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줍다'의 반대말은 '어줍지 않다'고 구어에서는 '어줍잖다'로 줄어들 수 있습니다. 다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을 뿐입니다. 우리가 쓰는 '어줍잖다'는 두 가지입니다. '어줍지 않다'의 구어체 준말 형태(표준어는 아니지만)과 '어쭙잖다'의 잘못된 사용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어쭙잖다'의 존재와 그 의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후자의 사용이 있을 수 없습니다. 오로지 전자의 사용만 가능한 것입니다. 그래서 질문자도 '어줍다'의 반대말로 '어줍잖다'를 썼는데 틀렸다고 하느냐, 왜 '어줍'을 수용하지 못하고 '어쭙'으로 바꾸었느냐 하고 생각하시는 거죠. 반대로, 북한에서는 '어쭙잖다'의 뜻으로 많이 사용하는 '어줍잖다'를 표준어로 정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북한에서 '어줍잖다'는 ①어쭙잖다의 뜻과 ②어줍지 않다의 구어 준말형 두 가지로 쓰이는 것이지요.
헉,, 북한에서 발행된 조선말대사전을 보고 왔습니다. 지우고 다시 쓰려다 이어서 씁니다. 이 사전에서는 '어줍다'와 '어줍잖다', '어쭙다'와 '어쭙잖다' 네 가지 형태가 다 존재합니다. '어쭙잖다'의 북한어로 '어줍잖다'를 풀이한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이로서 '어줍다'의 반대말인 '어줍잖다'가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고 '어쭙잖다'에서 '잖다'를 떼어낸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표준국어대사전의 풀이가 오히려 이상해 보입니다. 남한의 사전이라도 좀 오래된 사전엔 '어쭙잖다'를 '어쭙지 않다'의 준말로 풀이하고 있는데 이는 '어쭙다'가 남한에서도 오래전엔 존재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정리되었죠? 자, 그럼 표준국어대사전은 무엇이 문제일까요? 참, 한국의 규정에 근거하더라도 구어에서 '어줍잖다'란 말을 쓰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조선말 대사전]의 풀이를 보겠습니다.
어줍다<232> 「형」 ①(말이나 행동이)둔한것 같고 자유롭지 못하다. ∥어줍은 발음. 입이 얼어서 발음이 어줍게 들리다.§ ②(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몰라)동작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하다. ∥어줍은 표정. |ꡒ얘, 을남아.ꡓ어머니는 새삼스레 어린 아들의 이름을 불러놓고 한참 쭈밋거리다가 어줍게 말하였다. ꡒ너만큼 책을 보자면 얼마나 걸리면 될가?ꡓ《장편소설 ꡒ피바다ꡓ》§ ③근육이 저리여 그자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 있다. ∥발이 저리고 어줍어서 일어서지를 못하다.§ ④손에 익지 않아서 서투르다. ∥아직도 기계를 어줍게 조종하다.§ ⑤수집어서 부끄럽게 여기는 느낌이 있다. |그러다가 문득 두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금순이는 감실한 작은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어줍은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숙이며 입속말을 하였다.《장편소설 ꡒ한 자위단원의 운명ꡓ》§ 【19】
어줍잖다-타 「형」 어줍지 않다.
어쭙다 「형」 분수에 맞다. 주로 ꡒ-지ꡓ형으로 쓰인다. 어쭙지 않다 ①말과 행동이 분수에 넘치는데가 있다. ∥어쭙지 않은 행동을 저지르다.§ ②대수롭지 않다.
어쭙잖다-타 「형」 ꡒ어쭙지 않다ꡓ의 준말. |한사람의 어쭙잖은 실수가 돌이킬수 없는 엄중한 후과를 가져올수도 있다는것을 잊어서는 안되오./우리 나라 력사를 우리 아이들에게 똑바로 가르쳐줘야지. 그래서 어쭙잖은 내 력사 지식일망정 새 나라 세우는데 조금이라두 이바지해볼가 해서 15년동안 연구해온걸로 학생들을 위한 력사교과서를 쓰고있네.《장편소설 ꡒ새봄ꡓ》§ 멸치 한마리는 어쭙잖아도 개버릇이 사납다 ☞멸치.
이해를 돕기 위해 남북의 사전 처리를 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O은 사전에 오르거나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말이고 X는 그 반대입니다.
남한(표준국어대사전)
이 표를 보면 남한에서는 표준국어대사전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쭙다'나 '어쭙잖다'란 어휘가 우리의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으므로 아예 '어쭙다'란 단어를 사어(死語)로 처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게 되면 '어쭙다'의 뜻은 '어쭙다'의 처리와 함께 버리든지 '어줍다'의 뜻으로 합류시키면 되겠고요. 단, '사어'로 처리한다는 말은 결국 북한처럼 사전에 올리잔 말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쓰이지 않는 말이라고 해서 사전에서 무조건 빠지는 건 아니니까요.
뱀발) 어쭈구리는 너무 나가셨습니다. 아시죠?^^ '어쭈구리'의 '어쭈'는 '어쭈 한번 해보자는 거야'와 같이 쓰이는 감탄사 '어쭈' 맞습니다. 그리고 이 '어쭈'의 작은말이 '아쭈'이고 이 말은 부사 '아주'에서 왔습니다. '어쭈구리'의 어원은 본 질문과 거리가 머니 간단히만 밝힙니다.
첫댓글 도표까지~쥔장님은 언제나 저를 감동시키십니다.~^^ 조선말 대사전도 검색되나요? 풀이를 보니 의문이 풀리네요.(덕분에 상쾌한 하루 시작합니다.~^^)아무리 생각해도 도대체가 앞뒤가 맞지 않고 뭔가 빠졌다는 느낌이었거든요. 한편, 안타깝습니다. 전에 '아름다운 우리말'에도 느꼈지만 적어도 한국어에 대해서는 우리 남한이 북한에 비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거창한 건 모르지만 적어도 이 부분은 북한의 사전대로 보완돼야 하지 않을까요? // 뱀발의 말씀은 ㅋㅋ 저도 어제 검색해 봐서 이미 너무 나갔다는 걸 알았지만 이미 올린 글이라 지우지 않았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상상을 하는 분이 또 계실지도 모르고~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고질병...@@ 다른 감탄사에 비해 특이하지 않습니까? 왜 하필 '어쭈~'냐구요~ㅋㅋ(발음도 그리 쉽지 않은데 말이죠.) '아주'라는 의미라고 보기엔 다른 예에 적용하면 제가 보기엔 약간 이상하거든요. 예를 들면 '어쭈~너 감히 덤비냐?'에서 어쩐지 '아주'라기 보다는 '분수에 넘침을 질타하는 것 같지 않나요? 물론, '아주'에 그런 의미가 포함되긴 하죠. 그러나 미세하나마 '어쭙'이 의미상으로 더 가까워 보이니...->구제불능 몽상가~~~@@
'아쭈'와 '어쭈'는 모음대립쌍입니다. 마치 음성상징어들처럼요. '아쭈'가 먼저 생겼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아주'에서 온 말이란 설명은 유명한 어원학자의 연구입니다. 그래도 공상을 계속하시겠다면...ㅎㅎ
저도 저에게 태클 걸고 있습니다. 제발 좀 그만하라고...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