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28 (화) 전두환 광주 법정 출두… 사죄않고 '꾸벅꾸벅'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전두환(89)씨가 광주 법정에 섰다. 1년여 만에 법정에 다시 선 전씨는 1980년 5월 광주 상공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재판 도중에는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전씨는 자신의 회고록을 통해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재판장 김정훈 부장판사)은 4월 27일 오후 2시 201호 대법정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씨 재판을 속행했다. 재판장이 바뀐 뒤 사실상의 첫 재판이다. 전씨 재판을 맡았던 전임 재판장은 4·15 총선 출마를 이유로 올해 초 사직했다. 전씨는 재판 시작 3분 뒤 부인 이순자(81)씨와 함께 구속피고인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섰다.
잘 들리지 않는 피고인을 위해 법정 내 마련된 헤드셋을 쓴 전씨는 마스크를 벗고 재판에 임했다. 재판장은 전씨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한 뒤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전씨가 "안들린다"라고 말하자, 곁에 있던 부인 이씨가 전씨의 귀에 대고 재판장의 질문을 알렸다. 이에 전씨는 자신의 생년월일을 밝혔다.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는 "무직이다"고 답했다. 이어 서류에 기재된 주소와 등록 기준지를 확인하자 "맞다"고 답변했다.
형사재판은 선고 이전 재판장이 바뀔 경우 피고인에 대한 인정신문과 검사의 공소사실 요지 설명, 이에 대한 변호인 의견 표명 등의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재판장의 인정신문이 끝난 뒤 검사는 전씨를 기소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검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헬기 사격이 있었다. 전씨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내용으로 회고록을 작성하면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뒤 재판장은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전씨에게 물었다. 전씨는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만약 헬기에서 사격했다면 많은 사람이 희생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무모한 짓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가 계급이 중위나 대위인데 이 사람들이 헬기 사격을 하지 않았음을 나는 믿고 있다"며 공소사실을 강하게 부인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참고용 헬기 사격 동영상과 옛 전남도청 주변 지도를 준비, 재판장에 여러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헬기 사격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전씨의 변호인은 지난해 3월 11일 열린 재판에서도 전씨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 도중 전씨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등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부인 이씨는 졸고 있는 전씨에게 물을 건네며 깨웠다.
전씨 변호인의 의견 표명 과정에 방청석에서 한 남성이 "전두환 살인마"라고 외치자, 재판장은 이 남성을 퇴정시켰다. 재판장은 "피고인도 재판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조는 모습을 보인 전씨의 주의를 환기했다. 또 10분간의 휴정을 명령했다. 재판은 같은 날 오후 3시 35분에 재개됐다. 재판이 다시 열린지 얼마지나지 않아 전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재판장은 이를 허락했다. 전씨는 재판 내내 마스크를 벗었다 착용했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재판장은 지난 1년 동안 이뤄진 헬기 사격 시민 목격자와 당시 광주로 출격했던 헬기 조종사 등에 대한 증인신문 요지를 정리해 낭독하는 한편 향후 일정을 고지한 뒤 3시간 20분여 만에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전씨는 지난해 3월 법정에 나와 인정신문을 받은 뒤 단 한 차례도 자신의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장이 불출석을 허가했기 때문이다. 이날 법정 안팎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오월단체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음 재판은 오는 6월 1일과 6월 22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일빌딩 헬기 사격 탄흔을 감식한 국과수 김동환 총기분석실장과 전남대 김희송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전씨는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을 통해 '5·18 당시 헬기 기총소사는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다. 조비오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다'라고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2018년 5월 3일 재판에 넘겨졌다.
재난지원금 여야 극적 합의… 5월 전국민 지급
여야가 4월 29일 본회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다음 달에는 지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미래통합당 김한표 원내수석부대표는 4월 27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4월 29일 오후 9시 추경안 및 관련 법안 등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국회 예산결산위도 이날 오후 여야 간사회동을 갖고 추경안을 최대한 빨리 처리키로 합의했다.
예결위 통합당 간사인 이종배 의원은 회동 직후 기자들에게 “예결위는 4월 28일 오전 10시에 전체회의를 열고, 4월 29일 본회의에 맞춰서 나머지 절차도 모두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추경 관련 13개 상임위원회도 가동된다. 행정안전위가 전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소위로 넘긴 후 기획재정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환경노동위 등이 4월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심사 일정을 진행한다.
앞서 지난 4월 16일 정부는 소득 하위 70% 이하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경우 지방비 포함 9조7000억원이 필요하며 1478만 가구에 긴급재난비를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4·15 총선을 거치며 ‘전국민 지급’ 공약이 나오며 당정은 긴급재난지원금을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추경안을 추진하게 됐다.
이에 재난지원금 소요 예산은 9조7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증가분 가운데 3조6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지방비로 충당할 예정이었던 1조원은 기존 예산을 재조정해 마련키로 했다. 향후 어떻게 예산을 재조정할 지와 국채 발행 규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은 1조원 세출 재조정을 어떻게 할 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해외순방비, 남북협력기금, 공적개발원조(ODA) 등이 코로나 사태로 줄어든 만큼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긴급재난지원금을 3개월 이내에 수령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기부금으로 간주하게 되는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도 처리될 전망이다. 기부된 금액은 고용보험 기금 수입으로 사용된다.
에쓰오일, 1분기 적자 1조… 정유업계 충격
에쓰오일이 지난 1분기 1976년 창사 이후 가장 많은 1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국내 정유업계의 피해가 확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쓰오일은 1분기 영업손실이 1조7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4월 27일 공시했다. 매출은 5조198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5조4262억원)보다 4.2% 감소했고 손익은 2704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분기 적자는 지난해 2분기(905억원 손실) 이후 세 분기 만이다.
에쓰오일의 대규모 적자는 모두 정유 부문에서 발생했다. 석유화학과 윤활기유 부문은 1분기 각각 665억원과 1162억원의 이익을 낸 반면 정유 부문의 영업손실은 1조190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 국제 유가 급락으로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원유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손해를 보며 장사한 탓이다. 원유와 석유 재고분도 유가와 상품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대규모 손실로 잡혔다. 국내 정유4사 중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에쓰오일이 쇼크 수준의 실적을 내놓으면서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의 실적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정유4사의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4조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격적인 숫자입니다. 실적 전망치가 하루 단위로 낮아지긴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국내 정유업계 고위 관계자는 4월 27일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손실이 1조원으로 나오자 “예상보다 훨씬 비관적”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에쓰오일은 국내 정유 4사 중 이날 가장 먼저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결과는 1976년 창사 이후 가장 큰 손실(1조73억원)이었다. 정유업체들이 올 1분기(1~3월) 나란히 조(兆) 단위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유업계는 1분기보다 2분기 실적이 더 안 좋을 것이란 공감대가 있다.
정유업계 위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됐는데, 미국 유럽 일본 등 석유제품 수요가 많은 국가들이 4월(2분기) 들어 확산되고 있어서다. 에쓰오일에 대한 증권업계 실적 전망치는 하루하루 낮아졌다.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인 2월 이 회사 예상실적은 3200억원 안팎이었다. 그러다 1개월 전엔 1444억원 손실로 바뀌었고, 최근 들어선 4700억원 손실로 악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에쓰오일의 1조원 이상 영업손실은 시장 추정치보다 두 배나 많았다.
증권가뿐 아니라 다른 정유사 관계자들도 놀라는 눈치였다. 정유 부문의 손실이 컸다. 항공유와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을 중심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급락하며 4000억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했다. 여기에 유가 급락으로 보유하고 있던 원유와 석유제품 모두 재고 가치가 감소했다. 이 부분에서 7000억원 안팎 손실로 집계되며 정유 부문에서만 1조1900억원의 손실을 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재고 손실은 나중에 유가 상승 시 만회가 가능하지만, 정제마진 악화로 인한 손실은 만회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조(兆) 단위 적자가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뜻”이라며 “다른 정유사들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당초 증권가와 정유업계에선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를 포함한 정유 4사가 3조원 이상의 적자를 낼 것이라고 봤으나 적자폭은 이제 4조원 이상으로 더 높아졌다.
정유업계는 2분기 실적을 더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다.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이동제한과 셧다운(일시 영업중단)이 3월부터 본격화되면서 석유 ‘수요절벽’이 다음달까지 장기화되는 분위기다. 지난달 배럴당 20~30달러 선으로 떨어졌던 국제 유가는 이달 들어 배럴당 10~20달러 선까지 주저앉았다.
정유업계는 공장 정기보수를 앞당겨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가동률을 낮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월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췄으며, 현대오일뱅크도 하반기로 예정된 충남 대산공장의 정기보수를 하고 있다. GS칼텍스와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것도 미리 계획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바로 조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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