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
有我無蛙 人生之限(유아무와 인생지한)
나는 있으나 개구리가 없는 게 인생의 한이다(有我無蛙 人生之限)
노래를 아주 잘하는 꾀꼬리와
목소리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살고 있었다.
루는 꾀꼬리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을 때
까마귀가 꾀꼬리에게 내기를 하자고 했다.
“두루미를 심판으로 정하고 3일후에 노래 시합을 하자"는
제안이었다.
노래를 잘하는 것은 고사하고,
목소리 자체가 듣기 거북한 까마귀가 자신에게 노래시합을 제의하다니,..
노래 잘하는 꾀꼬리가 볼 때,
어이가 없었지만 월등한 실력을 자신했기에 시합에 응했다.
그리고 꾀꼬리는 3일 동안 목소리를 더 아름답게 가꾸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반대로 노래시합을 제의한 까마귀는
노래연습은 하지 않고 자루 하나를 가지고 논두렁에
개구리를 잡으러 돌아 다녔다.
그렇게 잡은 개구리를 두루미에게 갖다 주고 뒤를 부탁한 것이다.
한 마디로 불공정 판정을 거래했다.
약속한 3일이 되어서 꾀꼬리와 까마귀가 노래를 한곡씩 부르고
심판인 두루미의 판정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꾀꼬리는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고운 목소리로 잘 불렀기에
승리를 장담했지만 심판인 두루미는 까마귀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
詠井中月영정중월
우물 속 달을 읊다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산사의 승려가 달빛을 탐하여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병 속에 물과 함께 담아가네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절에 도착하면 비로소 깨달으리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병을 기울이면 달 또한 빈 것을
이 글은 고려말 학문이 뛰어났던 학자,
이규보 선생께서 몇 번의 과거에 낙방하고 초야에 묻혀살 때 집
대문에 붙어있던 글이다.
그런데,
하루는 임금이 민심을 살피려고 단독으로 야행을 나갔다가
깊은 산중에서 날이 저물었다.
요행히 민가를 하나 발견하고 하루를 묵고자 청했지만
집주인(이규보 선생)이 조금 더 가면 주막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임금은 할 수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런데 그 집(이규보)대문에 붙여있는 글
“나는 있는데, 개구리가 없는게 한이다” 라는 말이 궁금했다.
도대체 개구리가 뭘까?
임금은 주막에 이르러서 국밥을 한 그릇 시켜 먹으면서
주모에게 외딴집(이규보집)에 대해 물어 봤지만,
과거에 낙방하고 집안에서 책만 읽으며 살아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궁금증이 발동한 임금은 다시 그 집으로 되돌아가서
사정사정한 끝에 하룻밤을 묵어갈 수 있었다.
잠자리에 누웠지만 집 주인의 글 읽는 소리에 잠이 안 오는지라,
면담을 신청했다. 이윽고 궁금했던,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의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이 말은, 이규보 선생이,
불의와 불공정, 비상식으로 얼룩진 그 시대 그 나라를
비유해서 한 말이었다.
이규보 선생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실력이나 지식은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으련만,
과거를 보면 꼭 떨어진다는 것이다.
돈도 없고 빽도 없다는 이유로 말이다.
자신은,
노래를 잘하는 꾀꼬리같은 입장이지만 까마귀가 두루미에게
상납한 개구리 같은 뒷거래가 없었기에 번번이
낙방해 초야에 묻혀 살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 말을 들은 임금은 용기 있는 결단을 했다.
자신도 과거에 낙방하고 전국을 떠도는 떠돌이 신세인데,
며칠 후에 임시 과거가 있다 해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중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궁궐에 들어와 임시 과거를 열 것을 명했다.
과거를 보는 날,
이규보 선생도 뜰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마음을 가다듬으며
준비를 하고 있을 때 시험관이 내 걸은 시제가
유아무와 인생지한(有我無蛙 人生之限)이란 여덟 자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를 생각하고 있을 때,
이규보 선생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한번 올리고
답을 적어 냄으로써 장원급제하여 차후
유명한 학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불공정 비상식은 고려시대만 있었던 적폐일까?
작금의 현실은 어떻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