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3월 동아마라톤 이후 춘천에서 기록단축을 위해 무더위속에서 흘린땀의 결과가
40km지점에서 엠블런스에 실려가는 기현상을 체험하고
마라톤 기록에대한 한계점을 서서히 느끼면서
11월 스포츠 서울에서 최고기록의 22초를 단축했다.
예상했던 대로 저조한 기록이 나왔다.
춘마이후 실망 스러움으로 몸관리가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번 한강 시민에서 10분이내 목표를 잡았지만
훈련량이 부족하여 쉽지만은 않을것이라 예상했다.
대신 술을 일주일간 마시지 않은걸로 기대를 해보았다.
올 들어 이렇게 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은건 처음이다.
이번 대회의 마음가짐은 기록에 연연하지말고 내기록 13분보다 늦지않게 달리기였다.
출발신호와 함께 맨앞에서 달려 나갔다.
수많은 사람이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간다 선두와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그중 김영아도 내 시야에서 사라진다.
무지하게 빠르네...풀인줄 알았는데 금방 돌아온다.
하프네 어쩐지...
5km도 가기전에 산수유님이 전설님 힘!! 하며 사라진다.
뭐야 이거?
천리마님은 안 나타나나...
자꾸 뒤통수가 따갑다.
나는 내 가는대로 간다.
5km 22'23"(구간)
10km 22'11"
15km 23'03"
마냥 넉놓고 달렸더니 같이 달리던 여자2위한 배미경씨도 200m 정도 앞에간다.
정신을 가다듬고 속도를 내었다.
여자 2위를 추월하고
앞에가던 강동 마라톤클럽의 한 분과 합세 했다.
"씽글 하시려나봐요?"
"예. 그런데 씽글하는것도 이렇게 힘드네요."
"이 페스로가면 돼요."
"좀 어려울것 같아요.후반 페이스감안하면..",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 하프까지를 재미있게 달렸다.
20km 22'12"
하프 1:35'?"
하프를 지나면서 이제 앞서간 산수유님을 따라잡는 것이다.
이제부터 진짜 레이스다.
6-700m 앞서간 거리는 좁혀질 기색이 없다.
25km지점에서 파워젤 하나를 보충했다.
30km지점에서 만날까 했는데 35km지점에서 만났다.
산수유님과 동반주하던 남자분 2명이 쳐지고
이제 내가 같이 골인 하기로 마음먹고 산수유님 페이스에 마춰 달렸다.
산수유님의 거친 호흡소리를 들으며 너무 조용한 나의 숨소리가 무색하다.
내가 살살 달리는 것인지 폐활량이 좋은건지???
저렇게 달릴수 있다는것은 훈련량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곧 퍼진다...
산수유님이 40km지점 급수 대에서 파워젤을 보충한다.
나는 그냥 달리려 했는데...
그사이 나는 그대로 다려 나갔다.
남이 뭘 먹는걸 보는 순간 나도 준비해간 상비약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왕 준비해간 것 실험은 해 봐야지 약발이 받나.
커피 믹스를 찢어 입에 꾹 짜서 꿀꺽 넘겼다.
으.. 이 달콤함 그런데 너무 달다.
2-300m같을까?
갑자기 어지럽다. 머리가 돈다.술 취한것보다 심하다.
이거 큰일났네 얼마남지 않았는데..
뒤를 쳐다보니 산수유님이 따라온다.
이왕 40km지점에서 변심하여 먼저 가기로 마음먹은것 추월 당하면 뭔 망신이냐?
뒤도 안돌아보고 달렸다.
63 빌딩이 보인다 이제 다왔다는 안도감이 온다.
어지러움도 조금씩 사라져 평상심을 찾았다. 그리고 골인했다.
3:12'11"
대회 전날 꿈을 꾸었다.
여느 마라톤 대회장에 사탕을 바구니에 담아 놓았고
그것을 마라토너들이 함줌씩 가져가서 나도 사탕을 고르다 깨었다.
이게 뭔 예시가 있는듯하여 마라톤과 사탕,당분에대해 분석해본결과
한가지 기사에 필이 박힌다.
아시안게임 마라톤 우승자인 지영준이 15km정도 달리면 혈당이 떨어져 지영준의 스페셜음료는
꿀물 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거다.
마라톤 벽을 느낄때 35km나 40km지점에서 먹자고 커피믹스 봉지에 커피빼고
꿀 원액을 담아갔다.
그것이 일낼뻔했다.
멀쩡히 잘달리다 또랑에 쳐박힐뻔 했다.
벌침만 나뿐줄 알았는데 그놈의 꿀도 사람잡네.
다시는 꿀 쳐다도 보지 말아야지..
올해는 그놈의 벌과 꿀이 문제여...
그래도 하프 까지와 하프 이후의 페이스가 같다는것은
나름의 페이스 조절과 지구력이 있었음에 일것이다.
조금씩 깨우쳐가는 마라톤, 내년 동아에선 씽글은 그리 어렵지 않게 달성 하리라 본다.
내년 마라톤 화두를 정했다.
씽글이 목표가 아니라
훈련은 즐겁게...
대회는 진진하게...로 정해본다.
첫댓글 ㅎㅎㅎ 꿀이 문제여.. 벌이 문제고.. 그런데 말여, 그것보다 술이 문젠겨~~~~!!
진리는 한번에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습니다.체험으로 습득한 것이 자신에게 맞아 편하지만 빠지면 매너리즘이 됩니다.항산 긴장 속에 살수도 없고 그렇다고 구태의연하게 살 수는 더욱 없고 이것이 삶의 숙제죠. 내년에는 벌침 맞지 말고 꿀같이 달디 단 기록을 내보시죠.클럽에 써브3주자 한명은 있어야 하는데 언제 이야기인지 아득합니다.
그래도 올해의 마지막 경기에 좋은 기록이 나와서 좋습니다. 내년에는 정말 만족할만한 기록 내길 바랍니다.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