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데리고 제주도를 떠나기 하루 전 어떤 부모님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20살 넘은 아들이 경기를 했다고 하는데 처음으로 전신 의식단절 증세와 함께 전형적인 경기발작 증세를 목격하게 되었으니 부모는 몹시 당황해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병원응급실을 찾아갔을 것이지만 사실 이런 경우 병원에서 해 줄 것은 별로 없습니다. 대개의 경우 가장 센 간질약물인 오르필을 쓰곤 합니다.
오르필은 아마도 전문의들이 가장 많이 처방하는 항간질성 약물인데요, 그 기전은 가바라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을 폭발적으로 늘리는 원리와 함께 뇌신경망(시냅스)을 가로지르며 정보전달을 담당하는 전기신호가 작동할 때 열리게 되는 나트륨(소디움)채널을 봉쇄하는 작동으로 경기발작을 막게 되어 있습니다.
가바작동이 순간적으로 활발해지도록 하는 기전은 여타 정신과약물처럼 가바결핍상태로 가게 하고, 나트륨채널 봉쇄는 사실 뇌활동 저하를 가져오기 때문에 간질약물들은 사실 일시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발작이란 뇌신경망을 가로지르는 전기신호가 폭발하는 증세이니 전기신호를 약하게 하는 기전은 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어떤 외부정보나 내적 대사의 변화 (성호르몬 트라우마 등)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뇌신경망을 튼튼하게 하는게 관건 중에 관건이죠.
뇌신경망 사이를 가로지르는 전기신호들은 뇌의 활동의 본질이니 전기가 문제가 아니라 뇌신경망이 약하다는 게 간질의 핵심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전기신호들이 폭발하는 현상이 경기이고 심해지면서 지속되면 간질이 됩니다.
태균이같은 경우 사춘기 때 심하게 전신의식단절을 가져오는 대발작을 겪었지만 약물이 아닌 오랜 보충제의 실천으로 근본적 문제 (뇌신경망의 취약한 구조)를 꾸준히 보완해준 게 주효했다고 봐야합니다. 이런 태균이의 간질치료 경험담은 제가 카페에 꾸준히 올려놓았고 이런 글을 읽었던 그 어머님은 제 생각이 났나봅니다.
그래서 제주도를 떠나면서 당장 해주었으면 하는 보충제들을 챙겨가지고 오면서 어디엔가 버스터미널에 가서 보내주겠노라 하고 통화를 끝냈는데요... 어제 완도에 도착해서 분당까지 단숨에 오느라 중간에 어딘가 지방의 버스터미널을 들른다는 것은 좀 어려운 일이었죠. 차라리 빨리 분당에 도착해서 거기서 보내리라 생각했는데요...
서둘러 준이 완이를 집으로 들여보내거나 부모님께 인계한 후 성남버스터미널로 달려갔는데... 오 마이갓, 성남터미널은 이미 2023년 1월에 사업종료하고 터미널 자체 공간은 어두컴컴 그 자체입니다. 분명 기사에서 본 듯 한데 지난 날 오랫동안 잘 이용했던 곳이기에 그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한 듯 합니다. 성남버스터미널에 관한한 허탈함은 두 배가 됩니다.
성남터미널에서 다른 지방으로 가는 버스를 이용한 적이 없지만 한창 미국 GPL생의학검사를 수행할 때 지방에 계신 부모님들이 소변이나 혈액샘플들을 거의다 성남터미널 화물택배를 이용하곤 보내곤 했죠. 하루가 멀다하고 들렸던 그 터미널은 세월과 시대를 이기지 못하고 또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 세월과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 저는 또 한번 허탈감을 안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 터미널빌딩을 너무 잘 기억하는 태균이, 부득불 같은 빌딩을 쓰는 홈플러스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먹어야 되겠답니다. 간만에 태균이 먹고싶어 하는 것 사주려 했더니... 뭐 그것도 태균이가 좋아하는 것이니 되었죠.
그렇게 허탈하게 돌아오는 길은 퇴근시간과 맞물려 어찌나 막히는지 교통지옥인데다 미금역에서는 두 차선이나 막고서 공사까지 해대니 금요일 백만도시의 도로는 최악입니다. 멀리 고기동까지 돌아서 우회길로 신봉동 숙소로 오면서 제주도에서 살고있는 건 아주 잘한 일임을 절감 또 절감. 교통지옥은 정말 지옥입니다.
경기한다는 아이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비록 제가 시작은 해주었지만 하루도 빼놓지않고 보물챙기듯 보충제를 실천하고 있는 태균이 더 기특하게 느껴집니다. 이 부분에 관한한 저는 만세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멀리 벗어났으니 비록 또다른 과제들이 도전장을 내밀기는 하지만 그래도 안정된 모습을 보는 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여깁니다.
첫댓글 경기가 일어난 20대 청년의 상태가 지금은 괜찮은지 참 마음이 아픕니다.
이래저래 긴급 처방으로 오르필을 복용 하겠군요.
멀리 보고 보충제로 신경망을 튼튼히 하고 합성 물질들을 보충해주는 그야말로 보충제에 대한 인식이 중요한데
그림이 캡슐째 못 먹으니 먹일때마다 난리쇼가 연출되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