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없어 망쳐버린 산청 왕산(王山) 산행記
(경남 산청군 금서면 동의보감村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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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일후면 여름에 들어선다는 입하(立夏)다.
입하는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여 몹시 바빠지는 철이다.
여름에 들어섰다고 하여 입하(立夏)라 하며 이날부터를 여름으로 보았다.
해 뜨면 온갖 나비 날아들고, 해 지면 반딧불이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에는 몸에 좋은 산야초인 “으아리” 꽃이 피고 “으름” 꽃향기가 좋을 때다.
들에는 “토끼풀” 꽃이 피고, “미나리아재비”가 피어나는 절기다.
뽕나무 잎이 활짝 피고, 소나무 꽃이 피어 온 동네가 송홧가루로 덮인다.
가로수에는 이팝나무가 떡 버무리처럼 탐스러운 하얀 꽃을 달고 피어있다.
예로부터 청개구리가 울고,
지렁이가 땅에서 나오며, 왕과(王瓜:쥐 참외)가 나온다고 하였다.
세월號 침몰사건이 발생한지 보름이 지났건만 지금까지 230명의 사망자확인,
72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구조작업은 답보 상태에 빠져있다.
오늘은 서울 전체 지하철 이용객의 30%가량을 차지하는 국내에서 가장 혼잡한
노선인 서울2호선 열차가 추돌사고를 내 40여명이 넘는 승객들이 인근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열차사고 보도가 있었다.
당시 두 전동차에는 1,000여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한다.
뿐만 아니라 승객과 승무원 369명을 태우고 울릉군 사동港에서 출발한
독도行 여객선 “돌핀호”가 엔진고장으로 급히 회항(回航)을 하는가하면,
경남 거제에서는 141명이 탄 유람선이 갑자기 기관고장을 일으켜 해경이 다른
유람선 2척으로 옮겨 태우고 장승포항으로 입항시켰다는 보도도 있었다.
세월號 사건 이후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했다는데,
우리사회가 왜 이럴까?
입하 때는 뻐꾸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뻐꾸기 울음소리는 처음에는 “뻐-꾹, 뻐-꾹” 여유롭게 울려 퍼지다
뻐-뻐꾹 하고 빨라지는데 그 소리만큼 일손도 빨라져야 농사일을 할 수 있다는
옛말이 있다.
뻐꾸기 울기 시작하면 콩 심기 좋은 때이다.
날씨는 한여름처럼 더워지고 비가 오면 모내기부터 해야 한다.
입하 무렵이 되면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몹시 바빠지는데,
해충도 왕성한 활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병충해 방제는 물론 각종 잡초를
제거하는 데도 힘을 쏟아야 한다.
또 세시풍속의 하나로 이즈음에 쌀가루와 쑥을 한데 버무려 시루에 쪄 먹는 떡,
이른바 “쑥버무리”를 절식(節食)으로 먹기도 하였다,
지난주 완도 청산도 여행 때 세월號사건으로 배 타기를 꺼려해서 예약취소를
했던 회원들이 전부 참여 했지만,
또 다른 사정으로 빠진 회원들이 있어 오늘은 41명이 왕산 산행에 참여했다.
오늘은 양동매씨들 2-3명만 빠졌고,
“미소사랑” 팀, “기 순자”자매 팀이 대거 참여해 부족 숫자를 메꾸어 주었다.
봄의 마지막 절기 곡우도 끝나가는 날씨라 햇살은 좋고 약간 더운 초여름이다.
산행버스는 왕산이 있는 산청으로 떠났다.
“88고속도로”는 언제 끝날 줄 모르는 도로확장, 보수공사를 오늘도 하고 있다.
오전 10시 반 쯤, 산행 1진이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 산행코스는 왕림寺주차장에서 출발:-
구형왕릉 -류 의태약수터 -망경대 -왕산 -여우 재 -필봉山 -현수교
-전통한방관광지로 내려오는 약 10km(4시간 30분소요) 거리다.
왕산(王山)은
경남 산청군 금서면에 있는 산으로 높이가 923m이다.
북쪽 산기슭에는 타원형의 돌무덤인 가락국의 멸망을 지켜본 제10대 “구형王”의
무덤이(사적: 제214호)있고,
삼국통일의 주역인 김유신이 활쏘기를 했다는 사대(射臺)가 있는 왕산이다.
선비의 고장인 산청을 상징한다는 필봉산은 산청군 금서면 일대에 높이 솟아있다.
왕산의 옛 이름은 태왕山이라고 하였는데,
아마 가락국의 궁궐 이름도 태왕宮이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추측되고,
가락국의 시조 수로왕이 만년에 이곳에 와서 휴양했다고 “가락국양왕신도”碑에
새겨져 있다.
왕산은 가락국의 王과 많은 사연이 있음을 알려주는 지명인 王등재, 국골, 깃대峰,
각종 기록이나 문헌에도 있어 왕산이라 하였던 것 같다.
나는 주로 여성회원들이 많고, 보행 속도가 느린 산행 2진에 참여했다.
산행 2진의 산행코스는,
산행1진의 날머리인 전통한방관광지에서 출발:- 망 바위 -가짜왕산(905.8m)
-911봉 -싸리나무군락지 -왕산개념도石 -왕산(923.2m) -여우고개에서 계곡
따라 짧은 거리인 전통한방관광지로 내려오는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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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은 처음부터 오르막길 급경사로 힘이 들었고 날씨 때문에 땀도 많이 흘렸다.
“바우”씨와 2인 1조가 되어 선두로 나섰는데 여성회원들이 자꾸 뒤로 처져 같이
갈 수가 없었다.
망 바위를 지나 “가짜왕산”에 도착하니 산행1진이 점심을 먹고 있었다.
산행 1진의 얘기를 들어보니 1진은 지금까지 완만한 능선을 타고 오면서
왕림寺, 김유신사대, 구형왕릉, 사리탑, 수정궁터, 류의태약수, 망경대, 강쇠약수
등 여러 가지 역사적 유물들을 보고 느끼며 왔다는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약산까지 올라오는데 내가 더 힘들게 왔다는 결론이다.
후미관리를 하고 있는 “파란하늘”에게 전화를 해보았더니 산행진척이 없다며
적당한 장소에서 점심을 먹고 하산 할 것이라는 얘기다.
산행1진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은근히 화가 났고 나약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산행 1진은 서둘러 떠났고,
“민들레‘총무가 산행1진을 따라가자는 것을 필봉의 뾰쪽한 바위를 쳐다보고
지레 겁먹고 거절했다.
여우고개로 간다는 “태왕비”일행도 떠났고,
나는 뒤따라 온 남녀 3명의 회원과 함께 5명이 한 조가 되었다.
가지가 많은 큰 소나무 밑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싸리나무군락지를 지나가는데
여성회원 두 명은 산행하면서도 고사리를 꺾었는데 꽤 많은 양이었다.
“산 오름 산악회”가 왕산개념도를 대리석에 새겨 논 석비(石碑)를 지나 진짜
왕산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자갈길 내리막길의 연속이었다.
바위가 많고 숲이 우거져 철쭉을 비롯한 이름 모를 꽃들이 바위와 나무사이에 숨어
살며시 내다보는 모양새가 수줍은 처녀의 얼굴 같이 느껴졌다.
비탈길을 한참 내려가고 있는데 앞질러 간 “바우”회원한테서 노루고개 갈림길을
찾았다는 전화가 왔다.
여우고개에서 보이는 필봉의 모습은 독특하다.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산의 이름대로 붓끝을 연상해 필봉(筆峰),
또는 문필峰으로 도 볼 수 있겠으나,
혹자는 여인의 가슴을 연상해 유방峰, 유두峰으로 부르기도 한단다.
높이는 이웃한 왕산보다 75㎝가 낮지만 산의 모습이 인상적이라 시야에는
필봉山(848m)이 먼저 들어온다.
필봉山 정상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 바윗덩어리로만 이루어져 있는데다
뾰족하고 사방이 가파른 급경사라 “여우고개”쪽 외에는 접근하기가 까다롭다.
산 일대가 예로부터 고령토 산지로 유명했으며 산기슭에 금서특리요지,
금서면 향양里요지, 금서면 방곡里요지 등 가마터가 산재해 있다.
여우고개에서 조금 내려오니 차가운 물이 흐르는 조그만 샘을 발견했고
모두들 흐르는 찬물에 발을 담그고 얼굴을 씻기도 했다.
오후 3시경에 동의보감(東醫寶鑑)촌에 도착했다.
산청은 조선시대 명의(名醫)인 허준과 그의 스승 류의태가 활동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이란,
1610년(광해군: 2년) 허준이 지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한의학서(韓醫學書)다.
25권 25책 목판본(보물: 제1085호)이다.
1613년 내의원(內醫院)에서 훈련도감의 개주갑인자(改鑄甲寅字)로 간행하였으며
내용은 5개 강목으로 나뉘어 있는데,
1, 내경 편(內景篇) 6권, 2, 외형 편(外形篇) 4권, 3, 잡병 편(雜病篇) 11권,
4, 탕액 편(湯液篇) 3권, 5, 침구 편(鍼灸篇) 1권이다.
산청 “한의학 박물관”은 경남도 산청군 금서면에 있는 박물관이다.
한의학과 관련된 자료를 주로 전시한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목표로 2007년 산청군이 주도해 박물관을 세웠으며 운영은
부산대 한의학 전문대학원이 맡아 하고 있다.
박물관이 있는 금서면은 산청군이 “동의보감村”으로 조성한 지역이다.
동의보감村에서는 작년에 “2013 산청 세계전통의약엑스포”가 열렸었다.
이곳에는 산청 한의학박물관 외에 산청 한방테마공원 등 한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방자연휴양림이 조성되었고,
조형물인 석경, 귀감石, 풍차, 황금장수거북이, 호랑이광장이 있으며,
복석亭, 한방氣체험장, 통합전시관, 한방음식館, 농, 특산물판매장, 약초판매장,
산청약초館, 약초테마공원, 한반테마공원, 한방체험관, 동의보감박물관,
주제관 등이 있다.
주변 환경도 대대적인 공사를 해 계곡은 거대石으로 양 벽을 막아 물길을 조성하고
꽃과 나무를 심어 이름다운 조경을 만들었다.
허준순례길, 동의보감 둘레 길도 조성되어있었다.
특히 요즘 시기부터 들판의 풀잎이나 나뭇잎이 신록으로 물들기 시작하면서
찻잎을 채취하는 손길도 분주해진다.
보통 곡우 때 채취해 만든 차를 우전 차(雨前茶)라 하여 최상품으로 여기지만
입하 무렵에 만든 차도 이에 못지않다.
입하까지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차를 삼촌 차(三春茶), 삼첨(三尖),
입하 후에 만든 차를 사춘(四春), 난청(爛靑), 장대(長大)라 하여 통칭 입하茶로
부른다.
회원 4명이 동의보감村에서 주차장을 못 찾아 동의보감村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오후 4시경에 산행이 종료되었다.
하산酒는 지리산휴게소에서 찰밥에 돼지 머리고기로 술 한 잔씩 했다.
갓 담은 김치가 맛이 좋았다.
(201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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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산청은 약초의 고장답게, 허준과 스승인 류의태가 활약한 한방의 고장.
크고 웅장한 동의보감촌이 더욱 실감나게 만든다.
용기가 없으면 산청(동의보감촌)에서 보약 한 재 드셔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