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41SuAF3kz8?si=kawIUEqL1jO4Ifab
( Murray Perahia plays, Schumann Piano Concerto in A minor Op.54)
●머레이 페라이어
생년월일 / 1947년 4월 19일
출생지 / 미국 뉴욕
출신학교 / 매네스 음대
스승 / 아르투르 발삼· 미에치슬라프 호르초프스키
콩쿠르 경력 / 1972년 리즈 콩쿠르 우승
주요 레퍼토리 / 고전·낭만파 음악
특징 / 내면의 깊이있는 해석과 낭만성을 바탕으로 한 경쾌한 연주
https://youtu.be/85KJkpbh_us?si=RnEOMj3W8RG48uNU
( Sir András Schiff Masterclass at the Royal College of Music)
●안드라스 쉬프
생년월일 / 1953년
출생지 /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학교 / 리스트 음악원
스승 / 팔 카사도·조지 쿠르타스·조지 말콤
콩쿠르 경력 / 1973년 헝가리 국영방송 콩쿠르 2위·1975년 리즈 콩쿠르 3위
주요 레퍼토리 / 스카를라티·바흐·모차르트·쇼팽·슈만·브람스·바르토크
특징 / 쳄발로적인 아티큘레이션과 결이 고운 청신한 음악
수줍음을 타는 듯한 눈을 가진 자그마한 체구의 소박한 모습으로 내면의 깊숙한 울림을 들려주는 머레이 페라이어, 스케일이 큰 비르투오소는 아니지만 선이 분명한 깨끗하고 순수한 연주가 매력적인 안드라스 쉬프, 이들은 젊음이 넘치는 시원한 연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성장해 저마다 남다른 재능과 성격을 지닌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잘 살려 이 시대의 가장 믿음직스러운 연주자로서 위치를 확고히 점하고 있다. 이 두 라이벌을 비교하면 우리는 많은 차이점을 발견하면서도 한편으론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세계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느낌은 철저한 해석 뒤에 오는 내면의 깊은 울림이 주는 진솔한 감동,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내면적인 연주의 페라이어, 교과서적인 해석의 쉬프
https://youtu.be/MHFuaaGpGKQ?si=3VYdS4j5rNRA1tFB
Bach: Goldberg Variations - András Schiff 2017)
페라이어의 연주에서는 어떠한 과장이나 가식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음악해석의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기교를 밖으로 과시하기보다는 내면으로 파고들어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려고 한다. 다시 말해 피아노 연주를 통해 무엇인가를 나타내기보다는 자신이 피아노에 동화되는 일치감을 맛보려고 한다. 어려서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신동이라기보다는 대기만성형으로, 그의 음악내부에는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서정성이 섬세한 시적인 영상과 교묘히 섞여 있다.
항상 지나침 없는 무난한 해석으로 티없이 맑은 면을 보여주는 쉬프의 연주는 화려함보다는 아카데믹한 것에 더 무게가 실려있다. 실제로 그의 음반은 피아노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있어 일종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고, 모범적인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 빈틈없는 연주 태도는 그의 음악의 격조를 한층 더 높여준다. 쉬프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매력은 살아 숨쉬는 듯한 음악적 표정을 세밀한 부분까지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우아함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페라이어는 1947년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났고, 그의 부모는 미국으로 이민온 스페인계 유태인이었다. 그는 4세 때부터 피아노를 시작해 2년 후인 6세 때부터는 재능을 인정받아 자넷 헤이헨에게 추천되었고, 12년 동안 그를 사사했다. 헤이헨은 피아노 교수가 되기 이전 미국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했던 여류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할 무렵의 페라이어는 다른 많은 피아니스트들의 경우처럼 소위 신동의 부류에는 끼지 못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매네스 음대에서 지휘를 전공해 카를 밤베르크를 사사할 당시의 그의 피아노 수업은 거의 독학에 가까울 정도였다. 매네스 음대에서는 아르투르 발삼에게 피아노를 사사하는 한편 작곡과 지휘 공부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들도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커다란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페라이어보다 여섯 살 아래인 쉬프는 1953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5세 때 엘리자베스 바다슈에게 피아노 수업을 시작했다. 15세에 헝가리 텔레비전 방송의 젊은 재능을 발굴하는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데죄 랑키·졸탄 코치슈 등과 함께 헝가리를 대표할 신예 피아니스트로 일찌감치 주목받게 된다. 그후 프란츠 리스트 음악원에서 팔 카도사·페렌츠 라드슈에게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게 되는데,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들 두 사람의 은사 외에도 헝가리의 대표적인 작곡가로 활동중인 죄르지 쿠르탁을 사사했다는 것이다.
쿠르탁은 리스트 음악원에서 작곡 외에도 피아노와 실내악을 가르치고 있지만 주된 일은 연주가 아니라 작곡이다. 이러한 사실을 매네스 음대에서 피아노 외에도 작곡과 지휘를 공부했고, 지휘자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소화해내고 있는 페라이어에 견줄 수는 없겠지만, 쉬프는 쿠르탁과의 수업을 통해 보다 넓은 시각으로 해석하는 방법을 공부하게 되었다.
페라이어는 1968년부터 미에치슬라프 호르초프스키와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게 되면서 본격적인 피아노 수업을 받는다. 아흔 한 살의 노령으로 영국 에딘버러 음악제에 출연하여 독주회를 열기도 했던 호르초프스키는 페라이어가 가장 존경하는 은사였다. 말보로 음악제 하기 강좌에서 그에게 수업을 받으면서 페라이어는 음악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시간을 보냈으며 피아니스트로서의 첫번째 커다란 도약을 하게 된다. 또한 카잘스나 제르킨과의 실내악 활동을 통해 음악의 묘미를 느끼게 되었다. 이때의 실내악 활동은 훗날 그에게 있어 가장 자랑스러운 업적이라고 할 수 있는 모차르트의 협주곡 전곡 녹음 때 큰 도움이 되었다.
쉬프는 리스트 음악원에서 만난 세 사람의 스승 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조지 말콤이라는 또 하나의 선생이 있다. 그는 말콤에게서 피아노가 아닌 쳄발로를 배웠는데, 이것은 그가 스카를라티·바흐·하이든 등 바로크에서 전기 고전의 레퍼토리에 강하다는 것과 그의 연주에서 느껴지는 쳄발로적인 프레이징과 터치와 무관하지 않다.
쳄발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표현에 있어 피아노보다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쉬프는 그러한 것들을 더 이상 제한적인 요소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쳄발로를 위해 씌어진 바로크 시대의 곡들을 현대의 피아노 앞에서 어느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표현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은 바흐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그 결실인 파르티타 전곡, 골드베르크 변주곡, 인벤션과 신포니아 등의 성공적인 레코딩을 통해 이미 충분히 증명되었다.
두 거장 모두 리즈 콩쿠르 통해 세계 무대에 발돋움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리즈 콩쿠르는 페라이어와 쉬프 모두에게 국제적인 무대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먼저 1972년 제4회 대회 때 페라이어가 치열한 경쟁을 물리치고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승했고, 쉬프는 제5회 대회인 1975년에 드미트리 알렉세에프·미츠코 우치다에 이어 3위로 입상했다. 리즈 콩쿠르 입상자의 성격을 보면 화려한 기교파보다는 내면에 음악적인 깊은 내용을 담아 표현하는 연주가 많다고 할 수 있다. 페라이어나 쉬프의 연주 취향도 예외는 아니다. 페라이어는 이 콩쿠르에 우승하고 나서 자신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 이유는 후기 낭만파의 화려하고 기교적인 에튀드를 선호하지 않고, 내향적이고 부드러운 시적 영상을 즐겨 표현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택하는 자신과 같은 피아니스트가 이러한 명예를 차지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쉬프는 리즈 콩쿠르 외에도 1973년 헝가리 국립 방송 콩쿠르 2위, 1974년 차이코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4위에 입상하는 등 콩쿠르에 있어 페라이어보다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이것을 계기로 런던의 세계 5인의 뛰어난 신예 피아니스트’ 시리즈나 에딘버러 음악제 등에 출연하여 일약 국제무대로 뛰어오르게 되었다.
페라이어가 선호하는 레퍼토리는 다른 피아니스트들보다 다양하거나 광범위하지는 않다. 오히려 특정 작곡가에 치중해 약간은 편협하다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작은 체구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의 레퍼토리는 모차르트·슈베르트·슈만·멘델스존·쇼팽 등이 중심을 이루고, 근대·현대곡은 물론 낭만파 이후의 대곡들은 기피하는 면이 있다.
https://youtu.be/sZJjL1sTBp0?si=6QS1CBjEEOYvlimz
( Mozart - Piano Concerto No. 21 in C major, K. 467 Murray Perahia)
그러나 페라이어를 잘 알고 보면 이러한 경향은 그에게는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왜냐하면 그는 뛰어난 예술적 감성과 음악적 지식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고, 그것은 이미 그의 독특한 연주 스타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외향적인 화려함을 추구하기보다는 내면적으로 깊이 삭여진 그의 연주는 음악에 담겨있는 내적 아름다움을 향유하려는 많은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진정한 찬사를 받고 있다.
그의 음악 발자취를 더듬어 보면 피아니스트로서의 명성이나 외적인 성과에 집착했던 흔적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는 진실로 자기가 원하는 음악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그 결과 그는 1974년부터 1984년까지 10년에 이르는 끈질긴 작업 끝에 모차르트 협주곡 전곡의 녹음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특히 페라이어는 영국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이 시리즈에서 지휘와 독주를 겸해 그의 음악적 역량을 한층 높게 평가받았고, 음반 또한 지금까지도 출중한 명반으로 사랑받고 있다.
모차르트 외에도 페라이어는 인기있는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슈베르트의 연주에서는 아름답고 정감있는 터치로 맑고 비할 데 없이 청결한 모습을 보여주고, 멘델스존의 협주곡은 섬세한 낭만성을 바탕으로 경쾌한 흐름이 돋보이는 명연주로 손꼽힌다. 또한 1991년 일본에서 있었던 연주회에서는 아바도가 이끄는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https://youtu.be/c7oZFVs_Ixw?si=3NYzpLPon8pCqy9G
( Brahms - Händel Variations, Op. 24 Murray Perahia)
독일 고전·낭만음악에 천착하는 페라이어, 바흐에서 현대곡까지 / 아우르는 쉬프 페라이어와 비교해 볼 때 쉬프는 자국의 바르토크를 포함해 바로크에서 낭만, 근대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흐와 스카를라티 연주에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스카를라티의 소나타집에서 경쾌한 리듬과 신축성 있는 터치로 유려한 연주를 들려준다. 특히 쳄발로적인 아티큘레이션은 오직 그만이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것으로 여겨진다.
바흐 음악에 있어서는 협주곡을 포함해 대표적인 작품들을 거의 모두 연주해 나가고 있으며, 학구적인 면이 큰 장점으로 뒷받침되어 있는 바흐의 해석에서는 이미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굳혀가고 있다. 그가 가장 즐겨 연주하는 레퍼토리로는 바흐 외에도 하이든·모차르트·슈베르트를 들 수 있고, 그 다음으로 베토벤·슈만·브람스·멘델스존·드보르자크·차이코프스키·바르토크 등에까지 손을 대고 있다.
쉬프는 드물게 리스트를 연주하지만 즐기는 편은 아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리스트는 존경하지만 작곡가로서는 높게 평가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리스트 음악원 시절 의무적으로 연주해야 했던 리스트의 곡들에 대해서도 별로 좋은 기억을 갖고 있지 않다. 또한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라흐마니노프를 리스트 이하로 평가한다. 그의 이러한 관점은 페라이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기교적인 화려함보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내용을 더 가치있는 것으로 평가하는 음악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연주활동 외에도 활발한 레코딩을 하고 있는 페라이어의 음반은 현재 50여 장에 달한다. 그는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해에 CBS 소니(소니 클래시컬)와 전속계약을 맺고 1973년에 슈만의 환상 소곡과 다비드 동맹무곡으로 레코딩을 시작했는데, 평론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자신이 지휘한 영국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집과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 관현악단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집은 세계 각국의 여러 디스크상을 수상했다.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2번이 수록된 앨범은 1990년에 쇼팽협회로부터 그랑프리 뷰 디스크 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데뷔시절부터 실내악 활동에도 깊은 관심을 가져온 그는 아마데우스 현악4중주단을 비롯해 부다페스트 현악 4중주단, 라두 루프·피터 피어즈·게오르그 솔티 등과 협연했고, 1988년 브람스의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바르토크의 ‘2대의 피아노와 타악기를 위한 소나타’로 그래미 최우수 실내악 레코드상을 받아 레코딩 아티스트로서도 이름을 떨치고 있다.
1978년 영국의 데카 레이블을 통해 첫 레코딩을 한 쉬프도 페라이어 못지않게 왕성하게 음반을 작업중이다. 데카를 통해 꾸준히 제작된 수많은 레코드들은 그라모폰 상을 포함해 여러 번의 국제적인 상을 받았다. 어린 시절부터 실내악 연주를 즐겼던 그는 독주곡·협주곡 외에도 실내악과 가곡 반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분야의 음반제작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연주가로서의 활약을 널리 인정받은 쉬프는 빈 시에서 수여하는 모차르트상(1989), 바르토크상(1991), 올해의 연주가상(1993)을 수상했다.
각자가 추구하는 서로 다른 길을 묵묵히 가고 있는 페라이어와 쉬프. 이들은 외적인 화려함보다는 내적으로 충실한 연주를 통해 앞으로 우리에게 더욱 진솔하게 다가올 것이며, 현대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서 한 걸음 더 노력하게 될 것이 확실하다.
From: 김현민/ 작곡가·서울시립대·경원대 강사
글쓴이 : 모은(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