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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알고 있듯이, 오늘 짐이 긴급회의를 소집한 이유는 프랑스가 선전포고를 했기 때문이오. 자세한 사항은 여기 서 있는 보고자가 할 것이오."
정치, 경제, 군사에 관한 모든 책임자급 인물들이 모인 대전은 지금,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 그만큼 이번 회의의 사안은 중대하기 그지 없었다. 대전안의 인물들은 귀를 쫑긋 세우며 알모하드의 왕 알리가 가리킨 보고자의 말을 경청했다.
"프랑스가 우리 알모하드에 선전포고를 하게된 경위를 시간대별로 정리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먼저 일어난 사건은, 프랑스에서 반정이 일어나 필립4세가 폐위되고 존4세가 옹립된 것입니다. 프랑스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필립4세가 폐위된 이유는 3가지입니다. 첫째, 어머니를 폐하고 동생을 죽인 것. 둘째, 이교도인 알모하드와 손을 잡은 것. 그리고 셋째는 적통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알리가 손을 들어 보고자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보고자에게 물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첫번째는 조금 의외로군. 내가 아는 필립4세는 폐모살제를 할 인간이 아닌 것 같은데? 조금 더 자세한 내용은 없나?"
"예, 전하. 이 세가지 이유는 모두 하나로 얽혀 있기 때문에, 한번에 자세히 설명되어야 합니다. 약식 보고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서술식 보고를 원하십니까?"
"어떤 것이 좋은가?"
"예. 약식 보고는 보고 시간이 약 5분밖에 안되고 그것만으로도 필요한 정보는 모두 얻으실 수 있습니다. 서술식 보고는 시간이 약 1시간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정보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1시간 동안의 보고가 지루하지 않도록 서술 방식을 편집하였습니다."
"중차대한 문제이니, 가능한 자세한 상황파악이 필요할 것이야. 서술식 보고로 하게."
"예! 그럼 보고드리겠습니다. 고수!"
보고자가 고개를 돌려 외치자, 한 사람이 북과 북채 그리고 부채 하나를 들고 앞으로 달려나왔다. 고수라고 불린 그 사람은 손에 든 부채를 보고자에게 주더니, 북과 북채를 들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자세를 잡았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라고 왕과 대신들이 생각하는 가운데, 보고자는 부채를 쫙 펴더니 고개를 깊이 숙여 인사를 하고는 열띤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자~~ 그럼,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감동의 대서사시! 망국의 왕자가 세상을 떠돌며 갖은 시련을 겪는 이야기! 그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나라를 세운 이야기! 아~ 그 감동의 드라마가 지금 펼쳐집니다~"
"얼쑤! 좋~다!"
창자(보고자)와 고수의 열창이 대전안에 울려퍼지자 사람들은 뒤집어졌다.
"산천은 험준하고 수목은 총잡헌듸, 앞에는 노략질하는 병사들이요, 뒤에는 추격하는 병사들이라. 수백년 전통 자랑터니, 금일 망국 웬일인고. 까옥까옥 저 가마귀, 가련허다 주린 왕자. 순금 갑옷 어데 두고, 순백 명마 간데 없고. 이리로 가면 팽당그르르, 저리로 가면 행똥행똥.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노리는 사람 즐비하네. 자칭 충신 간데 없고, 영주 기사, 꾀로만 노는구나."
"얼쑤!"
"왕자야 우지마라, 힘 없다고 설워마라. 노고지리 노고지리 저 종달새. 추위 피해 멍석 걸치고, 굶주림 피해 쓰레기 뒤진다. 거지 생활 일년만에, 알아보는 이 하나 없네. 험한 세상 세파에 밀려, 우리 왕자 도적질을 나서는구나.~"
"아이쿠!"
"왕자 행실 볼짝시면, 시비걸고 사람 패기, 상인 잡고 협박하기, 남의 가게에 불지르고, 나오는 이 칼침 놓기, 돈 급한 이 고리 놓기, 배반한 이 톱질하기, 거슬린 이 포떠놓기, 무고한 이 모함하기, ........(중략)......... 자기 상관 암살하기. 모반한 이 꼬치꽂기. 포로 묶어 태껸하기. 왕자는 이렇게 10년에 걸쳐 자기 세력을 모았더라."
"이런 육시를 헐 놈이 이리 출세를 하니, 삼강을 아느냐, 오륜을 아느냐? 이런 난장을 맞을 놈이!"
멍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보고를 지켜보던 알리는 슬며시 고개를 돌려 측근에게 물었다.
"야, 저거 사실이냐? 프랑스의 선왕인 필립3세가 저런 식으로 일어난 것 맞아?"
역시 멍한 표정으로 보고를 관전하던 측근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알리에게 소근대는 어조로 대답했다.
"사실입니다. 어렸을 때에는 조용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는데, 아주 심한 고생을 겪더니 사람이 조금 과격해졌다고 합니다."
"조금 과격? 저게 조금? 30분동안 주리줄창 사람 죽인 얘기만 나왔는데? 저게 어딜봐서 시련을 극복했다는 거야? 감동의 드라마? 완전히 살인의 추억이잖아?"
"큰 위업을 달성한 사람에게 그 정도의 어두운 면 하나 없겠습니까? 그리고 저 정보는 저희 알모하드에서 독자적으로 수집한 것입니다. 공식적으로는 많은 부분이 은폐, 왜곡되었습니다. 피해 당사자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필립3세는 영웅입니다. 역사는 승자가 쓰는 것이니까요."
"허... 필립3세가 나라를 재건하는데 실패했다면, 역사상 최악의 살인마로 기록되었겠군. 역시 이기면 장땡이라니까. 어쨋던 계속 듣도록 하지. 오! 마침 우리 알모하드가 나오는군."
"얼씨구나 좋을시구. 지화지화 자자 좋을시구. 치를 떨던 원수 영국, 알모하드 맞짱떳네. 알모하드 군의 기세, 천군같이 승승장구. 영국섬이 고립되고, 영주들은 전전긍긍. 여보소 동지네들, 고왕금래 생각해도 이런 경사 나는 첨 보았네. 얼씨구나 좋도 좋네. 이 기회에 창업하세. 프랑스의 부활이다!"
"얼쑤~ 롯또 대박이로세~"
"이리 오너라, 업고 노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이이,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전하, 소녀가 비록 후비이지만 명문가의 여식이온데, 왕비라고 해도 대장장이의 여식이었던 분과 동급으로 취급받기는 싫사옵니다.", "그러면 어찌 했으면 좋겠느냐? 니가 무엇을 원하느냐? 왕비의 자리더냐?",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그러면 니 무엇을 바라느냐? 황금을 주랴, 보석을 주랴, 아름다운 장원을 주랴?", "아니, 그것도 싫사옵니다. 단지 소녀가 낳은 아들에게 다음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약속하시와요. 에드워드가 비록 전하의 창업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지만, 어차피 대장장이의 여식을 어미로 두고 있다는 업보는 평생 벗지 못할 것입니다.", "네 말이 맞구나. 내 그리 하도록 하마. 아매도 내 사랑아.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리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를 보자. 빵긋 웃어라, 입속을 보자. 아매도 내 사랑아."
"이런 씹쌔를 봤나~ 어린 소실 하나 들이더니, 푹 빠져 정신을 못차리는구나~"
"아이고, 아버님, 아바마마! 이제 허신 그 말씀이 재담이요, 농담이요, 실담이요, 패담이요? 사람 죽는 구경을 아버님이 허시랴오? 나의 손길 부여잡고 창전으 멀리 나가, 경경이 맑은 하늘을 천번이나 가르치고, 만번이나 맹세허였지요. 당신의 후계자는 나뿐이라고. 당신과 평생을 함께한 여인의 아들이자, 당신의 오른팔로 생사를 함께한 나에게 모든 것을 물려주겠다고. 귀한 신분 되찾으니, 천한 것은 관심없소? 어린 것을 가까이하니, 늙은 것은 보기도 싫소? 아이고, 아이고.
"허허~ 허허~ 정리해고가 눈앞이라, 에드워드의 속이 까맣게 타는구나~"
"부왕께서 승하하니, 천금옥좌 내것이라. 잃은 것은 애정이오, 얻은 것은 목숨이라. 어린 동생 불쌍하나, 동갑 어미 심복지환. 날 죽이려 세 모으니, 내가 어찌 그냥 있나. 폐모살제, 폐모살제. 내 가슴이 찢어지누나."
"알모하드 막강하니, 내가 어찌 개길손가. 철없는 신하들은 싸우자고 나불나불, 대책없이 개기다간 왕국멸망 명약관하. 힘들구나 왕의 할일, 어렵구나 중립외교."
"미치겠네 미치겠네, 환장하겠네. 하룻밤에 바뀐 세상. 눈을 뜨니 외딴 초막. 어리석은 신하들과 어리석은 나의 동생. 권력이 달콤한들 신념이 중요한들, 목숨보다 중요한가 안위보다 중요한가. 프랑스의 선전포고, 멸망을 자초하네."
그 외에 자잘한 내용과 함께 필립4세가 폐위된 이후의 사정이 보고되었다. 보고가 끝나고 고수라는 사람이 물러나자, 알리는 현재의 정세보고로 넘어가도록 했다.
"예, 프랑스의 국내외 현황에 대해 보고드리겠습니다. 현재 프랑스 육군의 병력증강과 병력배치는 변화가 없는 상태이며, 그것은 해군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십자군 모집이나 타국과의 연합에 대한 어떤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알모하드를 위협할 만한 어떤 군사, 외교적인 움직임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상입니다."
현재의 정황보고가 너무 짧게 끝나자, 어이가 없어진 알리는 왕의 체통도 잊고는 반문했다.
"그게 끝?"
"예,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프랑스 선전포고의 이면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아무런 전쟁준비도 갖추지 않고 선전포고를 한 것입니다. 그래서 약식보고는 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 것입니다."
"...."
긴장이 풀린 알리는 한숨을 쉬면서 의자에 피곤한 몸을 기댔고, 대신들은 중구난방으로 떠들기 시작했다.
"아니, 아무런 대비도 없이 선전포고를 하는 나라도 있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프랑스가 선전포고를 했다기에 그 동안 숨겨놓은 군대가 대거 나타난 줄 알았습니다. 전쟁준비를 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동맹파기와 선전포고를 하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도대체 무슨 똥배짱으로 그런 겁니까?"
"어쨋든 선전포고를 했으니, 받아주기는 해야겠지요?"
"이참에 아예 밟아버리는 것이 어떻습니까? 대륙정벌에 나서야 하는 이때에 배후의 위험을 속히 제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습니다. 이참에 아예 알모하드의 영토로 편입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손만 조금 봐주고 말면, 나중에 북벌 아니 남벌을 하겠다고 까불 놈들이니 말입니다."
"그게 좋겠군요. 멍청해서 생긴 병에는 죽음밖에는 약이 없지요. 하하하!"
이런 식으로 프랑스의 멸망은 결정됐다.
플랑드르에서 스코틀랜드까지, 프랑스의 전 영지는 동시 다발적으로 각각 3000에 달하는 대군의 공격을 받았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절망적인 침공을 당한 프랑스는 2년만에 멸망하고 만다.
그리고 어느 날, 폐위당했던 필립4세에게 일단의 사람들이 찾아왔다. 필립4세도 익히 얼굴을 알고 있는 알모하드의 사신이 호위병들을 이끌고 찾아온 것이다. 알모하드의 사신에게서 프랑스의 멸망을 전해들은, 필립4세는 비통함을 이기지 못해 얼굴이 일그러졌다.
"내 동생과 다른 왕족들은?"
"나라가 망했는데, 어찌 왕족들이 무사할 수 있겠습니까? 대부분 화를 면치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귀족들은?"
"반정에 가담한 간신들은 모두 멸문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들은 본보기로 쇠몽둥이에 전신이 바스러지는 형벌을 받았고, 그들의 재산과 영지는 모두 프랑스의 백성들에게 배분되었습니다."
"간신? 허허허... 그럼 짐의 충신들은?"
"반정에 반대했던 자들이나 당신의 충신이었던 자들도 멸문을 면치 못했습니다. 그들은 프랑스 왕의 충신이지, 알모하드 왕 알리 전하의 충신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 모두 교수형에 처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 2대에 걸친 기업이 한순간에 날아갔구나! 애통하구나! 신이시여! 어찌하여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필립4세의 입에서 광소가 터져나왔다. 말 그대로의 광소였다. 눈에서는 피눈물이 흐르고 표정은 울 것 처럼 일그러진 상태에서 터져나오는 미친듯한 웃음이었다. 그런 필립4세를 알모하드의 사신은 별다른 표정의 변화없이 지켜보았다.
한동안 계속되던 광소가 마침내 멎고, 필립4세는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알모하드의 사신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이제 짐의 목을 가져가기 위해 온 것인가?"
알모하드의 사신은 살짝 고개를 숙이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전하께서는 당신과 그 가족을 만나시기를 원하십니다. 비록 폐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보여준 당신의 능력을 높이 사신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그동안 심신이 많이 지쳤을테니, 아프리카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가야지. 패장이 무슨 할말이 있나. 시키는대로 해야지. 먼 여행이 되겠군."
"예. 먼 여행이 될 것입니다. 상상 이상의 먼 여행이..."
알모하드의 미소가 조금 일그러졌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크게 소리쳤다.
"이 분이 가실때가 됐다! 어서 들어와!"
곧이어 요란스런 발걸음과 함께 알모하드 사신의 호위병사들이 몰려왔다. 비로소 그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게된 필립4세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들의 얼굴과 피부색이 알모하드 사람같지 않았던 것이다. 아니 유럽 사람의 그것이었다. 게다가 웃음기를 머금고 있는 그들의 얼굴은 살기로 가득했다.
필립4세의 얼굴이 굳어지면서, 그는 딱딱한 목소리로 알모하드의 사신에게 물었다.
"이 자들은 누군가?"
알모하드의 사신은 웃음기를 띤 얼굴로 대답했다.
"당신과 당신의 가족들을 아주 먼 곳으로 보내드릴 사람들입니다. 가는 길이 조금 고통스럽겠지만, 다 인과응보니 조금만 참으십시요."
"인과응보?"
"당신과 당신의 부친이 저지른 일들을 잊으셨습니까? 뭐, 이해는 합니다. 그만한 기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희생은 감수해야겠지요. 독하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고, 한명을 죽이면 살인자이지만 만명을 죽이면 영웅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다 이해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공교롭게도 여기 있는 사람들의 가족이 그 만명에 끼어있거든요? 저의 경우에는, 모친의 일가족이 몰살당했고, 어머님은 알모하드에 노예로 팔려가서 갖은 고생을 다하셨죠. 제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면 알만하지 않습니까? 여기 있는 사람들도 대충 그런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죠. 이제 당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를 알겠죠?"
필립4세의 눈동자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는 가슴을 펴며 당당함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 여기서 사적인 원한을 풀겠다는 것이냐? 왕명을 거역하고?"
"예, 맞습니다. 왕명을 거역하고 여기서 사적인 원한을 풀려고 합니다. 어떻게요? 먼저 전하를 때려눕혀 묶어놓고, 전하와 부인들과 아이들을 남녀 구분없이 범하겠습니다. 그리고 아이, 여자, 당신의 순서대로, 손끝, 발끝부터 차근차근히 분해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집과 함께 화장을 하겠습니다. 전하께는 당신이 치욕을 당하느니 가족과 함께 죽음을 택했다고 보고드릴 예정입니다. 아! 화장한 유골은 당연히 챙길 생각입니다. 전하께 전달해야 하거든요."
필립4세의 얼굴에는 이제 완전히 핏기가 사라졌다. 그런 그에게 알모하드의 사신은 대놓고 살기를 드러내면서 말했다.
"당신의 죽음과 한 왕조의 멸망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겠지요. 음유시인은 "왕조비가" 어쩌구 하면서 애닳픈 노래를 짓고 불러댈 것이 분명하고요. 아주 골때리지 않습니까? 한 명의 영화를 위해 죽어간 평범한 만명은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데, 그 죄악에서 비롯된 영화를 잃고 죽은, 그 평범하지 않은 한 명을 만인이 기억한다는 것이? 뭐, 사람의 가치가 다 똑같은 것이 아니니, 납득은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과 자신의 주위 사람이 가장 소중한 법이고,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법이니까요. 당신과 당신의 부친이 그러듯이, 우리도 그러죠. 이해하시겠죠? 아... 이해를 하시는 것 같네요. 그럼, 안녕히."
말을 마친 알모하드의 사신은 한손을 들어올렸다. 이것이 신호인 듯, 사람들은 살기등등한 미소를 지으며 칼을 뽑았다.
필립4세가 일가족을 모두 죽이고 저택에 불을 질러 최후를 맞았다는 보고를 받은 알리는 탄식했다.
"아까운 인물이 갔구나. 밑바닦에서 일어나 왕조를 일군 그 능력을 짐이 조금이나마 얻으려 했는데, 하늘이 돕지 않는구나."
하지만 알리의 탄식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 기억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정복을 향한 장대한 발걸음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만 생각하면 된다.
ps1 : "왕조비가" 편이 끝났습니다. 음... 조금 잔인한 것 같습니다만, 다음편인 "Genocide"는 이보다 더할 예정입니다. -_-;;;
ps2 : 요즘 일에 치여 삽니다. 토탈워를 한지도 꽤 됐죠. ㅠ ㅠ
ps3 : 혼기가 되니 사방에서 선보라는 압박이 들어오네요. 좋기는 좋은데.... -_-;;
첫댓글 필립 4세라. 폐위명분이 동방의 어느 반도에 있던 나라에 한 군주와 비슷한것 같군요. (에헤리디야~~ 얼쑤~~)
소설에 판소리 구절을 변형한 부분이 있네요 놀보가 같은데.......장단에 몸사위가 움직이지는 듯 흥겹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