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결정 때도 3명 모두 기각 판단
헌법재판관 8명이 2월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에 입장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알려진 정치 성향과 인용, 기각 여부가 일치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선고를 보면 재판관이 자신의 이념에 따라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를 불식하려면 탄핵 찬반 양측 모두가 동의할 만한 법리를 제시해야 한다.”(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탄핵 인용을 예상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처럼 전원 일치 판단이 나올지 예단할 수 없다. 법률 위반 행위는 드러나지만 파면할 만큼 중대한 위반인지에 대한 판단은 재판관 몫이다.”(조재현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3 대 2 대 3으로 나뉜 헌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과를 어떻게 예상하는지 묻자 헌법 전문가들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탄핵심판 변론기일이 2월 25일 종료되면서 헌법재판소의 시간이 도래했다. 헌재 재판관들은 평의를 열고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 주장을 검토해 결론을 내린다.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려면 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 찬성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스윙보터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 재판관들에게 이목이 쏠린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은 1월 23일 4 대 4로 기각됐다. 재판관의 임명 배경이나 알려진 정치 성향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됐다.
구체적으로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은 이 위원장 탄핵을 인용했고,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결정을 내렸다.
중도 성향으로 꼽히는 정정미·김형두 재판관(김명수 지명)을 제외하면 인용 측은 진보, 기각 측은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특히 윤 대통령이 대통령 몫으로 지명해 임명한 정형식 재판관은 뚜렷한 보수 성향을 가졌다는 평가가 많다. 더불어민주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이념적 편향성 때문에 헌재 재판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적격’ 의견을 내기도 했다.
탄핵심판 변론에서는 홍장원과 곽종근 진술의 빈틈을 지적했다.
김복형 재판관은 보수 성향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한 인사다. 후보자 시절인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탄핵이 정치적으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한창 재판관은 윤석열 정부에서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하마평에 수차례 오른 인물로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 이후 국민의힘 추천으로 재판관이 됐다.
세 재판관은 우원식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 결정에서 별개 의견을 내기도 했다.
헌재는 27일 최 대행이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은 국회 권한 침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별개 의견을 통해 “(국회의) 권한침해확인 청구 부분이 적법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본회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별개 의견은 결정문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논리나 근거가 다를 때 내는 소수의견이다.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세 재판관은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을 임명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한 것이다.
반대로 문형배·이미선·정계선은 법원 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사건에서 헌재가 전원 일치로 기각 결정을 내렸을 때 문형배·이미선은 “피청구인의 사후 대응이 헌법상 기본권 보호 의무와 재난안전법상 개별적·구체적 의무 위반에 이르지 않은 점에는 동의하지만, 피청구인의 사후 대응이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 위반에는 해당한다”고 별개 의견을 냈다.
민주당이 지명한 정계선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물리력으로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을 만한 헌법상 근거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법조계도 전원 일치 여부 의견 갈려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 여야 정치권에서는 정치 성향이 다른 재판관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 출신 법관들의 정치·사법 카르텔이 있다”(권성동 원내대표)며 ‘아스팔트 우파’가 제기한 공정성 논란에 가세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정형식 재판관이 주심으로 정해지자마자 “탄핵 심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박찬대)는 반응을 보였다.
이러한 지적에 헌재는 “탄핵 판단은 재판관 개인 성향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처럼 ‘전원 일치’로 인용 결정이 나올지도 관심을 모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법률 및 헌법 위반 사실이 파면될 정도로 중대한지에 대한 이견이 있었다. 인용 정족수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재판관들은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전원 일치로 결정하자는 데 동의했다.
박 전 대통령과 달리 탄핵 찬반 여론이 양분돼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2월 27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탄핵 찬성(인용) 비율은 54%, 반대(기각)는 38%로 나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국회 표결 전부터 헌재 판결까지 8 대 2로 찬성 여론이 크게 우세했다.
헌법 전문가들 의견도 갈린다.
전 헌재 연구관인 노희범 변호사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과 윤 대통령 탄핵은 사안의 중대성 자체가 다르다”며 “이 위원장에 대해선 법리적 해석 차이로 서로 다른 의견이 나올 수 있지만, 윤 대통령은 직무에서 배제할 정도의 위법성이 인정돼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전원 일치 인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장영수 교수는 “변론 당시 서로 엇갈리는 진술이 나와 대통령 지시가 맞는지에 대한 신빙성 여부를 확인해야 하고, 검찰 조서 역시 당사자가 부인하는 상황이라서 전원 일치 결론이 나오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탄핵 선고 기한이 연장되더라도 모든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으려면 헌재 변론이 재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