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산이라 함은 대표적인 산은 지리산과 설악산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지난 겨울에 제주도 한라산을 다녀왔지만, 분명 한라산은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신비로운 산 임에는 틀림없다.
설악산은 백두대간의 끝에 해당하는데 백두대간은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설악산 위에 있는 진부령까지이다.
남북이 갈라지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산맥인 허리 역활을 하고 있는 백두산까지인데
휴전선으로 인해 진부령으로 끝나기 때문에 무척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지리산이 남성적이라면 설악산은 여성적이라 할 수 있다.
그 여성적이라 함은 기암괴석이 얼마나 많은지 형상은 마치 칼로 뾰족하게 깎아 조각조각 붙여 놓은 듯 매우 섬세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설악산을 그것도 용아장성 다음으로 험하고 긴코스를 종주하는 것인데...
그 아름다움이란 어떻게 표현을 할까.
새벽 산행을 일찍 시작해야 하는 까닭에 자기소개 시간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두시간 후에 설악산 대청봉 바로 아래 오색 약수터에 도착했다.
시간은 일요일 새벽 04 시경, 한계령에서 중산님과 4분을 내려드리고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내려가 오색에서 어둠을 뚫고 산행이 시작되었다.
하늘을 보니 별 하나 없다.
검은 구름이 있는 지도 알 수가 없다.
그러나 불어오는 바람은 습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회원들은 칠갑산 시산제 때에 받은 손목 랜턴을 차고 있었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고 후미를 맡은 나는 뒤에서 장녹수님과 함께 걷노라니...
웬일인지 녹수님이 헉헉댄다.
몸이 무척 무거운 듯 했다.
함께 산행을 하다가는 공룡입구 마감시간인 09:30分을 넘길 것 같아 나는 추월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금 오르니 설악폭포에서 떨어지는 웅장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설악폭포로군.
설악폭포에서 그 추운 겨울에 얼음을 깨고 물을 떠서 점심을 지어 먹은 추억이 생각났다. 세월이 그토록 흘렀건만...
이마에 흐른 땀을 흐르는 물로 씻으면서 하늘을 보니 어느새 훤히 밝아져 오기 시작했다.
산허리를 돌아 오르니 우람한 소나무도 자연의 섭리를 따른 듯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가지를 수평으로 뻗고 있었는데, 마치 학이 날개를 편 듯했다.
자연으로부터 이렇게 순리를 깨달을 수 있는데,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 앞에 우리 개개인은 순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소나무도 사시사철 흔드는 강한 바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토록 날렵하게 세월을 맞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언제 이 오색 코스로 산행을 했는지 손꼽아 보아다 뚜렷이 기억이 나지 않는데...
아마 거슬러 올라가면 6년 전은 됐을 것 같았다.
그때도 저 소나무를 보며 감탄을 했는데...
나는 소나무로부터 교훈을 깨달았으면서도 지난 수 년간의 사회라는 틀 속에서 실수를 하기도 했다.
산길을 오르다 보니 비와 사람으로 파헤쳐진 길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에서는 흙을 헬리콥터로 고공으로 운반해와 잔디를 돋구고 있었는데 좀처럼 잔디는 볼 수가 없었다.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통나무 두 개씩을 붙여 놓고 커다란 못으로 관통하여 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대청봉 거의 다 올라가니 화채봉(소공원 케이블 카 있는 권금성 산장 방향)코스로 가는 길가에는 진달래가 마치 철쭉 색을 띠고 군락을 이루며 피어 있었다.
바람이 늘 부는 까닭으로 마치 조경사가 자른 것처럼 균등한 높이와 함께 짙은 보라색을 띠고 있었다.
아마도 기온이 차기에 색이 변했으리라.
옛 영화를 자랑이라도 하듯 대청봉에는 벽돌로 쌓은 산장이 있었는데 폐허가 되어 보기 흉한 모습으로 남아 있었다.
이곳 산장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 오색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북적거리며 발을 펴지도 못하고 끼여서 잠을 자던 추억이 떠올랐고, 산장 앞에 귀가 쫑긋이 세운 개를 키우고 있었고 그 앞에는 과자와 먹을 것이 수북히 쌓여 있었었다.
과자랑,치킨이랑...
그런대도 그녀석은 먹지 않고 마주하고 있는 점봉산을 바라보고 있었던 개는 지금 어디 갔을까.
다가가서 쓰다듬어 주면 으르릉거리면 산장 주인이 와서 발로 배를 걷어차곤 했는데...
그래서 개는 누가 와서 자신을 쓰다듬거나 만지거나 얼굴을 돌리지도 않고 멍한 표정이 되어 구룡룡의 백두대간을 보기만 했었는데...
세월이 흘렀고 나도 나이가 나도 모르게 먹어버렸다.
그녀석 그 개는 지금도 살아있을까 아니면 죽었을까.
그건 알 수 없다.
오색을 처음 올라온 적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아마 이십대 중반이 아니었을까.
마치 그 세월이 영화 한 편 본 것처럼 지나간 것 같았다.
점점이 이어진 시간의 연속이란...
햇빛이 비추고 있다.
동해바다 해안선이 선명하게 보였다.
점봉산은 한계령으로부터 몰고 내려온 운해가 산정상을 감싸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약간 여인의 허벅지를 살짝 드러내 보이듯 정상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아래로 초록 비단을 두른 듯 구릉과 산맥이 모두 다 초원으로 펼쳐져 있었는데
아,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신 외에는 없으리라.
대자연의 계절에 대한 변화는 이처럼 변화무쌍했다.
그리고 장엄했다.
대청봉에 오르니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대기 바뻤고 줄을 서고 있었다.
바람이 없다니 신기했다.
대청봉 바람은 지리산 천왕봉 못지 않게 유명하기 때문이다.
공룡능선을 내려다 보았다.
뾰족한 수많은 바위들이 곡선을 그리면서 날카롭게 세워져 있었다.
창끝처럼, 직삼각형의 끝처럼 끝은 바위들은 풍우에 시달리며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었다.
중청에 다가오니 산장이 보였다.
대청봉 산장을 헐고 바람을 덜 받는 오목한 곳에 지었는데 최신식이었다.
왼쪽으로 가면 용아장성 길이고, 우측은 공룡으로 가는 길이다.
우측을 보니 죽음의 계곡이 옷을 벗은 것 처럼 계곡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희운대피소가 보였는데...
그랬다.
오래전에 대학생들이 저 죽음의 계곡으로 대청봉을 등정하다 눈사태로 매몰 되었다.
구조대가 와서 눈을 파헤치며 구조했을 때는 이미 얼어 있었다.
사고 대학생 중 한 부모는 땅을 치며 통곡하고 있었다.
그리고 희운산장이 생긴 것이다.
그 부모가 사랑하는 아들을 기리며 산장 짓는데 드는 비용을 내놓고 산장 이름을 자신의 아들 이름을 따서 희운이라고 한 것이다.
이곳에 산장 아니 대피소가 있었다면 자신의 아들은 죽지 않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원망했을까.
국가를...
희운산장 계곡에서 얼굴을 씻고 공룡능선 입구에서 09:30분까지 기다리다 마감하고
공룡능선으로 향했다.
무너미 고개에는 수많은 뾰족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이루고 있었는데 여기서부터 소위 천불동계곡이라고 하는데 바위가 마치 불상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숫자가
천여개가 된다는 것이다.
가파른 길을 바람숙이님과 견우님 그리고 아이 둘이 오르고 있었고, 공룡능선에 오르니 선두를 가던 사부님과 여우님, 하늘비님. 사랑퍽탄님,초이스2님 깜장달님 등과 만났다.
잠시 후에 한계령에서 출발한 중산님과 또 한분이 공룡으로 들어왔다.
나를 발견하고 무척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함께 산행을 했다.
산행에는 사람도 없었고 더군다나 공룡능선을 타는 사람도 없었다.
아마 개방을 앞당겨서 사람들이 모르는 듯했다.
비가 자주 오지 않았다면 이처럼 5월에 개방을 하지 않았을 것이리라.
험준하고 가파른 길을 돌아 오르니 창공을 찌를 듯이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서있는 범봉이 보였고 그 사이로 나한봉이 저멀리 보였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쥬라기에 나오는 공룡의 등은 이처럼 뾰족하리라.
동해바다 해안선은 따사로운 햇빛을 받아 선명하게 보였으며 대명콘도와 청조호가 시야에 들어왔다.
공룡능선 아래로 수많은 깍아서 심어 놓은 듯한 뾰족한 바위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그 사이로 푸르름을 잃지 않고 있는 꾸불한 소나무들이 뻗어 있어 바위 위에 소나무를 그려 놓은 듯했다.
범봉 옆에 1270 바위에 도착하여 모두 도시락을 꺼내놓고 점심을 먹고 맥주와 소주도 마셨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똑같은 음식이 없다는 것이었다.
어쩜 이렇게 반찬을 서로 다르게 약속이라도 한 듯이 만들어 왔던 것이다.
중산님은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먼저 출발했고 우리는 1시를 조금 넘겨서 나한봉을 향하여 출발했다.
공룡능선을 타면서 내설악을 본다.
그러자 용아장성이 해의 석양을 안고 그림자를 드리웠다.
용아장성 - 마치 용의 이빨처럼 날카롭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설악을 형성하고 있는 두 능선은 산행의 극치이며 신이 심혈을 다듬어 놓은 예술품이 아니겠는가.
나한봉을 지나고 마등령에 도착하자 모두 힘이 빠져 있는 듯했다.
공룡능선을 이렇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비선대로 내려오면서 공룡능선을 보니 마치 공룡이 살아서 성을 내며 내게로 달려오는 것 같았다.
비선에에 이르러 우리는 동동주와 파전을 시켜 놓고 두잔씩 마시고 서둘러 설악동에서 기다리고 있는 차로 부지런히 걸었다.
오후 8시에 출발하여 논스톱으로 신사동에 오니 밤 11시40분이 되어 있었다.
앞서 4시에 설악동을 출발한 1호차는 10시 30분이 돼서 도착했다는데 그만큼 양평 방향은 길이 막혀 있었던 것이다.
회원들은 내리자 마자 귀가를 서둘렀다.
공룡을 탄 산행을 많이 하지 않은 님은 이튿날 다리가 아플 것이라 여겨졌다.
카페 게시글
일요산행 후기
설악 공룡을 넘어서...
고산자
추천 0
조회 232
04.05.17 20:33
댓글 13
북마크
번역하기
공유하기
기능 더보기
다음검색
첫댓글 후기 잘~ 읽고갑니다^^**
고산자님@ 텅빈 비선대를 바라보며 꺾은 동동주는 참 일품이었죠.ㅎㅎ
대청봉에서 고산자님을 못만났더라면 공룡능선은 포기 했을 것 같네요. 나름대로는 체력에 자신있었는데,,, 세심한 배려에 감사드려요. 후기에 또다른 공룡을 보는것 같네요.
후미에서 모두를 보살피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오전에 고산자님의 후기를 읽은 것이 행운입니다. 오늘 하루는 뭔가 묵직하게, 정신차리고, 가벼이 여기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이 미래의 과거일테니까... 옛길을 추억하는 것처럼 그리고 안부인사. 잘지내시죠?
그래요, 잘 지내지요... 아무도 없는 비선대 계곡을 보면서 마시는 동동주는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겠지요.
어휴~ 길다 후기 잘 읽고 갑니다. 덕분에 좋은 산행 했어요.
전, 공룡의 발등도 아니고, 발바닥만 간지럽히다 온 듯......자꾸만 공룡이 내 뒤를 쫓아오는 환상에...음 ..어지럽네요...추락하는 꿈 또한...기를보충해야지....다행이 p님도 잘 도착했구요..고산자님 저두 감사드려요...뒤에서 든든하게 앞서는 님들 보살피시느라고요..덕분에 좋은산행 했습니다.
뽀스에서 주신 쥬스는 천불동에서 요긴하게 잘 먹었습니다....감사하구요 다음 산행에서 뵙겠습니다
이번 설악산행에선..꼭 공룡능선을 타리라..생각햇던건데...농사일손땜시..못갔답니다..ㅎㅎ //글을 보니..함께 다녀온듯하여...잘 읽고 들어갑니다..담에..뵙겠습니다...뵙고 싶네요..ㅎㅎ
고산자님..고생 많으셨군요^^ 근데 대청봉에서 걍 바람숙이님이랑 바람처럼 사라지면 어쩌라구...4시간30분만에 도착한 대청봉이 얼마나 황량했던지...덕분에 정말 멋진탐험하고 왔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장님~`!!공능후기에 안부를 ...... 저는 공능 ,용화장성 종주했을때 그 추억을 대장님의 후기를 접하면서 그때의 아득한 향수에 취해 봅니다 운무속에 산 그림자에 드리워진 했빛의 찬란함을 아직도 저를 설레게 함니다. 추억은 은은한 여유로움을 내면을 채워주니까 할수있다면 하늘만큼 우직한 바위처럼 가슴에 .....
대청 옛산장과 늙은 개...가슴이 쨘해집니다...B조 일행들과 중청산장에서 헤어지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앞사람 베낭 흰 명찰만 나타나기 기다리며 줄창 걸었지요....고산자님이 반갑지 않을 수 있겠어요?..덕분에 그간 안가보던 공룡의 바윗길도 걸어보구요...잠시나마 같이 산길 걸어서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