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 /유 수연
애인은 여당을 찍고 왔고 나는 야당을 찍었다
서로의 이해는 아귀가 맞지 않았으므로
나는 왼손으로 문을 열고
너는 오른손으로 문을 닫는다
손을 잡으면 옮겨오는 불편을 참으며
나는 등을 돌리고 자고
너는 벽을 보며 자기를 원했다
악몸을 꾸다 침대에서 깨어나면 나는 생각한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인을 바라보며
우리의 꿈이 다르다는 것을
나는 수많은 악몽 중 하나였지만 금방 잊혀졌다
벽마다 액자가 걸렸던 흔적들이 피부병처럼 번진다 벽마다 뽑지 않은 굽은 못들이 벽을 견디고 있다
더는 넘길 게 없는 달력을 보며 너는 평화,
말하고 나는 자유, 말한다
우리의 입에는 답이 없다. 우리는 안과 밖
벽을 넘어 다른 게 없었다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딘다
어둠과 한 낮 속에서 침대에 누워있었다.
티브이를 끄지 않았으므로 뉴스가 나오고 있다
* 유수연 : 1994년 강원도 춘천 출생, 201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 감상
화자의 2017년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이다
애인이라는 인간관계를 설정하여 인간 생활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애인은 부부 동심일체, 직전의 아주 가까운 관계이지만 일상에서의 의견이 엇갈림을 풍자하고 있다
볼썽사나운 정치현실등, 갈등과 분열, 대립과 각축 같은 알력과 적대 행위가 사회 전반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애인관계로서 너와 나는 서로가 공생을 모색 해보나, 나는 나를 견디고 너는 너를 견디는 끝내는 각자 도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습관화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