐베이터에 넣고 열심히 현실 세계를 걸으면 된다. 포켓몬 특성에 따라 정해진 거리를 걸으면 알이 부화한다. 이 때문에 대신 걸어주는 신종 아르바이트까지 등장했다.
애플 앱스토어·구글 플레이스토어 1위
최신 인기 모바일게임과 비교하면 무척 단순한 방식인데도 게이머들은 열광하고 있다. 현재 정식 출시된 나라는 미국을 비롯해 호주·뉴질랜드·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35개국에 불과하지만, 해외 사이트를 이용해 포켓몬 고를 내려받는 사람들이 갈수록 증가 추세다. 구글 지도 연동 문제로 출시가 늦어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100만 명 넘게 포켓몬 고를 내려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기도 페이스북을 앞질렀다. 지난 7일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받기 1위에 올라섰다.
창조적 엉뚱함이 대박 게임으로
게이머들이 포켓몬 고에 이처럼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AR 기술을 게임에 적절히 적용해 현실 세계로 나오고 싶은 게이머들의 심리를 자극했다는 점이 가장 먼저 꼽힌다. 집안에 틀어박혀 혼자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집 밖의 현실 세계에서 여러 사람과 교류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쾌감은 다른 게임에서 맛보기 힘들다. 여기에 ‘포켓몬스터’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2030 세대에게 그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의 포켓몬을 조정하고 훈련해 함께 성장하는 재미에 다시 빠져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보다 앞서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포켓몬 고가 ‘창조적 엉뚱함’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포켓몬 고’ 개발의 시작은 유튜브의 ‘구글 맵스’ 공식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었다. 2014년 만우절 구글은 GPS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 구글 지도를 통해 세계 최고의 포켓몬 마스터를 찾는다는 ‘포켓몬 챌린지’라는 영상을 게재했다. 당연히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흥미를 느꼈고 닌텐도에 게임 개발을 제안했다. 남들이 별것 아니라고 지나치는 것으로 세계적인 대박을 만들어낸 셈이다.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힘든 게이머들의 ‘엉뚱함’이 앞으로 현실 세계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 정말 궁금하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즐겁고 행복한 나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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