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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하다는 말
이문희
그대와 나 사이 깊은 골짜기 있어 이월에서 삼월로 지나는 긴 전쟁 같은 고비의 골목이 있어 길 잃고 해 넘은 언덕 목소리 메아리 되어 돌아올 때 아득하다는 말 있어 아득하다 아득하다의 말 속에는 크고 둥그런 동굴 같은 심연의 바다가 있어 가슴 저리는 마음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뒤란 꽃잎 구르는 소리 낙숫물에 멀어지는 하늘과 산책길에서 만난 도토리 한 알 때로는 낮은 담장을 끼고 돌아오는 아버지의 중절모자 같이 희미해지는 것 그렇게 불현 듯 일어나는 바람 같은 거라 잡으려면 이내 빠져나가고 마는 것 고요히 저녁 빛을 불러 모으듯 무릎을 그러모아 얼굴을 묻어본다 전생을 두고 온 그날처럼
- 감상
추억과 기억의 차이가 그리움이라면, 아득하다는 말과 안타깝다는 말의 거리도 그리움이 아닐까?
‘깊은 골짜기’, ‘긴 전쟁 같은 골목’ 너머에서 길 잃은 목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온다. ‘크고 둥그런 동굴 같은 심연의 바다’에 고여 있던 기억 저편의 것들이 안타깝다. ‘뒤란 꽃잎’으로 구르고 산책길에 ‘도토리 한 알’로 떨어지는 ‘가슴 저리는 아픔들이’ 그립다.
‘낮은 담장을 끼고 돌아오’던 ‘아버지의 중절모자 같이’ 그립고 안타까운 것들이, 호명할 수는 있으나 실체 없음이 실체인 아득한 것이 아닐까. 손닿지 않는 등 뒤처럼, 이제는 손닿을 수 없는 그대가 그리워서 안타깝다. 그대가 아득하고 아득하다.
무쇠는 대장장이가 먹이는 불을 받아먹어야 단단해진다. 무수한 망치를 맞아야 날이 선다. ‘잡으려면 이내 빠져나가고 마는’ 안타까운 것들에 그리움을 입혀 ‘심연의 바다’에 내려놓을 줄 아는 시인, 이라 쓰고 무쇠를 벼릴 줄 아는 솜씨 좋은 대장장이라 읽어본다. / 안성덕 시인
- 프로필 전북 전주 출생 계간 <시와 경계>2015년 봄호 신인우수작품상으로 등단 미당백일장 전북여성백일장 의정부문학상 전북시인협회 전북작가회의 회원 <온글>동인 <미당문학>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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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수한 망치를 맞아야 날이서는 무쇠
참으로 아득합니다
레베카님의 시도 안성덕 시인의 감상글도 깊은 메세지가 있어 좋습니다
좋은 시로 또 새날을 시작하게되어 참 기쁩니다 레베카님 ^^*
예, 고맙습니다, 소나무님^^
등단이야말로 진짜 첫걸음이란걸 깨닫습니다. 이후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신인들이 많다는것을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발표지면 하나하나 정성을 다할것입니다. 축하해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_^
'잡으려면 이내 빠져나가는 마는' 안타까운 것들에
그리움을 입혀 '심연의 바다'에 내려놓을 줄 아는 시인,
그런 시인이 곁에 있어 참 행복합니다.
앞으로도 뉴에이지 음악같은 시편들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시인이 되셔요. 레베카님^^
고맙습니다, 친동생같은 혜안님.^^
동행하는 길이 외롭지 않아서 좋아요. 등단작중 하나인 이 시를 쓰던 해가 2012년도, 늦가을.
내상이 있는 사람들이 시를 쓴다고 하죠. 스마트폰 메모란에 써내려간 감정들이 고스란히 이렇게 흔적으로 남았습니다. ^_^
대문시로 읽으니 더욱 아름다워 몇 번을 읽어 봅니다.
옆에 있어도 그리운 사람처럼 항상 조용하고 사려 깊은 레베카님, 그대가 있어 온글은 자랑 스럽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심경샘.^^
아직도 부족하고 또 부족하고 갈길도 멀~~고요.
낮아지고 더 낮아져 하찮은 작은것들과 눈맞추고 가난한 마음또한 오래 가지겠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_^
잡으려고 하면 이내 빠져나가고 마는
그리운것들.. 시인의 발걸음에 무한한 그리움을 창작하시길 바랍니다. 은혜받는 시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온글의 자랑스런 레베카님 ^^축하합니다^^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만큼은 온글 너머를 꿈꿉니다.
산너머 저쪽, 꿈과 이상이 있는 곳. 창이란 감옥에 또 갇히고 말겠지만,
그렇게해서라도 우리의 꿈이 앞으로 나아갈수만 있다면.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언니.^_^
아득함에는 심연의 바다가 자리하고 있군요
나는 시가 참 아득합니다.
그 심연의 바다에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런지...
꽃무늬 원피스 입고 차 한 잔 하실까요?
그래요~~차도 마시고 얼굴도 뵈면 금상첨화겠지요~~
부족한 시에 보내주시는 격려, 두손으로 잘 받습니다. 고맙습니다, 기쁨님.^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