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21조 ①항 정당방위의 요건을 분설한 내용을 보면, ①현재의 ②부당한 침해로부터 ③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④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⑤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⑥벌하지 아니한다로 나뉘어 있습니다.
나머지 ②항은 과잉방위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 ③항은 과잉방위가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태에서 공포를 느끼거나 경악하거나 흥분하거나 당황하였기 때문에 그 행위를 하였을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는 특별 조건으로 정한 것 같습니다.
정당방위의 요론은 위에서 본 ⑤항 상당한 이유까지 통과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인바, 아래 대법원판결(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이 이것을 구체적으로 설시하고 있습니다.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하고,”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위 설시를 보면 형법 제21조 ①항의 순서를 구체화한 것이라 할 수 있고 마지막에 ‘상당한 이유’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정당방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상당한 이유’가 앞의 요건과 같이 충족되는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 기능을 하는 것인지에 따라 유무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독자적이라면 앞의 요건들만으로도 유무죄 여부를 따질 수 있는 반면 그렇지 않다면 ‘상당한 이유’까지 통과해야 정당성을 인정받게 되는 구조가 됩니다.
그런데 위 판시는 포괄적 요건으로 모두 충족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북한 형법 제15조 정당방위와 비교해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북한 형법 제15조(정당방위)]
'이 법에서 범죄로 규정한 행위를 한 경우라 하더라도 국가 및 사회적리익이나 다른 사람 또는 자기자신의 적법적리익을 침해하는 위급한 범죄를 막기 위한 행위로서 그것이 방위의 정도를 지나치게 넘지 않았을 경우에는 형사책임을 지우지 않는다.'
우리 형법 제21조에서 말하는 ‘상당한 이유’와 북한 형법 제15조의 말미 부분, ‘그것이 방위의 정도를 지나치게 넘지 않았을 경우’가 '지나치게'와 유사한 면이 있어 보입니다.
이러한 의미로 본다면 정당방위에서 말하는 ‘상당한 이유’라는 것이 ‘지나치게’와 같은 뜻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우리 학계는 ‘상당한 이유’에 대해 방위행위의 필요성으로 보는 것이 대부분이라 하지만 이 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판례가 ‘상당한 이유’를 요구하는 것에 대해 ‘방위하기 위한 행위’에서 그치면 되지 거기서 또 ‘상당한 이유’를 요구하게 되면 앞의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무용지물이 된다는 견해가 있기는 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지나치게’라는 표현이나 우리 형법의 ‘상당한 이유’나 추상적이기니 마찬가지인데 어쨌든 이것이 정당방위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마지막 요소가 틀림없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