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 동박새 친구가 사진 구성을 잘 해 놔서 뭘 쓴다는게 군더더기가 되겠군요.
10시에 시립 미술관 역에 모인 친구는 12명이었죠.
혜종, 덕인, 남계, 태화, 난곡, 초산, 적송, 국은, 중산, 아산, 춘성, 남천.
10시 20분에 시립 미술관 3층에 올라가 임호 화백 유작전을 관람하였다.
임호 화백은 1918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오사카 미술학교를 수학한 후 부산에서 교직 생활을 하며 해방후 부산 화단을 이끈 1세대 미술가.
작품 활동으로, 미술 평론으로, 제자 양성으로 부산 화단의 어른이셨다.
바다를 좋아하셔서 해녀, 해변 모습등 바다 향기가 그윽한 작품을 많이 발표하였다.
경성대학교 교수를 하시다가 1974년 56세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아깝게 별세하셨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이 실감된다.
온 김에 옆 방에 있는 이석우 화백의 유작전도 관람하였다. 한국화.
굵고 힘차게 꺾이는 선들이 특이하다. 임호 화백의 선들이 아담하고 부드러운 것과 대조적이다.
11시 관람을 마치고 산길로 접어 드는데 초산은 점심 선약이 있다고 하고, 국은은 감기 몸살로 등산을 할 수 없다고 하며 발길을 돌렸다.
초산은 시산제 제물 값이라도 보태라며 적송 총무에게 일금 3만원을 희사하였다.
지난 번 납회때는 점심 값 전액을 스폰서하더니 시산제 날 또 거금을 주시니 감사, 감사 합니다.
소한 뒷날이라며 오늘도 맹추위라는 기상대의 예보와는 달리 산기슭은 포근하기까지 하다.
성불사를 거쳐 새로 만든 전망대에서 해운대, 광안리 수면에 아침해가 사금파리로 눈부시게 부서지는 모습을 잠시 보다가 좌회전하여 양지 바른 산밭의 소나무 아래 시산제 자리를 잡았다.
소나무 여자 (松子) 적송이 진두지휘하여 전을 펼쳤다.
중산이 "山蔘會 始山祭 辛卯 正月 於長山" (산삼회 시산제 신묘년 정월 장산에서) 라 붓글씨로 멋지게 쓴 프래카트를 등산 지팡이로 세우고 돼지 저금통을 자리 가운데 놓았다.
장산의 장 자는 머리에 초(草) 변을 쓰고 있는데 컴퓨터에 그 글자가 없어 길 長자를 쓸 수 밖에 없다.
제를 지내는데 촛불도 빠질 수 없지. 그런데 촛불은 산불이 위험한데~
그 정도 모를 중산이 아니다.
초는 진짜고 촛불은 빨간 종이로 불꽃 모양을 만들어 꽂았으니 이 아니 기발한가.
남계가 준비해온 돼지 머리 누른 것 두 도시락을 양쪽에 놓고 춘성이 가져온 5가지 떡을 알맞게 진설한다.
떡은 각각 색깔이 달라 오색이다. 요새 색(色) 다른 음식을 먹어야 좋다고 하지 않는가.
산신령에게 드리는 음식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적송이 가져온 큰 배, 큰 사과, 귤등을 진열하고 덕인이 가져온 막걸리까지 내놓으니 시산제 상차림으로 이만하면 신령님을 부를만하지 않는가.
프로그램에 따라 혜종이 고천사를 읊었다.
-천지신명이시여, 그리고 장산 산신령님이시여, 저희를 어여삐 여겨 여기 강림하셔서 저희의 정성을 받으시고 발원을 들어주소서-
이어서 춘성의 비교적 긴 축문 낭독이 있었다. 요약하면
-저희의 건강을 늘 보살펴 주시고 저희가 가는 곳에 항상 함께 하셔서 저희의 안전을 지켜주소서.-
두 친구의 목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어울릴까. 고천문과 축문에 딱 어울리는 맞춤 목소리다.
춘성의 구성진 목소리는 스님 목소리를 닮기도 하고 시조창 가인의 목소리도 닮았다.
우리는 박수들을 치며 같이 재배를 올렸다. 마음속으로 저마다의 소원을 빌며.
돼지 주둥이에 물린 만원짜리 지폐도 여덟장? 아홉장?
이 건 점심 값이 될 것이다.
음복주를 한 잔 씩들 하고 돼지 머리 누른 것이며 떡이며, 과일등으로 얼간식을 하고 원점회귀
- 하산을 시작하다.
양지 바른 산 기슭 소나무 아래서 아담하게 올린 시산제
기분이 좋다. 친구들의 협조와 한 마디씩 주고 받는 덕담들이 미소를 짓게 한다.
299차 산행 - 2004년부터 시작한 산행이 이렇게 예쁘게 이어져 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절로 흐뭇하지 않은가.
올해는 토끼해
산토끼의 반대는 뭔가.
집토끼 혹은? 죽은 토끼.
우리 산삼회원들은 집토끼가 아니고 산토기들이다.
장(늘)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산토끼들이 되자.
그리고 집구석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집토끼가 되지말고 펄펄 살아 세상 돌아다니는 산토끼가 되자.
누우면 죽고 걸어면 산다고 하니 늘 돌아다니자.
몸과 마음이 동전의 양면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마음을 담을 수 있다.
97세 할아버지가 92세 할머니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일본의 99세 할머니는 91세까지 스포츠 댄서 교사를 하시다가 허리가 아파 댄서를 더는 못하고 92세에 시인으로 데뷔하여 올해 99세에 낸 시집이 백만부가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니 우리 나이 7순 - 그 분들에 비하면 이건 청년이 아니라 아직 청소년 밖에 안 된다.
오늘은 우리 생애 최고의 날
즐기지 아니하고 어이리.
수영 로터리 센텀 병원 뒤에 있는 시골장터 라는 낙지집에서 "낙새" (낙지와 새우)점심을 시켰다.
그 때 동기 회장 겸 올 해 산삼회장이신 덕산 김창길 회장께서 전화가 왔다.
서면에서 손님 면담을 끝냈으니 찾아 오겠단다.
시산제에 회장님이 빠져서 서운했는데 오신다니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지
식사중인데 회장님 도착 - 점심값이 추렴되어 있다고 그냥 두라고 하는데 기어이 점심을 스폰서하시겠다고 계산을 치르신다.
사모님이신 교육감은 학생들 무료 급식에 애를 쓰시고 회장님은 우리 회원들 무료 급식에 신경을 쓰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
- 오늘 동참하신 친구들
다음 금련산 꼭 오셔야 합니다. 점심 값만 내 놓으시고 점심 안 드시면 안 되죠잉?
그러고 보니 다음 산행은 300차! 대망의 300차!
산삼회 만세!
산 좋아하는 산토끼, 살아있는 산토끼 만세!
건강도 잡고 우정도 잡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신묘년 만세!
첫댓글 버드나무...
역시 산행기는 글이 따라야....수고,,,
버드나무의 산행여록에 동박새의 편집한 사진프로그램이 합쳐지니 금상첨화라, 이 보다 더 멋진 산행기는 없을것 같소. 이런 작품이 자주나와야, 할 것 같소. 수고 많았소.
산삼회 화이팅 ! 다음 금요일은 삼백차라. 산삼회원이면 이 날을 스쳐 지날 순 없지 않은가 ! 무릎이 아파도, 시간이 없어도, 몸져 누워도, 이날 만은 우리 손을 모아 화이팅을 외쳐보세 ! 우정을 위하여 !
청암 선생 꼭 나오세요. 옛날 응원대장 하던 그 힘찬 목소리로 화이팅을 선창해주세요.
남계의 산행기 쓰는 솜씨는 여전하고 녹슬지 않았군요. 예전에 재미있게 읽던 시절이 이젠 추억이 돼 버렸네요. 그래도 자주 산삼회 산행기에서 만나길 원해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우리 다들 보고싶어한다오. 영운 동네 뒷산에 오르니 300차 땐 만납시다.
넷!! 한번 시간 맞춰 볼게요. 챙겨줘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