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나비불다
2011.6.20이후 적용 자세한사항은 공지확인하시라예
출처: 여성시대 나비불다
오늘 김조광수 감독님 일로 동성애 관련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는 게 답답해서 글 찜.
(글을 쓰기에 앞서 난 이성애자임을 밝혀둡니다. 굳이 이런 사족을 다는 이유는 첫째 내가 동성애자들의 인권신장을 응원한단 이유로 “왜 이렇게 흥분해. 너도 레즈냐?ㅋㅋㅋㅋ”라는 별 병신같은 질문을 해대는 빠가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렇다면 동물보호협회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모두 개 고양이 사자 호랑이인 모양이죠? 이야 대단한 동물농장!) 둘째는 당장 내 문제는 아니라고 해도 우리 모두 한 번은 생각해볼만한 일이기 때문임을 알려주고 싶어서예요. 그럼 글 시작할게요.)
< 대전제 : 동성애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자연스러운 사랑이다.>
연인 : [명사] 서로 열렬히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이성 두 사람.
연애 : [명사] 연인 관계인 이성이 두 사람이 서로 그리워하고 사랑함.
동성애를 존중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전반적인 이해에도 불구하고 굳이!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요구하는 이유.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내 ‘권리’이기 때문이겠죠. 생각해봐요. 세금 내래서 내고 군대 다녀오래서 다녀오고 투표하래서 하고 나라가 하라는 건 다 했어요. 당연한 의무이니까요. 그럼 이제 국가도 절 도둑으로부터 보호해주고 살면서 생길 수 있는 크고 작은 분쟁들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해결해 줄 테고 작은 복지부터 큰 투표권까지 저의 권리를 위해 힘써주겠죠?
아, 근데 딱 하나! 결혼만은 하지 말래요.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라는군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나의 사랑이 ‘크게 피해를 주는 건 없지만 불편’하고, 내 사랑을 인정해주시는 대신 생길 여러 가지 부작용들이 걱정된대요. 글쎄, 그게 어떤 부작용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어요.
1. 우리의 사랑은 그들의 걱정처럼 성병을 달고 사는 것도 아니고
: 동성애자들은 성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편견이 있는데, 오히려 수치상으론
동성애자들보다 이성애자들 쪽 성병 발병률이 높다. 따라서 성병(에이즈)가 걱정돼
동성애를 반대하는 거라면, 차라리 섹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2. 오빠와 사랑하다 헤어지면 아빠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근친성애자도 아니고
: 간혹 동성혼과 근친혼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멍청이들이 있는데, 오빠와
연애중인 그녀. 오빠와 헤어지면 아빠와 사귈 건가? 근친밖에 못하는 근친성애자?
동성애자들은 지금 ‘특정인’과의 결혼을 주장하는 게 아니지 않나. 전제부터 똥.
3. 내 결혼을 친구의 어머님, 동네에 사시는 할머님께서 이해해주길 바라시는 것도 아니며
: 아직 우리네 어머님 세대에선 받아들이기 힘들다? 내 친구네 할머님은 여전히 내
친구보고 여자가 대학은 무슨. 공장에 취직해서 남동생 뒷바라지나 하라시는데
가여운 내 친구는 세상에 무수한 할머님세대들이 ‘모두’ 인정할 때까지 학업을
잠시 미뤄두는 게 낫겠네요. 싫은 소리 들으며 상처받을 필요 있나. 걍 기다리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건 좋지만 굳이 일 키워서 싸우면 서로 피곤하기만 하잖아!
4. 잠시 성정체성을 혼동했다기엔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너무나 많은 확신이 있었는데.
: 이성애자들의 사랑보다 동성애자들의 사랑이 가볍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다른 것도 아니고 결혼이라구. 결혼. 얼마나 중대한 문젠데. 또 잠시 혼동해서
동성을 만났다고 치자. 그럼 난 양성애자인거지. 이성애자가 아니라! 여전히 법의
잣대 내에선 소수자란 말이야. 우리 엄마의 바람대로 또로라공주처럼 절 몇 번에
쉽게 바뀔 성향이었으면 내가 이 핍박을 받으며 살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5. 아, 아이를 낳을 수 없다는 거. 그건 참 저 또한 유감이네요. 하지만 불임선고 받은 사람도, 생식기능은 건재하지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사람도, 배우자의 동의만 얻으면 얼마든 결혼 할 수 있는 거 아니었나요?
근데 설마 우리의 결혼이 인구감소를 초래할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는 건 아니겠죠? 굳이 결혼을 하지 못하더라도 내가 이성과 결혼을 해 아이를 낳을 일은 없는데 말이예요(ㅋㅋㅋ) 오히려 결혼이 해결되면 부모에게 버려져 외롭게 자라는 아이들에게 조금 ‘다르지만’ ‘따뜻한’ 가정을 만들어주고 싶은 친구들도 많고요.
혹자들은 그런 얘기도 해요. 물론 동성애는 존중한다. 너희의 사랑에 내 허락이 필요한 건 아니지! 난 너희를 응원해! 하지만 결혼은... 사회적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상처 받는 일도 많을 텐데.... 어휴 시기상조야...!
일단, 고마워요. 나의 사랑을 이해해줘서. 저 또한 이성을 만나 자유롭게 연애하는 당신의 사랑을 이해하고 응원합니다. 하지만 제 걱정은 마세요. 결혼이 허락된다고 해서 지금 당장 혼인신고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제게 필요한 건 자유예요. 내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이 생겼을 때. 그러니까 세상의 시선이 더 차갑고 모질어진다고 해도 내가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결혼할 수 있는 자유’
“나 너희 너무 걱정되는데 그냥 지금처럼 살면 안 돼?”라는 주변사람의 걱정과
“도저히 걱정돼서 안 되겠네. 이 결혼 안 돼. 너 못 해!”라는 타인의 강압은 엄연히 다른 거잖아요. 내가 데려온 이성이 탐탁치않아 반대하시는 부모님은 이해해도, 옆집 처녀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 별 병신같은 놈을 데려와서 결혼한다더라? 지 팔자 지가 꼬네. 안 되겠다. 25세 미만 여자들은 결혼 못하게 법으로 정해놓자!!! 하는 건 완전 다른 경우잖아요.
우리가 느끼기에 당신들의 걱정이 그래요. 내가 ‘걱정’돼서 당신의 손에 쥔 나의 ‘자유’를 돌려주지 않고 있어요.
‘결혼’이 허락된다고 해서 내 이마에 동성애자라는 주홍글씨가 뜨진 않아요. 사회시선을 감수하며까지 주홍글씨를 새기는 결혼을 할지 말지, 그 결정은 본인이 하게 해주세요. 물론 이마에 새겨진 주홍글씨를 얼굴에 생긴 점 보듯, 아무렇지 않게 스쳐지나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면, 전 그 후로도 부지런히 싸우고 상처 받아야겠지만요.
아, 사회적 제도 문제! 이건 음 서로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겠네요.
: 제도적인 문제 때문에 결혼은 안 돼!는 말 같잖은 소리니 스킵하고,
제도적인 문제를 보완하기 전까지 결혼은 성급하단 뜻으로 받아들여도 괜찮죠?
1. 법을 재정해야 거기 맞게 제도를 바뀔 수 있다.
2. 사회적 제도가 마련되고 범국민적인 이해를 얻은 뒤에 법을 재정하는 게 좋다.
어느 방향이 나은지는 시행해보지 않는 이상 모를 일이지만, 단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싶어요.
설사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해도, 지금이 ‘이른 것’은 아님을.
동성애자가 2000년도 이후 갑자기 등장한 신종족은 아니잖아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했고, 싸웠고, 사라져갔을 긴 시간. 목소리를 내는 게 두려워, 정말 내가 ‘극소수자’라 믿어 숨죽였던 그 세월동안에도 우린 꾸준히 존재했습니다. 그런데도 아직 이른 건가요?
모두의 공감을 얻기 위해 이번 세대엔 내가 내 인생을 포기하며 기다려야할지도 모릅니다.
모르지요. 지금도 사회가 바뀌길 기다리며, 주름 가득한 양 손을 붙들고 걷고 계신 할머님, 할아버지들께서 계실지도요.
동성부부 입양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보이는 댓글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이 너흰 왜 아빠가 둘이야? 왜 엄마가 둘이야?라며 차별할 경우 그 상처를 고스란히 안아야할 입양아는 어떡하냐더군요.
아이 걱정은 무수한 고민 끝에 입양했을 부부의 몫으로 남겨두시고, 나의 아이가 동성부부의 아이를 만났을 때 상처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우리 가족과 조금 다를 뿐 ‘잘못된’ 가정이 아님을 일깨워주시는 건 어떨까요? 동성부부 아래서 자란 아이가 아니라, 그 아이를 손가락질 하는 네가 잘못된 것이라 가르치시면 안 될까요?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르니까, 애초에 그리 알려주며 길러주시면 안 되나요? 편부모 가정의 아이를 존중하듯 말이죠.
사회인식은 이렇게 바꾸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모두 사라지길 기다리는 게 아니라, 틀린 걸 바로 잡고, 몰랐던 걸 알려주며 하나씩 바꿔가는 거예요. 이런 과정을 통해 흑인이 자유를 찾았고 노예가 해방됐으며 여성의 인권이 신장된 것처럼 말이죠. 그 시기에도 반대세력은 있었고, 차별이 당연했던 분들 역시 살아계셨지만. 우리는 오늘을 맞았잖아요?
그리고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요구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배우자로써 가져야 할 법적 보호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어요.
둘이 여행을 가다 사고가 났다고 칩시다. 본가와는 멀리 떨어진 곳이고, 지금 당장 수술에 들어가지 않으면 생명이 위급한 상황인데 난 이 사람의 수술에 동의해줄 수 없습니다. 보호자가 아니거든요. 아무리 사랑해도, 우리가 몇 년을 같이 살았어도 법은 내게 그 자격을 주지 않습니다.
또 내가 늙고 병들어 치매에 걸렸습니다. 부모님께선 돌아가신지 오래고, 형제 자매들은 커밍아웃 이후 남들은 그러려니 했지만, 내 동생이 동성애자인 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이유로 절연한 상태입니다. 오갈 곳 없는 나를 사랑으로 지켜주며 극진히 케어해주는 건 오랜시간 한결같이 내 곁을 동성애인 뿐이었죠. 그런 내가 결국 죽었을 때, 내 모든 유산은 절연한 동생들에게 가게 됩니다. 몇십 년을 함께 살아도 사실혼 관계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관계니까요.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지금도 드러내지 않은 무수히 많은 커플들을 괴롭히고 있는데
그저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됐다고, ‘아직은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을 존중해줄 사회적 제도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다니.
그래요. 여전히 대한민국에서 저는 모든 의무를 다 하지만, ‘결혼의 자유’ ‘사랑의 자유’만은 허락받지 못한 국민입니다.
+추가
아! 종교적인 이유가 있었네요 (이건 결혼이 아닌 동성애 자체를 터부시 여기는 거지만)
이슬람교도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나의 삼겹살 금지법을 만든다면????????????????
일단 개신교는 국교도 아니거니와 어떤 종교를 믿든 어떤 교리를 실천하든 오롯이 제 선택이지 말입니다;;;;;;;;
그리고 내가 진짜 동성애자라면 내 사랑을 손가락질하는 사람들만 갈 수 있다는 천국보다
내 사랑과 함께하는 지옥이 황홀하겠다 싶네요
문제시 :
좀 더 부드러운 방법으로 다가갔어야 했는데 너무 유난스러워 거북하다는 사람들 앉혀놓고
김조광수 감독님이 부드럽게 다가가기 위해 만들었던 <퀴어영화 컬렉션들> 밤새 재탕함
|
출처: *여성시대* 차분한 20대들의 알흠다운 공간 원문보기 글쓴이: 나비불다
첫댓글 이런 글은…정작 봐야할 사람은 1도 안본다는거🥲그래도 외치고 외치다보면 더 나아지겠지
원문 2013년 글인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동성혼 법제화까지 갈 길이 먼 것 같아서 좀 슬프다.. 하지만 윗댓 얘기처럼 계속 외치다보면 더 나아지겠지!👊
나도 한 3일전에 레즈냐고 왜 혼자 셀쿠 깨냐고 하는 댓글 받음 ㅠㅠ 아닌데도 상천데... 진짜 여시 정떨어져
내 오빠새끼 게이라 이런얘기자주나누는데 동성혼 합법화 되어야하지않겠냐고 했더니 그정도로 욕심내진 않는대,, 진짜 짜증났음시발 그래서 그새끼 탈조하고 밀국에서 게이라이프 사는중,, 속상해 이 좆같은세상은 결혼과 출산으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게 하는데 이런 배경안에서 보면 퀴어들이나 비혼들이나 비슷한 진영 아니야? 다양한 가족구성권을 사회가 보장해야하는게 맞잖아
결혼까지 인정받아야됨? 자체가 말이안된다고 봄 나는 선택해서 비혼하고 있지만 내친구는 결혼하고 싶다고 결혼준비함 근데 누구한테는 비혼과 결혼이라는 선택지 자체가 없다는거잖아 똑같은 사람끼리
이게 법적으로 보호받는 가정이 될 수 있냐 아니냐로 접근해야 해 동성커플들은 한 명이 죽으면 그 사람의 재산 받을 때 다른 친척이 태클걸면 뺏기는 일도 있고...
실제로 있었자나 둘이 평생 같이 살았는데 친척이 유산뺏고 쫓겨난사람..
동성결혼화 제도로 안되면 그냥 입양해서 살까하고... 생년월일만 빠르면 입양도 되더라고.. 하.. 진짜 이런것까지 찾아봐야하는 현실 ㅠㅠ
아 그럼 이성애자들은 둘이 사랑만 하든가 왜 굳이 결혼하고 축의금뜯어가고 돌잔치비까지 회수해가는건지?
결혼 합법 안할이유가 1개도 없으므로 인정해야합니다
결혼해서 받는 느그 혜택 생각 못하냐 병원 보호자 자격부터 건강보험 피부양자 세금 감면 주택 공동명의 이런 것까지... 뭐 거기까지 멀리 안 가도 됨 당장 영화관 커플 할인도 말하기 껄끄러운데 뭘 바라냐 나도 모부님 설득 후에 입양절차 밟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