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대한 눈은 감을 수 있어도 기억에 대한 눈은 감을 수 없다.
- 스타니스러우 J.룩 -
세월호 9주기
그만하자.
그만 잊자.
어떤 이들은 이렇게 얘기합니다.
매년 때가 되면 잊지 않고 제사는 빠뜨리지 않는 사람들이...
생때같은 아이들을 잃은 유가족의 가슴을 이렇게 때립니다.
당신의 아이라면
당신들의 가족이라면
그렇게 그만하고,
그렇게 잊을 수 있는 건지요.
세월호는 그 이름처럼 세월이 흐른다고 잊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 가슴에 오래도록 아픔으로 상처로 남아 깊고 짙은 흉터로 각인될 것입니다.
남은 그 흉터는 언제나 제2의 참사를 막아낼 우리들의 약속으로 남아있을 것입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기억하세요.
가만히 있지 마세요.
세월호 추모곡 : 잊지 않을게
http://youtu.be/QSOXQogHe0E
-지인이 보내준 톡에서-
구름 가득
금방 한줄기 쏟아질듯
비 내리면 좋겠지만
농사일 단도리 못한 농부
애만 탄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일기 쓰고 톡보냈다
여명이 빨라지니 기상도 빨라지나?
난 겨울엔 늦게 일어나고 여름되면 빨리 일어난다
잠자는 것도 마찬가지
계절에 따라 기상이 달라지듯 잠자는 시간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하루 7시간의 잠을 자려 하는데 봄가을은 거의 맞추지만 여름과 겨울은 안된다
그러나 일년 평균으로 따지면 잠자는 시간이 같지 않을까?
톡보내며 친구에게 내일 마중 나오라고 문자
내일은 친구 아들 결혼한다니 모처럼 서울 나들이해야겠다
서울 지린 잘 모르니 친구에게 마중 나와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러겠단다
오랜만에 서울 친구들 얼굴 볼 생각하니 지금부터 설렌다
그들도 나처럼 생각할까?
날달걀과 잉어즙을 한잔씩
집사람은 이것만 먹어도 배부르다고
어젠 낮부터 술만 마시고 밥은 먹지 않았으니 아침밥을 먹어야겠다
식은 밥데워 익은 오이소박 김치 국물에 비벼 한술
맛있다
항상 이리 밥맛이 좋았음 좋겠다
동물 챙겨 주며 오골계 수탉을 잡아 암탉이 있는 곳으로 넣어 주었다
그곳에 있는 병아리들이 놀래 모이를 먹지 않고 숨어 있다
며칠 지나야 서로 얼굴 익혀 잘 지낼 수 있으리라
아래 닭장 동물은 풀어 주었다
요즘 말썽부리지 않으니 밖에서 자유롭게 놀렴
노열동생이 약초 있으면 달라고 전화
오가피 황칠 옷나무 있다니 가지라 오겠다고
어제 문사장이 준 잉어를 약초 넣어 고아 어머니 약해드려야겠단다
여러 가지를 챙겨 주며 오래 불을 때 고으라고
푸르륵 고아 먹으면 잉어 진국을 먹을 수가 없다
일찍 한의원에 가서 물리치료 받아야겠다
어제 기독의원 다녀 왔더니 어깨가 많이 부드럽다
이럴 때 물리치료도 받으며 어깨를 푹 쉬어주는게 좋을 듯
집사람에게 같이 가자니 침 맞으면 더 아프다고 오늘은 쉬겠단다
나만 한의원으로
물리치료 받으며 한숨
난 이럴 때가 기분 좋다
침 맞으며 어제 기독 의원 다녀 왔다니 어떤 주사를 놓는지 물어봤냐고
묻진 않았지만 프롤로 주사를 논다는 현수막이 있다니 프롤로는 포도당의 일종인데 근육을 강화시켜주는 거란다
다음에 가시면 한번 물어 보시라한다
그래 궁굼한건 물어야보아야하는데 난 지레짐작만 해 버린다
어깨 추나요법을 해주니 기분이 좋다
당분간 한의원 다니며 치료 받아야겠다
집사람이 뒷산이나 올라가 보자고
고비 많이 나는 곳에 고비가 올라왔을지 모르겠다
집사람과 고비나는 곳을 찾아 가보니 별로
작년엔 고비대가 많았는데 올핸 보이질 않는다
고비대가 모두 죽어 버렸을까?
겨우 한주먹 꺾어 내려오며 주변 참두릅도 찾아보니 보이질 않는다
두릅나무도 죽은 것같다
자연이 항상 그대로 있을 수 없겠지
내려와 심어 놓은 땅두릅을 좀 캐고 엄나무 순도 땄다
이것저것 하다보니 가지고 간 가방 반은 채웠다
자연에서 얻은게 이만하니 기쁘지 않는가?
집사람이 임사장님 꽃잔디 심는 걸 도와 주고 오더니 점심이나 먹자 했단다
그도 좋겠다
임사장님이 드시고 싶은대로 가자는 것을 점심이니까 부담없이 김치찌개 먹자고
자주 어울려 식사하려면 간단한 걸 먹는게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는 칠천원
이 근처 식당에서 가장 저렴
난 또 돼지고길 좋아하니 딱
김가네 가서 김치찌개에 막걸리까지
맛있게 잘 먹었다며 다음엔 내가 사겠다고
바둑 단톡방에 김회장이 2시에 나온다고 문자 올려놓았다
나두 나가겠다 문자
술마셔 얼큰하지만 일찍 나가 한수 두고 빨리 들어 와야겠다
시간 맞추어 바둑휴게소에 가니 어르신 두분만 두고 계신다
내가 오늘 바둑휴게실 봉사 당번
밀걸레를 빨아와 바닥을 닦았다
집에선 청소하지 않는데 내가 당번이니 시늉은 내야겠다
깨끗하게 닦아 내고 나니 바닥이 윤난다
바둑 회원이 주로 쓰니 항상 깨끗하게 관리해야겠지
장사장이 일찍 나왔다
오랜만이라며 한수하잔다
두점 접바둑
내 돌의 안전을 돌보며 무리한 전투를 피하면서 집을 지어 가니 중후반 들어 집차이가 난다
흑이 어거지 수로 파고든 걸 정확히 받아 잡아 버리니 더 이상 뒤집을 수가 없다
그래도 계가해 보자고
무려 30여집을 이겼다
이 판은 싸우지 않고 집짓기를 하다보니 좀더 느긋하게 둘 수 있었다
난 바둑이 헝클어지면 대처를 잘하지 못해 싸우면 무조건 불리
내 스타일대로 바둑을 이끌어 가야하는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상대가 내 의도대로 따라와 주지 않고 여기저기 마구 전투를 걸어오면 수습하기 난감할 때가 있다
아직은 실력이 부족한 탓이겠지
김회장과 재봉동생도 나왔다
셋이서 토너멘트 한판 하자고
재봉동생이 부전승 올라가고
나와 김회장과 두었다
돌갈라 내가 백
흑이 소목으로 두길래
내가 양화점으로 포석을 잘못 짜는 것같아 저번처럼 향소목을 들고 나왔다
집을 크게 짓지 않고 잘게 쪼개가며 균형을 맞추어 갔다
크게 부딪히지 않고 공격받을 돌이 없으니 형세 비등
끝내기 들어서도 큰 실수 없이 마무리 지으니 흑이 세집 남겨 백이 3집반 승
지난번에도 덤받아 이겼는데...
이제 내가 페이스를 찾고 있나?
재봉동생과 결승전
이번에도 내가 백
중반들어 그만 돌이 가두어져 백의 비세
초반에 안쪽으로 깊게 들어간게 실수
그러나 다행히 끊을 수 있어 수상전이 벌어졌다
난 안에 갇힌 돌을 죽이고 밖의 돌을 살릴려 했는데 흑이 모두 잡으러 든다
나갈 수 있는데까지 나가고 난 뒤 집어넣기로 흑의 수를 줄여 버리니 흑을 잡으며 갇힌 두 대마가 모두 살아났다
그래도 형세를 낙관할 수가 없다 생각하는데 흑이 공격을 실패하니 승부를 미리 포기해 버리는 것같다
흑이 실수하여 대마가 죽었지만 한수 물려주며 끝까지 두었다
계가를 해보니 반집 승
흑이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내가 무조건 졌다
그래도 술마셔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이 정도 둘 수 있었으니 이젠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않았을까?
그동안 재봉동생과 김회장에게 계속 져왔는데 지난주부터 승률이 반반
내가 페이스를 찾는다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같다
집사람 전화
표고목으로 부탁한 참나무를 베어 가져 왔다며 얼른 집에 오라고
아이구 바둑두고 있는데
미안하지만 한쪽에 내려놓고 가라했다
바둑 두다가 선뜻 일어나기 어렵다
남우동생이 왔다
나에게 넉점 접바둑
한수 지도
화점에서 받는 방법을 대여섯가지 가르쳐 주었다
얼마나 배우려하는 지 모르겠지만 나올 때마다 몇수씩 설명 듣는다면 실력이 확 늘 수 있으리라
몇가지 방법을 설명해주고 난 뒤 넉점을 놓고 두었다
넘 쉽게 생각하며 두었더니 대마가 갇혀 죽기 일보직전
다행히 흑의 느슨함을 틈타 패로 살려냈는데 그만 또 다른 곳에 패가 걸려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밖에
판단을 잘못하여 작은 걸 잡고 큰 걸 놓쳤다
끝까지 손님 실수 바라고 두려다가 급수가 낮은 사람에게 어거지로 이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게 생각되어 도중에 투석
급수 낮은 사람은 기를 살려주기 위해 져 줄 필요가 있다
모두들 시골곰탕에 가서 곰탕에 막걸리 한잔하자고
낮에도 마셨건만 또 술술
난 어울려 마시는걸 너무 좋아한다
대부분 나이들면 술을 줄인다는데 난 갈수록 술이 늘어만 가니...
일찍 들어간다니 팀이 맞질 않는다며 한판만 두고 가란다
저리 권하는데 회장이 되어가지고 그냥 들어가 버린다는것도 그럴 것 같아 한판 두자고
김작가와 두었다
두점 접바둑
공격이 실패하여 모두 살려주고 나니 백이 집부족
마지막 귀의 노림을 보면서 힘을 비축
외벽 그물이 처지길래 치중하여 집을 없애니 꼼짝 없이 잡혔다
다 이긴 바둑을 놓쳤다고 너무 아쉬워 한다
귀만 잡히지 않았음 흑이 서너집을 이길 건데 역으로 진 것 같다
계가해보니 20여집을 이겼다
이번엔 노림수가 잘 먹혀든 것같다
내가 바둑을 빨리 두기 때문에 일찍 끝나버렸다
다른 팀들은 아직 중반전
난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먼저 일어섰다
내일 아침 일찍 서울 올라가려면 좀이라도 빨리 집에 가는게 좋겠다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당분간 밭갈긴 틀린 것같다
닭장문을 닫지 않아서 후레쉬 켜들고 내려가보니 다행히 기러기와 닭이 들어가 있다
닭장 문을 닫고 돌로 괴어 놓았다
문틈이 벌어져 산짐승이 들어갈 수도 있다
표고목 참나무를 16개 가져 왔단다
종균도 따로 주문했다고
예전엔 표고목이 5천원 이었는데 지금은 8천원씩 달란다고
모두 16만원을 주었단다
우리가 표고를 그만큼 따먹을 수 있을까?
대충 하루 일과 정리하고 잠자리로
내일은 일찍 서울에서 있는 친구 아들 결혼식에 참석해야하는데
잠자는 시간이 늦었다
내가 아직도 젊은 것처럼 착각하고 산다
어제부터 내리던 비가 그쳤다
님이여!
오늘은 세월호 참사 9주기
피어보지도 못하고 떠나버린 그 어린 새싹들
이 땅 위에 이런 비극이 두 번 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되는데
작년엔 할로윈 축제때 어이없는 참사가 또 일어나 젊은 영혼들을 떠나 보냈네요
그런 참사가 일어난 것은 세월호가 남긴 교훈을 잊었기 때문이리라
세월호 참사로 영면한 분들의 넋을 위로하며
국민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길 기원해 봅니다
오늘도 포근하게 내리는 봄비처럼 마음 따뜻한 하루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