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카페 ‘무낚정공’ 어디에선가 ‘낙생저수지’를 보고 댕겨오기로 했다. 제법 재미를 느끼며 자주 가는 곳(고모지)이 있었지만, 왠지 그 밤, 불현듯하게 다른 곳을 알아두고자 하는 맘이 더 강했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재미를 보자는 욕심이 더 컸다.
근데 그 욕심이 화근이었다. 경부고속도로 타고 가다 판교IC로 나와 어렵게 어렵게 찾아간 곳. 근처 ‘고기상회’(무낚정공에서 다운 받은 약도에도 표시된 곳)에 들러 미끼(떡밥 등) 등을 사면서 “낙생저수지가 어디예요?” 물었다가 황당했다. 주인아저씨 왈, “바로 여기야”. 해서 보니 내도 아니고 강도 아니고 물 흐르는 바로 그 앞. 이어지는 주인아저씨 한마디 더. “물 뺀지가 5년도 넘는데. 옛날 자료를 보고 왔나봐”…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야심한 밤, 다시 포천으로 가야한다면 얼마나 먼 길을 가야하나…
낚시동지 초시와 상의. 갤로퍼는 이미 산길을 툴툴 내려와 잔뜩 부은 상태. “가자. 너무 늦었다” 그래서 포천(고모지)을 향하기로 했다. 낯선 길, 어디가 성남이요, 어디가 안양인지…그래서 차안에서 다시 무낚정공에서 다운받은 다른 곳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이른바 영화 ‘섬’을 찍었다고 잘 알려진 ‘고삼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아무래도 근처이겠다 싶었다.
가다보니 용인IC를 나간다. 그리고 낯익은 ‘털보낚시’. 이 곳은 예전 용인 송전낚시터 좌대 탈 때 자주 들러 이용하던 곳이다.(참고로 송전낚시터 아주머니 잘 계시는지…^^).
“어디로 가요?” 털보낚시 젊은 친구가 묻길래 고삼지 간다고 했더니 새로 ‘사암낚시터’를 소개해준다. 초행길이라면 이곳에서 30분이면 충분하다고. 밤도 늦었고, 우린 낚시하고픈 열정에 목이 마른 상태. 그곳에서 단소리떡밥과 단소리어분 배합하는 법을 초짜인양 열심히 실전학습하고 가르쳐준대로 ‘사암낚시터’를 향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산 하나를 넘고(!) 도착한 곳. 생각보다 넓게 탁 트인 곳. 털보낚시 총각 가르쳐준 대로 소위 ‘포인트’를 들러보니 저수지가 좌대를 지난 안쪽이 공간이 있었다. 갤로퍼를 세워놓고 채비질. 언제나 초행길엔 마찬가지지만 기대반 흥분반. 그때가 밤 열시. 너무 헤매다 온 우리인지라 기대가 더 컸다. 한번 해보자,는 심사.
근데 아뿔사. 떡밥까지 가르쳐준대로 다 개놓고 허기진 배를 채우려다 보니 ㅎㅎ 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소주에 라면 끓여먹을 수는 없고. 헉헉헉
다시 차를 몰고 나갔지만, 밤 12시 넘은 시각. 어귀 두군데 잡화점까지 문 닫은 상태. 들어오는 길 모 횟집에서 비니루에 물 담아(인심 좋아) 와서 끓여먹은 라면. 그리고 “시작해볼까”…
꼬박 새운 밤. 잔 붕어 몇마리 하고 ‘살진 피래미’(누치 아닐까, 사료됨) 몇마리 잡고 날이 샜다. 고기 안 잡힐 때마다 고모지 생각이 어찌 나는지.
그리고 쨍쨍한 태양볕에 살갗 태우며 보낸 시간. 드디어 운명의 낮 12시 20분.
파랑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제법 이는 물결을 바라보다 찌가 위아래 입질을 두어번. 순간적으로 챘다. 찰라 묵직한 느낌. 첨엔 수초에 걸린 줄 알았다. 그러나 담 순간, 무게감 있게 움직이는 그 무엇. 그리고 채지지도 않은 채 연신 낚시대를 끌고 진중하게 좌로 다시 우로 이동하면서 빨아들일 듯한 힘으로 낚시대를 쥔 내 손목을 긴장시킨다. 엉키는 옆 초시의 낚시대. 얼굴 한번 보이지 않으면서 그 대물은 초시의 낚시대를 엮으면서 우로 이동. 야단났다. 뜰채를 준비한 초시, “천천히, 천천히”를 연신 외치면서 낚시줄을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이윽고 물에 발 담근 초시가 내 낚시줄을 잡았고, 비로소 난 ‘잡았다’는 희열감에 몸서리쳤다. 그러나….그것도 잠시….
‘어’하는 초시의 목소리.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파란 유선형의 비닐을 잠깐 내게 보이고 사리지는 고기. 아주 짧은 순간. 뜰째를 오른 손에 들고 줄 터져버린 낚시줄을 잡고 서있는 초시의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게 끝이었다. 첨지 낚시행군기에서 저수지(양어장 아닌) 처음 대물을 목전에서 놓치는 순간치곤 넘 허탈했다. 통째로 앗긴 낚시바늘을 갈아끼우면서, 다시 밑밥을 끼워 던지면서 그 순간의 허탈을 그대로 물에 던져넣었다.
그리고 오후 3시. 다시 입어료 받으러 오는 친구의 독촉에 낚시대를 접었다. 대물 이후 낚시대로 거는 손바닥만한 붕어는 그야말로 붕어로 보이지도 않았다. 오호 통재라.
■▪▪▪▪▪다음은 그 순간을 같이 했던 첨지와의 대화를 그대로 옮긴다. 원래 ‘뻥 센’ 낚시꾼들이라지만, 오히려 초시는 고기를 올리는 그 순간, 몸채를 보이며 유유히 물 속으로 돌아가는 그 대물을 고스란히 본 유일한 인물이다.
첨지(나): 크기는?
초시: (팔뚝을 펼쳐보이며 알통부위까지 가리킨다) 이만하더라. 그리고 등과 배까지 길이는 이만큼.(손바닥 두개로 큰 원을 그린다)
첨지:붕어냐, 잉어냐?
초시: 모르겠다. 입질이 그랬다면 붕어같기도 하고.
첨지: 월척은 넘지?
초시: 그보다 한참 넘는다. 잡았으면 너 영웅됐다.
첨지: …(속만 쓰린 표정으로)
초시: 아직도 손이 떨린다. 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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