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8월17일 서울구치소 면회실. 예고 없이 찾아온 ‘불청객’을 본 그는 약간 당황한 빛을 보였다. 구치소에 들어온 지 엿새째. 창백한 얼굴의 그는 면회객을 알아보고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손톱 끝을 만지작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나가면…. 나가서 기회가 되면 (연예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속내를 다 털어놓겠습니다. 제가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지 벌써 14년이 되지 않았습니까.”
‘스타 제조기’로 이름을 날리던 (주)에이스타스(Astars) 백남수(39) 대표. 방송사 PD와 스포츠지 기자 등에게 일명 ‘PR비’ 명목으로 금품을 제공한 혐의(배임증재) 등으로 구속된 그는 할말이 많은 듯했다. 주어진 시간이 다 흘러가자 그는 유리벽 반대편으로 걸어나갔다.
이영애, 김정은, 이나영, 최명길, 안재욱, 한고은, 김선아, 추상미, 김상경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를 거느리던 연예기획사의 대표주자. 묻혀 있던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키워내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어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그를 사건이 터진 지 꼭 1년이 지난 8월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적잖이 고민했습니다. 과연 연예계의 갖가지 관행과 연예계 비리 수사와 관련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해야 하나 싶어서요. 주변의 연예관계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어요. ‘이번 기회에 아예 다 까발려버려’ 하고 등을 떠미는 사람도 있었습니다만…. 검찰 이야기(수사과정)는 지금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하죠.”
연거푸 담배에 불을 붙인 그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인터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하자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질문에 답할 준비를 했다. 매니지먼트 업계에서 치밀하기로 소문난 그의 성격이 엿보였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예계 비리의혹 수사와 관련된 얘기부터 꺼냈다.
통상 룸살롱에서 접대
-사건을 사전에 감지하고 있었습니까.
“아뇨. 감을 못 잡았어요. 불려가서 보니 검찰이 이미 6개월 전에 수사에 착수했더라고요. 이쪽(연예계)에 있는 사람들은 연예계와 관련된 수사에 항상 민감하죠. 수사기관에서 소위 말하는 ‘촉’이라 불리는 안테나를 늘 이쪽으로 뽑아놓고 있거든요. 그런데 검찰수사의 초점이 됐던 연예계의 촌지 관행은 뚜껑을 열어보면 대단한 비리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저를 비롯해서 이쪽 업계 사람들을 비호하려는 게 아닙니다. 연예계에 금품과 촌지가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해요. 그렇지만 그 금액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크지 않습니다.”
백씨는 스포츠신문 부국장, 방송사 전·현직 부장급 PD 등에게 소속 연예인의 기사와 방송출연을 부탁하며 1억3670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로 지난해 8월12일 구속됐었다.
당시 검찰은 백씨와 같은 혐의로 음반사 대표를 구속했고 또 매니지먼트사 대표로부터 소속 가수에 대한 홍보성 기사를 게재해주는 대가로 현금과 골프세트 등 모두 35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스포츠신문 제작본부장을 구속하며 연예계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프로덕션을 운영하면서 PD들에게 이른바 PR비 명목으로 돈을 건넨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개그맨 서아무개씨와 회사 자금 11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S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 이아무개씨는 연예계 비리 수사가 본궤도에 접어들기 직전 해외로 빠져나갔다.
10여 일에 걸쳐 구속상태에서 조사를 받다 검찰이 불구속기소를 결정하면서 같은 달 23일 풀려난 백남수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PD나 기자에게 건넨 촌지 액수를 구체적으로 얘기해줄 수 있나요.
“…”
아이스커피로 목을 축인 그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피하고 싶어하는 질문이었지만 다시 캐물었다.
-검찰이 밝힌 1억3000여 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인데요.
“제가 이 일을 한 지 올해로 15년째 접어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해서 그 돈을 n분의 1(1인당 평균수수액)로 계산해 보면 이해가 빠를 겁니다.”
-촌지 액수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네요.
“어떻게 보면 창피할 정도예요.”
촌지발 셌던 K씨
-접대비 이야기를 해봅시다. 검찰이 ‘금품’이라는 표현을 쓴 걸 보면 촌지뿐만이 아니라 접대 술값까지 포함시킨 것 같은데요.
“예. 그것까지 포함한 게 맞습니다. 통상 룸살롱에서 접대를 하죠. 룸살롱에서 술(양주) 두 병에 안주 두 접시를 시키면 100만원 남짓 나와요. 술은 17년산 윈저나 임페리얼을 마십니다. 거기에 아가씨들 팁이 각 10만원, 룸을 왔다갔다하면서 심부름을 하는 새끼마담의 팁이 10만원이니까 보통 세 사람이 술을 마시면 140만∼150만원 정도 나와요.”
-주로 어디에 있는 룸살롱을 이용하나요.
“강남이죠. 룸살롱 접대는 소위 말하는 ‘give and take(기사게재, 방송출연 등 청탁 목적의 접대)’는 아닙니다. 저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고 돈을 더 많이 버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가 세 번 정도 사면 그쪽(PD나 기자)에서 한 번 사는 관계였지 일방적으로 접대하지는 않았어요. 이게 연예계의 관행으로 굳은 지 오래됐어요.”
-연예기획사(매니저)가 PD나 기자에게 베푸는 접대 수준이 일반 기업체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어떻게 보면 그보다 훨씬 못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강남에 있는 룸살롱 마담이나 그 계통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연예계에 있는 사람들이 참 짜다고들 해요. 실제로 부동산이나 증권을 해서 돈을 번 사람들에 비해 술 마시는 수준이 다르다는 겁니다.
연예계 사람들이 생각보다 돈이 없어요. 이 바닥 사람들은 돈이 말랐다고들 표현하죠. 그리고 과감하게 (촌지를 돌리거나 접대를) 하는 사람들이 제가 알기로는 거의 없어요. 예전에는, 누구는…. 아마 누군지 다 알 겁니다. K씨는 워낙 유명해서. 그 사람이 한참 잘나갈 때 (촌지나 향응을) 많이 제공한 적이 있었는데 그것도 잠깐이었죠. K씨 같은 경우를 두고 저희들끼리는 ‘촌지발이 세다’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그분이 그랬던 것도 한때였어요.
저도 드라마 캐스팅과 관련해 (촌지를 건넨 사실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해요. 촌지와 향응제공뿐만 아니라 특별한 케이스였습니다만 소위 말하는 2차를 보내주고 나서 굉장히 자존심이 상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 입술을 지긋이 깨물고 깊은 생각에 잠긴 그가 노트에 무엇인가를 기록하며 어렵게 말을 이었다.
“예. 이 이야기는 아주 민감한 부분인데…. 이 바닥 전체가 그렇게 보일까봐 걱정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극히 일부에 불과한 몇몇 사람들 행위로 인해 연예계 전체가 그런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다른 업종의 접대도 이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유독 이쪽만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는 것에 대해 몹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물론 2차까지 보낸 접대행위가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잘못한 일인지 잘 알고 있어요. 제 자신이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서 비즈니스라는 핑계를 대고 과욕을 부렸던 겁니다. 절대로 하지 않았어야 할 일인데. 그런 접대는 양심에 찔리는 것이었고, 이후에 몹시 후회를 했죠. 그렇다고 제가 도덕적으로 깨끗한 척하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성 상납 의혹도 조사받아
백남수씨는 경희대 의상학과 84학번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한때 국제복장학원에서 재단을 배운 적도 있는 그는 군에서 제대한 뒤 가정형편이 급격히 기울자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막노동, 가방장사, 화장품 판매, 신용카드 가입 아르바이트, 패션쇼 연출 보조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했다. 이 중 패션쇼의 연출 보조 일은 그가 매니지먼트 사업에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1989년 매니지먼트 사업을 시작한 그의 앞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가 초기에 발굴한 탤런트 K, H 등 몇몇 스타들이 그의 무능을 탓하며 떠나간 1992년 이후 2∼3년 동안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서울 혜화동 친구의 사무실 한쪽에 전화기 하나 달랑 놓고 연예계 주변을 맴돌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발굴한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1994년 TV 주말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것을 계기로 단돈 300만원을 들고 백기획이라는 회사를 차렸다.
연예기획사가 연예인의 ‘운전병’과 ‘연락병’ 수준에 머물던 시절에 그는 한 발 앞서 전문화, 과학화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했다. 그는 먼저 소속 연기자들을 철저히 분석했다. 연기자로서의 자질과 실력을 쌓은 후 대중에게 보여주는 장기적인 전략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연예인들의 수익관리뿐만 아니라 기획과 홍보도 체계화했다. 소속 연예인이 인기를 유지하면서 생명력을 오랫동안 보존해 자기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관리했다. 그러다 마침내 2000년 그는 톱탤런트와 가수들을 모아 (주)에이스타스를 발족시켜 ‘스타군단’을 이끌게 됐다.
지난해 터진 연예계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해선 몇몇 기업형 연예기획사를 겨냥한 표적수사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예계에서는 불공평한 수사였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아요. ‘아, 나는 이번에 운 좋게 안 걸렸어’ ‘누구누구는 이번 사건의 타깃이었다’는 얘기를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요. 촌지나 접대문화는 연예계 전반의 오랜 관행인데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사람들만 그런 일에 관련된 것처럼 비쳐진 점이 참 씁쓸합디다. 그곳에 (구치소에) 들어가 있으니 온갖 억측과 소문이 떠돌더라고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성 상납’이었죠. 검찰 수사관이 제가 ‘소속사 연기자 세 명을 성 상납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가 실린 한 스포츠신문을 내밉디다. 그러면서 ‘백사장! 백사장이 구속되니까 모든 것을 당신 탓으로 돌리고 있어. 세상이 이렇게 무섭게 돌아간다’고 하면서 ‘검찰에도 제보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검찰에 성 상납과 관련된 제보가 실제 로 들어왔었나요.
“예. 그랬다고 해요.”
-성 상납과 관련된 부분도 수사를 받았겠네요.
“수사관이 저에게 (성 상납을 한 적이 있는지) 묻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검찰이 그 이상 묻지는 않았어요. (성 상납의) 사실 여부는 연기자 본인들에게 물어보면 잘 알 겁니다. 그 연기자들은 웃죠. 저를 너무나 잘 아니까. 하지만 성 상납을 했다는 오해까지 받으니 참 억울합디다. 구치소에 있던 3일 동안은 정말 자살하고 싶었습니다. 전 방송관계자나 기자들, 광고주 등과의 식사자리에 연예인을 데리고 나간 적도 없습니다. 그것은 이 사업을 하면서 제 스스로가 내세운 불문율이었고 철칙이었습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기도 했고요.”
관계 맺은 후 스폰서 노릇
그는 광고계약을 미끼로 재벌과 여자연기자들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는 등의 소문을 의식한 듯 이런 얘기도 들려줬다.
“모 그룹의 사장은 ‘누구 하나 소개시켜주면 (매니저나 연예기획사에) 2000만원을 줄게’ 하며 아주 노골적으로 제의합니다. 그 분의 그런 행동은 연예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이 바닥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죠.”
-실제로 연예기획사에 재벌 쪽으로부터 그런 제의가 들어온다는 얘기네요.
“예.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그쪽 라인(재벌)에 줄을 대는 매니저들이 있어요.”
-제의를 받은 매니저나 기획사는 재벌로부터 소개비를 챙긴다는 겁니까.
“그렇죠.”
-여자 연예인에게는 재벌이 따로 돈을 건네나요.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일(거래)이라 돈을 주는지 안 주는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성관계를 맺은 후) 재벌이 그 연예인의 스폰서가 되죠.”
-그같은 제의를 직접 받아본 적도 있습니까.
“있죠. 저에게도 그런 유혹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습니다. 그러한 제의를 받고 고민을 하거나 고뇌한 적도 없어요. 일언지하에 거절했죠.”
올해 우리 나이로 마흔. 미혼인 그는 자신을 “보수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말한다. 재벌과 여자연예인과의 ‘관계’는 연예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돈 300만원을 들고 이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재벌로부터 어떠한 제의를 받는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기로 자신과 약속한 그는 ‘불미스런 제의’가 들어오면 “내가 혹시 빈틈을 보인 것은 아닐까” 하고 반성했다고 한다.
재벌과 매니저(기획사) 사이에 다리를 놓는 사람들은 주로 광고 대행업체 관계자들이다. 광고주가 정치인을 접대할 경우 종종 여자연예인을 찾는다는 것도 연예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백씨는 직접 경험한 일이라며 다음의 얘기를 들려줬다.
“사업 초기에 있었던 일입니다. 소속 연예인 중에 모델 A양이 있었어요. 어느 날 광고 에이전시의 직원이 A양에게 직접 연락해서 어느 식사자리에 오라고 했나봐요. A양은 저에게 ‘이러저러한 연락이 와서 밥 먹으러 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 자리에 참석을 한 겁니다. 그런데 A양의 남자친구가 이상한 낌새를 챘나 봐요. 그 친구가 A양의 뒤를 밟아서 현장을 덮쳤죠. 그 자리에는 앞서 언급한 모 그룹의 사장과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재계) 사람들이 있었어요. 누구라고까지는 언급할 수 없지만 하여튼 A양의 남자친구가 그 사람들을 다 죽여버린다고 했으니까요. 한바탕 난리가 났죠.”
‘연예인 킬러’ C회장
-어떤 광고주는 자사 광고의 모델을 결정할 때 ‘한번 잠자리를 같이하고 나서 결정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세간에 떠돌아다닙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습니까.
“그 분야에서 유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잘 아시잖습니까. 모 그룹의 막내아들 B씨. 제가 그 분을 직접 만나 본 건 아니고 그 분하고 어울리는 사람들로부터 들은 이야기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것(여자연예인을 밝히는 것)이 일종의 정신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예계에는 B씨가 재벌과 연예인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B씨는 자기 과시욕에 사로잡힌 사람 같습디다. 모 기업의 사주인 C회장은 B씨를 향해 ‘걔, 재벌도 아닌 게 재벌 옆에 붙어서 재벌 돈 뜯어쓰려고 하는 애’라고까지 평가절하하데요. 그런데 C회장도 참 딱한 사람이에요. 밥을 먹자고 해서 몇 번 만났는데 저를 만나려는 목적이 딴 데 있더라고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해보려고 한다’고 제의해 만나보니 실은 우리 소속사 연예인과 어떻게 해보려는 속셈에서 저에게 접근했던 겁니다. 전 그 분이 그래도 인격이 있는 사람인 줄 알고 만났는데, 만나고 나서 여간 실망한 게 아닙니다.
C회장은 실제로 여러 연예인들과 염문을 뿌렸어요. 그가 ‘나, 혼자 자기 싫다’고 하면 그 분의 비서는 늦은 밤에 연예인을 조달하기 위해 전화버튼을 누르는 게 일이라고 하더라고요. 한밤중에 전화통 붙잡고 매니저들에게 사정해야 하는 비서는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다고 합디다. 월급쟁이라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온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면서 참 씁쓸해하데요. C회장은 (연예인과) 두세 번 관계를 가진 후 값싼 선물 하나 해주고 시체말로 차버린다고 합니다. 그런 후에 또 다른 연예인을 찾아 나서고.”
-C회장의 경우와는 달리 연예인이 ‘알아서’ 재벌이나 광고주에게 ‘달라 붙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에이스타스 소속이었던 D양이 그랬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만.
“저희와 계약관계에 있을 때는 그런 일은 없었는데…. D양이 활달한 성격이라 그런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소지는 있었겠다 싶어요. 연예인을 깨끗하게 관리하려고 애를 썼지만 회사가 개개인의 사생활까지 완벽하게 관리할 수는 없죠. 한 예로 저희 회사 소속이었던 한 연기자를 매니저가 집 앞에 내려주고 아파트 계단에 올라가는 것까지 확인했는데, 그후 연예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저는 광고를 안 하면 안 했지, 맹세코 광고주와 연기자 사이에 다리를 놓으면서 비즈니스를 하진 않았어요. 광고를 계약할 때도 회사 차원에서 비즈니스를 했지 광고주에게 연예인을 앞세우는 일은 없었으니까요. 소속사 연예인과 함께 ‘밥 한끼 먹자’는 광고주의 요구에도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어요.”
톱스타 E양의 수난
2001년 말 톱스타 황수정의 마약 복용 사건을 계기로, 가수 싸이, 심신, 그리고 탤런트 정찬 등이 줄줄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검거되면서 검찰의 연예인 마약복용 내사설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연예계는 ‘마약한파’로 꽁꽁 얼어붙었다. 그런 상황에 한 스포츠신문이 에이스타스 소속인 ‘탤런트 E양의 마약 검진설’을 1면 머리기사로 내밀었다. 보도 내용은 이랬다.
“청순한 이미지의 톱스타 E양이 때아닌 마약 연루설에 휩싸이자 극비리에 ‘마약 검진’까지 받는 곤욕을 치렀다. ‘검찰에 불려가 극비조사를 받았다’는 등 출처 불명의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자 이에 당황한 E양은 급기야 마약자가검진까지 받으며 소문을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기사는 또 측근의 말을 빌려 “최근 E양이 병원에서 마약검사를 받았다. 어떤 문제 때문에 진단을 받은 것이 아니라 연예계에 나돌고 있는 몰상식한 뜬소문을 잠재우기 위한 검사였다”고 전했다.
에이스타스는 “사실이 아니다”며 강력히 항의하고 기사 삭제를 요구했다.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소송까지 고려했다. E양 또한 취재기자와 담당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강력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E양은 소속사에서 준비하는 소송과는 별도로 개인적으로 신문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했다. 결국 신문사는 가판에 실렸던 기사를 배달판에서는 삭제했다.
그런데 미디어 비평 전문지인 ‘미디어 오늘’은 2001년 12월20일자를 통해 가판에서 이 스포츠신문의 E양 관련 보도가 배달판에서 삭제된 배경을 보도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른바 E양 마약 연루설 보도 사건의 전말에 대해 백씨는 긴 설명을 덧붙였다.
“겉으로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연말엔 각 스포츠신문에서 주관하는 시상식이 많아요. 문제의 기사를 쓴 스포츠신문에서 음반대상 시상식을 개최하는데 E양에게 대상을 시상해달라는 제의가 들어왔어요. 당시 E양은 여러 신문사로부터 비슷한 제의를 받은 터라 어느 한 곳에도 참석하기가 곤란한 처지였어요. 그래서 문제의 신문사에도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다’고 통보했죠.
신문사의 고위층 인사로부터 ‘E양을 시상식에 참석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받은 기자는 ‘내 목이 달려 있다’면서 통사정을 했어요. 하지만 E양이 거부하자 우리 회사 홍보담당 이사에게 ‘검찰이 E양의 마약복용설에 대해 내사를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꺼내면서 시상식에 참석할 것을 강권하다시피 했죠. 그 기자는 고위층 인사에게 ‘E양이 시상식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고를 했던 모양인데, E양이 끝내 시상식에 불참하자 일종의 ‘길들이기’ 차원에서 그 기사를 실은 겁니다.
그런데 E양을 시상식에 끌어들이려던 진짜 목적은 이 신문사의 고위층 인사가 E양을 직접 만나려는 데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분은 모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로 영화제작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E양을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려고 했어요. 우리도 그쪽으로부터 대본을 받고 검토해봤는데 ‘영 아니다’ 싶었죠. E양도 같은 생각이었고요. 그러한 의사를 사전에 전달했음에도 그 분은 E양을 만나려고 애를 썼던 겁니다.
마약검사설 기사가 실린 지 보름쯤 후에 고위층 인사측으로부터 (E양과 저에게) 사과의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연락이 왔어요. 저와 홍보담당 이사가 그 분을 만났죠. 사전에 ‘E양은 참석하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했는데도 그 분은 그 자리에 E양이 동석하리라 여겼던 모양이에요. 나중에 그 분이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 직원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분이 ‘(E양도 안 나왔는데) 밥값만 무지하게 내고 왔다’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고 하더라고요.”
스포츠신문의 횡포
E양의 마약검사설을 쓴 담당기자는 당시 ‘미디어 오늘’측에 “기사의 근거를 분명히 갖고 있고 확신을 갖고 기사화했지만, 연예기획사는 우리에게 큰 취재원이어서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이 보도로 E양과 기획사가 갈라설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극단적인 경우 소송사태로 비화되는 걸 원치 않아 빼기로 했다. 1면 머리기사가 빠진 데 대해선 책임이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E양은 당시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휴식도 없이 줄곧 영화와 광고에 매달리다 보니 힘이 들었고 살도 많이 빠졌다. 그래서 한방병원에 가 진맥받고 보약 지어다 먹은 게 병원 출입의 전부”라며 기사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자칫 소송으로 치달을 뻔했던 이 사건은 에이스타스와 E양이 신문사를 고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막을 내렸다.
이렇듯 연예계에서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입지를 굳힌 백남수씨의 별명은 ‘독종’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을 하면 끝을 보고야 마는 성격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집요한 승부근성에 대한 소문도 파다하다.
그의 사업적 면모는 2000년 5월 종합엔터테인먼트 에이스타스의 출범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그는 자신이 대표로 있던 백기획을 주축으로 미르, 월드파워, 키매니지먼트, BMB, 노먼기획사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국내 최정상급 연기자와 가수 50여 명을 거느린 초대형 매니지먼트사를 탄생시켰다.
그는 에이스타스를 출범하기 전인 1999년 12월에는 오프라인의 연예콘텐츠를 온라인 사업에 접목시킨 ‘MCC21.COM’을 설립해 사업을 확장했다. 한일합작 회사인 K&J를 설립하고 중국에 지사를 두는 등 연예인의 세계진출도 꾀했다. 그는 연예사업도 당당한 산업임을 주장하며 시대의 흐름을 타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자금난과 연예계 비리의혹 수사에 부닥치면서 좌초했다. 결국 에이스타스는 지난해 10월말 세무서의 직권폐업 조치로 간판을 내렸다.
-지난해 수사가 에이스타스의 침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IT 쪽에 사업확장을 하면서 2년6개월 동안 현금으로 215억원을 쏟아부었거든요. 이후 약속된 투자금이 제때 유입되지 않아서 2001년 말부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수사가 큰 부담이 된 것은 사실입니다.”
-연예계 비리의혹 수사가 연예계에 끼친 영향이 어느 정도입니까.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연예계에 펀딩(자본투자) 분위기가 조성돼 자금 유입이 원활했어요. 연예산업이 발전하려면 실력 있고 끼가 넘치는 연예인 지망생과 그것을 제대로 뒷받침해줄 인재가 필요한데 사건 이후에는 다들 몸을 사리는 실정입니다. 물론 가장 큰 피해는 다들 삐딱한 시선으로 연예계를 바라본다는 점이죠. 재능도 있고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한데 부모가 자식의 연예계 진출을 탐탁찮게 여겨 발목을 잡는다는 겁니다.
이처럼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떠도는 소문의 허와 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연예계 전체를 불신하게 됐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연예계 비리와 잘못된 관행은 정말 극소수에 해당하는 얘기입니다. 몇몇 사람들의 잘못된 행태를 두고 마치 연예계 전체가 그런 것처럼 와전되고 호도되는 현상은 이번 기회에 정확하게 짚고 넘어갔으면 합니다.”
그가 인터뷰에 선뜻 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일부 그릇된 행태가 과대 포장돼 연예계 전체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드리우는 것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의 얘기는 계속됐다.
정치인들의 ‘밥 먹자’는 제의
“저는 사업 초기부터 사훈을 ‘착한 사람이 잘 돼야 한다’ ‘처음과 끝이 일관돼야 한다’로 정했습니다. 이 업계가 워낙 유혹이 많은 곳이라 자기 중심이 서지 않은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하면 망가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직원 채용 때도 도덕지수가 높은 사람을 뽑기 위해 면접에 중점을 뒀습니다. 순간적 충동을 참기 어려운 야한 작업도 많고 불특정 다수의 이성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기 때문이죠.
제가 정말 싫어하는 게 하나 있습니다. 재계나 정치인들이 ‘밥 한번 먹자’고 제의하는 겁니다. 그 말의 속뜻은 결국 ‘연예인과 함께 밥 먹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거죠. 그런 제의를 가장 싫어했던 연예인이 톱스타 E양입니다. 너무도 많은 제의가 있었죠.”
-정치인으로부터 직접 그런 제의를 받아본 적이 있습니까.
“그럼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정치인의 비서관이 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와 ‘같이 한번 밥을 먹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했으니까요.”
-그 비서관과의 통화내용을 자세히 설명해줄 수 있나요.
“특별한 이야기는 없었어요. 자리를 한번 마련해달라는 것이었죠. E양에게는 그런 제의가 있었다는 걸 전하지도 않았어요. E양은 전혀 몰라요. 자존심 상할까봐 말도 꺼내지 않았으니까요.
‘지역구에 행사가 있는데 와서 도와달라’는 등 갖가지 명분을 내세워 연예인을 만나려는 정치인이 많아요. 지역구 행사라는 것도 그래요. 밥 한끼 먹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어요. 행사가 끝나고 나서 밥 먹는 순서로 이어지니까요. 그런데 참 웃기는 사실이 있어요. 정치인과 연예인이 정말 인격적인 관계로 만나서 밥 한번 같이 먹었는데 그게 ‘누구랑 잤다’는 소문으로 이어져요. 그 이유 중에 하나가 당사자인 정치인이 ‘내가 어떤 연예인하고 잤는데…’ 하고 떠들고 다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것은 남성들 사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종의 과시욕이겠죠. 다른 연예계 소문과 마찬가지로 실체도 있고 또 어느 정도 사실인 측면도 있지만 손톱 만한 실체가 이만큼 부풀려졌다고 보면 틀림없어요.”
정치권 줄댄 연예인 오래 못가
-정치인과 여자연예인을 둘러싼 소문 중 일부는 사실이라는 얘기네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극히 일부입니다. 그런데도 마치 모든 연예인이 정치인과 좋지 않은 관계를 갖는 것처럼 알려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런 게 연예산업 발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연예인뿐만 아니라 기획사와 매니저들까지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돈 있는 자나 권력자에게 성 상납이나 해서 성공하려는 사람들처럼 비쳐지고 있지 않습니까. 연예산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가지고 떳떳하게 열심히 일을 하는 상당수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분통을 터뜨리죠.”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높아졌다. 그의 눈빛에선 기획사나 매니저가 하는 일이 마치 ‘채홍사’의 역할로 비쳐지는 세태를 가만히 앉아서 바라볼 수만은 없다는 어떤 결의가 느껴졌다. 그는 “나만 깨끗하다고 하는 얘기가 아니다”고 강조하며 얘기를 이어갔다.
“정치권의 힘을 빌려 연예인을 키워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어요. 그런데 그것은 이쪽을 어설프게 아는 친구들이 하는 얘깁니다. 실제로 정치인의 도움을 받아서 한번 해보려고 하는 사람도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정치권의 힘을 빌려 성장한 연예인의 생명은 결코 길지 않습니다. 모 대형 음반기획사의 오너는 정치권에 줄을 대 권력의 실세였던 Y씨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소속사 가수를 띄우기도 했지요. 이처럼 이 업계에서는 누구는 어느 정치인과 친하다, 따위의 소문이 파다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제조업이나 첨단 IT산업 못지않은 주요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그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그는 8월 중순 선진국 형태의 종합매니지먼트 회사의 문을 연다. 과거의 경영 경험을 살려 회사의 재무와 경영에는 일절 손대지 않고 자신의 주특기인 신인을 발굴해 스타로 ‘생산’해 내는 일에만 주력할 것이라고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운 재목을 찾아내 스타로 ‘제조’하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이나영의 경우 연예관계자들이 백이면 백 안 된다고들 했습니다. ‘쟤가 성공하면 손가락에 장을 지진다’고 장담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될 성 부른 떡잎을 보면 얼굴에서 ‘광채’가 납니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눈에 보이지 않는 끼가 엿보입니다.
예감이 빗나간 적은 거의 없었어요. 첫 눈에 느낌이 좋은 사람도 있지만 그 반대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나영이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일을 하는 도중에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경우였죠. 나영이가 데뷔할 때 화면에 잠깐 스쳐 지나가는 귀신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연예인의 철저한 자기관리가 중요
그는 사무실에서 청소를 하면서 스타의 꿈을 키웠던 김현주를 발굴하여 훌륭한 스타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신인을 키워내는 데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습니까.
“앞서 말한 이나영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당시 이나영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PD에게 ‘어떤 단역이라도 좋으니 등급만 매겨서 출연시켜달라’고 했어요. 공채 탤런트가 아닌 경우 ‘등급이 있냐 없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어요. 등급이 매겨져 있으면 연기자로 공식인정을 받아 타 방송사에 출연하는 데 훨씬 유리하거든요. 일단 등급이 매겨지면 단역에 출연한 ‘근거’를 내세워 고급스럽게 포장을 해서 다른 작품에 출연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합니다. 물론 사전에 체계화된 연기교육을 시키는 것은 기본이죠.
아무리 공을 들여 스타로 키운다 해도 연예인의 생명줄은 철저한 자기관리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연예계에 좋지 않은 소문이 난무하는 데는 연예인의 무분별한 사생활이 한몫하는 게 사실이죠. 연예계에 데뷔한 이후 부모님이 서울에 살고 있는데 따로 나와서 생활을 하는 연예인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 경우 사생활이 문란해지고 좋지 않은 사건에 연루되는 일을 많이 봐온 터라 부모님과 함께 살 것을 강권하는 편입니다. 어린 나이에 수많은 유혹을 견뎌내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백남수씨 앞으로 밀려드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데모 테이프와 프로필 서류는 한 달에 수백 건에 이른다. 하지만 대부분은 무용지물에 가깝다. 신인을 발굴하는 일은 흙 속에서 진주를 찾아내는 것보다 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신인을 발탁할 때 두 가지 조건이 갖춰졌는지 꼼꼼히 관찰한다. 연예인의 기본 바탕이랄 수 있는 매력적인 외모와 인간성이 그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새벽 6시에 시작해 그 다음날 새벽이 되어서야 끝나는 그의 하루 일과. 지난해 연예계 비리 사건에 연루돼 혹독한 고통을 맛본 백씨가 밤잠을 설치며 발이 부르트도록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또다시 몰두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연예산업의 ‘아름다운’ 발전과 미래를 위해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연예계와 연예산업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각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내비친 백씨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다음 약속장소로 바삐 발걸음을 옮겼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