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삼위일체대축일입니다.
세 분 하느님이 한 분 하느님이시고,
한 분이신 하느님이 세 위격이라는 알쏭달송한 교리가 삼위일체이지요.
어쨌건 세 분 하느님이 한마음으로 하신 사업이 창조사업이고,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을 창조주라
일컫는데 창조주이신 하느님의 특성은 전지전능하심이다 라고 사도신경에서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전지전능하시다는 것은 피조물인 사람에게도 그런 특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람을 일컬어 “만물의 영장”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 마디로 사람은 하느님을 닮아서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보고서는 ‘똑똑하다’ 하고, 어떤 사람은 ‘멍청하다’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똑똑함과 멍청함의 구별이 영성론에서는 일반 사회에서 갖는 개념과 다릅니다.
그래서 오늘은 진정한 똑똑함이란 무엇인가 하는 주제를 가지고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까 합니다.
하느님나라에서 새 국무총리를 뽑기로 했습니다.
열두사도가 모두 노인네가 되셔서 일하기가 어려워 새 국무총리를 뽑는다는 것입니다.
그러자 기라성같이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아이큐 200이 넘는 전직 대학교수님, 유명한 기업체 사장님 등등...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 1차 필기시험이 끝난 뒤 합격자들과 2차 면접을 보시는데, 사람들을 한방에 모아놓고
천당을 더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질문하셨습니다.
어떤 사람은 재개발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천당주민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구원의 조건을 높여야
한다, 어떤 사람은 지금 현재의 천당정부가 물러나고, 새정부가 들어서야 한다 등등 갑론을박하더니,
자기들끼리 치고받고 신경질을 부리는 등 분위기가 아주 험악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알았다. 다들 물러가라. 합격자 발표는 내일 조간신문에 날 것이다’ 하셨습니다.
다음날 조간신문에 발표된 국무총리는 어제 난상토론 중 구석쟁이에서 아무 말도 안하던 대한민국
충청도 사람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궁금하여 ‘왜 하필이면 저 사람입니까’ 하고 묻자,
하느님 가라사대 다른 녀석들은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하면서 신경질을 부리고 화를 내고
난장을 치는데, 저 녀석은 “난 이대로가 좋은디 왜 싸우고들 지랄들이여 지랄들이..”하고 느긋하게
있어서 아 저 놈이 정말 천당 국무총리감이다 라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똑똑한 사람’ 그러면 우리가 갖는 통념은 계산능력이 뛰어난 사람, 성적이 우수한 사람, 수재, 귀재,
천재 이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성론에서의 ‘똑똑함’의 기준은 다릅니다.
하루하루 지금 이 순간을 제대로 즐겁게 사는가?
힘겨운 상황에 부딪쳤을 때 기분을 어떻게 다스리는가?
스스로 자기를 옭아매어 수렁같은 의기소침에 빠지는가?
아니면 불행을 피해가면서 상황을 잘 헤쳐나가는가?
만약 누군가가 지금 이순간이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자기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을 위하여 한순간 한순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똑똑한 사람이란 것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학교성적이 좋지 않다 하더라도 자신을 위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면,
적어도 불행을 선택하지 않는다면 똑똑한 사람이란 것입니다.
아이들 중에 학교성적이 1, 2점 떨어졌다고 의기소침해하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성적은 중간 정도인데 개구쟁이같이 털털거리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데
나중에 누가 큰 인물이 될 것인가 하면 개구쟁이쪽입니다.
성적에 연연해하는 아이들, 작은 실패에도 신경이 예민해지고 신경질을 부리는 아이들은
그리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관찰결과입니다.
그렇게 성장한 사람들이 정신병원에 입원할 확률도 높다고 합니다.
정말로 똑똑한 사람은 신경질을 내지 않습니다.
의기소침해지기보다 행복을 선택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을 선택하면 신경질에 대한 궁극적인 방패막이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의사선생님이 말했습니다.
인체를 아무리 해부해봐도 성깔부리는 신경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이렇게 우리 안에 있지도 않은 신경을 만들어서 사사건건이 화를 내고, 스스로 불행감,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을 똑똑치 못한 사람, 칠칠치 못한 사람이라 하는 것입니다.
오늘 삼위일체 대축일을 맞이해서 내가 사는 인생은 똑똑한 인생인지
아니면 스스로 화를 불러들이는 똑똑치 못한 인생을 사는지
잠시 자기 인생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홍성남 마테오 신부님
(가좌동 주임신부님, 평화신문 상담코너 운영, daum카페 '도반' 마음공부, 영성심리, 상담운영)
** 서울 가좌동 성당이 뉴타운이란 명목하에 불합리한 개발법속에 존치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같은 처지에 처한 성당이 무려 30여 군데나 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속에서 경제적 어려움과
고통속에서 도움받지 못하고 계신 입주민들의 수는 헤아릴수 없고요...
게다가 용산 철거민 현장에서 신부님께서 공권력에 제압을 당하시는 일까지 생기고...
가진것 없는이, 의지할곳 없는이들과 항상 함께했던 우리 천주교 사제님들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는지?
뉴타운법에 맞서시기엔 모르시는것이 너무도 많기에 많은 교우분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가톨릭 굿뉴스, 천주교 대교구 사이트내 자유게시판등의 글에 많은 응원의 댓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돈이란 부의 가치만을 최고로 숭상하여 달려드는 건설사과 뉴타운법을 만드신분들의
권력에 맞서시기엔 사제란 한개인이 감당하시기엔 너무도 큰 장벽이기에...
많은 신자분들의 힘을 빌리고자 합니다..
제가 많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아 서두없이 글을 써 놓았습니다...
우리 사제님들을 위해서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아멘... **
첫댓글 며칠전 TV에서 가좌동 모래내시장에 대해 방영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뉴타운이라는 명목하에 쫓겨가는 세입자들의 모습...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지... 무엇보다도 주민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하는데... 때마침 홍신부님께서 가좌동 성당에 계시는군요. 매일 묵주기도에서 꼭 기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단무지님
두레골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