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 송: 2018년 12월 13일(목) 오전 0시 00분. ch. KBS 1TV
온 산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단풍이 쓸쓸한 낙엽으로 떨어지며 겨울을 준비하는 이 때, 한반도 땅의 끄트머리에서 미처 물러가지 못한 가을의 끝자락을 붙잡는다. 올 가을 마지막 단풍이 내려앉은 곳, 전남 해남의 두륜산 도립공원에서 떠나가는 가을을 배웅한다.
해남 두륜산 어귀에서 대흥사로 이어지는 장춘동(長春洞) 숲길. '봄이 오래 머문다.'는 이름을 지닌 이곳에선 가을 역시 쉬이 떠나지 못한다. 은은한 단풍 숲 사이에서 느릿하게 머물고 있는 늦가을 정취를 맛보러 길 위에 오른 두 사람. 40여 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가 7년 전 은퇴한 이영일 씨와, 제자 김영두씨다.
이영일 씨가 교사로 부임하던 해, 첫 제자로 만난 김영두 씨. 스승의 기억 속엔 까까머리 소년이었던 제자가, 이제는 중년을 함께 보내는 산행 길동무가 되었으니 지난 세월이 감개무량하다. 걸음걸음 옛이야기를 담아내며 오르는 길. 산의 중턱에서 오랜 세월의 흔적을 만난다. 수령이 천 년을 넘겼다 해서 '천년수'라 불리는 거대한 느티나무가 마치 하늘을 찌를 듯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잠시 땀을 식혀 가기 좋은 고개인 오심재를 지나자, 거대한 바위 봉우리가 길을 막고 선다. 암벽에 매달린 밧줄을 잡고 아슬아슬하게 올라야 하는 길. 노승봉(685m)에 오르자 가슴을 후련하게 하는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저 아래, 산자락엔 단풍의 붉은 물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봉우리 위에선 차가운 바람이 겨울을 예고하듯 귓불을 때리고 지나간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나무들은 앙상하게 벗은 몸이다. 바람결에 메마른 가지를 부대끼는 나무들을 지나 거친 바윗길을 계속 오르면 두륜산의 주봉, 가련봉(703m)에 이른다.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풍경과, 섬들이 점점이 수놓인 다도해까지 시야를 가득 채우며 밀려든다. 바다를 달려오느라 더욱 거세진 바람을 맞으며, 잊지 못할 비경을 가슴에 담는다. 못내 떠나기 아쉬운 가을을 붙잡아 내려온 땅끝, 오랜 인연과의 추억 여행에 <트레킹노트, 세상을 걷다>가 함께 한다.
◆ 출연자 : 은사 이영일, 제자 김영두
◆ 이동코스: 장춘동숲길-대흥사-천년수-오심재-노승봉(685m)-가련봉(703m)- 두륜봉(630m)
* KBS1 트레킹노트 62회, '세상을 걷다' 나를 치유하는 산행 - 덕유산 국립공원/ 괴산 산막이옛길, 칠보산/ 두륜산 도립공원 -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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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 고앵자/ 채널A 보도제작부 스마트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