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티야의 사절단이 떠나간지 그로부터 10일이 지났다. 카스티야 왕의 사절단은 약속된 기일을 어기지 않고 다시 찾아와 엘시드를 알현했다.
"귀공과 알폰소 전하를 위하여!"
사신 중 하나가 의미 심장한 말을 내뱉으며 소매에서 카스티야 왕의 서찰을 꺼내 엘시드에게 건내 주었다. 엘시드는 그 서찰을 서서히 읽어 내려갔다.
'로드리고......자네의 입장은 충분히 주지하는 사실이나 자네가 바라는 요구사항의 신속한 이행은 사실상 어려워 질 수 있다네......지금은 사악한 무어인의 공격으로 말미암아 이 곳 카스티야마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라서 말이지.... 먼저 자네가 이곳까지 손수 달려와 위기에 처한 짐을 먼저 구원해 줌이 어떻겠는가? 자네의 군대는 강하고 날렵하다고 이곳 사람들에게 명성이 자자하다네.....먼저 사악한 이교도들의 횡포를 물리친 연후에 그 문제를 신중하게 논의해보면 어떨까 생각인 중인데......자네의 결단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네......"
지난 번 서찰과는 달리 상황이 상황인지라 알폰소 왕 자신에 대한 위신이나 격식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서찰의 내용은 신하를 대하는 군주의 그것보다는 오히려 사사롭게는 옛 친구를 대하는 듯한 간곡한 부탁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무스타파라는 자가 드디어 카스티야까지 이르렀나보군......구티예레스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엘시드가 구티예레스에게 물었다. 구티예레스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입을 열었다.
"카스티야 왕에게 원병을 파견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해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본인이 생각하건데 이 문제는 손해보단 이익이 훨씬 많습니다"
"손해보단 이익이 많다? 그것은 어떤 이유 때문인가?"
엘시드가 선뜻 궁금해 대답을 재촉했다.
"첫째로 주군의 강력한 원병이 카스티야 도착하면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었던 카스티야의 백성들은 모두 들고 일어나 주군을 환영할 것이며 주군에게 감사와 영광을 돌릴 것입니다. 두 번째로 원정비를 포함하며 더 많은 요구사항을 이 쪽이 확실히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고 세 번째로 주군의 발렌시아에 대한 통치권에 대해서 앞으로는 어느누구를 막론하고 왈가불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내 생각 역시 자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무스타파라는 자가 마음에 걸린다. 사실 나는 그와 다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자세한 상황을 알지 못합니다. 먼저 카스티야에 당도한 후 계책을 내는 것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구티예레스의 건의를 받아들인 엘시드는 카스티야 왕의 원병요청에 대해, 사신들에게 긍정적으로 화답한 후 돌려보내고 곧 원병을 조직하기 시작했다. 봉건기사대 다수와 스페인 창병, 봉건 검병대, 봉건 창병대 궁수로 이루어진 원병대는 십자가가 문양의 기치로 장식하였는데 그 기세가 사뭇 엄중하였다. 카스티야로 행군하기 앞서서 엘시드는 말에 올라 군중들 앞에서 목청껏 외쳤다.
"위대한 발렌시아의 제군들이여! 그대들은 강한 용사들이자 위대한 전사들이다. 지금 공교롭게도 우리들의 고향인 카스티야가 무어인들의 침략으로 인해 크나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카스티야는 우리들의 부모형제가 살고 있는 곳이며 우리들이 연인과 사랑을 나누었던 곳이자 꿈에도 그리워하는 우리들의 고향이다. 우리들의 부모형제들을 위해! 우리들의 연인을 위해! 우리들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한번 목숨을 걸어볼 자신이 있는가? 우리가 무어인들을 물리친다면 카스티야의 왕은 우리들에게 금은보화와 위대한 명예를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럴리는 없겠지만......우리가 패배한다고 해도 실망해서는 않된다. 우리들의 부모형제를 위해! 우리들의 연인을 위해! 우리들의 꿈을 위해! 싸웠다는 자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전사로써 명예로운 길이기 때문이다!"
엘시드의 일장 연설이 끝나자 온 군중은 군사들의 함성으로 땅이 뒤 흔들릴 지경이었다. 엘시드의 옆에 시립해 있던 구티예레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 지금부터 카스티야로 출진한다. 진군의 북을 울려라!"
엘시드의 명령을 끝으로 거대한 원병은 질서 정연한 모습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카스티야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