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A장조 K.488 (Piano Concerto No.23 in A major K.488)
View of Naarden
1647, Oil on panel, 34.8 x 67 cm, Museo Thyssen-Bornemisza, Madrid, INV. Nr. 354 (1930.99) - Jacob Isaacksz,Van Ruisdael
맑고 투명함 속 애잔함의 미학,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빈의 유명한 작곡가가 된 모차르트가 최고의 전성기 시절 작곡한 곡이다. 보통의 협주곡이 피아노의 독자적인 주제를 갖지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선율이 같아 이 곡을 집약적으로 표현해준다.
빈 최고의 작곡가라는 영예를 안겨준 피아노 협주곡
1781년, 25세의 나이에 빈에 정착한 모차르트는 예약 연주회를 통해 부와 명성을 얻었다. 모차르트 자신이 직접 음악회를 기획하고 귀족들에게 예약을 받아 진행되는 이러한 음악회를 통해 모차르트는 빈의 유명 작곡가가 되었고,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예약음악회에서 특히 주목받았던 것은, 모차르트 자신이 작곡하고 직접 연주했던 피아노 협주곡으로, 화려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이 깃든 이 장르로 모차르트는 빈 최고의 작곡가라는 영예를 안았다. 그것은 모차르트가 본격적으로 작곡에 매진하기 시작한 1784년부터 두드러지는 것으로, 1784년에는 6곡의 피아노 협주곡, 그 이듬해에 3곡, 그리고 1786년에 3곡의 협주곡이 작곡되었다. 이처럼 모차르트는 피아노라는 악기를 통해 고전 협주곡의 정점에 위치하는 작품을 작곡했으며, 그것은 그가 빈 최고의 음악가로 전성기를 누릴 때와 궤를 함께 하는 것이다.
Piano Concerto No.23 in A major, K.488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들은 그 정묘한 맛과 향취, 피아노와 관현악의 밀고 당기는 듯한미묘한 경쟁, 관악기와 피아노 독주와의 대화가 주는 절묘함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중 이 협주곡은 그의 전성기 때 쓴 것으로(쾨헬 넘버 400번대) 이 때가 모차르트의 가장 질 높은 피아노 협주곡들이 탄생하던 시기였다. 피아노 협주곡 제23번은 후기의 작품 중에서도 친근한 주제와 양 끝 악장에 흔히 볼 수 있는 소나타 형식과 론도 형식의 악곡 구조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협주곡이다. 또 관현악과 독주 피아노가 동일한 주제를 연주하는 것도 이 곡의 밀도를 높이고 또한 알기 쉽고 친근미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초연은 1786년 3월 2일의 예약 연주회로, 모짜르트는 자신의 피아노를 갖고 연주했다고 한다. 풍부한 가락을 균형잡힌 구성 아래 원숙한 수법으로 처리한 명작이며, 독주악기와 관현악의 혼연한 연주가 일품이다. 그리고 베토벤의 4번 피아노 협주곡의 모델이 되기도 하였다.
제1악장 Allegro - Cadenza - Tempo I A장조 4/4박자
제1주제는 먼저 제1바이올린으로 제시되며 이어 목관에 의해 반복된다. 경과부를 지나 제2주제도 으뜸조에 의해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며 목관과 함께 반복된다. 비교적 짧은 코다에 이어 피아노가 단독으로 제1주제를 연주하고 다시 자유스러운 형태로 반복되며 관현악에 의한 경과부가 다시 나타나고 피아노에 의한 빠른 패시지로 E장조에 옮겨진다. 제2주제도 피아노만으로 제시되며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어울림을 지나 빠른 패시지를 거쳐코다에 이르고 제시부를 마친다. 전개부는 새로운 주제로 시작하는데, 이것은 현악기로 제시된 후, 주제의 전반의 변형되어 목 관에 피아노로 나타난다. 피아노는 빠른 패시지로 옮겨지며 이것을 반주하는 것은 현악기와 관악기에 의한 앞에서 와 같은 변형된 음형으로 이루어진다. 이어서 피아노에 의해 제1주제가 재현되고 있다. 재현부는 제1바이올린과 목관악기로 제1주제가 연주되며 피아노가 장식하면서 이를 반복한다. 형식대로 경과부를 지나 제2주제는 으뜸조로 처음에는 피아노, 다음에는 목관악기로 재현된다. 전개부에 나타난 주제도 피아노에 의해서 재현되고 피아노의 패시지를 이 음형으로 목관악기가 반주하고, 다시 이 주제는 관현악에 나타나서 카덴짜가 된다.
제 2악장 Adagio 올림F단조 6/8박자
Adagio - Vladimir Horowitz, Piano
Carlo Maria Giulini, Cond
La Scala Theater Orchestra
시칠리아의 리듬에 의한 조용한 주제가 피아노만으로 개시되며 제2바이올린의 반주로 목 관악기와 제1바이올린이 이 주제에 답하듯 아름다운 음형을 한 마디 늦게 연주해 간다. 이어 피아노가 주제를 변형해서 연주하며 A장조로 이어진다. 중간부에서는 플룻과 클라리넷이 새로운 선율을 연주하면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여기에 이어 목관과 피아노의 어울림이 계속되고 다시 처음의 주제가 피아노에 나타나며, 중간부의 주제도 보이면서 피치카토의 반주 로 피아노가 천천히 도약 음정을 연주하다가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끝을 맺는다. 이 2악장은 아름답고 슬픈 선율로 영화음악이나 CF 등에 많이 사용되었다.
제 3악장Allegro assai (A장조 2/2박자)
론도 주제가 4번 나타나는 동안 매력적인 부주제가 몇 개 쓰이고 있는 것이 이 악장의 가장 큰 특징이다. 먼저 피아노에 의한 경쾌한 주제로 개시되는데, 이것은 제1바이올린으로 반복되어 관현악만의 경과부로 들어간 다. 이어서 부주제가 피아노에 나타나서 클라리넷이 전반을 반복, 피아노의 패시지로 E장조로 바뀐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부주제가 c단조로 목관과 제1바이올린으로나타나며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피아노에 의한 경과구에 옮겨지고 최후에는 코다풍의 선율이 다시 피아노로 나타나 목관으로 반복된다. 드디어 론도의 주제가 재현되고 제 1바이올린으로 반복, 그대로 전개되어 올린C장조로 종지한다.
올림 f단조가 된 다음에는 피아노의 패시지가 계속되며 목관과 더불어 반복되고, 다시 피아노의 분산 화음을 타고 클라리넷이 D장조의 새로운 주제를 연주하고 피아노가 이를 반복한다. 이어서 전반에 나왔던 부주제들을 재현한 후, 피아노의 경과부에 이어 코다풍의 주제가 나타난다. 이어서 론도 주제가 피아노로 재현, 현악기로 반복. 경과부를 지나 피아노에서 목관으로 이어지며 화려하고 힘차게 곡을 맺는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3번’은 애잔함이 인상적인 곡이다. - 01727challea5913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을 좋아한다는 사람을 만났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이라면 대부분 21번을 떠올릴 텐데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23번 A장조가 으뜸이라고. 이 곡은 많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중에서 ‘가장 모차르트다운 음악’이라고 평가받는다. 우아하면서도 단순 명쾌한 구성, 재기 발랄함 속에 빛나는 애잔함 등이 매력이다.
독주자를 위해 흔히 비워놓는 카덴차(caden za·고전음악 작품 말미에서 연주가의 기교를 보여주기 위한 화려한 솔로 연주 부분)까지도 모차르트가 빼곡히 채워놔 그가 꿈꾸던 완결미를 맛보는 재미도 크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의 중요한 모티브가 돼 마치 형제 작품처럼 유사성이 남다른 작품이라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모차르트로서는 드물게 어둡고 우울한 주제로, 특유의 서정성이 강조되는 2악장은 베토벤이 왜 이 곡을 선택했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모차르트의 밝음 밑바닥에 깔려 있는 아련한 슬픔을 느끼지 못한다면 모차르트를 이해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학자가 있듯, 맑고 투명함 속 애잔한 슬픔의 미학, 그것이 23번의 매력이다. 한번 들으면 쉽게 헤어나지 못할 마약 같은 중독성의 음악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가 현시대에 살아 있다면 아마 가장 많은 영화감독이 찾는 작곡가지 않을까? 35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고 간 그의 음악들이 많은 영화들에서 저마다의 매력을 발휘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중 21번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그 유명한 보 비더버그 감독의 1967년작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때문이다.
물론 23번 협주곡도 떠올릴 영화는 있다. 아더 힐러 감독의 1970년작 ‘러브스토리(Love Story)’. 제니와 올리버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의 한 장면. 병마로 핼쑥한 제니가 올리버의 품에 안겨 묻는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A장조가 몇 번이지?” 알아봐주겠다는 올리버에게 제니가 체념하며 말한다. “전엔 다 알았었는데…. 내가 왜 이렇지?” 그 A장조가 바로 23번이다.
23번은 또 스탈린이 유독 애지중지했던 곡으로 유명하다. 솔로몬 볼코프의 ‘쇼스타코비치의 증언’에 의하면 스탈린은 어느 날 라디오에서 들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과 그것을 연주한 피아니스트 마리아 유디나에게 흠뻑 빠지게 된다. 스탈린은 당장 그녀가 연주한 모차르트 음반을 가져오라고 명했는데, 문제는 스탈린이 라디오에서 들었던 것이 음반이 아니고 실황 연주였던 것. 스탈린에게 유디나의 음반이 없다는 말을 누구도 할 수 없었다. 한밤중에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유디나가 소집돼 극비리에 녹음을 했고 다음 날 아침 스탈린에게 배달됐다나. 당연히 단 한 장의 음반으로.
1953년 스탈린은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그의 마지막을 지킨 것은 바로 유디나의 이 모차르트 음반이었다고 한다. 스탈린의 이런 애정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디나는 끝까지 스탈린을 경멸했다고 전해진다. 23번 예찬론자의 얘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이가 20번도 좋다고 한마디 건넨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20번 2악장을 잊을 수 없다는 거다. 하긴 모차르트 음악에 아름답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마침 영화 아마데우스가 30년 만에 재개봉했다. [최영옥, 음악평론가]
음악은 왜 우리를 사로잡는가?
Music, the Brain, and Ecstas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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