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 (4) : 할머니의 표정
하루 일과를 마치고 칠 냄새로 인해 정신이 흐릿한 중에 아파트 계단을 막 나서려 하는데,한 할머니가 내 길을 막아선다. 그러면서 왜 우리 집은 칠을 해주지 않는가 하는 것이다. 어제 젊은이가 해주겠다고 약속을 해 하루 종일 기다렸는데도 오지 안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할머님께 오늘은 이미 일이 끝났으니 내일 일을 시작하자마자 해드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동 호수를 물었다. 305동 1306호라고 하신다. 나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기록하여 작업복 윗 주머 니에 담아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나는 아주머니 두 사람을 다리고 305동 1306호로 갔다. 문을 두드리니 잠옷바람의 어제 그 할머니가 문을 열어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웃으면서 어제 내가 할머님 댁을 첫 번째로 해드리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하니 그래도 아홉시나 되어야 올 줄로 알았다며, 할머니는 옆집 1307호에로 가서 그 집 문도 두드리는 것이다. 그러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쇠타 소매 자락에 어깨를 끼우며 나왔다. 우리는 두 집을 다 해드리기로 하고 일을 시작했다. 한참 있자 1307호 집 아주머니가 원두 커피 세 잔을 끌 여서 내왔다. 나는 커피의 짙은 향내를 음미하며 마셨다. 그러자 내 속까지 따뜻해지는 것만 같다. 금년 들어와 가장 춥다는 아침이니 더욱 좋았다. 일을 기분 좋게 다 마치고 막 돌아서려는데, 할머니가 쫓아 나와 내 손에다 1000 원 권 지폐 몇 장을 쥐어주며 과일이나 사서 잡수시라고 한다. 나는 이러시면 안 된다고 하며, 돌아보니 그 할머니의 표정이 아주 진지하며 해맑고 정말로 고맙다는 표정이 역력하여 나는 그 돈을 받아 한 아주머니 주머니에 찔러주고 할머님께 고맙다고 인사하고 돌아섰다. 그 아주머니가 내게 무엇을 좋아하는가 묻는다. 그래서 나는 얼마 되지는 않지만, 할머니가 진정 고마 워서 주신 것이니 두 분이 교통비에 보태시라고 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본 옛 우리의 정서를 이곳에 와서 일을 한지 보름만에 만나보았다. 그러자 내 온몸의 피로가 싹 가시는 것만 같았다. 아무리 없이 살아도 이웃과 고마운 분을 위하여 나누며 살던 그 아름다움을 아직도 이처럼 지닌 분들이 있는 한 우리 민족은 배달의 민족이라는 자부심을 지닐 수 있다. 나는 조용히 그 댁을 위하여 하나님께 평안을 내려 주시라고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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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이야기 (4) : 할머니의 표정
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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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4.0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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