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하지 않는 것도 실력
갈수록 여기저기서 저마다 목소리가 높아진다. 할 말이 많다. 말만 들어보면 못난 사람은 없고 잘난 사람만 있다. 심지어 경기에서 지고 경연에서 떨어지고도 민망하기보다 당당하다. 심사나 심판이 잘못되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실수한 것 같다고 한다.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다. 누구나 있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 하나하나가 다 실력과 연결된다는 것을 깜빡하였나 보다. 특히 요즈음 정치권이나 사회 일상에서 좀은 엉망이면서 이것은 아니다 싶은 것들이 많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가기에는 어딘가 찝찝하고 허탈한 구석이 있다. 어찌 보면 현장에서 양심의 소리이기도 하다.
그 어느 때보다 일상에서 피로가 쌓여 고단하며 특히 경제적으로도 팍팍하다고 한다. 그러나 주어진 삶은 잠시도 미루거나 쉴 수 없어 꾹꾹 참고 견디며 하루를 연다. 그래도 우리는 글을 쓰는 사람들로서 나름대로 위안받는다. 그러면서 마음이 더 날카롭다고 한다. 그 먹먹한 이야기 중 마음의 짐 같은 것을 하나쯤 꺼내 누군가에게 흉허물이 없으면서 푸념하듯이 자연스럽게 할 말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깜냥껏 호소도 하면서 꾸짖고 다짐하는 마음에서 응어리를 공유하면 그래도 도움이 되지 싶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랬구나! 이해하면서 툭툭 털어내면 좀은 가뿐해질지도 모른다.
실력은 누가 보아도 월등해 보이는데 필요할 때 제대로 발휘하지를 못한다. 그러면서 불운이라고 한다. 좀은 애매한 표현일 수 있다. 약간이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실수하면 감점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경연에서 순위가 바뀌고 떨어지면서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수야말로 불완전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고만고만한 실력의 차이에서 실수로 순위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실수가 복병인 셈이다. 또는 실력은 있어 보이는데 우물쭈물하다가 그만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고 기회를 놓친다. 그런가 하면 평소에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다가 큰 무대에서 능력 이상으로 선전하면서 돋보인다.
과일을 들여다본다. 아주 훌륭한 상품이다. 그런데 보일 듯 말 듯 한 작은 상처나 흠집이 있어 아쉽게 상품으로서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물론 금방 먹으면 맛에 아무런 하자가 없는 정상적인 상품이나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판매자와는 달리 소비자 쪽에서는 반길 리 없다. 같은 값이면 완벽한 상품을 구매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권리다. 흠집이 있어 매끄럽지 못한 것을 알면서 괜찮다고 선택할 수는 없다. 그런 것이 들어있으면 대뜸 다른 멀쩡한 것까지 똑같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며 신용이 떨어진다. 아주 매정하리만치 냉정하다. 그래서 아쉬워도 골라내 상품으로서 가치를 박탈당하는 아픔을 겪는다.
아무래도 현실과 이상은 차이가 있다. 그래서 상품은 신중하게 관리하여야 한다. 조금이라도 상처나 흠집이 있으면 미련 없이 즉시 구별해야 한다. 품질이 중요한 것은 두말할 것 없다. 그에 못지않은 사후관리로 품질을 잘 유지하여야 한다. 실력도 마찬가지다. 실력이 좋은 것은 두말할 것 없고 실수가 없도록 항상 긴장하고 노력하며 필요한 때 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뒷북친다고 한다. 끝난 다음에 다시 보여준다 한들 아무도 달갑게 여기지를 않는다. 거기까지가 능력이고 한계로 매듭짓게 된다. 억울할 수 있어도 같은 조건에 변명으로 들린다. 실수하지 않는 것도 큰 실력이다.
글쓰기도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나는 이만하면 잘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해도 문맥마저 뒤틀리거나 엉뚱한 단어가 끼어들어 읽는 사람이 갸웃거릴 수 있다. 내용은 공감할 수 있어도 부족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심지어 맞춤법 하나 띄어쓰기 하나도 엉망이면서 단어의 선택에 신선함이 떨어지거나 반복됨으로 다소 싫증에 지루함을 갖게 할 수도 있다. 글은 쓴 사람만 보는 것이 아니다. 일단 발표가 되고 독자가 읽으면서 내 것이 아니므로 성의가 있어야 한다. 가장 기초적인 것을 소홀히 하면 대뜸 눈살 찌푸리면서 작품의 질을 떠나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래서 글쓰기는 마지막 탈고가 힘든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