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U-20 15] 대한민국에서 U-20 월드컵이 열린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이 오는 5월20일 기니와의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조별리그 1차전을 시작으로 3주 간의 일정을 소화한다. 신 감독은 최소 8강을 목표로 내세웠다. 대회에 나서는 21명의 태극전사를 릴레이로 매일 소개한다. 알고 보면 더욱 흥미진진한 U-20 대표팀이다.
15. 이승모(MF)
- 이승모의 연결고리 : 우찬양, 이진현
이승모는 ‘믿고 쓰는 포항산’이다. U-20 대표팀에서는 이승모를 비롯해 우찬양, 이진현이 포항스틸러스 유스팀을 거쳤다. 우찬양과 이진현이 이승모보다 한 살 많다. 이들은 포항제철중학교 시절, 테스트를 받으러 온 ‘초등학생’ 이승모를 처음 봤을 때를 떠올렸다.
우찬양은 ‘’중학교 때 (이)승모를 처음 봤는데 비실비실했다. 지금도 호리호리하지만 그때는 더 말랐다. 내가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1년 동안 못 본 사이 키가 많이 커서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승모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선 “활동량이 많고, 패스와 킥이 좋다. 두루두루 잘 하는 미드필더”라고 설명했다.
이진현은 이승모의 대변인을 자처했다. 그는 이승모의 첫 인상과 평소 생활상은 물론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 낱낱이 공개했다.
“내가 중1 때 초등학교 6학년이던 승모가 테스트를 받으러 왔다. 그때 얼굴 하얗고 마른 아이가 있어서 축구선수가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테스트 하는 것을 보니 곧잘 하더라. 처음에는 공격수를 하다가 적성에 안 맞아 중2 때 중앙 수비수로 바꿨는데 그게 도움이 됐다. 지금은 미드필더를 맡는데 공격과 수비를 두루 경험한 것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평소 성격과 생활에 대한 제보(?)도 이어졌다. 이진현은 “승모는 4차원이다. 동문서답을 잘 한다. 예를 들면 ‘밥 먹었어?’라고 물으면 ‘싫어요’라며 말도 안 되는 대답을 한다”고 웃었다. 이어 그는 “2015년에 U-17 월드컵을 치르러 칠레에 다녀온 직후에는 시차적응이 안 됐는지 한동안 밤에 깨서 숙소를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운 기억이 난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축구 실력에 대해선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이진현은 “승모는 신체조건이 좋고, 축구 지능이 높다. 키가 크면서 기본기가 좋다는 것은 최대 장점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 이승모는 누구 : 한방을 갖춘 전천후 미드필더
파주가 고향인 이승모는 축구부가 없는 청석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 활동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출전한 축구대회에서 우승을 하면서 클럽팀인 파주조영증축구교실에 스카우트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승모는 처진 스트라이커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2011년 포항제철중학교에 입학한 이승모는 1학년 때만 해도 공격수를 맡았으나 서서히 경쟁에서 밀리며 수비수로 전향했다. 중2 때 중앙 수비수로 자리를 잡았고, 중3이던 2013년에는 중앙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갔다.
그러던 그는 연령별 대표팀에서 최진철 감독을 만나면서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 최진철 감독이 이끌던 U-17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던 2014년만 해도 그는 중앙 수비수로 선택을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칠레에서 열린 U-17 월드컵 직전에 최 감독의 제안에 따라 미드필더로 전향했다. 이승모는 U-17 월드컵에서 중앙 수비와 미드필더를 오가며 팀의 16강행을 도왔다.
작년에는 그동안 숨겨왔던 공격 재능도 다시 꺼내보였다. 지난해 열린 수원 JS컵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선제 결승골을 넣어 1-0 승리를 이끌었다. 아예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적도 있다. 그해 9월 카타르 4개국 친선대회에서는 카타르와의 3,4위전에서 조영욱과 투톱을 이뤘다. 이 경기에서도 이승모의 결승골로 한국이 1-0으로 이겼다.
소속팀 포항제철고등학교에서도 공격력을 뽐냈다. 이진현은 “고등학교 때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 후반에 감독님이 지시해 승모가 최전방으로 나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면 만화축구를 했다. 말도 안되는 장면을 연출하며 골을 넣었다”고 회상했다.
올해 포항스틸러스에 입단한 이승모는 소속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 U-20 대표팀에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고 있다.
- U-20 월드컵에서 이승모는 : 다부진 모습을 보여라!
이승모는 키가 185cm인데 몸무게는 70kg에 불과하다. 얼핏 봤을 때는 누가 옆에서 툭 치면 나가떨어질 것 같은 호리호리한 몸매다. 그래서 ‘제2의 김정우’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이승모는 “원래 살이 안 찌고 마른 체질이다. 프로에 오면서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원 볼란치(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는 전술을 주로 사용한다.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 안정을 꾀하기보단 전방에 많은 숫자를 두며 공격을 우선시한다. 따라서 원 볼란치의 수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U-20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아프리카(기니), 남미(아르헨티나), 유럽(잉글랜드)과 맞붙는다. 이승모는 탄력 있고, 힘과 스피드가 뛰어난 공격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이승모에겐 많은 활동량과 동시에 거친 몸싸움을 버텨낼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이승모의 한마디
“이번 대회 조 편성이 어렵다. 그러나 U-17 월드컵 때도 브라질, 기니, 잉글랜드와 한 조였는데도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이번에는 전승으로 16강에 가겠다. 8강 이상은 가고 싶다.”
대한민국의 U-20 월드컵 조 편성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승모는 2년 전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끌던 U-17 대표팀은 2015년 U-17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2승1무를 거두며 1위로 16강에 갔다. 한국 남자축구가 FIFA 주관대회에서 브라질을 이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이승모는 좋은 추억을 되뇌이며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이번에는 2년 전보다 한 단계 더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