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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버는 일이 쉽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사는 건 어렵다. 붓다가 살아생전 화두로 삼았던 부분이 왜 세상은 고해인가라는 물음이었다. 사는 문제는 삼성 이재용이라고 더 쉽지 않다. 쉬워 보일뿐이다. 그런데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다. 바로 재테크 투자다. 사람들은 재테크를 쉽게 생각한다. 조금 공부하고 또 여가 시간을 조금만 할애하면 나름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믿는 모양이다. 과연 그럴까?
호시절엔 시간이 빨리 간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가 그랬다. 하루 자고 나면 신고가, 하루 자고 나면 신기록이었다. 다들 자산 시장의 호황에 들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이익을 계산기로 두드리기 바빴다. 그러나 2022년 들어선 내리막길이고 고통의 연속이다. 고통의 시기에는 시간이 늦게 간다. 김영삼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면서 한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영광의 순간은 짧고, 고뇌와 고통의 시간은 길었다."
자산 시장 상승기에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의 무용담을 얘기할 때 고평가와 하락장에 대한 대비를 얘기하면 다들 코웃음을 친다. 하락하기 전에 팔고 나오면 될 거 아니냐는 말부터 그때 가서 생각하지 뭘 벌써부터 사서 걱정이냐는 비아냥까지. 재테크에 관심을 가진 것까지는 뭐라 할 생각은 없지만 재테크에 사활(?)을 건 사람들을 보면 좀 우려스럽다. 특히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전업투자자로 먹고살겠다는 사람과 파이어족을 목표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전투하듯 사는 사람들을 보면 좀 안타깝다.
강세장에 취해 모두 비틀거릴 때, 자신 만은 온전히 깨어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지만 일단 하락장으로 접어들면 다들 우왕좌왕이다. 예수님이 게세마네 동산에서 마지막 기도를 드리고 내려와 졸고 있는 베드로를 책망하신 말씀을 명심해야 한다. "마음은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도다." 생각으론 모든 게 가능하지만 그러나 메타 버스의 세계에 살지 않는 이상 생각만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고 계획을 세워야 하고, 그에 따른 실천이 필요하고 또 인내도 필요하다.
재테크를 하려면 인내도 필요하고 공부도 필요하고 또 깨어 있어야 하고 ... 다 알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 좀 벌어보려는데 왜 안될까?
1. 고통의 순간이 오면 다들 두 손들고 떠나버린다.
내가 아파트 바닥 미장을 배울 때다. 1년 6개월간 무급으로 친구를 쫓아다녔다. 당시는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토요일과 공휴일에 배울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 바람도 안 통하는 아파트 방 안에서 허리를 숙이고 시멘트 바닥을 밀었다. 하루 종일 땀이 비 오듯 했다. 뱃일 다음으로 힘든 게 미장이었다. 뭐든 해보지 않고는 그 힘듦을 이해할 수 없다. 몇 개월 배우면 기능을 습득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제자리걸음이더라. 띄엄띄엄 배우다 보니 근육도 생기지 않고 기술도 안 늘었다. 문제는 근육이다. 근육이 생겨야 지탱하는 힘이 생기는데...
재테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근육이 생겨야 한다. 나이테와 같이 견고한 근육이. 그 근육은 호시절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시기에 생긴다. 그러니 고통의 시절을 잘 견디고 배워야 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호시절에 반짝 배웠다 고난의 시절이 오면 썰물 빠지듯 다 빠져나간다. 다시는 주식이나 부동산을 안 할 것처럼. 그러다 호시절이 오면 다시 뒤늦게 얼굴을 내비친다. 그리고 다시 반복...
자포자기하지 말아야 한다. 와신상담의 자세가 필요하다. 배우자의 냉대와 주변의 조롱 그리고 자책으로부터 도망치지 말고 견디어내고 돌파해야 한다. 투자는 결코 즐겁고 재미있는 과정이 아니다. 외롭고 고독한 과정이다. 삼삼오오 모여 자신의 무용담을 자랑하고 또 술 한 잔 기울이며 위로받는 것이 투자가 아니다. 투자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작은 성공을 떠벌이고 싶은 가벼움과 실패를 위로받으려는 나약함이다.
2. 조급하기 때문이다.
기대릴 줄 모른다. 화끈한 한 방(홈런)을 노리지만 번번이 삼진 아웃이다. 아직도 개인연금을 들지 않고 푼돈으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면 우선순위가 잘못됐다고 말하고 싶다. 세액공제가 되는 개인연금은 연말정산 때 불입금의 15%를 되돌려준다. 근로소득세를 어느 정도 내는 사람은 앉은 자리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연말정산에서 30,40만 원을 돌려받는다. 연 10% 이상의 고수익이다.
개인연금은 55세 이후에 일시불이 아닌 연금의 형태로 찾을 수 있다. 그때까지 자금이 묶이니 단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오히려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장점이 더 크다. 안전한 채권혼합형이나 인덱스 펀드를 가입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종합주가지수에 맞먹는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젊은이라면 결코 지나치면 안 되는 상품이다. 그러나 푼돈이라고 안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조급함 때문이다.
최소 10년을 바라보고 우량주(인덱스 펀드)에 장기 투자를 하라고 하면 몇 푼 안되는 돈으로는 언제 차 뽑고 언제 집 사냐며 오히려 역정을 낸다. 조급함을 간절함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조급함은 욕심에서 잉태되지만 간절함은 기다림으로 숙성된다.
워런 버핏이 말한 눈덩이(스노 볼) 효과를 믿고 기다려야 한다. 자신의 눈덩이가 작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굴리면 나도 옆 사람의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믿어야 한다.
3 배우자의 비협조(?)를 극복하라.
배우자 몰래 투자하다 들통이 난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들통이 났다는 얘기는 투자 성과가 시원치 않았다는 얘기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뭐 좀(주식, 경매, 부동산, 코인 등등) 해보려 하면 사사건건 배우자가 딴죽을 건다. 남편(아내)의 원대한 계획을 몰라준다고 또는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고 달래 보고, 화내 보고, 회유해 보고, 애원(?) 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 배우자의 장벽에 막혀 포기하고 또 자포자기해 버린다.
배우자에게 신뢰받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인류의 4대 성인이라 하는 소크라테스도 아내에게 매일 구박받는 처지였다. 소크라테스도 그러한데 하물며 평범한 우리야 더 말할 것이 없다. 배우자에게 존경은 고사하고 존중도 못 받는 것은 그동안 투자를 몰래 했거나, 성과가 시원치 않았거나, 투자한답시고 집안일을 나 몰라 했거나, 빚까지 내서 깡통을 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자신을 뒤돌아 보라. 신뢰 잃을 짓을 하지 않았는지. 신뢰가 인간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부부 관계에서도 그 이상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배우자의 응원과 지지가 없다면 재테크를 향한 길은 가시밭길이다. 그 가시밭길을 가다 대부분 포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원대한 꿈을 뭉개버린 배우자를 원망하기 십상이다. 좀 시간이 걸리더라고 배우자의 응원과 지지를 얻은 후에 가는 것이 좋다. 그럼 어떻게 해야 배우자의 응원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까? 너무나도 간단하다. 어제까지 배우자에게 했던 것과 반대로 하면 된다.
4 책으로 쇼부(?)나 지 않는다.
투자 관련 서적 몇 권 읽고 또 유튜브 몇 번 보고 투자에 나서는 사람이 있다. 책 많이 읽은 순서로 돈을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은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하지만 건성으로 읽거나 얄팍하게 읽으면 사망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워런 버핏, 피터 린치, 조지 소로스, 짐 로저스, 필립 피셔, 하워드 막스 ... 이분들의 책을 읽으면서 가슴 뛰는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명한 투자가의 책을 읽었다고 내가 그들과 같은 선견지명과 혜안이 생길 거라는 생각은 희망일까? 망상일까? 아니면 착각일까? 워런 버핏의 책을 읽었는데 나의 투자는 왜 신통치 않을까? 똑같이 공부해 놓고 나는 왜 서울대를 못 갔을까를 생각해 보라. 서울대는 시험을 쳐서 가지만 투자의 세계는 진입 장벽이 없다. 그래서 다들 자신의 실력을 모른다. 그게 문제다.
책장에 꽂혀 있는 투자 서적 순으로 수익률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책을 읽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책 대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운용의 묘를 살린다며 이리 해 보고 저리 해 보고 자기 마음대로 한다. 위대함과 평범함은 크게 다른 것이 아니다. 투자는 지루하고(장기 투자) 재미없고(우량주) 미지근한(분할 매수) 것이란 걸 알고 견디어내야 한다.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안 된다. 도박 중독자가 돈 잃을 걸 알면서 자신도 모르게 하우스에 가는 것처럼 투자도 본능에 이끌려 간다. 본능을 극복해야 한다.
왜 워런 버핏이 인덱스 펀드나 ETF에 투자하라고 노래를 불러도 이를 무시하고 직접투자에 목을 맬까? 아마도 지루하고 재미없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위대한 일은 지루하고 재미없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5 너 자신을 알라.
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이다. 그리고 자기 자신이다. 자신을 한 번 들여다보라.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얼마나 참을성이 없는지, 얼마나 말을 쉽게 바꾸는지, 얼마나 질투심이 강한지, 얼마나 표리부동한지, 얼마나 나약한지, 얼마나 비양심적인지, 얼마나 이해타산이 심한지, 얼마나 이기적인지...
자신을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순간에 격해지고 순간에 들뜨고 순간에 침울해지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평정심이 뭐 어렵나 싶지만 생각보다 힘들다.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면 평정심은 요동치기 시작한다. 상상을 하고, 공상을 하고, 심지어 환상을 보기도 한다. 상승장 꼭대기에서는 천국을, 하락장 바닥에서는 지옥을 경험한다. 일체유심조라고 하지 않던가? 모든 건 마음이 짓는 것. 마음이 들뜨거나 평온하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를 하는 건 태풍이 오는데 배를 띄우는 것과 같다.
자신의 위치(실력)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나도 투자해서 돈을 벌수 있다는 생각에 대해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라. 투자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똑똑해야 한다. 그 똑똑함을 어떻게 확인해 볼 수 있을까? 남 보다 학벌이 좋은가? 남보다 재산이 많은가? 남보다 월급이 많은가? 남보다 진급이 빠른가?
위 기준 앞줄에 있지 않으면 재테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잃지 않는 보수적인 투자를 하라는 것이다. 자신보다 똑똑한 남들이 몇 억을 먹더라도 엉덩이가 들썩이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대로 가야 한다. 즉, 분수를 알라는 것이다. 실력은 따라 주자지 않은데 의욕만 앞선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가랭이가 찢어진다.
6 전문가에 매달리면 끝이다.
책 읽는 시간이 아까워 (사이비) 전문가에게 비싼 돈을 주고 투자 방법을 배운다는 사람도 있고 또 유료로 종목을 추천받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최악이다. 대부분 나약한 사람들이 남에게 의존하여 돈을 쉽게 벌려 한다. 그리고 잘되면 내 탓이고 잘못되면 전문가 탓이다. 물론 책임에서 자유로운 장점이 있다.
전문가에 의존하는 사람은 평생 전문가를 찾아다닌다. 즉, 이 전문가가 아니다 싶으면 다른 전문가를 찾는다.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파랑새를 찾으려 1년 동안 많은 곳을 찾아다녔으나 결국 못 찾고 집에 돌아와 자신의 새장에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동화처럼 전문가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 왜? 책임지는 사람은 나니까?
한때 전문가를 맹종하면서 아무 생각 없이 살았다. 책에서 신문에서 방송에서 전문가가 하는 얘길 정신 차려 듣고 따라 하고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전문가를 추종하는 심리는 시험에서 커닝과 흡사하다. 답이라고 쓰면서도 왜 답인지 모른다. 주식을 사면서도 왜 사는지 모르고 언제 팔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오답인지도 모르고 커닝을 하는 경우다. 전문가의 얘길 잘 못 해석하는 경우도 많고 또 전문가의 전망이나 예측이 틀린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를 찾는 심리는 점쟁이를 찾는 것과 비슷하다. 점괘가 안 좋으면 다른 점쟁이를 찾는다.
"우리 가운데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이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일찍이 도산 안창호 선생께서 말씀하신 인물론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스스로 인물(전문가)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안창호 선생께서 살아생전 염원했던 독립(자립)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독립이든 개인의 자립이든 뭐든 만만한 게 없다.
7 빚내서 투자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빚을 권하는 사회다. 빚도 자산으로 들어간다면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 빚 없이, 그러니까 레버리지 없이 어떻게 투자를 하냐는 사람도 있다. 빚도 좋은 빚과 나쁜 빚이 있다며 좋은 빚은 과감히 내라고 한다. 그러나 성공하면 좋은 빚이고 실패하면 나쁜 빚이다. 빚을 내는 것은 악마에게 영혼을 파는 것이다.
존경받는 투자가 중에 빚을 내서 하라는 사람은 못 봤다. 수익보다 안전을 중시하기 때문이고 평온한 투자를 위한 조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빚에 의해 돌아가고 또 빚은 경제에 역동성을 주지만 빚이 순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다.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역동성과 순기능만 생각했다간 언제 파산할지 모른다.
빚내서 주식 투자를 한다면 도시락을 싸 들고 말리고 싶다. 그러나 부동산 투자를 위한 빚은 적당한 선이라면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다. 나의 경우 은행 빚을 내가며 투자를 해 본 적은 없다. 아니, 젊었을 때 딱 한 번 있었다. 집 담보로 대출을 받아 주식에 투자하여 집을 날렸다. 그때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그 후론 은행 문턱을 넘지 않았다. 젊어서 일찍 경험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작성 후기>
죄송하다. 요즘 다들 힘들고 답답한데 이상한 소리만 했으니. "그래 너는 돈 좀 벌었니?"라며 따갑게 쏘아붙이는 분도 있을 둣 싶다. 돈 좀 번 놈이 바른 소릴 해도 해야 하는데 변변히 벌지도 못하는 주제에 감히 지적질이나 하고... 그냥 30년간 금융업에서 일하며 격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암튼, 죄송하다.
돈 버는 일에 크게 신경을 안 쓰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일상을 평온하게 보내고 싶다. 나의 소박한 바람은 커다란 감정의 동요 없이 평정심을 유지하고 적당히 힘든 일을 한 후 밤에 걱정 없이 잘 자는 것이다. 즉, 단순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것이다. 단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겐 그것이 평화로운 삶이다.
[출처] 재테크가 어려운 이유 (부동산 스터디') | 작성자 버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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