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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07
(사이 내용 대본 없음)
S#55. 빈청 / 낮
여덟 명 정도의 벽파 대신들이 꽉 들어찬 작은 빈청 내부. 조영승, 김귀주 보이고..
조영승 : (노기가 서린) 그깟 화공들의 일희일비에 조정 대신들이 놀아나다니!
도대체 이나라 조정이 어디까지 곤두박칠 쳐야 한단 말입니까!
벽파들 : (‘맞다’ 중얼거리고)
벽파1 : 환쟁이들이 주상전하의 은전을 등에 업고 지나치게 까불어대는 것을 보니, 배에 기름이 어지간히 낀 모양입니다.
벽파2 : 주상전하께서 오-냐 오-냐 하니, 뭐 대단한 벼슬이라도 한 마냥, 기고 만장해서는!!
벽파1 : 기껏 환쟁이 주제에, 아무래도 자기 처지를 착각하고 있는 듯합니다.
김귀주 :그렇지요! 환쟁이는 환쟁이 취급을 해줘야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외숙!
조영승 : 그렇지. 높은사람은 높은사람의 일을, 아랫것은 아랫것의 일을해야 위로부터 아래까지 탈 없이 평온한 것이 아니겠는가?
김귀주 : 그렇지요. 바로 그걸 깨닫게 해 줘야 합니다.
조영승 : 신들의 충언을 무시하고 잡기에 빠져 정사를 돌보지 않는 주상전하 또한 이대로 지켜 보아선 안됩니다.
제 뜻이 마마의 뜻이기도 하구요.
벽파들 : (서로 눈짓 교환하며, 긴장감이 돌고)
‘텅!!!’ 소리 들린다.
S#56. 정조의 서재 / 밖 / 밤
내시와 궁녀들 모여있고, 궁녀들은 겁에 질린 듯 덜덜 떠는데...
문 열리고 정조와 홍국영이 밖으로 나온다.
일제히 머리 조아리는 신하들.
정조, 신하들 보는 곳 보면... 정조의 서재 기둥에 박혀있는 화살 하나. 아직도 부르르 떨리고 있는데, 화살에 묶인 종이 본다.
정조 : 저 종이를 가져오라.
내관 : (화살에 묶인 종이 풀어 정조 앞에 내밀면)
정조(소리) : (둘둘 말린 편지 풀어 펼쳐 보는 위로) ‘죄인의 아들은 왕이 될 수 없다.
내륙법(주 : 대역 죄인일 경우 자손도 모두 처형하여 관직에 나올 수 없다는 법)을 시행하라.’
정조 : (편지 접으며) 드디어 저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나보군.
홍국영 : (걱정스레 보며) 전하..
S#57. 몽따쥬
1. 저자거리에 격문이 주르륵 붙여져 있고, 사람들 웅성웅성 모여있다.
급히 뛰어오는 관군 두명, 한명은 사람들을 쫒기 시작하고, 한명은 격문을 좍좍 떼어낸다.
2. 정조집무실, 상소문을 읽고 있는 정조. 옆으로 홍국영. 탁자에 수북히 쌓인 상소문 보이고, 정조의 심각한 얼굴 위로,
홍국영 : (소리) 성균관 유생들이 직접 올린 상소문이옵니다. 뿐만 아니라, 저자거리 곳곳에 벽서가 붙고,
하나같이 내륙법을 시행하라는 궤변이었다니 참으로 망극한 일이 아니옵니까.
S#58. 도화서 / 낮 - 몽타주
1. 도화서 작업실 / 낮 /
의궤 그림 그리고 있는 화원들, 관군들 들이 닥치고,
영문도 모른채 끌려 나가는 화원들(홍도, 윤복, 장효원, 만보, 술태, 고봉, 이인문).
고봉, 겁 확 집어먹고 안나가려고 만보를 붙들고 버텨보고,
홍도의 양팔을 관군이 붙들고 끌고 나가고,
놀라서 끌려가는 홍도를 보는데, 관군이 윤복의 팔을 잡고 거칠게 끌고 간다.
S#59. 도화서 / 사포서(주, 궐 내 채소와 원예를 담당한 곳) / 낮
장벽수, 신한평, 김덕성 심각한 표정으로 서 있고, 상반신만 잡히는 화면,
신한평 : 이런 치욕스런 일이 어디있습니까?
장벽수 : 대체 누가 그런 그림을 그려 어르신들의 심기를 건드렸단 말입니까!
신한평 : (뜨끔해서, 시선 피하는) ...
김덕성 : 설사, 그 그림을 그린자가 도화서 화원이라해도 이런 처사는 참을수 없는 일 입니다! (신한평에게) 안그런가?
신한평 :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그렇지요...
장벽수 : 내 이번만은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겠소. 꼭 담판을 짓고야 말겠소이다.
화면 뒤로 빠지면, 호미를 들고 있는 장벽수, 호미 쥔 손(흙투성이)에 힘이 꽉 들어 간다.
바구니에 야채를 들고 있는 신한평은 눈치보느라 기죽어 있고,
김덕성은 한손엔 호미, 한손에 뽑은 잡초를 들고 있다.
김덕성 : 왕실의 종사를 기록할, (호미 든 손 들어 보이며) 이 손으로, 채소를 캐고, 빨래를 하라니, 허 참...
장벽수 : (분노 가득해서) 명심들 하시오. 절대 도화서 화원으로써 품위를 잃어선 안됩니다. 알겠습니까?
세 사람, 앉아서 밭을 매기 시작한다.
S#60. 세답방 / 낮
장효원, 고봉, 만보, 술태 화원복 입은 채 빨래를 하고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이인문도 빨래 하는 모습 보인다.
고봉 : 아니, 대체 언놈이 무슨 그림을 그렸기에! 응? 이렇게 도화서를 다 발칵 뒤집어 놓는단 말이냐?
왕실의 화사를 돌볼 화원들에게, (빨래감 흔들며) 빨래라니? (효원에게) 안 그렇냐?
술태 :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 것이냐? 만보형님, 말해보시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소?
만보 : (고개 저으며) 내 도화서에 들어온 이래, 빨래를 해보긴 처음이다 처음.
이인문 : 시끄럽다. 조용히들 하거라.
술태, 만보 : (입 다물고 고개 숙이고)
장효원 : (빨래 대충 하다 신경질나 확 팽개치고)
이인문 : (어딘가 보면)
이인문이 시선 준 쪽으로, 홍도와 윤복이 막 빨아놓은 젖은 빨래를 한아름 들고 걸어간다.
홍도 : 내 뭐랬느냐. 위험하다 그러지 않았냐?
윤복 : (빨래감 수북해 앞을 가렸다) 좀 더 말리지 그러셨습니까. 정말 괴로워 죽겠습니다. (앞이 안보여 중심 못잡고 휘청)
홍도 : 어허, 떨어뜨리겠다, 조심 좀 하자.
윤복 : 걱정 마십쇼. (빨래감 무게에 못이겨 휘청)
홍도 : (불안불안) 조심하래두! 반나절을 빨아댔더니 이 팔둑에 알이 다 벡였다. 떨어뜨려두 난 같이 몬한다.
윤복 : 걱정 마시라니까요! (하는데, 빨래감 와르르 떨어뜨리며) 어어어어!
홍도 : (놀라서 방향틀다, 윤복이랑 부딪히며 빨래감 와르르 떨어뜨리고)
흙바닭에 쏟아진 빨래들,
홍도 ‘우짤 것이냐’ 표정으로 윤복을 보면, 윤복 기 팩 죽어서...
S#61. 빈청 / 낮
김귀주와 조영승 앉아있다.
조영승 : 그래, 도화서 화원들이 모두 잡일에 차출되었다, 이 말인가?
김귀주 : 예. 이제 주상전하에게 그림을 그려 올릴 한가한 화공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주변 둘러보고 은밀히) 단원은 그 중에도 일이 가장 되다는 세답방(주 : 궐내 빨래를 맡은 곳)에 가게 되었으니,
아무리 주상전하께서 아껴도 이제 다 소용없는 일 아닙니까?
조영승 : 그래, 단원은 거기서 무얼 하는가?
김귀주 : 뭘 하냐구요? (재밌다는 듯) 이불을 빨지요! 아마 힘들어서 붓자락 들 힘도 없을 겝니다. 하하.
S#62. 냇가 / 낮
이불 빨래를 양쪽에서 잡고 비트는 홍도와 윤복.
홍도와 윤복, 둘 다 한 곳을 보고 있는데... 그들이 보는 곳에는 김홍도의 [빨래터]와 신윤복의 [계변가화] 그림 속 풍경 같이,
여인들이 빨래하는 모습 보인다.
홍도 : 저것 보거라.
윤복 : (보면)
홍도 : 여인네들만 있어 심심하다 싶더니, 만약 저 바위 위에 훔쳐보는 놈이 있다면 긴장감이 팍 생기지 않겠느냐?
윤복 보면,
(상상) 바위 위에 엎드려 부채로 얼굴 가리고 훔쳐보는 남자(홍도)의 모습 보이고(김홍도의 [빨래터] 속 양반 모습),
윤복, 고개 돌리면,
홍도 : 그렇지 않느냐?
윤복 : 여인들은 지켜보는 것을 모르는데, 저기 무슨 긴장감이 있습니까? (빨래 비튼거 담고, 다른 빨래 꺼내며)
남정네가 지켜보는 것을 알아야, 그래야 재미가 있지요.
홍도 : (홍도가 빨래 한 쪽 끝 잡고) 어떻게 말이냐?
윤복 : (이불 빨래 짜며) 남자가 여인의 앞에 있는 것입니다. 그것도, 여인들이 훔쳐볼만한 미남자가.
홍도, 빨래터 보면,
(홍도의 환상) 활 들고 갓을 쓴 남자(신윤복)가 여인들이 보이는 자리에서 여인을 보고 서면..
(신윤복의 [계변가화]속 남자) 남자가 지나가다 멈춰서 보자, 머리를 땋던 여자, 은근히 그 남자 보는데...
홍도 : 그리 되면 자기 일에 몰입하는 여인들의 생명력이 줄어들지 않겠느냐? 그럼 화폭 속에 생동하는 느낌이 들어오지 않지
않겠느냐? 그러니 여인들은 남자가 훔쳐보는 줄 모르고 빨래에만 집중해야 그 화폭이 재미지지 않겠느냐?
윤복 : 남정네와 여인이 한 곳에 있으면, 시선만 비껴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 응당 재미는 따라오지요.
홍도 : (빨래 세게 비틀며) 궤변이로다.
윤복 : (홍도 따라 몸 꼬이며) 스승님이야말로 궤변이지요.
홍도 : 오호? 그래? 네 말이 맞는지 내 말이 맞는지 어디 눈으로 볼까? 내 당장 그려보이마. 겁나지?
윤복 : 저야말로 당장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 빨래 방망이를 두들기는 신한평.
신한평 : (두들기며) 같이 다니지 말라 그리 일렀거늘... (홍도와 윤복 웃고 얘기하는 모습 위로) 무엇이- 좋다고.
(방망이질 퍽퍽퍽 속력 높이는데, 손가락을 방망이로 퍽 하는 동시에) 아악! 윽...
S#63. 세답방 / 뒤쪽 / 낮
하얀 빨래 가득 널린 세답방 마당 보이고, 그 뒤로 돌아가면,
S#64. 세답방 / 일각 / 낮
윤복, 구석에서 [계변가화] 그림을 그리고 있고...
등 대고 돌아선 뒤쪽에는 홍도가 [빨래터]를 그리고 있다.
홍도 : (그리며) 생각처럼 되질 않지?
윤복 : (그리며) 긴장감이 흘러넘치는데요? 스승님이야말로, 생동하는 느낌이 느껴집니까?
홍도 : 그럼, 아주, 좔좔 흘러 넘친다.
윤복, 홍도 : (엎드려 그리다가 허리 펴고 그림 살피는데, 그러다 서로 등 부딪히자 휙 노려보고 얼른 그린다)
홍도 : (등 돌린 채 그리며) 저녁까지 완성하거라. 할 수 있겠냐?
윤복 : 당연한 말씀.
S#65. 세답방 / 밤
눈에 안띄는 구석진 곳, 촛불 들고, 신윤복의 [계변가화]를 보는 홍도.
홍도(소리/ 윤복의 그림 위로) : 과연.. 화폭을 가로지르는 시선의 마주침만으로도 화폭 전체에 긴장감이 감도는군....
촛불 들고, 맞은편에 앉아 김홍도의 [빨래터]를 보는 윤복.
윤복(소리/ 홍도의 그림 위로) : (한 손으로 그림 속 양반을 가렸다가 다시 떼며) 과연.. 화폭의 가장 높은 곳에 양반을 올려두어,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가 지켜보는 것을 모르는 어린 짐승을 보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긴장감과 생동감이 넘치는군..
윤복, 홍도 보면, 동시에 ‘후’하고 촛불을 끈다.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홍도 : (그림 돌려주며) 그럭저럭 볼만은 하구나.
윤복 : (그림 주며) 스승님의 그림 또한 소소한 재미가 있습니다.
홍도, 윤복, 서로 보는, 화면 뒤로 빠지면 마른 빨래감 두 사람 뒤로 수북히 쌓여 있다.
홍도 : (소매에서 낙관 꺼내며) 감동을 끝냈으면, 낙관을 찍어 완성을 해야지. (윤복 보고) 왜 안 찍고 있느냐?
윤복 : 그림은 그림으로 된 것이지, 이름을 넣어 무엇합니까?
홍도 : 모르는 소리. 낙관을 찍는다는 것은, 그림 속에 자기 이름을 각인하는 것이고, 자기 이름에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또한..
(낙관 들고 고민하다가 화폭 왼쪽 아래에 찍으면) 이것 보거라. 이렇게 낙관을 찍음으로, (그림 오른쪽 위 양반 가리키며)
우에서, (그림 왼쪽 아래 가리키며) 죄로, 이렇게,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손 내리며) 화폭 속에 자연스럽게 흐름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안 찍겠느냐?
윤복 : ....없어 그럽니다.
홍도 : 없어? 무엇이?
윤복 : 낙관이 없습니다.
홍도 : 하나 파거라.
윤복 : ... 호도.. 없습니다.
홍도 : 뭐? 머리도 올린 놈이 왜? 화원이 된지 언젠데, 아직도 그림 속에 낙관을 넣지 않았다는 말이냐?
윤복 : 예. 스승님은 누가 지어주셨습니까?
홍도 : 거야, 스승님이 지어주셨지.
윤복 : 그럼, 제 호도 스승님이 지어주십시오.
홍도 : (윤복 보면)
윤복 : (홍도 보면)
S#66. 세답방 / 새벽
빨래줄에 걸려 있는 오색 천들(어려우면 흰 천), 바람이 불어 흩날린다.
천들 사이로, 빨래를 널고 있는 윤복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 한다.
홍도(소리) : 윤복아!
빨래 널다가 돌아보는 윤복의 얼굴. 홍도, 윤복 옆으로 가 빨래 널며,
홍도 : 두란(豆卵) 어떠냐?
윤복 : (빨래 널며) 무슨 뜻입니까?
홍도 : 콩알이란 뜻이지.
윤복 : (홍도 슥 보고)
홍도 : 그럼, 망종 어떠냐?
윤복 : (말 없이 빨래 널면)
홍도 : 설두는?
윤복 : 건 뭡니까?
홍도 : 쥐콩.
윤복 : (홍도 노려보고 빨래통 들고 가면)
S#67. 정조의 개인 서재 / 낮
홍국영, 정조 옆에 읍하고 있고, 정조, 보고서를 보고 내려 놓는다.
정조 : 정녕 도화서 화원들을 차출해 빨래며 밭일을 시키고 있단 말인가?
홍국영 : 그러하옵니다. 전하.
정조 : 가관이로군. 가관이야. 손바닥으로 해를 가린다고 낮이 오지 않는가? 미련한 사람들 같으니.
홍국영 : 이제 어찌 하시려 합니까?
정조 : 저들이 도전을 했으니, 응당 받아 주어야지.
홍국영 : 전하. 예부터 군왕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일이 벌어질때는, 어진(주 : 왕의 초상화)을 그려 그 정통성을 보여 왔습니다.
정조 : (고심하는)...
S#68. 정조의 편전 / 낮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 정조 앞으로 대신들 앉아 있다.
홍국영, 정조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고,
정조 : 어진화사(주 : 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를 준비하도록 하라.
벽파 대신들 각각 놀라는 표정...
김귀주 : 어진.. 화사 말씀이십니까? (옆에 조영승 보면, 조영승 표정 일그러져 있고)
정조 : (대신들을 내려다 보며 다짐하듯 미소짓는)
S#69. 사포서 입구 / 채소밭 / 낮
사포서 채소밭이 있는 언덕 위로 뛰어 올라가는 고봉의 모습.
S#70. 사포서 / 채소밭 / 낮
효원(짜증내며), 술태와 만보가 밭일을 하고 있는데, 고봉이 달려 들어온다.
고봉 :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장효원 : 무슨 호들갑이냐?
고봉 : (숨 고르며) 어, 어, 어,
술태 : 뭐냐? 어, 어,
고봉 : 어진화사(주 : 임금의 초상을 그리는 일)를 한다고 한다!!!
만보 : 어...진화사? (놀라 엉덩이 쿵 찧고)
고봉 : 임금님 초상화!! 초상화를 그린다고!!
효원 : 그게 정말이냐?
고봉 : 그래, 곧 어진화사를 위한 경합이 시작되니까, 모든 화원들은 속히! 도화서로 복귀하라는 어명이다.
술태 : 그럼 이제, (호미 들어보이며) 안해도 되?
고봉 : 고롬!
만보 : 거봐라. 다- 살 길이 생기게 마련이라 하지 않았느냐?
효원 : (벌떡 일어나 호미 팽개치며) 가자. (앞장서고)
관원(소리) : 어명이오. 도화서 화원들은 속히 도화서로 복귀하시오!
S#71. 세답방 / 마당 / 낮
윤복과 홍도, (다 마른, 커다란 빨래 바구니 든 채) 세답방 마당을 지나는데,
윤복 : 제 호는, 아직입니까?
홍도 : 그게 그리 갑자기 지어지느냐?
궁녀 : (홍도 앞에 서서) 단원선생님?
홍도 : (보면)
궁녀 : (주변 둘러보고, 홍도 끌고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가서) 은밀히 전하라 이르셨습니다. (편지 얼른 홍도에게 주면)
윤복 : (궁금한 듯 기웃거리는데)
홍도 : 누가 말이냐?
궁녀 : (주변 살피고) 은밀히 보십시오. (가면)
홍도 : (주변 살피고, 펼쳐보면) 금일, 은밀히 입궐하도록 하라.
윤복 : (다가와서) 무엇입니까?
홍도 : (빨래바구니 윤복에게 주며) 잠시 다녀올 데가 있다.
윤복 : 스승님!
S#72. 정조의 침소 / 낮
홍도, 의자에 앉아있고,
홍도 : 어진화사를 수행한다 하셨습니까?
정조 : (끄덕이고) 단원. 어진화사는 단순한 초상이 아니네. 이는 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모두 옮기는 일이며,
이 어진을 남기게 되면 드디어 임금된 자로서 하늘과 땅에 그 정통성을 알릴 수 있게 되는 것이네.
홍도 :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전하.
정조 : 단원. 과인에겐 힘이 없네. 자네가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어진을 그려,... 나를 지켜 주게.
아바마마를 해하고, 과인을 몰아내려는 자들로부터.
홍도 : (정조 보면)
S#73. 세답방 / 낮
윤복, 커다란 이불 빨래 혼자 개느라 휘적거리고 있는데, 홍도가 들어온다.
이제 익숙한 듯, 커다란 이불호청 끝을 잡아 양 쪽에서 당기며,
윤복 : 어딜 갔다 오시는 겁니까?
정조(소리/ 생각에 잠긴 홍도 위로) : 아바마마를 해하고, 과인을 몰아내려는 자로부터.. 나를 지켜주게.
홍도 : (빨래 당기는데)
윤복 : 스승님! 누굴 만나고 오신 겁니까?
홍도 : 알 것 없다. (화제 전환하려, 웃으며) 두란(豆卵) 어떠냐?
윤복 : 예?
홍도 : 네 호 말이다. 두란 어떠냐?
윤복 : (빨래 당기며) 무슨 뜻입니까?
홍도 : (두 사람, 양 끝을 잡고 모여) 콩알이란 뜻이지.
윤복 : (이불 끝 잡고, 다시 접으며) 다른 건 없습니까?
홍도 : 그럼, 망종 어떠냐?
윤복 : (빨래 펴느라 멀어지며) 장난만 치실 겁니까?
홍도 : (빨래 접으며 가까워지고) 호... 호라... 무엇이 좋을까...
윤복 : (빨랫 귀 접으며) 단원은 무슨 뜻입니까?
홍도 : 박달나무가 있는 뜰이라는 뜻이디. 끝까지 단단하고 곧은 화원이 되라, 스승님께서 지어주신 것이다.
윤복 : 박달나무 뜰이라... (빨래 귀 잡고, 다시 멀어졌다가 다가가면)
홍도 : (빨래 귀 잡느라 코앞에 서서) 혜원... 어떠냐?
윤복 : 혜원?
홍도 : 난초 혜, 정원 원. 난초의 향기는 강하지 않지만, 온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이 세상을 향기로 가득 채울 화원이 되거라.
윤복 : 혜원.. 혜원이라..(빨래 다 접은 것 놓고, 다음 빨래 들어올리면)
홍도 : (빨래 빼앗아 놓으며) 이제 돌아가자. 혜원.
윤복 : 돌아가자니요?
홍도 : 도화서로 가서, 그림을 그려야지.
윤복 : 무슨 그림 말씀이십니까?
홍도 : 화원이 된 자가,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그림이 무엇이냐? 가장 정밀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그림.
도화서 화원의 궁극의 목표 말이다.
윤복 : 화원이 된 자가...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그림.... 무엇입니까?
홍도 : 어진화사 말이다. 이제 어진화사를 시작하라는 어명이다.
윤복 : 어진.. 화사요? (놀라며) 주상전하의 초상화 말씀이십니까?
홍도 : (자기 가리키며) 단원, (윤복 가리키며) 혜원. 우리 두 사람의 화원이 함께... 하나의 그림을 그려 보자.
윤복 : (기대감에 눈 커지고) 스승님..!!
S#74. 도화서 앞 / 낮
홍도, 윤복, 신한평, 장효원, 만보, 술태, 김덕성, 장벽수 도화서로 들어가는 모습 보이고... 그 위로,
장벽수(소리) : 주상전하께서 어진화사를 지시하셨다.
S#75. 화원회의실 / 낮
도화서 원로들(김덕성, 신한평, 자비대령화원1 등) 모여 앉아있고, 뒤로는 이인문, 김홍도, 한종일 등 젊은 화원들이 서 있다.
맨 끝자리에 윤복과 효원도 서있는 가운데, 가운데 앉은 장벽수, 근엄하게 둘러본다.
장벽수 : 두주 후, 어진화사를 위한 경합을 시행하니, 그때까지 도화서의 모든 화원들은 어진을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도록하시게.
알겠는가?
일동 : 예!
윤복 : (맨 뒤에 서서) 어진 화사..
홍도 : 만만찮은 경합이 될 것이다. 할 수 있겠느냐?
기대감에 가득찬 윤복과 진지한 얼굴의 홍도 보이며,
- 7부 끝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