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우전구(冒雨剪韭)
비를 맞으며 부추를 베다는 뜻으로, 정성을 다하여 친구를 대접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冒 : 무릅쓸 모(冂/7)
雨 : 비 우(雨/0)
剪 : 자를 전(刀/9)
韭 : 부추 구(韭/0)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되는 흔한 채소 부추는 표준말보다 사투리가 더 정겹다. 전라도에선 솔이라 하고, 경상도에서 부르는 정구지는 부부의 정을 오래 지속시킨다고 재미로 정구지(精久持)라 한역하기도 한다.
더욱 힘이 좋다고 파벽초(破壁草), 파옥초(破屋草)라 과장하는데 이에 비해 어디서나 잘 자라 귀한 취급은 못 받는다.
그러나 정성을 다하여 친구를 대접한 고사가 있어 우정의 대명사가 되기도 했는데 바로 비가 오는데도 무릅쓰고(冒雨) 밭에 나가 부추를 베어 왔다(剪韭)는 중국 후한(後漢)의 곽태(郭泰)의 정성에서 비롯됐다.
부추 구(韭)는 땅 위에 무리지어 나 있는 부추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 구(韮)로도 쓴다.
곽태는 자를 임종(林宗)이라 하고 높은 학문과 덕으로 주위의 숭앙을 받아 명성이 각지에 울렸다. 나중에 향리에 은거하며 수천에 달하는 제자를 가르쳤다. 외척과 환관의 전횡이 넘치는 세상에서도 언행을 신중히 하고 절조를 지켜 화를 면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한 친구가 밤에 비를 맞으며 찾아오자(林宗有友人 夜冒雨至). 부추를 베어다가 전을 만들어 친구에게 대접했다(翦韭作炊餠食之)'고 했다. '자를 전(翦)'은 '가위 전(剪)'의 본자다.
남북조(南北朝) 때의 송(宋)나라 범엽(范曄)이 쓴 '후한서(後漢書)'에 실려 전한다.
흔한 부추를 안주로 내온 것이 진수성찬일리 없다. 갑작스런 친구의 방문에도 부인에게는 술상을 차리게 하고, 자신은 비를 맞으며 밭의 부추를 베어다 대접한 그 정성이 값져 널리 칭송되었다. 곽태의 소박한 대접과 같이 마음에서 우러난 우정은 몇 가지 예를 더 들 수 있다.
광주리와 궤짝에 있던 것을 뒤엎어 안에 들어 있던 음식을 대접한 왕희지(王羲之)의 경광도협(傾筐倒篋), 아들의 친구를 대접하기 위해 머리털을 잘라 술을 사 왔던 도간(陶侃)의 어머니 이야기 절발역주(截髮易酒) 등이다. 도간은 도연명(陶淵明)의 증조부다.
우정이 신성하다고 해서 빚을 내어서까지 대접한다고 빛이 나는 것은 아니다. 정성을 다하여 대접하면 박주산채(薄酒山菜)라도 그 어느 것보다 귀하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 전하는 대조적인 소화(笑話)가 있다. 방문한 친구에게 채소 안주뿐인 술상을 내오며 가난 탓을 했다.
대장부는 천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친구가 타고 온 말을 잡겠다고 했다. 그러면 집으로 어떻게 가겠느냐고 물으니 뜰에 있는 닭을 빌리면 된다고 했다. 차계기환(借鷄騎還)은 박대한 주인에 대해 꼬집은 말이다. 성찬이 문제가 아니라 정성이 말해준다.
▶️ 冒(무릅쓸 모, 선우 이름 묵)은 ❶회의문자로 冐는 속자이고, 㒻와 㝟는 동자이다. 目(목)과 나머지 글자 冃(모)와의 합자(合字)이다. 눈을 물건(物件)으로 가림을 뜻하는 글자이다. ❷회의문자로 冒자는 '무릅쓰다'나 '거짓으로 대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冒자는 冃(쓰게 모)자와 目(눈 목)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冒자의 금문을 보면 눈 위로 무언가가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모자를 착용했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冒자의 본래 의미는 '모자'였다. 그러나 후에 마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것과 같다고 하여 실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거짓으로 대다'나 '(위험을) 무릅쓰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여기에 巾(수건 건)자를 더한 帽(모자 모)자가 '모자'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冒(모, 묵)은 (1)무릅쓸 모의 경우는 ①무릅쓰다 ②나아가다 ③이기다, 견디다 ④거짓으로 대다 ⑤덮다, 씌우다, 쓰다 ⑥가리다 ⑦시기하다(猜忌--), 시새우다 ⑧번민하다(煩悶--), 고민하다(苦悶--) ⑨번성하다(蕃盛ㆍ繁盛--), 무성하다(茂盛--) ⑩쓰개(복두(幞頭)나 두건과 같이 머리에 쓰는 쓰개), 모자 ⑪수의(壽衣: 죽은 사람에게 입히는 옷) ⑫옥(玉)의 이름 ⑬옥홀(玉笏: 제후가 조회할 때 천자가 지니던 옥으로 만든 홀) ⑭대모(玳瑁ㆍ瑇瑁: 바다거북과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고 (2)선우 이름 묵의 경우는 ⓐ선우의 이름(흉노족 족장) ⓑ탐하다(貪--) ⓒ침범하다(侵犯--) ⓓ저촉하다(抵觸--)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존재를 권위나 명예나 위신 등을 떨어뜨리거나 깎아내려 욕되게 하는 것을 모독(冒瀆), 어떤 일을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것 또는 그 일을 모험(冒險), 이야기나 글의 첫머리를 모두(冒頭), 성명을 거짓으로 꾸며 냄을 모칭(冒稱), 권력의 힘을 빌려 남의 땅에 억지로 장사함을 모장(冒葬), 임자의 승낙없이 남의 땅에 농사를 지음을 모경(冒耕), 나이를 속이는 일을 모년(冒年),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기록함 또는 그 기록을 모록(冒錄), 사리를 따짐이 없이 덮어놓고 하는 모양을 모매(冒昧), 남의 것을 자기 것처럼 꾸미어 속임을 모인(冒認), 비를 무릅씀을 모우(冒雨), 윗사람에게 버릇없이 함부로 행동함을 모람(冒濫), 거짓으로 남의 성을 일컬음을 모성(冒姓), 일부러 불법한 말이나 행동을 함을 모범(冒犯), 추위를 무릅씀을 모한(冒寒),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돌진함을 모돌(冒突), 세거나 찬 바람을 무릅씀을 모풍(冒風), 이름을 거짓으로 꾸며냄 또는 꾸며낸 그 이름을 모명(冒名), 내리는 눈을 무릅씀을 모설(冒雪), 사심이 있어 마음이 탁함을 모탁(冒濁), 현기증이 자주 일어나는 병을 울모(鬱冒), 추위나 더위 등을 무릅씀을 촉모(觸冒), 남의 이름을 제 이름인 것처럼 거짓으로 대는 것을 가모(假冒), 신성한 것을 범하여 더럽힘을 독모(瀆冒), 어려운 고비를 뚫고 무릅씀을 충모(衝冒), 거짓으로 속임을 위모(僞冒), 위험을 무릅쓰고 하는 것을 모험적(冒險的),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하려는 마음을 모험심(冒險心), 모험을 하면서 겪은 사실이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모험담(冒險談), 모험을 좋아하는 사람을 모험가(冒險家), 만 번 죽기를 무릅쓴다는 뜻으로 온갖 어려움을 무릅씀을 이르는 말을 모만사(冒萬死), 염치 없는 줄 알면서도 이를 무릅쓰고 일을 행함을 이르는 말을 모몰염치(冒沒廉恥) 등에 쓰인다.
▶️ 雨(비 우)는 ❶상형문자로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모양을 본떴다. (우)란 음은 宇(우), 羽(우) 따위와 관계가 있고 위로부터 덮는다는 뜻이 닮았다. 부수(部首)로서는 비 또는 구름, 기타 기상(氣象)에 관한 뜻을 나타낸다. ❷상형문자로 고대 중국은 농경사회였기 때문에 농업을 매우 중시했었다. 농업의 성공 여부는 날씨와도 직결된다. 그래서인지 한자에는 날씨와 관련된 글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雨자는 하늘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한자가 생성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날씨와 관련된 글자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갑골문에 나온 雨자를 보면 하늘에 획이 하나 그려져 있고 그 아래로 점이 찍혀있었다. 이것은 구름 아래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雨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대부분이 날씨나 기상 현상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雨(우)는 ①비 ②많은 모양의 비유 ③흩어짐의 비유 ④가르침의 비유 ⑤벗의 비유 ⑥비가 오다 ⑦하늘에서 떨어지다 ⑧물을 대다 ⑨윤택하게 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흐릴 담(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 볕 양(陽), 갤 청(晴)이다. 용례로는 비가 온 분량을 우량(雨量), 비를 몸에 맞지 않도록 손에 들고 머리 위에 받쳐 쓰는 물건을 우산(雨傘), 1년 중에 비가 가장 많이 오는 시기를 우기(雨期), 눈과 비를 우설(雨雪), 비와 이슬을 우로(雨露), 비가 올 듯한 기미를 우기(雨氣), 비가 오는 날을 우천(雨天), 비 맞지 않도록 차림 또는 그 복장을 우장(雨裝), 비가 내림 또는 내린 비를 강우(降雨), 밤에 내리는 비를 야우(夜雨), 줄기차게 많이 오는 비를 호우(豪雨), 오랫동안 계속해 내리는 음산한 비를 음우(陰雨), 오래 오는 궂은 비를 음우(霪雨), 갑자기 많이 쏟아지는 비를 폭우(暴雨), 식물이 자라나기에 알맞도록 내리는 비를 자우(滋雨), 장마 때에 오는 비를 장우(長雨), 몹시 퍼붓는 비를 능우(凌雨), 세차게 내리는 비를 강우(强雨), 알맞은 때에 내리는 비를 감우(甘雨), 보리가 익을 무렵에 오는 비를 맥우(麥雨), 바람과 함께 내리는 비를 풍우(風雨), 천둥소리가 나며 내리는 비를 뇌우(雷雨), 산골짜기에 내리는 비를 계우(溪雨), 비가 온 뒤에 솟는 죽순이라는 뜻으로 어떤 일이 일시에 많이 일어남을 이르는 말을 우후죽순(雨後竹筍), 바람 불고 비오는 것이 때와 분량이 알맞음을 일컫는 말을 우순풍조(雨順風調), 비올 때의 경치도 매우 기이하고 갠 후의 경치도 좋다는 뜻으로 날씨에 따라 풍경이 변하는 모양을 일컫는 말을 우기청호(雨奇晴好), 비와 이슬이 만물을 기르는 것처럼 은혜가 골고루 미침을 이르는 말을 우로지은(雨露之恩), 회합 등을 미리 정한 날에 비가 오면 그 다음 날로 순차로 연기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우천순연(雨天順延), 비 온 뒤에 우산을 보낸다는 뜻으로 이미 지나간 일에 쓸데없는 말과 행동을 보태는 경우를 일컫는 말을 우후송산(雨後送傘), 떨어지는 빗방울이 돌을 뚫다라는 뜻으로 아무리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적극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뜻을 이르는 말을 우수천석(雨垂穿石) 등에 쓰인다.
▶️ 剪(자를 전)은 형성문자로 翦(전)의 속자(俗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칼도(刀=刂;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前(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剪(전)은 ①자르다 ②끊다, 베다 ③깎다 ④멸망시키다(滅亡---) ⑤제거하다(除去--), 없애다 ⑥가위 ⑦깃에 붙인 화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필요치 않은 것을 잘라서 없애 버림을 전제(剪除), 쳐 부숨 쳐서 멸함을 전멸(剪滅), 자르고 갊을 전마(剪磨), 촛불 심지의 불똥을 잘라냄을 전촉(剪燭), 나무를 벰을 전벌(剪伐), 나무나 풀의 싹을 잘라 냄을 전아(剪芽), 옷감을 마름질 함을 전재(剪裁), 가위로 베어 버림을 전절(剪截), 말갈기를 깎음을 전종(剪鬃), 가위로 옷감이나 종이나 머리털 따위를 자르는 기구를 전도(剪刀), 풀을 베고 뿌리를 캐내다는 뜻으로 미리 폐단의 근본을 없애 버림을 일컫는 말을 전초제근(剪草除根), 수염을 잘라 약에 섞는다는 뜻으로 윗 사람이 아랫 사람을 자기 몸처럼 아낀다는 의미로 일컫는 말을 전수화약(剪須和藥) 등에 쓰인다.
▶️ 韭(부추 구)는 ❶상형문자로 韮(구)와 동자(同字)이다. 땅 위에 무리지어 나 있는 부추의 모양을 본뜬 글자이다. ❷상형문자로 韭자는 '부추'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韭자는 非(아닐 비)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지만 이는 단순히 부추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부추는 독특한 향기와 매운맛을 내는 식물로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에서 즐겨 재배하는 식물이다. 동의보감에서도 구채(韭菜)는 성질이 따뜻하여 몸속의 악혈(惡血)과 체한 것을 없애준다고 할 정도로 약으로서의 효험도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부추를 뜻하는 韭자는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쓰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艹(풀 초)자가 들어간 韮(부추 구)자가 있기는 하지만 역시 '부추'라는 뜻이 있으므로 큰 의미는 없다. 그래서 韭(구)는 ①부추(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②산부추 ③부추구(--韭: 부수의 하나)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부추를 달리 일컫는 말을 구채(韭菜), 부추로 담근 김치를 구저(韭菹), 부추의 씨를 일컫는 말을 가구자(家韭子), 청자의 한 빛깔을 일컫는 말을 구세청(韭細靑), 부추떡을 일컫는 말을 구채병(韭菜餠), 도자기에 무늬를 그릴 때 쓰는 푸른 물감의 한 가지를 일컫는 말을 구채변(韭菜邊), 비를 맞으며 부추를 베다는 뜻으로 정성을 다하여 친구를 대접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모우전구(冒雨剪韭)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