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 시행을 앞두고
김영란 법이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많다. 김영란 법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작년 3월 국회에서 통과하여 1년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8일 시행된다. 핵심 내용은 직무 관련성이 있는 사람에게 받을 수 있는 상한선을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등으로 정해두고 있다.
이 법은 2011년 6월14일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이 국무회회의에 제안했던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私益)추구 금지법이었다. 정부는 2012년 8월 22일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입법예고하고, 2013년 8월 5일 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하였다. 그러나 작년 19대 국회정무위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로 고쳤다. 이름이 길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부정청탁금지법, 청탁금지법’ 등으로 불리고 있다.
이법의 근본적 취지는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위한 것으로 공직자의 직무관련 청탁부정(不正)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공직자 등’ 운운해 대상을 사립학교 교원과 언론종사자와 가족까지 400만 명으로 확대하고 국회의원은 선출직 핑계로 제외시켰다.
작년 김영란 법이 통과됐을 때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고 청렴사회 구현을 위한 조치로 모두가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법의 금지항목 15개와 허용행위 7개의 기준이 모호하여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가르기가 어렵고, 자칫하면 음해성 투서 난무와 사법기관의 악용사찰대상이 되어 표적, 과잉, 봐주기 수사논란이 제기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금품수수 금지 예외사유 중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 의례, 부조의 목적, 지속적인 친분관계, 사회 상규 등의 명확한 규정이 없어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배우자 미신고 처벌은 연좌제 폐해를 막기 위해 ‘친족행위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란 헌법 13조와 배치되며, 사립학교 교원 포함도 위헌으로 보고 있다.
김영란법이 통과되자 5일 만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언론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냈으며, 이어 한국기자협회, 사립유치원장, 사립학교 교직원 등 4건의 헌법소원으로 현재 헌법재판소가 심리 중에 있다. 또한 시행을 앞두고 한국경제연구원 등 일부 단체에서 보완책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경연은 이법이 시행되면 연간 8조 4900억 원의 경제적 손실을 추정하고, 골프업계 1조 1000억 원, 소비재 유통업 1조 9700억 원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사접대 최소 5만원 인상으로 3조 8100억 원, 7만원으로 인상하면 1조 47000억 원, 10만 원으로 하면 6600억 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선물도 7만으로 올리면 1조3900억 원, 10만원으로 하면 9700억 원으로 내려 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소비침체에 따른 간접효과까지 실제 손실액은 훨씬 커 질것으로 전망하고, 법 시행 전에 관련 피해 경감대책을 포함한 보완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농협 품목별 전국협의회에도 7월12일 ‘청탁금지법 금품대상 농. 축산물제외 요청 50만 농업인 서명부’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 기업들과 정부 기관들도 법 시행대비에 서두르고 있고 국회에서도 개정논의 중에 있다. 지난 7월11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긴급설문결과 84%가 시행에 찬성하고 시행 전 보완 41%보다 시행 후 보완하자는 의견이 49%로 많았으며, 규제 한도액도 현실을 감안하여 높여한 한다는 의견이 60%였다.
현재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세계 170여 개국에서 40위 정도이다. 아시아에서 부패지수가 가장 낮은 싱가포르는 1852년부터 부패행위 조사국(CPIB)를 만들어 반 부패정책을 펴왔으며 부패행위 수사에 민관을 가리지 않고 뇌물을 받거나 제공한 경우 10만 싱가포르 달러(약 9천만 원) 이하 벌금과 5년 이하 징역에 뇌물은 전부 국가에 반환된다. 미국도 공무원과 가족은 한번에 20달러, 연간 50달러 이상 선물은 신고해야하며, 일본도 ‘국가공무원 윤리규정’을 적용하여 식사비용 1만 엔 이상은 윤리감독관에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벌써부터 공직자들은 대외접촉을 꺼리며 외부모임 기피증을 번지고 있으며, 과거사레로 보아 이 법도 대형 권력비리보다 송사리만 걸려들지 않을까 걱정이다.
결론적으로 김영란법은 취지는 좋으나 출발부터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부정부패의 대명사로 보이는 국회의원을 제외한 비합리적인 기준, 비 정상정적인 적용으로 국민전체의 6%를 잠재적 범죄대상으로 시행하는 법이 되어 아쉬움은 있지만 우리사회에 만연한 부패척결에 단초를 제공하는 뜻에서 의의가 크다. 그러나 이 법이 개인의 본질적인 자유와 권리에 관한 헌법적 가치마저 훼손되어서는 안 되며 합리적인 소통과 교류까지 막아도 안 된다. 앞으로 법 시행일과 헌법재판소의 위헌소원 선고기일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경제위축에 지장이 없도록 충분한 보완을 거쳐 시행돼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사회에 허례허식을 버리고 건강한 소비문화를 정착시키고 정의로운 사회건설에 크게 기여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