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수탈전선의 사냥개 놀음
‘전선’은 정확하게 형성되었다. 전쟁의 제 1 법칙, 적은 무조건 패퇴시켜야 한다는 것이 있다. 일본의 팽창주의 세력과 한국에
서 이에 동조한 친일매국세력, 한국의 민초간에는 이렇게 아주 뚜렷한 하나의 선(線)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각(知覺)하
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한국의 국민들이라고 보여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사냥개를 활용한 침탈 방식은 매우 전통적인 수법이지만 현 시점에서는 기획만으로도 본다면, 효율이 아주 높고 현장에서 잘 먹힌
다. 친일정권의 수립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친일정치세력은 사냥개로써는 더 이상 유용할 수 없을 정도로 일본 기획자의 의도를 잘 따
르고 있다. 그들도 신난 듯하다.
1997년 IMF 시기를 겪으면서 호남지역을 모태로 한 또 하나의 민족기업으로 불리던 해태그룹은 해체되었다. 당시 박건배 회장
은 탈세 등의 협의로 실형까지 선고 받았고 법정관리에 이어 그룹 해체를 맞는다. 개인적으로 볼 때, 박회장은 90년대 중반부터
이미 중국 조선족 사회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절감하고 어떻게든 한국과의 좋은 관계유지가 가능한 방안을 찾는 데 열심이었던 인물이
었다. 그러나 이런 민족주의 성향은 그와 그의 기업이 공격 당하는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고 본다. IMF 시기 한국은 많은 민족
성향의 기업 가운데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던 세력을 잃었다. 그 여파가 지금 아주 강하게 밀려오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지난 십 년,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관했던 책임까지 물을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정 기
업의 문제가 아닌 바로 ‘안전망’에 대한 관점에서 보자면 그렇다.
2000년 롯데그룹은 아사히 맥주와 컨소시움을 이루어 해태음료를 인수하였다. 신문의 하루 경제면 일면을 차지할 수준의 이 사실
은 그 후 조용히 묻혔지만 당시 아사히 맥주의 서울 등장은 많은 파장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후소샤 새역사교과서의 공개적인 후원
기업이면서 야스쿠니 참배를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기업. 이것이 바로 아사히 맥주의 실체다. 당시 새역모 지지자 약 300여
명 가운데서 단연 돋보인 인물이 아사히 맥주 전 회장이며 명예고문을 맡았던 나카조 다카노리(中條高德)이었다. 물론 이 새역모 지
지에는 미쯔비시, 쓰미토모, 가와사키, 도시바, 이쓰쯔 등 일본의 내노라 하는 제국주의 팽창시대에 덩치를 키운 기업은 모두 포함
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들이 선택한 파트너십은 바로 롯데였다.
IMF 당시 부채비율이 적고 현금 유동성이 가장 큰 상태에서 재벌그룹 중 유일하게 자금난을 겪지 않은 기업으로 롯데를 꼽는다.
그 후 10년 동안 롯데그룹은 당시 6개이던 백화점을 23개로 확장했고, 1998.4 1호점(강변점)을 내었던 롯데마트는 현재
53개의 점포망을 가지고 있다.
(제2롯데월드와 같은 공사에 ‘로비’가 없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반대하던 공군참모총장까지 경질하고 밀어주는 사업이다.)
9월 경제위기설로 논란이 뜨거울 때, 롯데는 오히려 제 2 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하여 청와대의 지원을 받으면서 군용기 항로조정
등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적극 검토하는 방향으로 굳혀지는 이권 획득에 열심이었다. 공군참모총장이 경질되고 롯데월드는 이제 이륙직전
이다. 거기다가 지난 9월 2%대의 초저금리를 일본에서 6천억 원 상당 조달하는데도 성공했다.
호텔롯데, 호남석유화학,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기공 등 계열사 대부분이 일본발 자금원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던 것이다. 물
론 일본발이었고, 그 자금원도 투명하지는 않다.
한국에서 롯데그룹은 호텔롯데를 지주회사로 하고 있다. 일본에 있는 ㈜롯데홀딩스가 19.2%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사실상 롯데호
텔 지분의 100%를 일본롯데에서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사실상 일본기업이 한국에 있다고 봐야 한다.
(2008.9.22 현재 롯데의 일본발 자금 확보 리스트)
2008.6.25 신동아와 롯데그룹의 황태자인 신동빈 부회장간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1977년 아오아먀 카쿠인대를 졸업하고
미 컬럼비아 대에서 MBA를 했다. 그리고는 노무라 증권에 1980년 입사, 1988.2까지 노무라 영국지점에서 근무하기도 했
다.
그의 아버지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의 경영철학을 신 부회장이 밝힌 바에 의하면 이런 것이다.
“기업가는 경영에만 집중해야 한다. 돈을 벌어 국민에게 봉사하는 데서 재미를 찾아야 한다.”
노무라 증권, 노무라 연구소는 일본의 ‘세력’이 활용하는 매우 강력한 브레인 그룹에 해당한다는 건 대체로 많이 알려진 사실이
다. 그들은 심지어 한국 내 주요기업 수 천개의 인맥까지도 관리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곳으로 보낸 신격호의 결정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한국 내의 그룹 가운데서 가장 짜기로 유명한 곳이 바로 롯데라는 소문은 틀린 게 아닐 것이다. 롯데는 최근 신사업으로 금
융, 석유화학 쪽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친일’은 이처럼 기업의 얼굴로도 다가온다. 이를테면 일본 베이스의 기업 가운데서 롯데는 공식적인 일본 극우와 우
익을 연결하는 한 채널이라고 보는 것이 합당한 평가다. 차라리 기업의 얼굴로 공개적인 창구가 되는 것은 뉴라이트 집단과 같은 사
냥개보다 좋게 보이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이 서글프기는 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이러한 활동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없거나 간에 정당한 기업행위이지만, 김진홍, 서경석, 신지호, 안병직, 이
영훈, 박효종 류의 활동은 그야말로 사냥개라는 표현 이상으로 그들을 설명하기란 어렵다. 금호아시아나 그룹 박삼구 회장이 한일해저
터널을 뚫자고 외치면서 친일전선에 뛰어드는 모습에서 느끼는 비애감도 이미 다른 기업들이 그런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버리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것이 기업생존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도 선택 가능한 대안이 되는 것이 현실이니까.
그러나 수탈전선은 세계금융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 속에서 서민들에게 집중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권이 그렇게 몰고
가고 있다는 걸 쉽게 눈치챈다. 대기업과의 프랜들리, 3% 절대 부자층과 기득권에 대한 지나친 배려, 중소기업에 대한 무관심,
서민에 대한 욱죄임 강화 등의 현상은 이 정권이 일단 경제라는 측면에서 신자유주의의 완전한 보편화를 꾀하고, 그를 통하여 국민
을 노예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한국 내에서 이른바 민족기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남아있지 않다. IMF 이후 금융시장의 개방 이후, 주요기업
은 외국인 지분율이 거의 절반을 넘기는 곳이 많다. 한국경제 자체가 국제화되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구도 자체로만 평가한다
면 한국경제는 더욱 예속화되는 상태가 되어 있다. 당연히 민족기업이 뿌리내릴 공간은 없다.
이 상태에서 지난 9월 이후 묘한 분위기 하나가 감지되었고 그것은 지금도 꾸준히 진행 중에 있다.
대북사업의 창구이자 사업자로 지난 10년을 이끌어오던 현대그룹의 현대아산㈜를 누군가 매입하려고 시도한 흔적이다. 이것은 최고 경
영진까지 타진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부에서 다각적인 검토과정에서 포착된 하나의 사건이지만, 7월 금강산 피격사건 이후 해결의 기미
를 보이지 않은 채 11월부터는 상당수 직원들이 이른바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회사를 누가 매입하려고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
적인 내용이다.
만일 이것이 일본 발 혹은 그와 유사한 접근 시도였다면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옳을 것인가?
일본의 입장에서 금강산과 개성은 매우 유쾌하지 못한 장소다. 지난 십 년, 그곳의 효용성은 둘째치고 남북한 간의 접합이 가능한
요소로 유지되어온 것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 지구의 생산활동이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 둘 모두에 깊숙하게 개입하고 있는 현대아산
이 다른 누군가의 손으로 넘어간다는 것은 곧 이 사업의 책임자 변경과 협의과정에서 변질 또는 단절을 의미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
문이다. 즉, 북한의 입장에서는 현대가 아닌 다른 사업자를 인정하기가 쉽지가 않고 그렇게 한다고 해도 조건은 매우 까다로울 것으
로 보여진다. 그 사업에 정주영-정몽헌이라는 두 사람의 목숨값이 달려 있고, 그것은 사업이라기 보다는 당시의 정치행위이자 또한
현대일가의 의지가 서린 곳이기도 하기에 이미 경제적 대상으로만 파악하기도 어렵다. 북한 군부가 개성공단의 폐쇄 문제에 직접 조사
를 진행하는 것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그곳은 아직 ‘정치’의 땅이지 ‘경제’는 아니다.
그런데도 매입의사를 타진하는 곳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며, 그것이 마치 검은 머리 외국인처럼 일본 발 한국인이라면 이야기
는 흥미로움을 떠난 것이다.
9월경 이후, 다수의 한국기업들이 일본 발 자금 사용에 대한 타진을 받았다. 엔케리 자금이 회수되는 과정에서 엔화 대 달러 비율
이 요동치는 현상 가운데서 제안된 이러한 움직임도 주시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많은 접촉이 이루어졌다. 이
를 단순한 경영행위로만 보기에 석연치 않은 것은 이 자금원의 대부분이 일본의 극우와 우익 세력을 근간으로 하는 형태이기 때문이
다. 적게는 약 한화 100조원에서 130조원 수준이 한국에 투입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 다닌다. 이건 일본경제가 어렵다거니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런 자금이야말로 그들 ‘세력’이 사용하는 통치자금이다.
현재의 코드는 확실히 ‘경제’다. 그것으로부터 정치와 사회를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엄밀히 시대를 포획하려는 노력에 해
당한다. 돈으로 시대를 산다? 가능한가? 가능하게 접근하는 중이다.
이면에 숨겨진 사실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겨를도 없는 경제위기의 긴박한 상황에서 현금유동성과 투자, 그리고 신사업의 전개, 정책사
업의 결정과 해외투자유입, 그리고 공기업 매각과 민영화 시도라는 이 방안이 함께 어우러지는 단계다. 그 속에 일본이 있다. 사냥
개들이 아주 발 빠르게 움직일 시기이고, 그것은 침탈 가능한 요소를 점검하는 첫 시발점이 될 것이다. 착착 계획에 맞아 떨어진다
는 느낌은 비단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