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주님 수난 성금요일 전례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가 선포됩니다. 오늘 선포되는 수난기는 요한 복음의 수난 이야기(18 - 19장)입니다. 요한이 전하는 수난기에서 정점을 이루는 곳은 바로 십자가, 곧 예수님의 죽음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순간에 “목마르다.”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목마름은 육체적 갈증을 느끼는 상태를 가리키기보다는 하느님을 향하는 마음과 그분의 뜻을 이루시고자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을 뜻합니다. 생수의 근원으로서 목마른 사람을 초대하신 예수님께서(7, 38 참조) 목마름을 부르짖고 계시다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요한 복음서 저자는 이를 통하여 예수님께서는 생명의 물을 주시기 위하여 반드시 돌아가셔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19, 34 참조).
“다 이루어졌다.” 돌아가시기 전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아버지께서 아들에게 맡기신 모든 일이 이루어졌음을 알고 계셨습니다(13, 1; 19, 28 참조).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 순종하시며 죽음을 받아들이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므로 요한 복음에서 예수님의 죽음은 단순히 고통의 순간이 아니라 아버지께 돌아가는 영광의 순간입니다. 십자가에서 죽음을 맞이하시는 예수님의 외침은 아버지의 뜻에 순종하여 이루신 승리의 외침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은 우리를 어둠으로 몰지 않고 오히려 빛으로 나아가도록 이끕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주심으로써 생명을 주셨고 아버지의 뜻을 완성하셨기 때문입니다. 성주간 금요일, 이제 어둠에서 나와 빛으로 걸어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