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이즈
저는 공포, 아포칼립스 같은 소위 장르물이라고 하는 영화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내가 즐기는건 즐기는거고 점프 스퀘어(깜짝 놀라는 장면)만 잔뜩 깔아놓은 한국 공포영화에 대한 기대가 낮은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노이즈라는 영화가 제 흥미를 끄는 요소가 몇가지 있더라고요.
먼저 포스터
사실 영화를 보고 생각해보면 영화의 메인 이야기랑은 살짝 어긋나 있긴 합니다. 그런데 영화 보기 전에 흥미를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꽤 괜찮은거 같아요. 저 어긋나 있는 맞춤법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더 무섭기도 하고 뭔가 리얼하기도 하고 말이죠.
이건 네이버에서 현재상영영화 검색하면 나오는 화면인데 왜 가져왔냐면, 슈퍼맨-쥬라기월드-F1 이라는 초대형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의 3연타에도 불구하고 개봉관을 유지하고 있다는게 인상적이더라고요. 아무리 멀티플렉스라도 대작들이 연달아 개봉하면 사실 얄짤 없이 밀리는게 소규모 영화들의 숙명 같은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관 유지가 잘 된다는건 곧 좌석 점유율이 어느정도 나온다는거거든요.
마지막으로 공포영화는 대체적으로 평점이 낮은 편입니다. 장화홍련 정도로 아웃라이어 몇몇을 제외하면 공포영화 평작이라 그러면 보통 6~7점 대입니다. 최근에 나름 평이 괜찮았던 공포영화인 곤지암도 7.5 밖에 안되더라고요. 그런거 생각하면 노이즈의 평점은 제법 괜찮은 편이죠. 이렇게 종합해볼때, 의외로 괜찮은 영화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것도 이상한 일은 아닐껍니다.
뭔 바람을 이렇게 잡느냐, 얼마나 괜찮았길래 사설이 이렇게 기냐, 하실것 같아서 결론부터 박고 시작하자면ㅋ 평작과 수작 사이? 한국공포영화 평균을 생각하면 그것보단 나은거 같고, 그렇다고 잘 뽑혔다 추천한다 하기엔 좀 아쉬운 부분들이 걸리는 정도로 봤습니다. 최근 공포영화 생각나는게 몇개 없는데, 잠 보다는 못하고 곤지암 보다는 낫다?
일단은 층간소음이라는 소재로 공포영화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이 좋았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메인 소재가 층간소음, 주인공은 보청기가 필요한 청각이 아주 약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사운드가 중요한데 사운드로 임팩트를 만들어내는건 좋았습니다. 반면에 아쉬웠던건 류경수 배우가 보여주는 임팩트에 비해 너무 허무하게 소모되어 버렸다는 점. 그리고 전반적으로 이야기에 여지가 너무 많다는 점. 정도 떠오르네요. 공포영화 무서웠으면 됐지 라고 할 수도 있긴 한데, 어떻게 해석해도 될 법한 여백이 너무 많으니깐 이야기가 마무리 되지 못했다는 느낌이 있어서 뒷맛이 깔끔하지가 못하더라고요.
그놈이 그놈인 한국 공포영화 지겹다고 하기엔 코로나 이후 죽지도 않고 찾아오던 한국공포영화들이 자취를 감춘게 사실이기도 하고, 신선한 소재로 무장한 신인 감독의 도전이라고 생각하면 꽤 즐겁게 볼 수 있는거 같습니다.
* 슈퍼맨
가장 최근에 나온 DCEU 영화가 블랙 아담(2022), 샤잠2(2023), 플래쉬(2023), 아쿠아맨2(2024), 조커2(2024) 입니다. 그 중에 아쿠아맨2 정도를 제외하곤 싹 다 손해였고, 추정손해액이 (헐리우드 영화 손익 분기 등이 아주 면밀히 밝히는 편은 아니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습니다만) 대충 조단위가 되나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 조차 힘든 단위이고 아무리 헐리우드고 DC라 하더라도 이쯤 되면 비명소리와 곡소리가 안나올수 없을겁니다. 그래서 "느금마사?"로 기억되는 DCEU 세계관은 완전히 종료를 선언하고 가디언즈오브갤럭시 시리즈의 제임스건을 DC스튜디오 책임으로 앉혀놓고 DC유니버스의 리부트를 알렸고, 그 첫작품이 이번 슈퍼맨입니다. 딴건 뭐 굳이 알 필요 없는 이야기인데 DC세계관 전체 리부트라는 사실은 알고 가시는게 좋습니다.
하나 더 지난 시리즈에서 되짚어볼 부분은 배대슈, 저스티스리그 등의 영화가 나오면서 드러난 문제점 중의 하나가 슈퍼맨이 쎄도 너무 쎄다는거였습니다. DC를 대표하는 두 캐릭터 배트맨, 슈퍼맨을 놓고 생각했을때, 메타휴먼 조차도 아닌 그냥 인간인 배트맨이랑 어지간한 메타휴먼들 가지고는 공기놀이가 가능한 슈퍼맨을 한 무대에 세우는게 너무 힘들었다는거죠. 배트맨에 빌런의 전투력을 맞추면 슈퍼맨이 튕긴 코딱지에 빌런이 관통당해서 영화가 끝날꺼라, 울며겨자 먹기로 슈퍼맨에 빌런의 전투력을 맞추고 보니깐 슈퍼맨과 함께 시리즈의 두개 기둥이어야 하는 배트맨은 빌런의 가장 약한 양산형 부하 하나랑 목숨건 필사의 혈투를 벌이는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벌어져버렸습니다. 이건 지난 DCEU의 문제점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슈퍼맨은 아마 역대 최고로 너프를 많이 먹은 슈퍼맨일겁니다. 아예 이번 슈퍼맨 영화는 "우리 슈퍼맨은 약해요" 라고 말하며 시작합니다ㅋ 그런데 이게 보다보면 은근히 괜찮습니다. 슈퍼맨이 (저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메타휴먼 하나랑 투닥거리는데, "어? 잘하면 질수도 있겠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 그대로 위기감, 긴장감이 생긴다는거죠. 앞으로 더 나아가야할 DC유니버스를 생각하더라도, 슈퍼맨 영화 자체만을 생각하더라도 슈퍼맨의 너프는 꽤나 적절했다는 생각입니다.
그 외에 영화의 인상적인 장면들은 제임스건 영화의 특징들을 그대로 가져온거 같습니다. OST의 강렬한 활용, 군데군데 묻어있는 휴머니즘의 흔적들, B급 감성 같기도 하고 트렌디함 같기도 한 캐릭터들 등등. 다만 제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제임스건이 이렇게 정치적인 메세지를 넣는 감독이였나? 히어로 영화, 특히 슈퍼맨 치고는 제법 쎄게 정치적인 메세지가 들어있지 않나 싶긴 합니다만, 그건 사실 저도 세계정치를 이야기 할 정도로 잘 알지 못하기에 일단 패스 하겠습니다.
또 슈퍼맨 이외의 캐릭터들도 이후 시리즈를 이어나갈 힘을 충분히 받았다는 느낌입니다. 니콜라스 홀트가 연기한 렉스 루터는 슈퍼맨의 아치에너미로 아주 훌륭하게 잘 뽑힌거 같고, 주변에서 도와줄 동료들도 이후 시리즈에서 보면 반가울 정도의 캐릭터성은 잘 부여받은거 같습니다. 이 동료들에 꽤나 신경썼다는 티가 나는게,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액션씬 중의 하나가 사이드킥이라 할만한 캐릭터에게 주어지거든요. 로이스 레인은... 분량에 비해선 역할이 조금 애매하지 않았나? 싶어서 살짝 아쉽다 정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DC가 완전 나락으로 가는가, 부활의 신호탄이 될것인가 그 갈림길에서 전 일단 첫걸음은 매우 성공적이라고 평하고 싶네요. 엔드게임 이후에 나온 모든 히어로 영화, 마블 + DC로 따져도 제일 재밌게 봤고, 유니버스의 리부트의 첫시작이라 진입 장벽도 낮은편이라 대부분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ps1 : 이런 쿠키는 굳이 왜...?
ps2 : DCEU에서 딱 하나 아쉬웠던게 플래시의 슈퍼걸이였는데, 바로 이 분
워낙 인상적이여서 어떻게 이 분만이라도 못데려오나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슈퍼걸이 카메오? 떡밥? 식으로 몇초 나오는데 어? 귀여운데? 그래 끝난 세계관은 끝난 세계관이지, 바로 납득 완ㅋ
첫댓글 플래쉬에 나왔던 슈퍼걸은 배우도 후속편 출연을 굉장히 원했다고 하던데 리부트로 가면서 배우도 바뀌게 된 ㅠㅠ
원작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지만 정말 매력있는 캐릭이었는데 갠적으로 너무 아쉽습니다
제임스건이 자꾸 가족들 꽂아넣는거 보면 이전 캐릭터들의 재활용은 정말 거의 없을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마블에서도 싫어했던 부분인데 DC 넘어와서도 계속 자기 사람 넣느라 바빠보입니다
재밌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재미라도 없어지면 이걸로도 욕을 먹을 수도 있을거 같네요
저도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게 생각하는 배우입니다. 정말 매력 있었죠. 슈퍼맨 보고 왔는데, 정말 재미났습니다
저는 리부트라지만 너무 이야기를 저세상으로 끌고나간게 아닐까싶은 느낌도 들더군요~ 슈퍼맨첨단기지 우주얘기들이 그냥 판타지같이 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