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조의 여행 꿀팁(여행문화 2020, 9-10월호)
오산-덴버-콜로라도스프링스
오산 특집을 기획하면서 문득 콜로라도스프링스 생각이 난다. 미국에도 온천이 많기 때문에 ‘스프링스’나 ‘스프링필드’라고 하는 지명이 많아서 로키산록의 이 온천지역은 꼭 콜로라도스프링스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곳에는 미국 공군시설들이 많고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와 미공군사관학교도 있다. 오산과 이곳의 관계가 밀접하게 된 데에는 바로 이곳의 공군시설과 우리나라의 오산비행장이 그 배경으로 존재한다.
오산 비행장은 지금 행정구역상 평택에 있어서 평택비행장으로 개칭해야한다는 일부 주장도 있지만 사실은 일제강점기의 말년에도 오산 근교에는 소형비행장이 있었고 이것이 지금의 평택지역 쪽으로 옮겨갔기에 역사적 맥락에서 문제가 없다는 근거가 최근 발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미군이 오산공군비행장을 설치할 때에만 해도 지도상에 오산은 뚜렷하였지만 평택 쪽은 아직 미개발 상태였다는 사실도 또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아무튼 오산 비행장이 설치되고 미 공군이 다수 주둔하면서 국제결혼의 사례도 많아서 이들이 순환근무로 미국에 돌아올 때에는 자연히 콜로라도스프링스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 교민들의 중서부개척사가 이렇게 본격화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많은 한국의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공군과 항공관계로 이곳으로 들어오면서 지금은 한인 교민수가 7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콜로라도 주의 주도 덴버와 인근 에스테스에는 약 35000명가량의 교민들이 살고 있어서 전체적으로 이곳에는 5만 명가량의 교민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몇 년 전 필자는 덴버 한인 문화원의 초청으로 문학 강연을 다녀온 바가 있었는데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도 교민문인들이 대거 중형버스를 타고 와서 참석하는 성황을 이룬 기억이 있다. 강의가 끝나고 콜로라도의 달 밝은 밤에 그들이 떠나는 장면을 울컥하는 심정으로 배웅한 감상은 지금도 생생하고 가슴 먹먹하다.
이곳은 자연환경도 그 경관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모두 로키산맥과 콜로라도 강이 이루어놓은 장관에 다름 아니다. 우선 관광자원의 개황을 소개하고 필자의 개인적 족적도 조금 소개해 본다.
콜로라도 주의 어원은 Color Red, 즉 붉은색이다. 콜로라도 주의 초기 정착민들이 붉은색을 띄고 있는 바위와 흙을 보고 컬러 레드라 부른 것이 지금의 Colorado가 되었다. 미국의 중서부 쪽에 위치하며 북쪽으로는 와이오밍주, 남쪽으로 뉴멕시코 주, 동쪽으로 캔자스 주, 서쪽으론 유타 주와 경계를 맞대고 있다. 평균표고 2,075m로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고산 도시 이기도 하여서 ‘원 마일 시티’라고도 부른다. 주의 북쪽에서 남쪽으로 로키산맥이 관통하고 있다.주의 수도 덴버는 고산도시여서 기후가 서늘하고 쾌적하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스키의 중심지로도 각광받고 있다. 콜로라도 지역은 뛰어난 경치만큼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보호구역이 많이 있다. ‘메사버드 Mesa Verde’, 신들의 정원이라 불리는 ‘가든오브가즈 Garden of Gods’, 서부 개척시대 마을이 그대로 보존된 ‘메니토우 스프링스 Manittow Springs’, ‘로열협곡 Royal Gorge‘과 그 협곡 위에 지어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현수교’, 해발 4,300m에 달하는 로키 산의 한 봉우리 ‘파이크스피크 Pieks peak’, 1881년 일반에게 처음 공개되었으며 약 2억 년 전에 생성된 ‘바람의 동굴’ 등등이 대표적 관광자원이다.
필자의 문학 강연은 덴버 광역 한인회의 초청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덴버와 로키 산록 에스테스에는 약 35000여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고 한 시간 반가량 떨어진 콜로라도스프링스(Colo Sprgs)에는 7000명가량의 한인들이 살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서 지금으로부터 130여 년 전에 미주한인 최초의 이민역사가 이루어진 곳이 또한 이곳이다. 하와이 이민보다 14년이 앞선 1889년 미 콜로라도 주 덴버 지역 금광에서 이미 200~500여명의 한인들이 광부 노동자로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1910년 1월 31일 월요일 오후 4시 30분, 프리메로 탄광 폭발사고로 여러 개의 광구가 무너지면서 국적별로 두 번째로 많은 9명의 한인 광부가 질식사 또는 압사로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슬픈 역사이지만 우리나라의 미국 이민사를 14년이나 훌쩍 당긴 놀라운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를 초청한 한인회장은 로키산록 에스테스(덴버 메트로폴리탄 지역)에서 큰 호텔을 두 채나 운영하고 있어서 이러한 정보만 알려주고 함께 그 유적지들을 찾아보지는 못한 아쉬움을 남겼다. 나 역시 개인적으로 바쁜 다음 일정이 잡혀있어서 동반한 아내와 단독 투어에 나설 수도 없었다. 여행은 자연경관만 보는 것이 아니고 그곳에 내재한 역사성을 탐색하는 의미도 크다고 할진데, 언젠가는 조용히 이민사의 궤적을 찾는 탐방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못하면 다른 분들이라도 꼭 이 역사적 민족적 동선을 한번 답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콜로라도 덴버에 남기고 왔다. 덴버 쪽으로 여정을 잡으면 ‘북미 대한인 애국동지 대표회 개최지’ ‘박희병 묘소’ ‘박희병 박용만의 여관 및 노동주선소’ ‘프리메로 탄광과 한인공동묘지’ 등을 찾아보는 것도 뜻 깊은 여행이 되리라고 본다. 모두 미주한인 이민사의 파이오니아에 해당된다. (본지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