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 얀 마텔 / 공경희 옮김
제목을 적다보니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은 몇 번이나 고쳐 쓰면서 먼 나라이구나 생각했다. 포루투칼 > 포르투칼 > 포르투갈
한강을 통해 연작 소설이라는 것을 알았다. 따로 있어도 좋고 함께 하면 더 좋은, 엮인 듯 엮이지 않는 듯한 매력이 있는 소설 묶음.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란 이름으로 발행된 책은 그런 소설이다. 저자는 다른 수사를 첨하지 않은 것 같다. 번역 출판한 작가정신에서도 장편소설이라고만 적어 두었다. 3장으로 되어 있는데 두 번째 장을 대하면서 첫 장과의 연관성을 찾느라 나의 머리는 복잡했다. 첫 장 "집을 잃다"를 읽을때도 보통의 소설과 같지 않았다. 세심하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소설과 달리 시간을 많이 들였다. 물론 중간에 다른 책을 들여다보기는 했다. 두 번째 장이 마칠 즈음 연관성을 찾게 되었고, 마지막 장에서는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다.
파이 이야기 Life of Pi 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흥미롭고 이야기거리도 많이 남겨주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영화의 원작 소설이 있는데, 얀 마텔의 작품이다. 이 소설은 맨 부커 상을 수상한 작품 중에 가장 많이 번역 판매된 소설이라고 하며, 오클랜드 도서관의 도서정보를 뒤져보니 어린이용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버전으로 소개되고 있다. 파이 이야기만큼이나 "포크투갈의 높은 산"도 많은 사랑을 받을만큼 매력이 있다.
3부의 이야기 모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설 자리가 없는 비통한 심정에 처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들의 발 걸음은 모두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수렴된다. 포르투같의 높은 산이 의미하는 바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곳은 높은 산이 아니며 사바나와 비슷한 환경에 바위가 많고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시골에 불과한 곳이다. 각 부의 제목은 "집"이다.
1부. 집을 잃다 009
2부. 집으로 161
3부. 집 263
옮긴이의 말 407
집을 잃다
토마스는 부유한 작은 아버지 집에서 처음 본 그녀에게 영혼을 빼앗겨 버렸다. 그녀는 작은 아버지집의 고용된 하녀였다. 남몰래 만나기를 거듭하고 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지만 바뀐 것은 없다. 1904년 즈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17. 1일 사이에-가스파르는 월요일, 도라는 목요일, 아버지는 일요일에 세상을 떠났다-그의 심장은 터져버린 고치처럼 풀려버렸다.
사랑하는 이들을 모두 잃은 그는 뒤로 걷는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그는 한 권의 일기를 발견한다. 노예를 위해 몸을 헌신한 신부의 일기다.
77. 그가 노예선을 타고 상투메까지 간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율리시스는 노예의 사제가, 노예의 영혼을 구원하는 소임을 맡은 사제가 되려고 지원했다. '나는 낮은 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자들. 인간은 잊었지만 신은 잊지 않은 영혼들을 섬기고 싶다.'
삶의 목적을 잃은 토마스는 율리시스 사제가 만들었다는 성물을 추적한다. 십자고상十字苦像이 푸르투갈의 높은 산에 있는 교회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작은 아버지에게서 자동차를 빌려 그곳을 향한다. 그 시대에 자동차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었다. 그도 자동차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당도하지만 그에게 남는 것은 한 소년의 죽음뿐이다. 정신없이 들어간 오래되고 작은 어느 교회에 걸려 있는 십자고상에는 유인원의 모습을 한 예수가 걸려있다.
134. 오늘 나는 주교에게 소횐되었다. 내가 동등하지 않는 자들을 만났고, 그 만남에서 그들이 동등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주교에게 말했다. 우리가 그들보다 나를 게 없다고. 사실 우리가 더 못하다고.
그래서 그는 유인원 십자고상을 만들었을까.
집으로
아내를 잃은 병리학자 에우제비우 로조라의 하룻밤 이야기이다. 1938년 즈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내의 죽음에 대해서 밝혀진 것은 없다. 아내와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읽고 토론하는 정도로 서로 팬이다. 삶이 미스테리를 즐겨한 결과일까. 아내의 죽음도 미스테리 그 자체이다. 아내가 이미 떠난 12월 그믐, 아내가 사무실을 방문하고 둘은 애거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서 성경의 복음서까지 대화의 폭을 얿힌다. 아내 마리아가 떠나고 그는 책상에 남겨진 그녀의 선물 [죽음과의 약속]을 본다. 애거서의 최신작이다. 아내가 나가자, 남편의 시신을 부검하기를 원하는 부인이 찾아온다. 그녀의 이름도 마리아다. 늦은 밤이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부인의 참관 하에 부검을 시작한다. 부인은 남편의 발부터 부검할 것을 요구한다.
223. "그이를 열어서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말해주세요."
라파엘 미구엘 선투스 카스트루, 83세로 생을 마감한 남자의 몸에서는 토사물을 포함해서 가지각색의 물건들이 나온다. 망치, 천, 칼, 사과, 밀 한단, 달걀, 동전, 나이프와 포크, 침팬치 털조각 등등이 그의 몸에서 나온다. 그의 삶일까. 젊었을때 부부에게는 아이가 있었다. 아이의 주검을 안고 흐느끼고 있을때 저 멀리 뒤로 걷는 사람이 보였다. 라파엘은 그 행동이 자신의 감정에 맞는다고 생각하고 뒤로 걸었다. 마리아 카스트루는 남편의 부검이 끝나자 옷을 벗고 남편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로조라에게 함께 봉합해줄 것을 부탁한다.
253. "여기가 집이야, 여기가 집이야, 여기가 집이야."
로조라 검시실에서 일하는 멜로부인이 아침에 온다. 검시실에는 시신이 한 구 있고, 로조라는 책생 위에 쓰러져 있다.
집
1980년 즈음의 이야기이다. 아내를 잃은 카나다 상원의원 피터는 삶의 동력을 잃는다. 우연히 방문한 영장류연구소에서 유인원인 침패지 오도를 만난다. 오도를 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오도의 소유주가 되지만 철장에서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 그는 카나다의 삶을 정리하고 태어난 곳, 부모의 고향인 포크투갈의 높은 산으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이주한다. 그곳 마을 사람들이 내 준 빈 집에서 오도와 피터는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366. 테레사의 말이 옳다. 오도는 그의 삶을 차지해버렸다. 그녀는 오도를 닦아주고 보살펴준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를 훨씬 넘어선다. 피터는 침팬지의 기품에 감동을 받았고, 평범한 인간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그렇다면 이것은 사랑이다.
2년 만에 아들이 그곳을 방문한다. 어느날 오도가 [죽음과의 약속]이란 책을 가져온다. 그 책을 가저온 곳으로 가보니 이상한 물건(옛날 동전 몇 개, 나이프와 포크, 몇 가지 도구, 소형 거울 등)이 들어 있는 가방이 있다. 으 곳에 떨어진 종이 한 장에는 "라파엘 미구엘 선투스 카스트루, 83세 포루투갈의 높은 산 투이젤루 출신"이라고 적혀있다. 죽은 라파엘의 아들은 피터 어머니의 사촌이었다.
다음날 교회를 방문한 부자는 교회에 걸려 있는 십자고상十字苦像이 유원인임을 발견한다. 지금 피터의 삶을 채우는 것은 유원인인 오도이다. 그는 오도의 품안에서 세상을 하직한다.
* * *
이야기는 토마스 / 로조라 / 피터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율리시스 마누엘 로자리우 핀투 사제의 부르짖음이다. 그의 부르짖음은 노예로 사고 팔리는 사람에게서 유인원까지 내려간다. 신의 대리인으로서 인간이 사랑해야 할 대상은 어디까지인가.
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언제나 사랑하는 이와 머물러야 한다. 그곳이 집이다. 사랑하는 이, 뿐만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삶도 함께 해야 한다. 토마스는 가족을 잃고 집을 잃었다. 마리아는 사랑하는 이를 잃었지만 이미 떠난 남편 몸으로 들어간다. 그곳이 집이다. 피터도 아내를 잃었지만 사랑하는 다른 이를 만났다.
오모의 존재는?
시간을 두고 후에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2018.9.24 평상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