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리둬 돌리둬 내 청춘 (1편)
해남군 해남읍 두륜산동 산 27-1번지에 위치한 전남의 명문
‘꼴찌여자상업고등학교’의 졸업식이 한창이다.
두륜산 산자락 사이에 위치한 꼴찌여상은 제 53대 대흥사
주지로 취임한 혜원 스님이 중생을 구원한다는 취지로
10년의 각고 끝에 지역유지와 보살들을 설득하여 1970년에
개교하여 오늘 제 37회 졸업식을 치루는 것이다.
울타리라야 잣나무들로 둘러싼 꼴찌여상은 기숙사시설
까지 갖춰져 있어 입학 후 졸업식까지 줄곧 기숙사 생활
을 하는 것이 의무화 되어 있다.
초기 주지스님으로 부임하신 혜원스님이 설법하던 중
부처의 뜻이 임하여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으나 사실은
보이지 않은 숨은 뜻이 있었다.
해남은 자고로 유서깊은 동네이지만 날이 갈수록 옛
전통은 사라지고 놀고먹고 꼴깝을 떠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고 그러다보니 사기꾼 도둑꾼 협잡꾼 등이 한
탕 할려고 해남으로 모여들다 보니 자연히 청소년들의
이탈이 많아졌으며 선조들의 전통은 개가 물어 간건지
이상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래서 뜻있는 모든 분들이 애석해하고 사회를 정화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특히 주지스님의 출가 전
여동생이 결혼하여 해남에 살고 있었는데 그 무남독녀
인 해순이가 늘 골치꺼리여서 꼴통들을 계도하는 차
원에서 급히 고등학교를 설립하게 되었던 것이다.
만국기로 둘러싸인 정문을 지나 근처 체육관에서는
방금 교장선생님의 훈화, 혜원 주지스님의 축사가 끝
나고 우수하고 모범적인 학생들의 시상이 한창이다.
“그러면 다음은 우리 학교 개교이래 최고의 영예인
꼴통에게 수여되는 상을 시상하겠습니다. 전교 1등
3학년 4반 해순이---- “
사회보는 교무부장 선생님의 익살어린 말투에 모든 졸
업생 학부모들이 여기저기서 웃고 난리법썩이다.
그런데 우리 해순이 보무도 당당 단상으로 나아간다.
‘솔직히 좀 창피하지만 어쩌라 내같은 꼴통 이 상장 아
니면 어디가서 상장을 타랴‘
꼴찌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1등상이란 꼴찌중에 꼴찌에게
주어지는 꼴통상이라 모두 창피해서 피하지만 우리 해순이
좀 약간 모자라는지 얼굴만 붉히고 흔들림 없다.
졸업이 끝나고 빈둥빈둥 구들만 짊어지고 쌀만 축내고
살던 해순이. 혼자 농사짓는 여동생이 안타까워 주지스
님이 잡아준 직장에 출근하는 날이다. 낙하산 인사이지만
외삼촌이 보통 주지인가 거물급이어서 희희낙락이다
거울앞에서 하고 처먹어서 튀어나온 뱃살을 꽉 조이는 거
들속으로 집어 넣고, 얼굴에 산재한 깨소금은 환데숀과 분을
덕지덕지 발라 감추고, 짜리몽땅 키는 15cm의 높은 굽
으로 카바할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주금깨 호박이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겠는가. 스모선수처럼 축 처진 뱃살이 그런다고 들어
가겠는가. 참 한심한 짓만 골라하고 있다. 하긴 그러니
꼴통상을 받았지.
부산을 떨며 3시간 준비한 끝에 구교리에 있는 산림조합
내에 위치한 조그마한 유통회사에 첫 출근한다.
빼빼 유통회사는 말이 유통회사지 순전히 유령회사이다.
사장 1명, 전무겸 영업부장 1명, 경리사원및 전화떼기,
커피타는 해순이 1명이 전부이다.
주로 하는 일이란 근처 잘나가는 회사에게 명의를 빌려주어
세금을 감면시켜준다거나 아니면 떴다방처럼 일손이 급히
필요할 때 여기저기서 급조한 인원들을 동원하여 도와주는
보따리 회사이다.
봉급이라 해봤자 슈퍼점원 수준인 회사인데 그것도 어디야
감지덕지 해순이는 즐거워 지랄빤스이다.
하긴 놀아본 사람만이 해순이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말자중학교 3학년 시절 가을 소풍간 대흥사 계곡에서 친구
3명이랑 무슨 혈맹을 맺는다고 ‘변치말자’란 모임을 결성
하였고 기념으로 대흥사 계곡물에 차례차례로 빠졌고,
그 이후 고등학교 각자 다른 곳으로 진학하였지만 고등
학교 졸업 후 만나자는 약속을 하였던 것이다.
취직 전 들리는 소식에 의하면 모두 취직하여 번듯하게
지낸다고 하는데 자신은 사회에서도 늘 꼴찌여서 걱정했
는데 잘난 삼촌덕에 우여곡절 취직하게된 것이다.
이젠 멋지게 가꿔 멋진 남자만 골라내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보란 듯이 보여 주는 것이다.
내 이 멋진 모습을 세상에 드러내 세상의 모든 혼기에 찬
남성들이 내 치마아래 무릎을 꿇게 만드리라.
홀로 ‘낄낄’거리며 수시로 웃어대는 바람에 사장하고 전무
는 어안 벙벙 도대체 이유를 몰라 멀뚱멀뚱 서로의 얼굴
만 처다보며 한숨을 짓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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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다녀갑니다 저 역시 님덕분에 잠시 잊어버린 학창시절 생각해 보았네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