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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水湖誌) 제6장 무송 이야기
제21편 요녀 반금련 21-1🎈
며칠 후에 무송은 거리에서 형 무대랑(武大郞)을 만났다.
본래 무대와 무송은 이복형제였지만 누가 보아도 형제라고 믿지 않을 만큼 외모가 딴판이었다.
아우 무송은 키가 팔 척에 외모가 당당하며 기력이 천 백 근이었다.
그래서 사나운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형 무대는 키가 오 척도 못되고 외모가 누추하여 청하현 사람들은 그를 '세마디 나무껍질'이라는 경멸어린 별명을 지어 불렀다.
그래도 무송이 청하현에 있는 동안에는 아무도 무대를 멸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무송이 집에 없자 고을 사람들은 무대를 업신여겼다.
더구나 무대가 반금련(潘金蓮)이란 계집을 아내로 맞아들인 후로는 놀림이 더욱 심했다.
반금련은 나이 22세로 낯짝이 요염하고 반반하게 생겼을 뿐만 아니라 청하현에서는 손에 꼽는 부잣집 하녀로 있었다.
따라서 그런 미모의 부잣집 하녀가 못생긴 남자에게 시집 올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일이 공교롭게 꼬여 반금련이 무대를 남편으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 사연은 이랬다.
어느 날 집 주인 영감이 평소에 반금련의 미모에 마음이 끌려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어두워질 무렵에 반금련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요녀 반금련은 주인의 손길을 냉정하게 뿌리치고 안방으로 들어가서 주인 마님에게 그 사실을 고자질해 버렸던 것이다.
"마님, 주인 어른께서 방금 저를 원하셨습니다.
마님의 원망이 두려워 거절했습니다.
이런 말을 올리는 제 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그러자 젊잖은 주인 영감의 체면은 삽시간에 구겨지고 말았다.
이에 앙심을 품은 주인 영감은 그 앙갚음으로 반금련을 동네에서 가장 못살고 못생긴 무대에게 주고 말았던 것이다.
그것을 보고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두 시샘을 했다.
동네 청년들은 연한 양고기가 잘못해서 개의 아가리로 들어갔다고 지껄이며 다녔다.
그러니 알고 보면 무대는 팔자에 없는 미인 계집을 얻어 오히려 골치만 앓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반금련을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는 처지였다.
게다가 부자집에서 쫓겨난 그녀 역시 다른 데 갈 수도 없어서 반금련은 별수 없이 무대와 붙어 살아야 했다.
반금련은 무대가 마음에 안 들어 속으로는 밤낮으로 딴 사내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을 무대도 다 알고 있었다.
실제로 반금련은 동네 젊은 사내들과 온갖 소문이 자자하게 나올 정도로 생활이 문란했다.
무대는 청하현에서 살 수가 없어 이곳 양곡현으로 집을 옮기고 전처럼 거리에 나가 떡장사를 하면서 살다가 그날 우연히 동생 무송이를 거리에서 극적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전에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고 보병장교가 된 장사의 성이 무가라는 말을 듣고 혹시 속으로 네가 아닌가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이었구나.
정말 잘 만났다.
어서 우리 집으로 가자."
무대는 즉시 자기 집이 있는 자석가(紫石街)로 무송을 데리고 가서 아내 반금련을 인사시켰다.
반금련은 무송의 인물됨이 뛰어난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어쩌면 형제가 저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경양강 호랑이를 맨주먹으로 때려잡은 장사라면 기운이 보통이 아닐텐데 아직 장가를 안 갔다면 우리 집에서 살게 해야지.'
반금련은 무송을 극진히 대접하고 관가에서 숙식을 하면 불편할테니 집에서 함께 살자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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