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고 건조해지니 "손 껍질이 벗겨져요"
날씨가 쌀쌀해 지면서 대기는 점점 더 건조해지고, 우리 피부 또한 더욱 건조해져 간다. 특히 물일도 많고 씻기도 자주 하는 손은 제일 먼저 거칠어지는 부위 중 하나. 손주름이 도드라지고, 마른 손이 거칠게 느껴진다면 손에 보습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신호다.
대기가 차갑고 건조한 요즘엔 주부습진, 한포진 등 각종 손질환도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다. 흔히 잘 걸리는 손 질환에 대해 살펴보고, 손을 되찾기 위한 예방과 치료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주부습진 고무장갑 속 면장갑 사용
대한피부과학회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표적인 손 질환인 습진의 평생유병률(평생에 한 번 이상 질병에 걸리는 경우)은 20% 정도이며, 그 중 상당수인 30% 정도가 주부습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부습진은 피부습진의 일종으로 손의 피부가 물이나 세제 등 각종 자극물질에 장기간 접촉하면서 생기는 접촉성 피부염이다. 여러 자극물질이 각질층에 손상을 줘 방어기전이 허물어진 피부에 피부염을 일으키게 된다. 증상은 피부가 갈라지는 균열, 각질이 일어나는 인설, 붉어지는 홍반, 각질층이 딱딱해지는 과각화증, 피부가 가죽처럼 변하는 태선화, 물집, 손톱의 변화, 부종 등으로 나타난다. 이 증상들은 처음에는 손가락 끝에만 나타나다가 차츰 손바닥, 손목, 손에도 번지게 된다.
주부습진은 손을 자주 씻는 습관이 있거나 어릴 때 태열이 있던 주부가 잘 걸린다. 비누세제, 물일, 고무장갑, 흙일,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으로 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또 지점토나 꽃꽂이 등의 취미생활, 약품을 만지는 작업일 때도 악화된다.
증세가 가벼우면 피부에 수분을 공급해 손을 촉촉하게 유지시켜주는 보습제가 함유된 연고를 바르면 된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부신피질호르몬과 보습제가 혼합된 연고를 발라야 한다. 아주 심할 때는 내복약을 먹도록 한다.
주부습진 예방을 위해서는 손에 물이나 세제가 직접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거지나 걸레 등을 빨 때 반드시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고무장갑 안에는 면장갑을 껴서 손을 보호한다. 또한 손을 씻은 후에는 반드시 손 전용 크림을 듬뿍 바르고 수시로 보습제로 마사지를 해주면 좋다. 음식을 만질 때도 맨손으로 만지지 말고 위생용 폴리글러브를 사용해야 한다.
한포진 물집과 가려움증 동반
한포진은 손바닥이나 발바닥에 뚜렷한 원인 없이 자잘한 물집이 생기는 병이다. 진찰받으러 올 때는 이미 물집이 터져서 껍질이 벗겨진 상태로 오게 되지만, 고름 찬 물집으로 변하기도 한다.
대개 1년에 한 차례 정도 발생해 한 달 정도 증상이 지속되다가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는 1년 내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보기 싫은 것 외에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고 많이 벗겨지는 경우에는 손이 아플 수 있다.
물이나 세제를 많이 접하면 잘 생기므로 주부습진과 비슷하다. 스테로이드 연고로 치료하고, 심하면 먹는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한포진 예방법은 주부습진과 같다.
손무좀 발무좀 옮지 않도록 조심
손무좀이란 말 그대로 손에 생기는 무좀으로 수부 백선이라고도 한다. 곰팡이균인 피부사상균(백선균)이 피부 바깥층에 감염돼 나타난다. 주로 손등과 손가락 사이에 많이 발생하며, 손바닥 각질이 두꺼워지면서 하얗게 일어나고 허물이 벗겨지기도 한다.
손 무좀의 종류에는 지간형, 수포형, 각화형이 있는데 이중 지간형 무좀이 가장 흔하다. 지간형은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희게 짓무르고 균열이 생기며, 건조되면 하얗게 각질이 일어난다. 수포형은 좁쌀 크기의 물집이 집단으로 생기며, 땀이 많이 날 때 악화되고 물집이 형성될 때 심하게 가렵다. 각화형은 손바닥 전체에 두꺼운 각질이 생겨 긁으면 고운 가루 형태로 떨어지며, 만성으로 나타난다. 주부습진과 손무좀은 증상이 매우 비슷해 감별하기가 어려운데 피부과에서 진균 검사를 하면 손무좀에서 곰팡이균이 발견된다.
손무좀은 균의 형태와 증상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지지만 대부분 항진균제를 복용하면서 항진균제 연고나 로션을 1일 2회씩 발라 준다. 각화증이 심한 경우에는 각질 용해제로 각질을 제거하는 것이 좋다. 진물이 나올 정도로 심할 경우에는 먹는 약을 복용해야 한다.
손무좀을 예방하기 위해서 먼저 발무좀이 있는지 살피고, 발무좀이 있다면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발무좀 부위를 손으로 만질 경우 손에 옮을 수 있으니 주의한다. 손무좀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손의 청결과 땀이 차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닦아 늘 청결하고 건조하게 관리한다.
조갑박리증 손톱 짧게 잘라 예방
손톱이 자꾸만 안으로 파고들고 들뜨는 것이 ‘조갑박리증’이다. 조갑(손톱·발톱)이 하부의 피부와 분리되면서 손톱 색이 변하거나 부서지곤 한다. 손톱과 살은 한 번 벌어지면 잘 붙지 않는다. 손톱 끝에 힘을 주는 일을 자주 하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
종이가 한 번 찢기고 나면 작은 힘으로도 잘 찢어지듯이 조갑박리증도 한 번 벌어지고 나면 계속 들뜨는 게 특징이다. 일회용 반창고를 붙이는 등 물리적인 힘으로 점점 더 벌어지는 것을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쉽게도 현재까지 조갑박리증의 원인과 치료법은 규명되지 않았다. 때문에 피부과를 찾아가 봐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냥 포기하긴 이르다. 다른 피부질환으로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피부질환인 ‘편평태선’이나 건선, 아토피피부염, 습진 등에 의해 조갑박리증이 생길 수 있다. 외상이나 물리적인 자극으로 생기는 경우도 있다. 기타를 치면서 손톱이 들뜨거나, 손끝으로 힘을 주는 일을 하다가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일단 조갑박리증에 걸렸다면 손톱 끝에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한다. 타자를 많이 치는 직업이라면 고무 패드를 사용해 자극을 줄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손톱을 1mm 정도만 남기고 가능한 짧게 깎고 손을 씻은 후에는 잘 말린 뒤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이 좋다.
이준규 의학칼럼니스트·보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