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처가는 강진.성전면이다.
유홍준 교수(지금은 문화재 청장)도 언급했지만
강진에 가볼만 한곳은 김영랑 생가(강진읍소재.버스터미널에서 가까움)와
백련사와 다산초당(도암면 소재) 과 무위사(성전면소재)등이 있다.
조선시대 문헌에서도, 左순천 右강진
했을 만큼 강진은 먹거리가 풍부한 곳이다.
여러분도 강진에서 백반을 시켜먹으면 내 말이
빈말이 아니다는 걸 금방 알 것이다.
지난 토요일 아내와 딸(중2) 과
함께 홀로 사시는 장모님을 찾아 뵙었다.
거기서 하루밤을 보내고 오후에
순천으로 출발했다.
오는 길에 고흥 우주박물관의 푯말이
눈에 띄어 딸 교육상 난 고흥으로 가기로 했다.
고흥을 가기 위해선 벌교읍(행정상 보성군 벌교읍)을
지나가야만 한다.
70년까지만해도 이곳 전라도에서는 이런 말이 회자
되곤 했다
'순천에 가서 인물 자랑하지 말고(그래서 내가 이쁜가 보다.
이건 정말 농담이고, 원래는 여자를 두고 한 말)
여수에 가서 돈 자랑하지 말고(항구도시니 돈이 흔함,
지금은 그렇지도 않음)
벌교가서 주먹자랑하지마라(레슬링박치기왕 김일,
복싱선수 유제두 등등, 또한 일제시대부터
장사랑 씨름 선수가 많이 배출되었다함)' 란
말이 있지만 벌교하면 떠오른 것은 조정래(원래 출신지는
순천 선암사 대처승의 아들로 태어남) 태백산맥의
공간적 배경이고, 꼬막(전라도 방언)과 짱뚱어(망둥어과?) 탕이
유명하다. 그리고 벌교 근교에 있는 부용산엔 슬픈 노래
가사의 현장이 있어 한 번 올라가길 권한다.
어째든 벌교를 지나 고흥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우주박물관이 61킬로나 남아 그냥
순천으로 되돌아 가고 싶었지만 가기로 했다.
고흥하면 떠올린 것은 한하운 시인의 애환이
서린 소록도(나환자 병원)가 있고 옛날엔
술집 아가씨들이 마지막에 팔려간다는
나로도가 있다.(그때엔 대교가 없었음)
그리고 선배 문인 중 시인 송수권(순천대 문창과
교수, 지금 정년 퇴직) 시인 장효문(목요시 동인.고흥서 출판업 운영)
이 이곳 출신이다.
나는 고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늦봄 파란 마늘밭과
청보리밭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의 졸시에
'소록도 가는 길' 란 시도 마늘밭과 청보리밭을
지나가다 썼다
어째든 우주박물관을 한 시간 남짓, 가끔은 비포장길을
지나 내나로도를 거쳐 외나로도 대교를 넘어 겨우 도착해
보니 말이 나오지 않는 광경을 보고 뒤로 넘어질 뻔한
충격을 받았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고
단지 대우건설에서 큰 건물 두 채만 짓고 있지 않는가.
나야 순천과 고흥은 가깝지만 내 뒤를 따르는
서울 넘버의 에쿠스 승용차는 기가막힌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본다.
세상에 공무원들(cpd에겐 미안. 난 소띠친구들 중
공무원한 친구가 누군지 잘모름. 혹 공무원 친구 있음 정말 미안)
의 무사안일과 무책임과 졸속 행정을 여기서 또 본 것같아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렇게 거리 마다 우주박물관을 홍보
하고 국도 중간중간 이정표엔 대문짝만하게 우주박물관 가는 길이라고
표시 했는데 막상 와보니 공사중이라니, 참 해도 너무한다.
소심하고 여린 나로선 군청에 항의할려고 했지만
일요일이라 어쩔 수가 없어 속으로 분함을 삭히다
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차를 멈추었다.
오고가는 차를 염두에 두지 않고 바지를 내려
길거리에서 고흥땅에 대고 오줌을 갈겼다.
'에잇 나쁜놈들"
오줌을 다 누고 차에 돌아오니
아내가
"저 영감이 미쳤나! 한 길가에서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누가 보면 어쩔려고"
나는 볼테면 보라지 하며 쏘아붙쳤다.
옆에 있는 딸도 한마디 거든다
"아빠 미쳤어! 더위 먹었어!"
그렇게 오줌을 갈기고 고흥을 빠져 나오는 길에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했다.
소록도(小鹿島) 가는 길
양동운
가도가도 끝 없는
숨 막힌 오뉴월 뙤약볕에
흙먼지 풀풀 날리며
아버지 머슴살이 떠난 길따라
전라도 땅 소록도 가는 길에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 듯
청산은 들판을 품에 안은 채
눈물나게 짙푸른 저 마늘밭으로
정오의 여름볕이 쏟아지고
바람은 늙은 소나무밭을 흔들다
능성이 보리밭으로 숨어들면
한하운 보리피리 불며
눈물이 마른 그 길따라
사지가 썩어 문드러진 채로
지금 나는 소록도로 가고 있다.
첫댓글가을강님, 잘 하셨습니다. 홍보와 이정표 안내까지 해서 어렵사리 간 곳에 짓고 있는 건물이라...어이가 없군요. 해박한 지식과 가을강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정서로 이야기 샘터를 풍성하게 해주심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우리 카페 규정에 조금 빗나갔군요. 글이 너무 훌륭해서 본문은 자료보관실로 이동하고 색이 들어간 글을 검정으로 수정해서 게시합니다. 가을강님의 활약에 미흡하지만, 우수회원으로 등업해 드립니다.
첫댓글 가을강님, 잘 하셨습니다. 홍보와 이정표 안내까지 해서 어렵사리 간 곳에 짓고 있는 건물이라...어이가 없군요. 해박한 지식과 가을강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정서로 이야기 샘터를 풍성하게 해주심을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은 우리 카페 규정에 조금 빗나갔군요. 글이 너무 훌륭해서 본문은 자료보관실로 이동하고 색이 들어간 글을 검정으로 수정해서 게시합니다. 가을강님의 활약에 미흡하지만, 우수회원으로 등업해 드립니다.
얼굴만 미남"""이신지 알었드니 맘도 좋으신 이야기샘터 시간여행&지기님 애교매려긴 언제 우수회원나유ㅠㅠㅠ ㅎ 참 우리세상 운영자를 해야 허능거구나아~ ㅋ 감사합니다. 가을강님 우수회원 등급 축하해요^^
하하하 ---꼬막 맛 이야기가 나오니까.. 꼬막 맛이어야 하는데...풀어진 낙지 맛이 나면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