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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
나는 당연하게 신 형민의 손에 잡혀서 신 형민의 옆에 앉게 됐고,
이 주희 또한 연호 옆에 앉게 됐다.
우리는 뒤쪽에, 그리고 연호와 이 주희는
자연스럽게 비어있는 앞쪽 자리에 앉게 됐다.
왜 이렇게 불편한 여행을 하게 된 거지.
나는 손으로 턱을 받치면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창문이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 들었다.
"감기 걸려.
그리고 요즘 얼마나 공기가 안 좋은데."
그 말과 동시에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창문을 올려버리는 신 형민.
그러더니 신 형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옆에 기대어 눈을 감아버린다.
왜 갑자기 시비래?!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신 형민 쪽으로
손이 올라가려고 할 때,
잠깐 뒤를 돌아본 연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연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어색하게 웃으면서
다시 손을 내려놨다.
그렇게 답답하고 이상한 분위기를 유지해가면서
몇 시간 뒤에야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 바로 앞에는 바다가 보였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바다라 소리치면서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하지만 쿨한 가족들은 나를 신경도 안 쓰고,
숙소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자, 잠깐! 같이 가!"
나는 모두가 사라지자 미아가 된 것만 같은 느낌에
큰 목소리로 엄마를 부르면서 달려갔다.
그렇게 겨우 그들 틈에 끼어서 숙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들어가자마자 이 주희는 엄마와 같이 주방으로 들어갔고,
연호는 말없이 빈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신 형민은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
제각기 다 다른 생활을 하려고 뿔뿔이 흩어졌다.
어쩌다 이런 여행에 왔을까.
그냥 처음부터 안 간다고 단호하게 말할 걸.
나는 풀이 죽은 채, 나머지 빈 방 두 곳 중,
한 곳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은 방도 꽤 컸고, 침대까지 놓여있었다.
나는 얼른 침대로 달려가서 누워봤는데........
그 때,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나는 잠시 동안 동작을 멈췄다가,
이내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신 형민의 얼굴이 보였다.
신 형민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그러면서 큰 목소리로 얘기했다.
"뭐, 뭐야! 너는 네 방에 들어가야지, 왜 내 방으로 들어와!"
"오버하지 마."
느긋하게 얘기하는 신 형민.
그러더니 문을 닫고 점점 내 가까이로 다가온다.
"여기가 어떻게 네 혼자 쓰는 방이냐?"
"뭐?"
"생각해 봐. 방은 세 곳이야.
하나는 너희 부모님 방, 그리고 또 하나는 네 방,
그리고 또 하나는 연호 방........
내가 연호 그 자식이랑 같이 방 쓸 수 있겠냐?"
"하긴, 그렇지..........뭐야, 그럼! 내 방은 된다는 거야?!"
"어쨌든 걱정 마. 아무 행동도 안 할 테니까."
"아, 아무 행동? 당연하지!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여기서 당장 나가."
듣지 못한다는 듯이,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는 신 형민.
나는 신 형민 얼굴 쪽으로 손을 날리려고 하는데........
그 순간, 누군가 우리 방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이 주희가 눈에 들어왔다.
"하하. 미, 미안. 일단 출출하니까 나와서 밥 먹으라고."
"아, 알았어."
나는 이상한 행동을 하다 들킨 사람처럼 볼이 빨개졌다.
이 주희가 나가고,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신 형민을 툭툭 쳤다.
"흠흠. 일단 밥 먹고 다시 얘기해."
나는 그 말과 동시에 방을 나갔다.
그리고 주방으로 들어갔는데........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음식들이 수두룩했다.
언제 이런 걸 다 사온 거지?
신기해하면서 자리에 앉으려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 앞에 끼어들어 웃으면서 얘기했다.
"내 자리는 여기! 하하.
네 자리는 그 앞이야."
씩씩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사람은 이 주희였다.
이 주희의 목소리에 그 자리를 자세히 보는데.......
내가 앉으려던 자리 옆에는 연호가 앉아있었다.
"아, 그렇지."
나는 그 앞자리에 앉아, 어색한 나머지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러다가 엄마가 앞에 밥을 놔주자,
이내 밥만 보고 마구 퍼먹기 시작했다.
"누가 보면 돼지 키우는 줄 알겠다."
한심하다는 듯이 얘기하는 신 형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목에 밥이 걸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침을 했다.
미친 듯이 기침을 하자, 앞에서 보고 있던 연호는 안쓰러웠는지,
나에게 자신의 물 잔을 건넨다.
나는 연호가 건넨 물 잔을 받아 그대로 꿀꺽꿀꺽 삼켰는데........
그 순간, 옆에 앉은 신 형민의 얼굴이 보였다.
신 형민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듯이
태연하게 반찬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었다.
나는 신 형민의 숟가락, 젓가락 행진이 끝날 때까지,
눈에 힘을 주면서 신 형민을 째려봤다.
그렇게 식사가 다 끝이 나고,
먹은 그릇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이 주희가 갑자기 엄마 옆으로 다가가는 모습이 보였다.
"제가 할게요. 앉아계세요."
다정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이 주희의 모습에
엄마는 처음에는 괜찮다며 웃으면서 얘기했지만,
결국 나중에는 이 주희에게 고무손 장갑을 건네주고
주방을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이 주희의 목소리에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그릇들 좀 갖다 줄래?"
이 주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겁지겁 빈 그릇들을 쌓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주희가 있는 쪽으로 갖다 주려고 할 때,
갑자기 손이 미끄러워지는 느낌이 들더니,
그릇들이 손 아래로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와장창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져버린 그릇들.
"괘, 괜찮아?"
이 주희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나는 깨진 그릇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을 때,
이 주희 또한 내 옆으로 다가와 깨진 그릇들을
주우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 때,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리더니
연호의 얼굴이 보였다.
"깨지는 소리가 들리던데......."
그 말과 동시에 아래쪽을 내려다보는 연호.
연호는 깨진 그릇들을 보더니 이내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내 손을 잡는다.
"됐어. 내가 할 테니까."
연호의 행동에 나는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이 주희가 연호 옆으로 다가오더니, 나에게 얘기한다.
"놀랐을 텐데 앉아있어. 나랑 연호랑 같이 처리하면 되니까."
"으, 응."
왠지 모를 감정에 나는 이 주희와 연호가
치우고 있는 모습을 몇 초간 멍하니 바라봤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다른 쪽으로 걸어가려고 할 때,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엄마는 내 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눈빛이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나 또한 엄마를 뚫어지게 보면서 다가가서 얘기하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려버린다.
나는 그 사건 이후로 방안에 들어가서
몇 시간 동안 나오지 않았다.
엄마나 새 아빠가 나오라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 말 없이 자는 척을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 얼굴을 밖으로 내밀었다.
하지만 다들 어딜 간 건지, 집안이 조용했다.
이상한 마음에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밖으로 나갔을 때,
엄마와 새 아빠가 밖에서 고기를 굽고 있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연호도 보였다.
하지만 신 형민과 이 주희는 어디를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갔을 때,
화장실 쪽에서 신 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필 화장실이라 그대로 문을 열고 들어가기도 뭐해서
조심스럽게 걸어가,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그 순간, 들려오는 신 형민의 말에
나는 두드리려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주희, 그렇게 생각하는 네가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뭐?"
이 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손을 조용히 내려놓고
화장실 문 앞으로 다가가, 귀를 가져다댔다.
"아리, 연호. 지금 가족관계야.
둘이 좋아하고 있다는 게 말이나 돼?
.......너 안 본 사이에 쓸데없는 생각 많이 키웠다?"
그 말과 동시에 누군가 화장실에서 나오려는 듯
문고리를 잡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가 여기 있다는 걸 혹시라도 들킬까 봐,
재빠르게 내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도 마지막 말이
귀에 거슬렸던 나머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면서 몸을 뒤척거리고 있는데........
신 형민이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밖으로 나갔나?
나는 슬쩍 방문을 열어 보려는 순간,
앞이 가로막힌 듯 캄캄했다.
앞에 누군가 있다고 조금은 눈치 챈 나는
조심스럽게 위를 올려다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역시나.
신 형민의 얼굴이 보였다.
"방금 화장실 앞에 있었던 거 너지?"
완전히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신 형민.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기 위해
침을 꿀꺽 삼키면서 얘기했다.
"아니!
나 아까부터 여기서 계속 자고 있었는데.
방금 막 나가려고 하던 참이야. 하하."
"그래?"
의심은 하고 있지만, 정확한 증거가 없어서 그런지
끝까지 끈질기게 물어보지 않는 신 형민.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방금 전에
내가 했던 말대로 신 형민 앞에서 나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문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 순간, 밖에서 들어온 연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신 형민이 화장실 안에서 이 주희에게
했던 얘기 때문인지 어색해서 눈을 다른 곳으로 피했는데.......
연호는 다른 뜻으로 생각했는지, 우리 둘을 번갈아보고 있었다.
나는 결국 묘하고도 무거운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 때, 내가 나가고 몇 초 지나지 않아서 내 뒤를 따라온 연호.
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하하."
나는 신 형민이 이 주희에게 했던 말이 자꾸만 거슬려서
일부러 연호와의 거리를 넓혀가려고 했다.
그 순간, 내 손을 꽉 잡더니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다.
한동안 멍한 상태로 가만히 있던 나는 어떤 이의 발소리에
고개를 살짝 들어 앞을 봤다.
그와 동시에 엄마의 얼굴이 보였다.
#.082
나는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말도 제대로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온 걸 아는지 모르는지 연호는
나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더니,
내 양쪽 팔을 잡은 채로 얘기한다.
"저번에 내가 화났던 건,
네가 신 형민이 옆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숨겼기 때문이었어.
그리고 지금 신 형민이랑 잘 되는 걸 보면서.......
어차피 우리 둘은 발전하지 못하는 사이니까,
그냥 둘이 사귀는 거 잘 되도록 지켜보려고 했어."
"......."
"그래서 일부러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려고 노력도 해봤어.
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이 주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나는 연호의 말에 잠시 동안 넋을 놓은 상태로
연호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때, 우리 쪽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점점 가까이 들려오는 발소리에
정신을 차려 앞을 봤다.
엄마는 어느 새 내 코앞까지 도달해있었다.
"어, 엄마."
나는 말을 더듬으면서 얘기했다.
내 말에 연호 또한 그때서야 눈치 챘는지,
등을 돌려 뒤쪽을 본다.
"서, 설마, 설마 했는데........
너, 너희 둘이........"
엄마는 우리 둘을 번갈아보면서 얘기했다.
그러더니 분을 못 참겠는지, 주먹을 불끈 쥔다.
나는 엄마가 손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을 보자,
침을 꼴깍 삼킨 채로 눈을 꼭 감았다.
그런데 몇 초가 지나도 내 얼굴 쪽에서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슬며시 눈을 떠 앞을 봤는데.......
엄마는 등을 돌린 상태로 서있었다.
".......일단 들어 와."
무거운 엄마의 말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엄마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우리 둘을 보지도 않은 채,
숙소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다른 사람의 손이 내 손을 잡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놀란 눈으로 손이 있는 아래쪽을 내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연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엄마에게 들키고도
내 손을 잡은 채로, 숙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자, 잠깐!
안 그래도 지금 심란해 죽겠는데,
이러고 들어가면 좋아도 하겠다!"
"어차피 알아버렸잖아.
난 너처럼 답답하게 사는 거 싫어하는 성격이야."
나는 이미 다 포기했다는 듯이 얘기하는 연호의 말에,
이를 악 물면서 연호의 발을 세게 밟았다.
그러자 아픈 듯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다리를 잡고 콩콩 뛰는 연호.
나는 연호가 발 아픈 것에 신경이 곤두서서 내 손을 놨을 때,
재빠르게 숙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숙소 쪽으로 향하려 할 때,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리더니
숙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숙소 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아무도 나오지 않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어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내 방으로 들어가려고 문을 열었을 때,
신 형민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고
그 방 한 가운데에 엄마가 떡하니 앉아있었다.
나는 엄마가 예상치 못한 곳에 앉아있자
화들짝 놀란 나머지, 온몸으로 놀랐다는 걸 표현하기라도 하듯,
눈을 크게 뜨고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파르르 떨리는 입술로 얘기했다.
"어, 엄마. 어, 언제 들어와 있었어?
시, 신 형민은 또, 또 어디 갔고?"
"일단 여기 와서 앉아."
놀란 나와는 반대로 엄마는 침착했다.
나는 엄마의 침착한 행동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엄마가 가리키는 쪽으로 빠르게 걸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나는 그대로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엄마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마치 큰 죄를 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
엄마는 몇 분간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고개만 푹 숙인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일단 아빠한테는 얘기하지 않을 테니까,
네가 먼저 연호와의 관계, 끊으려고 노력해."
엄마의 무거운 입술이 떨어지고 나온 첫 얘기였다.
나는 엄마의 입에서 나올 말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전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했는데......."
나는 엄마의 말에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지만,
이를 악 문 채로 울음을 억지로 삼키려고 노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의 말은 당연했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왔다.
나는 몇 십 분 간 엄마와의 긴 대화를 마치고,
엄마가 나가자마자 이불을 뒤집어쓰고 펑펑 울었다.
휴지로 콧물을 풀어가며 눈물도 닦아내고 있을 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인 채로 가만히 있었다.
"숨 막히게 왜 이불을
그렇게 뒤집어쓰고 있어?"
신 형민의 목소리였다.
신 형민은 아무 상황도 모르고 있었기에,
내가 울고 있는 것도 몰랐는지 내가
얼굴까지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을 확 걷어버린다.
나는 놀라서 얼굴을 가린 채로 벌떡 일어났다.
"네가 상관할 일 아니잖아!.......그리고 넌 아래서 자!"
"뭐? 너 감기 걸렸냐? 목소리가 특이해졌네?"
"나 원래이랬어!"
나는 혹시라도 신 형민이 내 옆으로 기어 올라와
내 상태를 보기라도 할까 봐,
다른 베개 하나를 맨 바닥으로 던졌다.
그리고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아래 쪽에 있는 베개에 눕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에 슬쩍 고개를 돌려,
아래쪽을 내려다보는데.......
신 형민은 잠시 동안 나를 보고 있는 듯하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려하자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나는 신 형민의 행동에 잠깐 동안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다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복잡했던 하루가 저물어갔다.
다음 날이 됐을 때,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눈을 비비면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인상을 찌푸리면서 앞을 보는데.......
신 형민은 이미 옷을 다 갈아입고 말끔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지금 떠난대."
"뭐? 이렇게 일찍."
"얼른 일어나서 준비해."
오늘 떠날 거라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어제 일 때문이었을까.
엄마는 이곳을 빨리 떠나길 바라고 있었다.
나는 신 형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면대 앞에 서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얼굴 전체가 퉁퉁 부어서
보기 흉할 정도였다.
나는 내 퉁퉁 부은 얼굴을 보면서
어제의 기억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듯이
세수를 거칠게 하고 있을 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 있어!"
나는 큰 소리로 세수를 하면서 얘기했다.
하지만 내 말은 듣지도 않았는지,
화장실 슬리퍼를 신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 앞에 있는 거울을 봤다.
그와 동시에 내 뒤에 서서 아무렇지 않게
눈을 비비고 있는 이 주희가 눈에 들어왔다.
"빨리 가야 된다고 해서 말이야.
같이 씻자."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하는 이 주희.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주희를 바라봤다.
이 주희는 옆에 꽂혀있는 칫솔을 집어 들더니
이빨 먼저 닦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이 주희를 바라보고만 있다가,
이내 세수를 끝마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은 채
밖으로 나왔다.
그때, 다 준비를 마치고 방에서 나온
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지금 막 일어났는지,
눈을 비비고 나오는 연호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연호와 눈이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렇게 어색한 상태로 빠르게 준비한 뒤,
밖으로 나왔다.
뭐가 그렇게 급한 건지,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게 했다.
나는 여기에 가져온 짐들을 차에 실어놓기 위해
낑낑거리면서 차 앞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내가 안쓰러워보였는지,
내가 들고 있던 짐들을 자신이 들더니
차 쪽으로 가져간다.
"고마......."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 순간, 연호의 뒷모습이 보였다.
나는 연호가 나를 도와주자,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됐다.
그때, 엄마는 보이지 않고,
신 형민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일단 안심이라는 생각에, 얼른 차에 몸을 실었다.
내가 차에 타자마자 줄줄이 짐을 가지고 차에 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내 옆 자리에 앉는 신 형민.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 앉자, 차는 출발했다.
우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내 옆쪽으로 바짝 붙어 내 귓가에 대고 얘기하는 신 형민.
"왜 이렇게 분위기가 무거워?
어제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주위를 둘러보면서 나에게만 속삭이는 신 형민.
나는 신 형민의 말에 조금은 놀랐지만,
이내 아니라고 얘기하면서 눈을 감았다.
나는 눈을 감고 있다가, 슬쩍 연호가 앉은 쪽을 봤다.
연호는 고개를 돌린 채로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연호의 모습을 보고 있다가,
그대로 눈을 감아버렸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을 때, 집 앞에 도착했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짐을 챙겼다.
"나중에 시간 되면 또 놀러 와요."
엄마는 이 주희를 붙잡으면서 얘기했다.
이 주희는 웃으면서 엄마에게 얘기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있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짐을 챙겨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짐을 들고 가려할 때,
내 앞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가는 누군가의 손.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봤다.
연호의 얼굴이 보였다.
동시에 연호의 손이 빠르게 움직여,
짐을 다 들고 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일부러 도와주는 건가?
나는 연호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가,
가벼운 몇 개의 짐들만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 때, 옆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쏘아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따가운 시선에 고개를 돌려 옆을 봤다.
그곳에는 이 주희가 서있었다.
엄마와 대화를 끝마친 이 주희는 가려다 말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으면서 얘기한다.
"어제 정말 즐거웠어.
아참, 그리고 나중에 시간 괜찮으면 따로 시간 내서 한번 보자."
나는 이 주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주희는 그 말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미소를 지으면서,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이 주희의 알 수없는 미소에
한동안 인상을 찌푸린 채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083
하루 종일 방안에만 틀어박혀서
이 주희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러다 하루가 저물었는데.......
다음 날이 되었을 때,
엄마는 일찍 일어나 말없이 아침 밥을 차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식탁에 앉아있었다.
나는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말없이 밥을 먹으려는데,
연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연호가 보이지 않자,
곧바로 일어나서 연호 방이 있는 쪽으로 가려는데.......
뒤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연호 좀 깨우고 와요."
새 아빠를 툭툭 치면서 얘기하는 엄마.
나는 엄마의 행동에 헛기침을 하면서 다시 제자리에 앉았다.
내가 앉자마자 일어나서 연호 방으로 걸어가는 새 아빠.
연호의 방문이 열림과 동시에
연호를 깨우는 새 아빠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호의 반항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내 일어나서 식탁 위에 앉은 연호.
그것도 인상을 찌푸린 채로.
나는 연호가 자리에 앉자마자 엄마가 방금 막 그릇에 담은
따끈따끈한 밥을 주려고 밥그릇에 손을 가져다대려는 순간,
엄마가 먼저 밥그릇에 손을 뻗어,
그 밥그릇을 연호 앞에 놔준다.
나는 엄마의 행동에 아무 말 없이 밥을 먹고 있다가
화장실로 들어가야 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세수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눈을 비빈 채로
서있는 연호의 얼굴이 보였다.
"야, 너 나 들어와 있는 거 안 보여?!"
"뭐 어때. 세수만 할 거 아니야?"
"그, 그렇긴 한데......."
나는 그 말과 동시에 고개를 돌려 물을 틀려고 했다.
그 순간, 또한번 연호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긴장하지 마."
".......뭐?"
"다 티나. 뭐 그렇게 찔리는 행동 했다고."
나는 연호의 말에 말없이 서있었다.
한동안 이빨도 닦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
밖에서 들리는 새 아빠의 말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아리야, 빨리 씻고 나와.
아빠가 차 태워줄 테니까."
나는 그 말에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아서
되도록 빨리 닦고 나온 다음에,
옷도 빨리 갈아입으려고 노력했다.
다행이 새 아빠가 나가기 전에 준비를 끝마쳤고,
나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신발을 신으려고 신발장 앞으로 걸어갔다.
'딩동-'
그 때, 벨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문이 코앞이라 신발을 신다 말고,
인터폰으로 그 사람의 얼굴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문을 열어줬다.
그 순간, 연지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나가려고 했었네? 같이 가자."
".........너는 어떻게 편하게 갈 타이밍만 딱 맞추냐?"
나는 무표정으로 얘기했다.
연지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잠시 후 나와 연호가 차 있는 쪽으로 간 뒤에야 눈치 채는 듯했다.
연지는 뭐가 그렇게 신나는지,
차안으로 들어가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연지 옆에 앉고, 연호는 앞좌석에 새 아빠와 같이 탔다.
연호는 타자마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듯,
새 아빠의 얼굴을 보지 않고 창문 쪽을 바라보면서 기대있었다.
"어? 저기 너희 엄마 나와 계시는데?"
나는 연지의 말에 고개를 돌려 창문 쪽을 봤다.
엄마는 평소와는 다르게 손을 흔들면서 우리를 배웅하고 있었다.
나는 엄마의 이상한 행동에 일단 미소를 지은 뒤,
재빠르게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리 너 왜 그렇게 도도해졌어?"
"몰라."
나는 연지에게 차갑게 얘기한 뒤, 그대로 눈을 감았다.
그렇게 차가 움직이는 느낌이 들고,
몇 분 뒤에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연지는 새 아빠에게 인사를 하고,
나 또한 새 아빠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한 뒤,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가운 이미지로 차에서 내린 연호.
나는 그런 연호를 보고 있다가,
연호에게 손을 흔들면서 연지와 먼저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내 등을 툭툭 치는 누군가.
나는 앞으로 걸어가다 말고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그와 동시에 이 주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어? 주희야!"
나는 조용히 입 다물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연지는 이 주희와 아는 척을 하고 싶었는지,
나보다 먼저 손을 흔들면서 이 주희에게 다가갔다.
나는 이 주희가 어색했던 나머지
말없이 연지를 노려보다가,
이내 이 주희를 보면서 미소 지었다.
그렇게 우리는 복도를 걸어 다니고 있었는데,
어째 학생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향해 있는 듯 보였다.
내 주위에 있는 학생들은 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면서,
자기들끼리 속닥거리고 있었다.
저번에는 친한 척 하더니 이번에는 왜 이러지?
나는 지나가는 학생들의 시선이 이상해서 인상을 찌푸린 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 때, 과감히 지나가면서 나를 노려보는 한 여학생을 잡은 연지.
"왜 그래?"
"뭐, 뭐가 왜 그래?"
막상 한 여학생의 팔을 잡고 물어보자,
제대로 얘기하지 못하는 여학생.
"뭐 때문에 계속 봤던 거야?"
연지의 말에 나 또한 그 여학생 앞으로 다가가서 얘기했다.
그러자 말을 더듬으면서 얘기하는 여학생.
"아, 아니. 저 끝 복도에 이상한 사진이 있어서........"
"이상한 사진?"
'이상한 사진'이라는 말에 나는 잠시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옆에서 연지는 끝까지 그 학생을 몰아붙이면서 얘기했다.
나는 연지가 하는 행동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학생이 가리키는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그 때, 내 뒤를 졸졸 따라오는 이 주희.
이 주희 또한 내가 걱정이 된 건지,
내 앞으로 먼저 걸어가더니 복도 끝 쪽에 멈춰 선다.
그리고는 복도 끝의 벽 쪽을 보더니 놀란 사람처럼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이내 복도 벽 쪽을 조심스럽게 가리킨다.
나는 이 주희가 손가락으로 복도 벽에 무언가가 있다는 듯이
정확하게 복도 벽을 가리키자,
이상하게 발걸음이 멈춰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하다가,
몇 초가 지난 후에야 심호흡을 하면서 발걸음을 떼려고 했다.
그 때, 연지가 먼저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이 주희는 벽 쪽에 붙어있는 널찍한 종이 같은 것을 뜯어낸다.
널찍한 종이에는 사진도 붙어있는 듯했다.
나는 사진이 보이자마자 재빠르게 이 주희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서,
이 주희가 들고 있는 널찍한 종이를 빼앗아서 펼쳐봤다.
그러자 여러 사진들이 붙어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붙어있는 사진들은,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갔을 때
연호와 내가 껴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이게 뭐야.......누구야!"
나는 고개를 돌려 주위에 있는 학생들을 보면서 얘기했다.
그리고 내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꾸겼다.
"누가 이런 짓 한 거야!
누군지 밝혀지면 가만 안 둘 테니까 각오해 둬."
갑자기 내 앞을 가로막으면서 얘기하는 이 주희.
그러더니 내 손을 잡고 애들의 시선이 없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다.
사실 이 일에 대해 제일 당황해야 할 사람은
이 주희였을 것이다.
이 주희는 현재 연호와 사귀는 사이인데,
이런 사진이 붙어있으니.......
하지만 현재 제일 민감해야 할 이 주희가
나에게 보이는 행동에 대해서 이상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할 따름이었다.
나는 이 주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입을 벙긋거렸다.
"고마......."
그 때, 빠르게 지나가는 이 주희의 손이 보였다.
그와 동시에 내 손에서 무언가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손 쪽을 봤는데,
내가 꾸겨서 들고 있던 종이가 없어졌다.
나는 종이가 없어지자 고개를 들어 앞을 보는데.......
그 종이는 이미 이 주희가 들고 있었다.
이 주희는 이 사실에 대해 화가 나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그 종이를 찢어버렸다.
그리고는 찢겨진 종이들을 자신의 손에 꽉 쥔 채로
나에게 얘기했다.
"허위사실인데 분명 너도 그렇고
연호도 기분 나쁠 거 아니야."
나는 혼자만 남겨진 것 같은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일인 것처럼, 먼저 나서서 해결해주려 하는
이 주희의 행동에 조금은 감동을 받은 건지,
코끝이 찡해왔다.
그렇게 이 주희와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옆쪽에서 나에게 달려오는 연지가 보였다.
"헉헉. 이, 이 사진 도대체 뭐야?
어디서 찍힌 거야?"
연지의 말에 나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끼리 놀러간 여행이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행하지 않았으면 따라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처음 출발했을 때도 낯선 사람이 쫓아온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진을 찍은 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눈치 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나는 한숨을 쉰 채 고개를 푹 숙였는데,
그 순간 그 당시에 낯선 이의 발소리가 들렸었던 게 떠올랐다.
"그때.......다시 숙소 안으로 들어가려고 할 때,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발소리?"
"그, 근데 어쩌다 이렇게 벌어지게 된 거야?"
나는 그때 당시의 상황들을 다시 생각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듯이 얘기했다.
그런데 아직 이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하는 연지는
나에게 궁금한 듯이 물어봤다.
하지만 나는 머리가 복잡해서 연지의 물음에도
아무 대꾸 없이 있었다.
그때, 갑자기 이 주희가 내 등을 토닥거리면서 얘기했다.
"일단은 집에 가서 쉬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는 이 주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면서
조심스럽게 학교를 빠져나가려는데........
뒤에서 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맞아, 연호는 이 사실 알고 있어?"
'연호'라는 말에 나는 잠시 동안 멈칫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해보려고 하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런 사소한 행동들이
맘처럼 쉽게 되질 않았다.
결국 한숨과 함께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 때, 이 주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 가족여행 갔을 때, 신 형민도 같이 갔었잖아.
신 형민 얼굴은 거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혹시.......
신 형민이 저 사진 찍은 게 아닐까?"
#.084
"신 형민?"
"에, 에이 설마........"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이 주희가 이어서 얘기한다.
"거기 가서 신 형민 얼굴
제대로 못 본 것 같았는데."
이 주희의 말에 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있었다.
그 때, 이 주희와 연지는 인상을 찌푸린 상태로
신 형민에 대한 심각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학교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 아직 학교 안 끝났어!"
뒤에서 이 주희의 목소리와 함께 연지의 목소리도 들려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우리 옆집인
신 형민 집까지 달려갔다.
신 형민이 까칠한 면도 있었지만,
따뜻한 모습도 보여줘서
조금은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었는데........
나는 뛰어가는 내내 지금까지 있던
신 형민과의 사건들을 떠올렸다.
어느 새 내 내 눈가에는 눈물방울이 맺혀있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닦지도 않고,
신 형민 집 앞에 도착해서는
무작정 신 형민의 집 벨을 눌렀다.
'딩동-딩동-'
"........"
신 형민은 없는 건지,
아무 대답도 없었다.
혹시 사태가 이렇게 되니까,
내빼려는 건가?
"야! 문 열어!"
나는 격하게 소리치면서
신 형민의 집 문을 몇 번이고 발로 뻥 찼다.
"무슨 일인데,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서는 날 찾아?"
신 형민의 목소리가 바로 내 옆에서 들려왔다.
나는 신 형민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오자,
무섭게 옆을 노려봤다.
그와 동시에 신 형민이 보였다.
신 형민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미소 지으면서
내 앞으로 다가온다.
나 또한 신 형민 앞으로 다가가서, 신 형민 앞에 섰다.
그리고 손에 한껏 힘을 실어서 신 형민의 뺨을 세게 때렸다.
그 순간, 잠시 동안의 정적이 흘렀다.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놀랐는지,
잠시 동안 빨개진 뺨을 자신의 손으로 만지작거리던
신 형민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뭐, 뭐야. 갑자기 아무 이유도 없어 찾아와서........"
"아무 이유도 없이?!"
나는 흥분한 나머지, 까치발을 들어
신 형민의 멱살을 잡은 채로 얘기했다.
그러자 신 형민은 볼에 사탕을 문 것처럼,
한 쪽 볼을 불쑥 튀어나오게 했다.
"참, 살다살다 이렇게
황당한 경우는 처음이네."
신 형민의 말에 나는
신 형민의 멱살을 잡은 손에
더더욱 힘을 주면서 얘기했다.
"네가 얘기했잖아!
.......네, 네가 가족끼리 간 여행에서........"
나는 그 사실을 내 입으로 말하기가 껄끄러웠던 나머지,
그대로 말을 끊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네가? 네가 뭐?"
그러자 신 형민은 궁금했는지,
멱살을 잡힌 상태에서도 고개를 숙여
나와 눈높이를 맞추며 얘기했다.
"네가......."
나는 얘기를 하려다 말고
그대로 신 형민의 멱살을 잡은 손을 놨다.
그리고는 등을 돌려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집이 안식처가 되지는 못할 것 같았다.
나는 그대로 방향을 틀어 바깥쪽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거리를 걷다가,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공터에 앉았다.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앉아 있다가,
하늘이 어둑해지자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했다.
나는 집에 들어가기 전에 창문으로 안의 상태를 살폈다.
집안은 아무도 없는지, 캄캄했다.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쉬고,
그대로 열쇠로 문을 열어 집안으로 들어갔다.
집으로 들어가서 내 방으로 바로 들어가려고 할 때,
연호의 방이 눈에 들어왔다.
혹시 연호는 집에 들어왔나?
나는 조용히 연호 방 앞으로 걸어가,
방문을 열어봤다.
하지만 연호는 없었다.
연호와 새 아빠 차를 타고 학교에 간 이후로
얼굴을 도통 못 봤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내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캄캄한 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잠에 푹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내 앞으로 위협적이게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더러워. 어떻게 남자가 없어서........"
"네가 연호를 이렇게 만들었어, 이제 어떡할 거야!"
여기저기에서 불결한 소리를 하면서 내 앞으로 다가온다.
나는 다가오는 여러 명의 학생들을 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오, 오지 마........"
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계속해서 뒷걸음질 쳤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낭떠러지였기 때문이다.
나는 뒤를 보면서 조금씩 뒤로 걸어가다가
낭떠러지 앞에 멈춰 섰다.
하지만 학생들은 멈추지 않고 내 앞으로 계속 다가오기만 했다.
나는 내 앞으로 무섭게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다가,
반대로 시선을 돌려 낭떠러지 아래를 내려봤다.
그 순간, 누군가가 나를 밀치는 느낌이 들더니,
몸이 아래로 쏠렸다.
나는 눈을 꼭 감은 채로,
소리를 크게 질렀다.
"아악!"
나는 이상한 상황에 땀을 흘리면서 소리쳤다.
그런데 현재 내가 있는 곳은 집이고,
내가 일어나 앉아있는 곳은 침대였다.
꿈이었구나.
나는 옆으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닦아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왜 그런 꿈을 꿨지.
나는 꿈 내용 때문에 불안해서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다가 결국 벌떡 일어 나, 방문을 열었다.
다행이 이른 아침이라 아직 엄마는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보였다.
나는 이왕 이렇게 일찍 일어난 거,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때에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
빠르게 움직였다.
그렇게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학교로 향했을 때,
다행이 학교 앞에는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없었다.
나는 그래도 불안한 나머지,
죄를 지은 사람마냥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현관문이 닫혀있었다.
나는 처음에 문을 두드릴까 생각도 해봤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그대로 현관문 앞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달칵'
눈을 감은 상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쪼그려 앉아있을 때,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벌떡 일어나
웃으면서 뒤를 돌아봤다.
"학생,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아, 얼마 안 됐어요. 들어가도 되죠? 하하."
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안으로 들어가,
곧장 반 열쇠를 숨겨놓은 장소로 가서
반 열쇠를 가져왔다.
그런 다음 반 앞으로 걸어가,
열쇠로 자물쇠를 열었다.
나는 자물쇠를 뺀 다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학교에 일찍 온 적이 드물어서
느낌이 이상하기도 하고,
할 일도 마땅히 없었다.
나는 내 자리로 걸어가서 시간을 확인한 다음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야!"
몇 시간이 지났을까.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나를 툭툭 건드리는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들었다.
그때, 누군가 내 머리를
손으로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소리치면서 옆을 째려봤다.
"누구야!"
"누구? 뻔뻔하게 학교에 나왔네?
중간에 도망쳐서 오늘은 안 나타날 줄 알았더니?"
여러 명의 학생들이 내 주위에 몰려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얘기했다.
"일단 머리 놓고 얘기해!"
"싫다면?"
그때, 옆에 있던 또 다른 학생이
팔짱을 낀 채로 얘기했다.
"처음부터 연호가 가족이라는 사실,
숨긴 이유가 있었네."
"그러게. 처음에 전학 오고 난 뒤로,
연호랑 가까이 있는 장면들 주위에서 많이 봤다고 했었는데도
오랫동안 가족인 거 숨겼잖아."
"다 이유가 있었네.
왜, 가족인 거 들통 나면 관계가 더
발전될 수 없을 것 같았어?"
처음에 가족인 거 밝히면
절대 안 된다고 제의한 게 연호였는데.
그런 연호는 보이지도 않고.
나는 그 사실이 짜증나기만 해서,
애들의 말에 한 마디 대꾸도 안 하고,
눈에 힘을 주면서 속으로 연호만 원망했다.
그런데 노려보듯이 자신들을 보는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학생 중 한 명은 내 쪽으로 손을 치켜든다.
나는 금방이라도 내 얼굴로 그 학생의 손이
날아올 것만 같은 생각에 눈을 꼭 감았다.
그런데 몇 초가 지나도 아프거나,
볼이 뜨거운 느낌은 없었다.
이상한 나머지, 조금씩 눈을 떠 고개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신 형민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신 형민은 내 얼굴을 때리려던
학생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대놓고 학생 때리네? 그것도 학교에서."
"뭐?........전학 갔다면서 왜 여기까지 왔어?"
"네가 이 아리가 한 짓을 몰라서 그래!"
어떤 학생은 신 형민이 여기에 있다는 자체가 신기했는지,
신 형민을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물었고,
또 다른 학생은 주먹에 쥐고 있던 꾸깃꾸깃한 사진을 펴서
신 형민 앞에 내밀었다.
신 형민은 잡고 있던 학생의 손을 놓고,
그 사진을 뚫어지게 보더니
태연하게 얘기한다.
"이게 뭐 어때서?
가족끼리 껴안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그걸 보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너희들이
더 이상한 거 아니야?
.......그리고 이 자리에서 나도 보고 있었어.
근데 옆에서 보고 있는 나도 전혀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이상해보이지 않았는데,
네들이 뭐라고 이렇게 단체로 나서서 소란이야?"
나는 신 형민의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신 형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나를 위해서 해주는 거짓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신 형민을 보고 있었는데.......
어제 내가 뺨을 때리고 그대로 가버렸던 일이 떠올랐다.
나는 그때 일이 떠오르자, 신 형민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어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그런데 얘기하고 있던 신 형민은
학생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와 눈높이를 맞춰 얘기했다.
"어제 제대로 말도 못하고 그냥 가버리더니.......
이상하다 싶어서 너희 학교에 와봤어.
근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네."
그 말과 동시에 한숨을 쉬는 신 형민.
나는 고개를 숙인 상태 그대로 계속 멈춰 있었다.
그때, 점점씩 내 쪽으로 걸어오는
묵직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들리고 몇 초 지나지 않아,
내 몸을 꽉 안는 누군가의 팔 힘이 느껴졌다.
나는 그 느낌에 불안 반, 기대 반으로 위를 올려봤다.
그와 동시에 연호의 얼굴이 보였다.
#.085
"여, 연호야."
나는 지금 내 앞에 연호가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놀라웠던 나머지,
말을 더듬으면서 얘기했다.
그 순간, 싸해진 주위 분위기.
나는 연호를 보고 있다가 시선을 돌려 주위를 둘러봤다.
주위에 있던 학생들은 우리가 껴안고 있는 모습에
놀란 건지 온몸이 얼어붙은 듯 보였고,
그리고 내 옆에서 얘기하던 신 형민마저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우리 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이대로 있다가는 더 큰 소문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연호를 밀쳐내고 학생들이 없는 반대편 쪽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고개를 딱 돌리려는 순간, 이 주희가 눈에 들어왔다.
이 주희는 우리 둘을 차가우면서도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이 주희의 얼굴이 보이자, 놀란 나머지 허겁지겁 도망치려고 했다.
그 순간, 발이 장애물에 걸리는 느낌이 들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잠시 후, 내가 아래로 떨어져
무언가에 닿은 느낌은 들었는데,
전혀 아픈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는 이상한 마음에 눈을 살짝 떠, 앞을 봤다.
그 순간, 바로 앞에 연호가 보였다.
"어, 어떻게 저런 행동까지........"
"이제 대놓고 광고하려는 건가?"
주위에서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내 입술이 촉촉해지는 느낌도 들었다.
나는 주위 학생들의 반응과 입술의 느낌에
그제 서야 내가 큰일을 저질렀다는 걸 파악하고
벌떡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 순간, 뒤에서 내 팔을 잡으면서 얼른 일으키려는 누군가.
나는 누군가의 손길에 뒤를 돌아봤다.
신 형민이 보였다.
"일단 소란스러우니까, 다른 곳에 피해있어."
신 형민의 말에 나는 얼굴을 가린 채,
앞만 보면서 마구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뒤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수많은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일단 주위를 둘러보며 숨을 곳을 찾는데, 음악실이 보였다.
나는 일단 급한 대로 음악실에 숨어야겠다는 생각에
음악실만 보면서 달려갔다.
그렇게 음악실에 도착해 문을 닫으려고 할 때,
문 사이로 누군가의 손이 보였다.
"뭐, 뭐야!"
나는 놀란 나머지 문을 채 닫지도 못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뭘 그렇게 놀라."
신 형민의 얼굴이었다.
신 형민은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다시 다른 학생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문을 잠가버렸다.
나는 신 형민이란 사실에 안심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밖에서는 문을 뚫고라도 들어올 기세로
학생들이 문 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나는 혹시라도 문이 떨어져나가,
밖에서 문을 뚫고 들어온 학생들에게 전부 깔리면 어떡하나,
라는 생각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어, 어떻게 빠져나가지?"
"빠져나가? 빠져나가는 문은 지금 애들이 막고 있는 이 문이랑......."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있는 쪽 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이내 내 뒤에 있는 쪽을 자신의 얼굴로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신 형민이 가리키는 쪽을 봤다.
그곳은 창문이었다.
나는 창문을 보자마자,
그렇게 높은 층은 아니었지만
부상정도는 당할 것 같은 생각에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면서
신 형민에게 얘기했다.
"서, 설마 뛰어내리라고? 하하."
"아니.
근데 출구는 쟤들이 막고 있는 문이랑, 이 창문 밖에는 없어."
'그게 그 말 아닌가.'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신 형민을 째려봤다.
그러다가 난감한 표정으로 학생들이 모여 있는 쪽 문과,
창문을 번갈아가면서 봤다.
그때 창문이 '끼익-'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창문 쪽을 바라봤다.
신 형민은 마치 아래로 뛰어내릴 것 같은 포즈로
창문 앞에 서있었다.
"너, 너 설마.......
지금 자살하려는 거야?"
내가 신 형민에게 말을 더듬으며 얘기하자,
신 형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얘기한다.
"장난칠 때야,
지금이?"
나는 신 형민의 말에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그 순간, 아래로 뛰어내리는 신 형민.
"아악~!"
나는 신 형민이 아래로 뛰어내리자,
눈을 꼭 감은 채로 소리를 크게 질렀다.
얼마 안 있어 나는 감았던 눈을 조금씩 떠,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아래서 신 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얼른 뛰어내려."
나는 음악실이 아무리 높은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뛰어내린다는 자체가 무서웠던 나머지,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면서 내 의사표시를 했다.
그때, 벌컥거리면서 문이 열리려고 했다.
나는 놀란 나머지 두 눈을 크게 뜨고 문 쪽을 바라봤다.
그 순간, 어떻게 열었는지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밖에 있던 학생들이 음악실로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학생들이 있는 쪽과
창문 밖의 신 형민이 있는 쪽을 번갈아봤다.
그러다가 학생들이 점점 나에게로 좁혀오자,
뛰어내려 상처가 나는 것보다 점점 나에게로
다가오는 학생들이 더 무서웠던 나머지,
두 눈 딱 감고 창문 아래로 뛰어내렸다.
"아아."
그때, 신 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신 형민의 목소리에 눈을 살짝 떠, 앞을 봤다.
신 형민이 나를 받쳐주고 있었다.
무게도 가볍지 않은 나였기에,
많은 부상을 당했을지 모르는 신 형민이 안타까웠다.
"하하, 괜찮아?"
"지금 그런 안부 묻고 있을 때야? 얼른 학교 빠져나가자."
신 형민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위쪽에 있는 음악실 창문을 바라봤다.
창문 앞에는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마치 아래로 뛰어내릴 기세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도를 넘어선 학생들의 관심에 부담을 느껴,
얼른 학교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렇게 밖으로 뛰쳐나가 신 형민이 안내하는 쪽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었다.
신 형민은 나에게 헬멧을 건네더니 타라는 듯이
오토바이 쪽을 가리켰다.
나는 신 형민이 건넨 헬멧을 보고 있다가,
이내 머리에 끼워 넣으려고 했다.
그 순간, 주머니 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나는 헬멧을 쓰려다 말고,
주머니 속에 손을 넣어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휴대폰 액정을 보는데,
'연호'라는 두 글자가 액정화면에 띄어져 있었다.
나는 받을까 말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때 신 형민이 나와의 거리를 넓혀가더니,
얘기했다.
"얼른 통화해.
안 들을 테니까."
나는 신 형민의 행동에 물끄러미 신 형민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휴대폰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몇 초간 휴대폰의 액정화면을 보면서 망설이던 나는,
이내 폴더를 열어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우렁찬 연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우렁찬 목소리가 귀를 찔러오는 느낌이어서,
휴대폰을 내 귀에서 멀리 떼어냈다.
[어디냐니까!]
휴대폰을 귀에서 멀리 떼어냈는데도
우렁찬 연호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게 들려왔다.
결국 나는 한숨을 쉬면서 얘기했다.
"어디면!
지금 상황이 이런데 네가 어떻게 나한테 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끊어!"
나는 화난 사람처럼 크게 소리치면서
폴더를 닫아버렸다.
지금 이렇게 통화하는 것도 위험한데.
그리고 학생들이 다 보는 앞에서 껴안을 건 뭐람.
나는 그때의 연호가 했던 행동이 다시 떠오르면서,
주위 학생들의 황당한 시선까지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연호의 행동에 머리를 지지고 볶으면서
정신 나간 여자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때 내 앞으로 빠르게 달려와, 내 입을 막는 신 형민.
"지금 아직도 주위에 학생들 있을지 모르는데,
여기서 크게 소리치면 어떡해!"
아, 그랬지.
나는 신 형민의 말에 사태파악을 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다행이 주위에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가만히 서 있을 때,
내 머리에 헬멧을 억지로 끼워 넣는 신 형민.
"지금 여기서 이렇게
여유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 말과 동시에 미소를 지으면서 오토바이에 타는 신 형민.
나는 신 형민이 오토바이에 타자, 고개를 끄덕이면서
나 또한 신 형민의 뒤 자석에 올라탔다.
그렇게 몇 분간 바람을 맞으면서 편히 앉아있던 그때,
앞에서 차가 끼익-하고 멈추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우리 오토바이도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멈춰 섰다.
나는 놀라서 앞을 보려는데,
그 순간 오토바이가 중심을 잃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 후로는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고, 온통 다 까맣게 보였다.
그렇게 몇 시간이 자났을까.
점점씩 주위의 지독한 약냄새가 나를 깨우고 있었다.
"아리야, 정신이 들어?
사고 났다는 연락 받고 얼마나 놀랐는데."
아, 그렇지. 사고........
아, 맞아! 신 형민!
엄마의 말에 나는 일어나자마자 신 형민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엄마에게 물었다.
"어, 엄마. 신 형민은?"
"아, 다른 병실에 누워있어.
엄마, 잠깐 화장실에 갔다 올 테니까, 쉬고 있어."
엄마는 그 말과 동시에 등을 돌려 병실을 나갔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연호가 안 왔네?
연호는 나 입원했다는 소식도 못 들었나?
나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똑똑'
그때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려오자,
연호일 거라는 기대를 조금은 품고, 문 쪽을 바라봤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이 주희였다.
나는 이 주희가 눈에 들어오자,
조금은 실망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이 주희에게 얘기했다.
"주희야,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온 거야?"
"너한테 전화하니까 너희 어머니가 받으셔서.
그래서 아리 바꿔달라고 하니까
사고 나서 병원에 와있다고 해서,
걱정돼서 와봤지. 근데, 몸은 괜찮아?"
나는 이 주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 주희는 신기한 듯 주위를 한참 둘러보더니,
다시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더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이런 거 지금 물어봐도 될지 모르겠는데........
넌 연호 어떻게 생각해?"
그때 문 밖에서 누군가가
내 병실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이 주희의 질문에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086
나는 이 주희의 질문에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어떠한 말이라도 해서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려는 그때,
이 주희와 연호가 같이 있는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그제 서야 인식하고 있지 못했던,
연호와 이 주희가 사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결국 나는 이 주희의 질문에 거짓말로 답변을 하고 말았다.
"나야 당연히 연호 동생으로서 좋아하지
.........근데 그, 그건 왜 물어?"
"요, 요번에 안 좋은 소문도 있고 해서........
내가 괜히 곤란하게 한 것 같네.
미안해."
이 주희는 그 말과 동시에 고개를 숙이면서 나에게 얘기했다.
하지만 나는 아니라면서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었다.
이 주희는 그 얘기를 마치고 얼마 안 있어,
내일 학교에 가봐야 된다면서 병실을 빠져나갔다.
나는 이 주희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한 뒤,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이 주희가 간 뒤 얼마 안 있어,
나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발목을 짚은 상태로 병실을 빠져나왔다.
복도를 지나 화장실 쪽으로 걸어가려는 순간,
이 주희는 출입문 쪽이 아닌 다른 사람의 병실로
급히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예상했던 것과는 반대로 출입문이 아닌 병실로 들어가자,
이상했던 나머지 그 뒤를 조용히 따라갔다.
다행이 들어갈 때 병실 문을 세게 닫지 않은 건지,
병실 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나는 문이 조금 열린 틈 사이로 병실 안을 살짝 들여다봤는데........
이 주희와 함께 얘기하고 있는 남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사람은 신 형민이었다.
왜 이 주희가 신 형민 병실에 들른 거지?
.......생각해 보니 신 형민과 이 주희,
여행 갔을 때도 둘이서만 화장실에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나는 신 형민과 이 주희에게서 나오는 묘한 분위기에
무슨 대화를 하는지 듣고 싶어서,
문 앞으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내가 앞으로 다가가면서 문을 건드린 건지,
'끼익-'하고 문이 조금씩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야!"
신 형민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나는,
발목을 짚은 상태로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
병실로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둘이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던 거지?
들키지만 않았어도.
나는 한숨을 쉬면서,
그 둘이 왜 같이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결국은 잠이 들었다.
"안녕."
"어, 어디 가는 건데!"
나를 버린 채 뒤돌아서 가버리는 연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멀어져가는 연호를 붙잡으려 했지만,
연호는 어둠 속에 나 혼자만 남겨둔 채,
그대로 떠나가 버렸다.
나는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르면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꿈인가?
이곳은 병실 안이었다.
나는 방금 실화 같았던 그 상황이 꿈이라고 생각하니,
안심이 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병원에 온 후로
연호 모습은 도통 볼 수가 없네?
꿈을 꾼 이후로, 오늘 하루 종일 얼굴도 보이지 않은
연호가 밉게만 느껴졌다.
나는 처음에는 휴대폰을 들어 먼저 연락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쉽사리 연호의 번호로 손길이 가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쉰 채 휴대폰을 제자리에 놓고,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방금 전 실화 같던 꿈 내용 때문인지,
무서워서 잠이 오질 않았다.
눈을 떠도 주위가 온통 캄캄한 탓인지
무섭기만 했다.
'저벅저벅-'
그때, 병실 밖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
다른 쪽으로 가려는 발소리 같으면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분명 내 병실 문 쪽을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다.
나는 간호사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병원 주위에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들으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불안에 벌벌 떨고 있던 나는, 이내 일어나서 주위에 보이는
막대기 하나를 손에 들었다.
그런 다음 내 바로 옆에 세워져 있는 발목을 짚고,
문 앞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건지,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그 사람.
나 또한 그 사람이 걸음을 멈추자마자 자연스럽게 침을 꼴깍 삼켰다.
나는 긴장 상태를 유지하면서 몇 초간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막대기를 잡고 있을 때였다.
그 순간, 반대편에서 무거운 손으로
'덜컥-'하고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마구 소리 지르면서 문 앞에 있는 정체 모를 인간의
머리를 향해 막대기를 날렸다.
그와 동시에 상대편 쪽에서는 아무런 비명도 들리지 않고,
조용했다.
처음에는 두려운 나머지 정신없이 때렸지만,
이내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상한 나머지 정신을 차리고 앞을 봤다.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시선을 아래로 내려보니,
신 형민이 大자 형태로 뻗어 있었다.
"하하, 거기 누워서 뭐해?"
나는 당황스러운 나머지, 말을 더듬으면서 얘기했다.
신 형민은 내 말에 어이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얘기했다.
"넌 아직도 힘이 남아도나 보네?"
나는 신 형민의 말에 헛기침을 하면서
민망한 자세로 뻗어있는 신 형민을 일으켰다.
그런 다음, 누가 보기라도 할까
부끄러운 나머지 병실 문을 얼른 닫았다.
"그, 그러게
누가 노크도 없이 들어오래?"
"노크 했으면?
보아하니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들어온다고 예감해서,
더 세게 때렸을 거 아니야?"
"........"
신 형민의 말이 조금은 맞았는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내 신 형민은 병실 안으로 들어오더니,
자신의 침대인 것처럼 내 병실침대에 눕는다.
"네 병실이야?
아주 편안한 자세로 눕네?"
나는 발목을 짚은 상태로
신 형민이 누워있는 병실침대로 걸어갔다.
"너 얼른 안 내려와?
고작 침대에 누우려고 온 거면,
당장 네 병실로 돌아가!"
나는 협박 비슷하게 얘기한 뒤,
신 형민을 끌어내기 위해,
아프다는 사실도 모른 채 신 형민의 목덜미를 잡았다.
그리고는 신 형민의 몸을 들어올리기 위해
손에 더욱 힘을 가하는데........
그 순간,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신 형민 쪽으로 내가 끌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상한 마음에 아래를 보니,
신 형민이 내 목덜미를 잡고 있었다.
신 형민이 내 목덜미를 잡고 있는 걸 보니,
점점 불안해진 나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크게 소리쳤다.
"얼른 이 손 안 놔?!"
내가 소리치는 순간,
신 형민의 얼굴이 내 코앞까지 와 있었다.
나는 그 전의 우렁찬 목소리는 어디 간 건지,
바로 앞에 와 있는 신 형민의 얼굴에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
그저 긴장한 사람처럼 침만 꼴깍 삼킬 뿐이었다.
내 행동에 미소 지으면서 얘기하는 신 형민.
"결국 상황이 역전됐네?"
"너, 너 얼른 이 손 안 놔?!
너 이 병실까지 찾아오고, 더군다나 지금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있고.......
아프다는 거 다 핑계지?
괜히 사고 난 이후에 별로 아프지도 않았는데,
학교 가기 싫어서 핑계되는 거지?!"
"........그러게? 아프지도 않네?
이상하게 그렇게 아프지는 않은 것 같아.
네가 말한 대로 이 병실까지 올 정신이면........
근데 너는?"
"........뭐? 뭐, 뭐가!"
나는 도리어 이해 못할 질문을 던지는 신 형민의 행동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때, 진지하게 나를 바라보며 얘기하는 신 형민.
"병실 그렇게 멀지도 않은 것 같은데,
계속 문 두드리는 소리가 없어서."
나는 신 형민의 말에 한동안 입을 열 수 없었다.
내 행동에 이내 내 목덜미를 잡은 손에 힘을 서서히 푸는 신 형민.
나는 내 목덜미를 잡은 신 형민의 손힘이 서서히 풀려가자,
기울어져 있던 몸을 다시 일으켰다.
그런 다음, 나는 사고가 있기 바로 직전의 일들을 떠올려봤다.
그러자 신 형민에게 조금씩 미안해지기 시작했다.
사고는 나만 났던 게 아니라,
우리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난 거였는데.
더군다나 나를 학교에서 빠져나가게 해주려고,
신 형민이 일부러 오토바이에 나를 태워줬던 거였는데.
나는 그전 일을 떠올리니
신 형민에게 미안하기만 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풀썩-'
그때, 병실침대 쪽에서 힘없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신 형민이 있는 병실침대 쪽을 봤다.
신 형민은 힘없이 침대에 쓰러져있었다.
나는 신 형민이 맥없이 쓰러지자 놀란 나머지,
밖으로 달려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코 고는 소리가 조금은 약했지만,
나는 신 형민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를 악 물면서, 인상을 찌푸린 채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신 형민에게 다가가,
신 형민을 깨우려고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신 형민은 잠에서 깨어날 줄 몰랐고,
나는 결국 꺠우다 지쳐 보호자가 앉는 석으로 가서
잠들 수밖에 없었다.
"아리야! 아리야! 왜 여기서 잠들었어!"
나는 귀를 찔러오는 목소리에, 눈을 살며시 떴다.
엄마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옆에는 새 아빠가 서있었다.
나는 엄마와 새 아빠의 모습에
머리를 긁적이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휑한 병실침대만 보일 뿐,
어제까지만 해도 자고 있던 신 형민은 보이지 않았다.
병실로 돌아갔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면서 휑한 병실침대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내 몸 주위에서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고개를 옆으로 돌려보니,
병실이불이 내 몸 위에 덮어져 있었다.
나는 멍하니 내 몸 위에 덮어져 있던
이불만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렇게 병원에서 입원한지 며칠이 지나고,
나는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어서 일찍 퇴원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퇴원수속을 밟은 후에 나는 집으로 갈 준비를 마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에서 나온 나는, 병원 앞에 세워져 있는
새 아빠의 차로 다가가, 차에 몸을 실었다.
차안에는 나를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새 아빠밖에 보이지 않았다.
연호는 오늘이 퇴원 날짜인 것도 모르고 있나?
내가 입원해 있을 때도, 한번 얼굴을 보이지 않더니.
나는 그 생각에 잠깐은 연호에게 서운한 감정도 들었지만,
오랜만에 보는 연호의 얼굴이었기에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왔다.
'끼익-'
연호에 대한 생각들을 하며 긴장상태로 있을 때,
집에 도착했는지 새 아빠가 차를 멈춰 섰다.
나는 새 아빠가 차를 세우자마자
차창 유리를 통해 바깥을 내다봤다.
바로 앞에는 우리 집이 보였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차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연호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연호의 방에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음악소리를 따라 연호 방으로 다가가,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왔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나는 연호를 향해 우렁차게 소리쳤다.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등을 돌리고 앉아있던 연호는,
잠시 후 내 목소리를 듣고는 자신이 듣고 있던 노래를 꺼버린다.
그러더니 연호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고는,
미소 지으면서 얘기했다.
"다친 데는 괜찮아?
........누나."
#.087
"누, 누나?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호칭 사용하고........
어색하게 왜 그래?"
닭살이 돋을 정도의 어색한 호칭에
연호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그러자 벌떡 일어나더니 아무 말도 안 해줄 것처럼,
나가라는 듯이 손만 휘휘 젖는 연호.
나는 연호의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연호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무슨 말인지 얘기해줘야......."
말을 이어나가려는 순간,
내 입에 답답한 것이 걸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말을 하던 도중 답답한 느낌이 들어, 아래를 내려 봤다.
그와 동시에 하얀 마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묻지 말고 그냥 나가라고."
이번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얘기했다.
그러더니 나를 직접 밖으로 내쫓는 연호.
연호 방에서 나오게 된 나는 할 수 없이
내 방으로 돌아갔는데........
휴대폰이 끊임없이 요동을 치며,
전화 왔다는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얼른 휴대폰이 놓여져 있는 책상으로 달려가,
입을 막고 있던 마스크를 떼고,
휴대폰 액정을 확인도 안 한 채,
폴더를 열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리야, 지금 집이야?]
연지 목소리였다.
"응, 왜?"
[지금 나올 수 있어?]
"........너는 다짜고짜 전화해서 안부도 안 물어보고,
놀자는 소리부터 하냐?"
[아, 안부? 왜? 무슨 일 있었어?
........나도 며칠 동안 학교를 안 나가서.......]
연지의 말에 나는 헛기침을 하면서 알았다는 듯이 얘기했다.
그러자 뒤이어서 연지는,
내가 아직 나오겠다고 대답도 안 했는데,
자신이 있는 장소를 알려준 뒤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멍하니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때 밖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문소리에 살짝 방문을 열어,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밖으로 나가는 연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딜 나가는 거지?
나는 멍하니 연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생각해 보니 연지가 무작정 나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연지를 원망하면서도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충 준비를 끝마친 나는,
오랜만에 뾰쪽한 구두를 신고 연지가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걸어갔다.
다행이 집에서 몇 분 거리밖에 되지 않아,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연지는 카페 안에 앉아있었는데,
그곳은 한 커플씩 각자 앉아있을 수 있게,
한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쳐져 있었다.
나는 신기한 표정으로 이리저리 둘러보면서
연지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소리치려고 했다.
그때, 도착한 나를 발견한 연지는,
고개를 숙인 채 조용하게 손만 흔들어서,
이쪽으로 오라는 표시를 했다.
나는 연지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연지가 시키는 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연지 앞으로 걸어갔다.
"왜, 무슨 일인데?"
연지 앞으로 다가간 나는 조용하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얘기했다.
그러다가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몰랐지만,
연지의 행동에 따라서 동시에 나까지 머리를 숙이게 됐다.
연지는 내 질문에 자신의 앞 테이블을 가리켰다.
"앞? 왜?"
나는 아무렇지 않게 뒤를 돌아 연지가 가리킨 방향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칸막이가 쳐 있어,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들어 자세히 보려는 순간,
연지가 또 내 머리를 숙이라는 듯이 얘기했다.
나는 연지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아래로 숙이려고 했는데........
그때, 이 주희가 누군가와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이 주희의 얼굴이 보이자,
잠시 동안 눈동자를 멈췄다가,
다시 이 주희 앞쪽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를 확인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순간, 뒤에서 들리는 연지의 목소리.
"뭐해, 그러다 다 들키겠다.
그 앞에 있는 사람, 네 동생이잖아."
나는 연지의 말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
조용히 연지 쪽을 바라봤다.
연지는 언제 그렇게 호기심이 많았는지,
이 주희와 연호의 대화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뭐야,
이거 염탐하려고 나 부른 거였어?"
"아니, 너랑 전화통화 마친 다음에 카페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이 주희가 나타나더니 좀 있다가는 연호가 보이잖아.
그래서 무슨 얘기하는지 궁금해서......."
연지가 끝말을 하려할 때, 갑자기 빠른 속도로 얘기하더니,
다시 연호 쪽 테이블에 귀를 기울인다.
나는 연지의 행동에 한숨을 푹 쉬면서 앞에 있는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있을 때,
뒤 칸에서 연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너를 보자고 한 건,
다른 용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보자고 했어."
"물어보고 싶은 거?
뭔데?"
이 주희는 들뜬 목소리로 연호에게 물었다.
반면, 연호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심각해보였다.
나는 혹시라도 들킬까 봐,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고 연지 쪽만 본채로
멈춰 있었다.
"너 이 아리 병실에 찾아갔었지?"
"........"
"찾아갔었어?"
"으, 응.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때 밖에서 듣고 있었어."
뭐? 밖에서?
나는 연호의 뜻밖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멈춰 있었다.
그때, 또다시 이어서 나오는 연호의 질문.
"왜, 이 아리한테 나를 어떻게 생각 하냐는 질문 한 거야?
이미 이 아리에 대한 대답을 들어버려서,
안 좋은 결과로 나오긴 했지만........
네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듣고 싶어."
내가 아무 사이 아니라고 대답했던 것도 들었구나.
그래서 한번도 병실에 찾아오지도 않고.......
그건 진심으로 대답했던 게 아니었는데.
나는 연호의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뒤를 보려는 순간,
이 주희와 내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
나는 이 주희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놀란 나머지 급히 얼굴을 숨겼다.
"왜 그래?"
연지는 조용하게 나에게 얘기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조용하게 얘기했다.
"주희랑 눈 마주쳤어.
우리 완전히 들키기 전에,
얼른 여기서 나가자."
나는 얼굴로 연지에게 카페 문 쪽을 가리키면서 얘기했다.
그러자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연지.
나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연지와 카페를 빠져나갔는데,
다행이 뒤에는 아무도 따라오지 않았다.
눈 마주쳤다는 걸 나만 착각한 건가?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때,
옆에서 연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데.......이젠 어떻게 할 거야?
지금은 이 주희랑 사귀고 있는데다가........
그리고 너희 둘이 같은 배에서 나온 건 아니지만,
어쨌든 현재는 가족인 거잖아."
나는 연지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러면서 생각에 잠겨있을 때,
뒤쪽에서 헉헉거리는 소리와 함께
어떤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들 돈 주고 가야지!"
나는 급하게 우리를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에
서로를 바라보면서 얘기했다.
"돈 안 줬나?"
"급하게 나오느라고. 하하."
얘기를 하면서 우리 둘 다 점점 표정이 심각해져가고 있을 때,
점점 우리 쪽으로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우리 둘은 순간 겁에 질린 나머지,
해명하지는 못할망정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거칠어지는 남성의 목소리.
우리는 많은 인파를 뚫고 열심히 뛰어가고 있을 때,
내 구두굽이 중심을 잃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와 동시에 옆으로 넘어지고 말았는데,
그때 연지는 달려가다 말고 멈춰 서서는 나를 뒤돌아봤다.
"어떡해, 빨리 와!
.......왜? 구두 굽 부러졌어?"
"응, 나는 괜찮으니까, 너 먼저 가."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얘기하면서
참기 힘든 눈물로 서로를 보내줘야 했다.
그렇게 나는 뒤를 바라보면서
몇 초동안 뛸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가,
이내 구두를 벗어재끼고,
벌떡 일어 나 맨발투혼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발바닥이 뜨거워지는 느낌도 들었지만,
뒤에서 무섭게 질주하는 남자만 보면 절대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었다.
그렇게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내면서 열심히 달린 끝에,
드디어 남자를 따돌릴 수 있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내 주위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전부 나를 거지 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주위에서 쏟아지는 이상한 시선에 내 몸 곳곳을 살펴봤다.
그와 동시에 신발을 신지 않은 채로 맨 바닥에 서있는 내 발이 보였다.
맞아, 구두 굽 부러져서 버렸지.
나는 그 생각에 한숨을 쉬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그때 쓰레기통 아래에 검은 비닐봉지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주위시선 때문에 부담스러웠지만,
어쨌든 이거라면 발을 조금은 보호해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에,
비닐봉지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비닐봉지를 잡으려 할 때마다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살짝살짝 날아가는 비닐봉지.
나는 그 비닐봉지 하나를 잡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부었다.
다행이 얼마 못 가,
비닐봉지는 주위에 있는 전봇대에 의해 멈추게 됐다.
나는 전봇대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면서,
비닐봉지를 잡았다.
그런 다음, 비닐봉지 안에 발 한 짝을 넣고, 묶었다.
다른 한 짝이 허전했지만,
일단 발 한 짝은 보호한 셈이었기에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모두 견뎌내면서
집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집 앞에 도착했을 쯤,
어떤 여자가 등을 돌린 채로 서있는 게 보였다.
그 여자는 죄를 지은 사람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누군지는 몰랐지만, 이상한 느낌을 풍기고 있어
얼른 발걸음을 재촉해 집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아리야, 미안해."
이 주희의 목소리였다.
나는 이 주희의 목소리에,
오늘 카페에서 눈을 마주친 것도 그렇고,
지금 내 꼴도 말이 아니어서 아는 척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슬프게만 들리는 이 주희의 목소리에 무시하지 못한 채,
살짝 뒤를 돌아봤다.
"아까 연호랑 했던 소리 들었었지?
.......나쁜 의도로 너한테 물어보려던 건 아니었는데........
미안해."
연신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이 주희의 행동에
나는 괜찮다면서 토닥거려주려 할 때,
갑자기 이 주희가 아래로 몸을 숙이는가 싶더니,
내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088
"갑자기 왜 그래, 하하.
얼른 일어 나.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겠다."
나는 주변을 살피면서 얘기하는데,
주변에는 사람 하나 없이 휑했다.
그래도 이 상태를 계속 유지하다가는
사람들이 몰려올 뿐만 아니라,
나도 민망한 상황으로 빠질 것만 같은 생각에,
앞에 있는 이 주희를 일으켰다.
"다신 안 그럴게.
미안해."
일으키자마자 나를 안고 엉엉 우는 이 주희.
처음에는 이런 이 주희의 행동에 당황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간절한 이 주희의 마음이 전달되었던 건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리고 내가 이 주희를 토닥거려주게 됐다.
그렇게 몇 분 간 이 주희를 달래고,
일단 지금은 안정을 되찾아야 할 때인 것 같아서,
이 주희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런 다음, 비닐봉지를 발에 끼운 상태로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제일 먼저 나를 반기는 사람은 엄마였다.
"아리야, 너 꼴이........"
"아, 이거? 신발 신는데 힘들어서 그냥 버리고 왔어. 하하."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면서,
발에 씌워져 있던 비닐봉지를 벗기려는데........
뒤에서 문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고개를 아래로 숙인 상태로,
살짝 몸을 돌려 뒤를 봤다.
그런 다음, 눈만 살짝 위로 올려 앞에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앞에 있는 사람은 연호였다.
연호는 나를 보더니 아래로 시선을 내린다.
나는 연호의 등장에 멍하니 위만 쳐다보다가,
이내 비닐봉지를 신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래로 몸을 숙여, 비닐봉지를 벗겨내려고 했다.
"누나 어디서 동냥질 하다 왔어?"
'누나'라는 말과 함께 무심하게 얘기하는 연호의 말투에,
저절로 시선이 다시 위로 올라갔다.
그때 아래로 몸을 숙이는 연호.
나는 연호가 몸을 숙이자마자 불안한 마음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똑같이 아래를 내려다봤다.
연호가 나서서 내 발에 있던 비닐봉지를 벗겨내고 있었다.
나는 연호의 행동에 저절로 엄마 쪽으로 시선이 갔다.
그와 동시에 엄마를 보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때, 아래에서 들리는 연호의 목소리.
"누나, 오늘 어디서 불쌍한 척 할 일 있었어?"
"뭐? 아니거든!"
"연호야, 너 언제부터 누나라고 한 거야?"
이 상황을 심각+흥미롭게 바라보던 엄마는,
이내 우리 둘 대화에 끼어들어,
연호에게 물었다.
연호는 엄마의 질문에 한번 나를 보더니,
엄마에게 얘기한다.
"네,
이제부터 누나라고 부르려고요."
그 말과 동시에 나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연호.
그런데 미소 짓는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는 듯 보였다.
연호는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이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 또한 엄마에게 방에서 쉰다는 얘기를 한 뒤,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서 한참 동안 머리를 지지고 볶으면서
여러 생각들을 동시에 하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벨소리가 짧게 울리면서,
문자메시지가 왔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
나는 바로 옆에 있는 휴대폰을 손에 들어,
액정화면을 확인했다.
액정화면에 뜬 이름은 이 주희였다.
[오늘 푹 쉬고,
내일 학교에서 보자~]
뒤이어서
연지의 문자도 왔다.
[주희가 문자 보냈어?
우리 계속 시간 되면 너랑 나랑 주희랑 같이
뭐 먹으러 가자는 얘기했었는데.
너 학교 나오고, 시간 봐서 나중에 꼭 어디 놀러가자.]
나는 이 주희의 문자와 연지의 문자에 알았다는 식으로
답장을 보낸 뒤, 침대에 누웠다.
연지도 이 주희랑 연호가 카페에서 얘기하고 있을 때,
같이 엿들었는데 이 주희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네?
........생각해 보면, 연지는 둘이 하는 얘기를 엿들은 다음에,
나한테 먼저 어떻게 할 건지부터 얘기했으니까.
그리고 이 주희는 그 자리에 있는 연지를 못 보기도 했고........
하긴. 내 잘못이 가장 크긴 하지.
모든 사람들은 정상적으로 행동하는데,
나 하나 때문에 내 주위사람들이 생각들,
그리고 행동들까지 다 바뀌어버렸으니.
나는 그 생각에 한숨을 푹 내쉬면서,
침대 위에서 한참 동안 멍하니 누워있기만 했다.
그러다 몇 시간이 지났을 때서야,
목이 말라서 방을 나왔다.
방을 나와서 물을 마시려는데,
주위가 온통 캄캄했다.
벌써 잘 시간인가?
나는 온통 주위가 캄캄하자,
이상한 나머지 벽시계를 봤다.
시계의 짧은 바늘은 거의 12자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달그락-탕탕-'
그때, 밖에서 물체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잠든 시간이라 주위는 온통 조용했기에,
밖에서 들리는 작은 소리까지도 크게 들려왔다.
나는 밖에서 들려오는 정체 모를 소리에
점점 문 쪽으로 다가가 작은 구멍으로 밖을 살펴봤는데........
이상하게 아무도 없었다.
나는 분명 밖에서 소리가 들렸기에,
이상한 나머지 무서움을 무릅쓰고 문을 조금씩 열었다.
그러자 바로 코앞에서 어떤 사람의 몸집이 보였다.
나는 놀란 나머지 소리를 지르면서 얼른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 순간,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나를 꽉 끌어안는 사람.
"누, 누구세요!"
나는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그 사람의 몸에 내 얼굴이 묻혀있어서
소리를 크게 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도 나를 꽉 끌어안고 놔주지 않는 사람 때문에
겁이 질렸던 나는, 최대한 소리 내면서 울었다.
그와 동시에 내 입만 자신의 손으로 가린 채,
나를 자신의 몸에서 떼어주는 사람.
그러더니 그 사람은 나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몸을 숙여 나를 바라봤다.
나 또한 두려운 눈빛으로 앞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는데........
그 사람은 내가 예상했던 도둑놈이 아닌, 신 형민이었다.
"넌 그렇게 무서워할 거, 왜 내다보고 있냐?"
"뭐, 뭐야. 너였어?........근데 지금 여기서 뭐해?"
나는 풀린 눈으로 내 입을 가리고 있던 신 형민의 손을 뗀 채,
조용하게 얘기했다.
그러자 한숨을 쉬면서 숙였던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집 문을 가리키는 신 형민.
"보다시피 지금 열쇠가 없어서 들어갈 수가 없거든.
그래서 갖고 있는 건 모두 동원해서
어떻게든 문을 부수려고도 생각했는데,
그게 잘 안 돼서."
"뭐?!열쇠를 어디다 뒀는데!"
"몰라. 모르니까 여기 있지, 알면 이러고 있겠어?"
내 질문에 신경질적으로 얘기하더니,
이내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 한숨만 쉬는 신 형민.
그러더니 자신의 집 앞으로 가,
몸을 웅크린 상태로 쪼그려 앉는 신 형민.
하긴. 병원에서 있을 때도 신 형민이 나보다
상태도 더 안 좋은 것 같았고,
더군다나 지금은 새벽인데 추울 수밖에.
나는 신 형민을 안 됐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조용히 손짓을 했다.
"열쇠 없다면서.........
지금 엄마, 아빠 다 주무시는 것 같으니까, 들어와."
나는 신 형민에게 나지막하게 얘기한 뒤,
뒤를 돌아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신 형민에게도 조용히 들어오라고 신신당부 한 뒤,
내 방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쾅'하는 소리와 함께 크게 들려오는 문소리.
나는 걸어가려다 말고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신 형민은 뭐가 그렇게 떳떳한지 문을 거칠게 닫고는,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를 스치고 지나간다.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신 형민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내 신발장 앞에 놓여 있는 신발이 눈에 들어오자,
얼른 신 형민의 신발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신 형민은 이미 내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나는 신 형민의 대담하고도 뻔뻔한 행동에 콧방귀를 끼면서,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은 뒤에 얘기했다.
"여기가 네 집 안방이야?
그리고 문은 또 왜 그렇게 세게 닫아?!"
"아, 다리 아프다."
나는 방금 전 신 형민의 행동에 열 분을 토해내듯이 얘기했다.
하지만 내 얘기는 귀담아 듣지도 않고,
나한테 죄책감이라도 느끼라는 듯이 얘기하는 신 형민.
나는 신 형민의 행동에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행동하는 모양세가 너무 얄미웠기에, 저절로 손이 올라갔다.
그런데 그때 방 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깐! 조용!"
나는 내 입 바로 앞에 내 손가락 하나를 댄 뒤,
신 형민을 보면서 얘기했다.
그러다 불안한 눈빛으로 고개를 돌려 방문을 바라봤다.
그때, 뒤에서 들리는 신 형민의 목소리.
"그러게, 작작 소리 좀 지르지.
쯧쯧."
모든 것이 내 잘못이라는 듯이 얘기하는 신 형민.
신 형민의 목소리에 순간 온몸이 경직됐다.
그러나 얼굴은 이미 신 형민이 있는 쪽으로 돌아가 있었다.
곧이어, 나는 열 받은 감정을 손에 다 담아
신 형민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점점 더 가까이 들려오는 발소리.
이제는 발소리가 거의 문 앞에서 들려오자,
나는 급했던 나머지 빠르게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조심스럽게 끄고,
캄캄한 가운데 침대가 있는 위치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침대에 신 형민이 누워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문제는 문 밖에 있는 사람이었기에
신 형민의 얼굴에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나 또한 자는 척 하기 위해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씌웠다.
그와 동시에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
나는 그 사람이 궁금했기에, 살짝 이불을 들어,
문 쪽을 바라봤다.
문 앞에 있는 사람은, 엄마였다.
역시.
밤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문을 닫은 게 화근이었어.
그때의 행동을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려는 그때,
엄마의 등장에 놀란 건지,
저절로 딸꾹질이 나오려고 했다.
그 순간, 잽싸게 손을 뻗어 내 입을 막는 신 형민.
나는 신 형민의 손에 의해 딸꾹질 소리를
크게 내지 않을 수 있었다.
이내 문 앞에 서있던 엄마는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들었던 건지,
다시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옆을 보는데.......
신 형민이 바로 코앞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코앞에서 신 형민의 얼굴이 보이자,
놀란 나머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스위치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
다시 불을 켰다.
그러자 몸을 일으키는 신 형민.
'찰랑-'
신 형민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신 형민의 주머니 쪽에서 쇠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시선을 돌려 신 형민 쪽을 바라봤다.
신 형민이 앉은 바로 옆쪽에는,
방금 주머니에서 빠진 것 같은 열쇠가 있었다.
"뭐, 뭐야? 그 열쇠?
.........열쇠 있었어?"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 짓기만 하는 신 형민.
그러더니 벌떡 일어나서는,
헛기침을 하면서 나에게 얘기한다.
"흠흠. 들켰네?
어쨌든 내 예상대로 성공한 것 같아서
기분 좋긴 하네."
나는 신 형민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인상을 찌푸리면서 신 형민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신 형민은 미소 지으면서 방을 나가려는 듯 보이더니,
다시 등을 돌린다.
나는 혹시, 내가 숨겨뒀던 신발 때문인가 해서
신발을 꺼내서 신 형민에게 들고 갔다.
그러자 신 형민은 거침없이 나에게 다가오더니,
내 입술에 자신의 입을 맞췄다.
#.089
신 형민은 그 후에 밖으로 나갔는데,
신 형민이 방을 나가고 난 뒤에도 나는 상황파악이 안 돼서,
계속 멍하니 있다가,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뒤척거리면서 생각하다보니,
어느 새 아침이 되어 있었다.
나는 축 져진 어깨로 방을 나왔는데........
연호 방 쪽에서 문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보니,
연호가 하품을 하면서 나오고 있었다.
"잘 잤어? 하하."
나는 어색한 표정과 어색한 말투로 연호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연호는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려 잠시 동안 나를 바라본다.
그러더니 이내 나를 무시한 채,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하는 연호.
나는 민망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몸이 굳은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는데........
그때, 새 아빠의 목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연호야. 너 학교 가는 길에, 아리도 같이 데려다 줘."
"네? 아니에요!"
나는 새 아빠의 말에 부정하듯이 얘기했다.
하지만 내 얘기는 듣지도 않는 새 아빠.
나는 새 아빠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말리기에는
아직은 어색한 사이라,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결국 아무 말도 못한 채 방으로 가서,
교복을 입고 가방을 챙겨서 방밖으로 나왔는데........
그때 연호도 준비를 끝마친 건지,
교복을 입고 방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뒤에서 우리 둘을 배웅하려는
새 아빠의 모습이 보였기에,
연호를 툭툭 치면서 얘기했다.
"하, 학교 같이 갈까? 하하."
연호는 내 말에 나를 한번 쓱 보더니,
이내 내 말을 집어삼킨 채로 나가버린다.
연호가 나가자,
그 자리에 혼자 남게 된 나는 어색한 미소로
새 아빠에게 인사하면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연호를 뒤따라가려는데........
그때, 집 앞 우편함에 꽂혀있는 하나의 편지지가 보였다.
하지만 그 편지지를 뽑아서 집에 다시 가져다 놓기에는
시간이 허용을 안 했기에, 그대로 우편함을 지나쳐갔다.
밖으로 나와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연호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많은 사건을 거친 이후로 연호가 어색해졌지만,
이내 용기를 내서 연호에게 다가갔다.
"하, 학교 가는 거면........
나, 나도 태워줄래?"
어렵게 꺼낸 말이었지만,
연호는 들은 척도 안 하고 헬멧을 쓰더니
그대로 쌩 하고 내 옆을 지나쳐갔다.
내가 병원에 있었을 때 이 주희에게 했던 거짓말을
연호가 들은 이후부터,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느낌이 들어
한숨만 절로 나왔다.
결국 나는 연호가 앞으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없이 걸어가다가, 만원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다.
몇 십 분 동안을 그렇게 짓눌리면서 가다가,
겨우 학교 앞에 도착해 버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버스에서 내리자, 학교가 눈앞에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학교가 눈앞에 보이자 나는 죄를 지은 사람마냥
저절로 고개가 아래로 숙여졌다.
그렇게 나는 반에 들어올 때까지도 고개를 푹 숙인 채,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하면서 걸어갔다.
나는 반에 도착해서 살짝 고개만 들어 주위를 살펴봤다.
그런데 연지는 아직 오지 않은 건지, 자리에 없었다.
나는 연지가 자리에 없는 것이 보이자,
무조건 고개를 숙인 채 내 자리로 걸어갔다.
그런 다음, 자리에 앉아 바로 책상에 엎드렸다.
그때, 누군가가 내 책상을 발로 툭툭 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가 발로 내 책상을 툭툭 건드리는 느낌에
기분이 나빴던 나머지, 위로 고개를 들면서
동시에 위에 있는 사람을 노려봤다.
그곳에는 여자 여러 명이 서서 나를 내려 보고 있었다.
"야, 화장실 청소해."
내가 고개를 들자마자 다짜고짜
청소하라면서 대걸레를 내 앞에 던지는 여학생들.
"뭐?!난 화장실 청소담당도 아닌데, 왜 내가 청소를 해!"
"하라면 할 것이지, 뭔 말이 그렇게 많아!"
"너, 깨끗하게 안 해놓으면 알지? 좀 이따 우리가 다 확인해 본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서 협박하더니,
이내 대걸레를 나에게 던져주면서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간다.
나는 학생들의 행동에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전부 이상한 시선과,
쌤통이라는 듯이 비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나는 할 수없이 이를 악물고 반을 나서려고 했다.
"어서 자리에 앉아!"
그때, 다행이도 선생님이 반으로 들어오셨다.
나는 선생님이 나를 살린 구세주라는 생각에
감사의 표시를 눈빛으로 보내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다음, 주위를 둘러보는데........
학생들은 좀 이따가도 청소 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시선을 외면한 채, 무조건 앞만 바라봤다.
그러다가 결국은 앞에서도 쏟아지는 뜨거운 시선에
얼굴을 그대로 책상에 박아야만 했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게 책상에 엎드려 있었는데........
그때, 누군가가 내 책상을 발로 툭툭 치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폈다.
그리고 위를 올려다보는데..........
학생들 여러 명이 내 앞에 몰려와 있었다.
"팔자 폈다?
얼른 가서 화장실 청소해!"
학생들의 강렬한 눈빛에 나는 거부의 의사표현 없이
화장실로 걸어가야 했다.
그런데 화장실에 갈 때까지 나를 뒤따라오는 학생들.
이렇게 따라올 시간 있으면 자기들이 청소하면 되지,
왜 나한테 시켜서.
나는 학생들에게 안 들리게 조용한 목소리로 쫑알대면서
어쩔 수 없이 화장실로 걸어가야 했다.
화장실로 들어간 나는 코를 막으면서
이곳저곳에 물을 뿌리대고 있는데.........
그때, 화장실 가까이로 걸어오는
학생들의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긴장한 상태로 화장실 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내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여학생들의 얼굴이 보였다.
학생들은 몇 분이 지날 때마다 화장을 짙게 하고 나타나서 그런지,
얼굴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청소 안 하고 있어?!
네가 빨리 해야, 우리도 빨리 검사 맡고 집에 가지!"
나에게 협박하듯이 얘기하면서,
내가 청소하고 있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는 학생들.
나는 입이 쑥 나온 상태로 아무 말 없이 곳곳을 청소해야 했다.
"좀 이따 다시 올 테니까,
빨리 청소해 놓고 있어."
다시 온다는 말에 나는 내 손으로
머리를 헤집어놓으면서 방방 뛰었다.
그와 동시에 가만히 있다가는 화장실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한 채,
그대로 화장실에 갇혀 죽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다시 대걸레를 들어 화장실 바닥을 빡빡 닦기 시작했다.
'뚜벅-뚜벅-'
그런데 또다시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긴장한 상태로 대걸레를 잡은
손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때, 세면대 옆에 있는 큰 양동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양동이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곧바로 양동이를 들어 세면대로 가져갔다.
그런 다음, 세면대에 많은 양의 물을 담기 시작했다.
'달칵'
그때, 화장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긴장한 상태로 문을 바라보다가,
문이 활짝 열림과 동시에 양동이에 담았던 물을
문 쪽을 향해 던졌다.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몸에 물이 '철썩-'하고
강하게 맞는 소리가 들리면서
앞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나에게 강력하게 항의하는 목소리.
나는 승리했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행복에 잠겨 있었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굵지 않던 여학생의 목소리가,
변성기가 방금 막 온 것인지 남자처럼 굵게 들렸다.
나는 미소를 짓고 있다가,
이상한 나머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봤다.
그와 동시에 물에 흠뻑 젖어 인상을 찌푸리고 서있는
연호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나에게 청소를 시킨 학생들은
뒤에서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너, 아니........
누나가 어디 있는지 애들한테 어렵게
물어, 물어 온 사람한테.........
다짜고짜 물을 던져?"
연호는 몹시 화가 난 건지, 이를 악 문 상태로 얘기했다.
그리고 흥분한 상태여서 그런 건지,
연호는 처음 말을 꺼냈을 때,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았다.
나는 연호의 행동에 다른 학생들의 시선을
신경 쓸 세도 없이, 화장실에 달려있는 휴지를 풀어
연호에게 달려가 연호의 얼굴부터 닦아주기 시작했다.
"됐어, 내가 닦을 거야!"
연호는 카리스마 있게 소리친 뒤,
그대로 다른 쪽으로 걸어가 버렸다.
나는 휴지를 들고 매정하게 가버리는
연호 뒤를 졸졸 따라갔다.
하지만 내 쪽으로는 돌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는 연호.
그렇게 나는 휴지를 많이 뜯어,
몇 분 동안 휴지를 들면서 연호의 뒤를 졸졸 쫓아가고 있을 때,
인적이 드문 복도 끝 쪽에서 드디어 연호가 멈췄다.
"헉헉. 따라오느라 죽는 줄 알았네."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연호에게 얘기했다.
그러면서 휴지를 연호에게 건네자,
한번 나를 노려보더니, 이내 휴지 몇 장을 집는 연호.
그것도 두 손가락으로.
연호는 물이 묻은 자신의 교복 곳곳을 닦으면서
불쾌하다는 표시를 표정으로 내비췄다.
나는 연호의 인상 쓴 표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연호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데.........
창밖에서 어떤 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어? 저 차.......
어디서 많이 본 차인데......."
나는 창 밖에 있는 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연호를 툭툭 쳤다.
"왜!"
"아, 아니.........저기 밖에 있는 차........."
"밖에?"
내 말을 듣는 듯했지만,
자신의 교복에 묻은 물 때문에 밖의 차는 신경도 쓰지 않는 연호.
나는 연호가 자신의 교복에 묻은 물에만 신경이 곤두서있자,
밖을 내다보고 있다가 이내 연호 교복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연호에게 건넨 다음
남아있던 몇 장의 휴지를 가져다가
연호의 교복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이, 일단 이렇게 오토바이 타고
집까지 가면 다 마르지 않을까? 하하.
그리고 어차피 오토바이 타고 바로 집에 가면
사람들 신경 쓸 세도 없으니까. 하하."
나는 휴지로 닦아내도
옷이 마르지는 않고 휴지만 축축해지자,
난감한 표정으로 연호에게 얘기했다.
그러자 나를 노려보는 연호.
그때, 뒤에서 어떤 이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연호는 나를 노려보면서 말을 이어가려는 듯 보였지만,
이내 내 뒤쪽에서 무얼 본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에 힘만 준채로 서있었다.
"왜?"
나는 연호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걸 감지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새 아빠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090
새 아빠의 주먹 쥔 손에는 꾸깃꾸깃한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다.
나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뚫어지게 새 아빠의 손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뒤에서 내 앞으로 걸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연호의 손길이 어깨 쪽에서 느껴졌다.
나는 연호가 지금 상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만 같은 생각에, 연호를 노려봤다.
"누나, 그러게.
사람을 제대로 확인하고 물을 끼얹었어야지."
하지만 이런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건지,
이를 악 물면서 나에게 얘기하더니 새 아빠를 보는 연호.
분명 '누나'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얘기했는데도
지금 이 상황에서는 모든 게 안 좋게 보였던 건지,
점점 새 아빠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쪽으로 점점 다가오는 새 아빠.
새 아빠의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어떤 말이든 해보려고 머리를 굴려 생각하고 있었다.
'쫙-'
그 순간, 강렬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나는 저절로 시선이 연호 쪽으로 향했는데,
연호는 이미 한 쪽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
나는 놀라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데.........
그때, 아무런 말없이 다른 방향으로 뛰어가는 연호.
나는 연호의 이름을 크게 불러보려고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 상황과 새 아빠가 옆에 있는 이상,
연호의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저 녀석이!
........아리야, 이, 이게 정말 사실이니?"
그 말과 동시에 조심스럽게 나에게 편지봉투를 건네는 새 아빠.
나는 새 아빠가 내민 편지봉투를 내려다보면서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보낸 이의 주소는 없었지만,
받는 이의 주소에는 분명히 우리 집 주소가 적혀 있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조심스럽게
편지봉투 안의 내용물을 꺼내봤다.
그러자 뒤집혀있는 사진과 함께
편지지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기에
손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편지지를 펼쳐봤는데........
연호와 있었던 일들을 파악하기라도 하는 듯이,
그 편지 안에는 거의 모든 내용이 적혀있었다.
나는 놀라서 입을 떡 벌린 채,
뒤집혀 있는 사진을 살짝 들춰보는데........
연호와 내가 껴안고 있는 사진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믿지 않고, 버리려고도 했다.
그런데 사진을 보는 순간,
남들하고 똑같이 생각할 수밖에 없더구나........
이 모든 게 사실이라면, 그만 단념해줬으면 좋겠다.
저 녀석은 지금 내가 말해도 들을 것 같지도 않고........
네가 먼저 연호를 단념해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험한 말은 못 하시고,
대신 따뜻한 손길로 나를 위로하듯이 얘기하는 새 아빠.
나는 눈물을 머금으면서 새 아빠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제 서야 안심하는 듯 보이는 새 아빠.
나는 그렇게 몇 분 간 새 아빠와의
짧지만 길게만 느껴졌던 대화를 마치고,
편지지를 손에 쥔 채 집으로 걸어갔다.
새 아빠가 차를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내가 먼저 사양했다.
나는 그렇게 멍한 상태로 앞만 보면서 걸었는데........
나도 모르는 새에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나는 집 앞이 보이자마자,
오면 안 될 장소처럼 심하게 놀라면서
주위에 있는 가로등 뒤에 숨었다.
그리고 다시한번 편지지를 펼쳐보려는 순간,
휴대폰 벨이 울렸다.
나는 몰래 훔쳐보려다가 들킨 사람처럼
화들짝 놀랐다.
그러다가 벨이 울리는 주머니 속으로
얼른 손을 집어넣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휴대폰 액정에는 '연지'라는 두 글자가 찍혀 있었다.
'연지'라는 두 글자가 보이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폴더를 열려고 했다.
"뭐해?"
그때, 뒤에서 들리는
신 형민의 목소리.
"아아악!!"
나는 신 형민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경기를 일으키듯이 놀라면서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까지 땅에 떨어뜨렸다.
이런 내 행동에 덩달아서 놀란 신 형민.
"귀신 본 사람처럼 뭘 그렇게 놀라?"
"깜짝 놀랐잖아!"
나는 신 형민에게 소리친 뒤,
시선을 돌려 휴대폰이 떨어진 땅 쪽을 내려 봤다.
휴대폰은 땅과 부딪히는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배터리와 분리되어 있었다.
나는 만신창이가 된 휴대폰을 얼른 들어,
다시 배터리와 휴대폰을 합체시킨 뒤 전원을 켰다.
다행이 액정화면은 떴지만,
휴대폰을 켜놓고 몇 분을 기다려도 연지에게서
다시 전화가 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내가 먼저 연지의 전화번호를 누른 뒤에
다시 전화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옆에서 신 형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편지 뭐야?"
신 형민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그냥 쓸모없는 말이겠거니 생각하고
그 말을 무시하려는데........
갑자기 '편지'라는 말이 수없이 귓가를 맴돌았다.
'편지'소리 하나에 놀란 나는
하던 행동을 멈추고 고개를 신 형민 쪽으로 돌렸다.
"아, 안 돼! 그거 보지 마!"
소리치면서 신 형민의 행동을 말리려는 순간,
이미 신 형민은 진지한 표정으로 멈춰 있었다.
그리고 신 형민의 손에는 편지지와 사진이 들려있었다.
신 형민은 내가 소리침과 동시에 편지지의 내용을 모두 다 읽었는지,
편지지를 나에게 내보이면서 얘기했다.
"이거, 누가 보낸 거야?"
"누, 누가 보냈냐니?........그,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한숨을 쉬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편지지와
사진을 보는 신 형민.
나는 신 형민에게 그만 보라고 소리치면서
편지지와 사진을 낚아채려고 할 때,
하필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받아봐."
태연한 목소리로 나에게 얘기하는 신 형민.
내가 하는 일에는 하나도 신경 안 쓰고,
편지지와 사진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나는 씩씩거리면서 빼앗을까 고민도 했지만,
포기를 모르고 울려대는 벨소리에,
결국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액정화면을 확인하는데........
이번에는 이 주희였다.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한번 신 형민을 보다가,
결국은 휴대폰 폴더를 열어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대는데.........
이 주희의 목소리가 아닌, 연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야, 지금 어디야?]
"어, 연지야? 둘이 같이 있는 거야?"
[응, 지금 나 주희 집인데, 너도 놀러올 수 있으면 놀러 오라고.]
"아, 진짜? 근데 나 지금 어떤 원수 한 놈이랑........"
감정을 섞어 얘기하면서
노골적으로 신 형민 쪽을 노려보려는 순간........
신 형민은 어디를 간 건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저 멀리에서 편지와 사진을
손에 쥔 채로 흔들고 있는 신 형민이 보였다.
신 형민은 예의 있게 나에게 마지막 인사를 한 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떠나가 버렸다.
나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린 채,
신 형민에게 달려가 보려고도 해봤지만,
그때마다 수화기 속에서 들리는 연지의 목소리.
[아리야, 무슨 일 있어?]
나는 연지의 목소리가 수화기 속에서 들리자,
신 형민이 떠난 자리를 보고 있다가
한숨을 쉰 채 다시 전화를 받았다.
"아, 아무 일 아니야, 하하..........
근데 너희 둘이 주희 집에서 놀고 있다고?"
[응, 너도 오면 재밌을 것 같아서. 꼭 와라.]
[아리야! 꼭 와야 돼! 내가 위치는 문자로 보내줄게.]
연지의 말에 뒤이어 곧바로 이 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나는 왠지 모를 감정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게 나는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이 주희 집으로 향했다.
신 형민이 가지고 간 편지가 아직도 마음에 걸렸지만,
이미 떠나간 편지라고 생각하며 애써 자신을 위로한 채
이 주희의 집으로 걸어갔다.
이 주희의 집은 우리 집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나는 이 주희의 집에 도착해서 바로 벨을 누르지 않고,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여기서 뭐해?"
그때,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이 주희의 목소리.
나는 이 주희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와 동시에 바로 내 옆에서 보이는 이 주희.
"아아악~!"
예상치 못하게 이 주희가 밖에 나와 있자,
놀란 마음에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당황하며 나에게 묻는 이 주희.
"왜, 왜 그렇게 놀라?"
"아, 아니. 하하. 나 온 줄 어떻게 알았어? 하하."
그때, 내 목소리를 들은 건지,
문을 열고 또 나오는 연지.
나는 다른 때와는 다르게 연지에게 어색하게 인사하면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 후에 연지와 이 주희와 얘기를 나누면서
주위를 살펴보는데, 어느 방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어? 저 방은 주희 네 방이야?"
나는 옆에 있는 방을 가리키면서 이 주희에게 물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는 이 주희.
그러더니 먹을 것을 준비하려는 건지
주방으로 들어가는 이 주희.
나는 이 주희가 준비하는 틈을 타,
눈에 들어온 방 쪽으로 걸어갔다.
방 앞으로 걸어가,
망설임 없이 그 방문을 열려는 순간,
뒤에서 따라온 연지 또한 이 방이 궁금했는지
자신이 먼저 앞장서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나는 연지에 뒤이어서 이 주희의 방으로
조심스럽게 들어갔는데........
이 주희의 방은 커튼을 쳐놔서 그런지, 캄캄했다.
나는 이 주희의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앞으로 걸어가려는 그때, 책상유리에 끼어있는
사진 두 장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사진이 보이자마자 책상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책상유리에 끼어있는 사진을 자세히 보려고 했다.
"아리야! 아리야, 어디 있어?"
그때, 급하게 나를 찾는 이 주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데,
그때 연지 또한 이 주희의 방에
몰래 들어왔다는 생각 때문에서인지
나에게 빨리 나가자며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책상유리에
끼어있는 사진을 보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뭐해?!"
이번에는 이 주희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놀라 문 쪽으로 고개를 돌리려는 찰나에,
정확하게 책상유리에 있는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에는 약간은 어린 듯 보이는 이 주희의 얼굴과,
그 왼쪽에 서있는 연호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주희의 오른쪽에는
신 형민으로 추정되는 남자 한 명이 더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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