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법 규정을 어기고 사외이사를 겸직하거나 연구비를 횡령한 국·공립대 교수를 비롯한 공직자 82명을 적발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총장 허가도 받지 않고 2006년 2월부터 지난 4월까지 3개 업체의 대표이사나 사외이사를 겸직하면서 매월 200만~480만원씩 모두 3억8300여만원을 받았다. 서울대 교수는 총장 허가가 없으면 사기업체의 사외이사나 대표이사를 겸직할 수 없다. 겸직 허가를 받았더라도 2개 업체 이상의 겸직은 금지되며, 교통비·회의 수당 같은 실비(實費) 외에 월정(月定) 보수를 받을 수 없다.
전남대의 한 교수는 정부가 의뢰한 연구 과제를 수행해 생긴 수익금 10억원을 자신의 계좌로 받아 2억7300여만원을 자기의 생활비나 선물 사는 비용으로 썼다. 대학 규정상 연구 과제 수행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학교에 입금하도록 돼 있다. 순천대의 한 교수는 11개 기관으로부터 받은 20억5800만원의 연구비를 집행하면서 연구에 참여하지도 않은 8명을 연구보조원으로 등록시키고는 인건비 2억7900만원을 횡령했다.
대학교수들이 민간기업 사외이사를 겸직하면 업체는 교수의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교수는 현장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서로 좋다. 그러나 이번에 적발된 사례처럼 규정을 깡그리 어겨가며 사외이사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면 대학 전체가 윤리적으로 오염될 위험이 있다. 그런 교수가 연구와 강의라는 본업에는 얼마나 충실했겠는지 궁금하다. 교수들이 사외이사를 하면서 월급을 받거나 신용카드를 받아 1년에 억(億)대 가까이 사용해 문제가 된 경우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을 보면 상당수 교수가 이런 외도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 같다.
교수들이 대학의 사전 허가 없이 마구잡이로 연구 용역에 뛰어드는 것 역시 교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풍토가 그러니 연구비 용역 횡령이라는 낯뜨거운 일이 자주 일어나 대학의 명예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교수들이 민간 기업 주변을 맴돌면서 연구 용역을 하나라도 더 따내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분위기를 정화해야 한다. 대학은 사외이사나 연구 용역 문제에 관해 확실한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반드시 지키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