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 지금여기>는 2017년 6개 주제로 연중 기획을 진행합니다. 8월 기획의 주제는 '교회와 밥상'이며, 살충제 계란 사태에 비춰, 한국 사회의 농업 문제와 먹을거리 안전, 그리고 이 두 가지를 아우르는 교회의 운동으로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기사 순서
1. “지금 중요한 건 농민 복지” - 팔당생명살림영농조합 집담회, “농업문제, 말할 기회조차 없다” 2. 우리농, 끊어진 생명순환 잇기 – 먹을거리 위기,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다시 본다 3. “대가 치르지 않은 대가를 치르고 있다” - [인터뷰] 가톨릭농민회 두물머리 분회원 최요왕 씨 4. “몸의 칼로리와 영혼의 칼로리는 다르지 않다” - [인터뷰] 농업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씨 5. “우리농운동의 핵심은 성체성사의 실현” - [인터뷰] 서울대교구 우리농 이승현 신부 |
“교회의 먹을거리는 육체는 물론 영혼의 칼로리까지 채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음식은 누구나 먹어야 하고 먹지 않으면 죽습니다. 몸을 위한 음식의 칼로리도 필요하지만, 교회가 주는 영혼의 칼로리가 있어요. 교회에서 어떻게 영혼의 칼로리를 채우는가를 보면, 주로 말로 채우고 있죠. 영혼과 육신의 칼로리가 만나는 지점이 없어요.” 농촌사회학 연구자 정은정 씨(아그네스)가 던지는 화두다. 사회학자이자, 의정부교구 한 성당의 교우, 아이들을 주일학교에 보내는 자모회원으로서 그는 교회가 먹고 또 먹이는 행위에 대해 그동안 생각한 바가 많다. 먹을거리는 왜 ‘말씀’이 되지 못하는가 “교회의 음식은 세상 음식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그는 “본당에서 매주 아이들의 간식을 챙기고, 어르신들의 밥상을 차리는데, 한 번쯤은 먹는 것으로 교회의 가르침을 알릴 수는 없냐”고 물으면서, “교회에서도 음식은 음식이고 말씀은 말씀이다. 하지만 음식으로 하느님 말씀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일학교 간식을 마련하고 먹는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다. 본당마다 다르지만, 본당 자모회 구성원은 적어도 분기별 한 번은 본당에서 간식이나 어르신들의 밥상을 차리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 여성이고 어머니라고 해서 귀찮지 않은 일은 아니라 큰 결심이 필요하다. 이 상황에 대해 감수성이 떨어지면 ‘여성의 노동’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다. 어머니들의 귀한 시간과 인력을 들여서 만드는 한 끼의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성(‘젠더’)의 문제도 이야기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식재료를 사는 과정이다. 교회에서도 마트에서 식재료를 싸게 사면 능력 있는 것으로 칭찬받는다. 그러나 그런 경우 음식의 성분, 대형마트의 경영구조, 골목상권의 문제, 노동자의 권리 등 그 과정에 포함된 문제들을 지나치게 된다. 대형마트의 식품은 왜 싼지, 우리농산물은 왜 비싼지 이야기하고 함께 알아야 한다. 세 번째로, 먹으면서 모든 이들은 감사 인사를 하고 감사 기도를 한다. 하지만 성호를 그은 그 순간부터는 관계가 끊긴다. 그 음식에 지역의 문제와 노동, 농민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 | | ▲ 정은정 씨 ⓒ정현진 기자 |
정은정 씨는, “교회 안에서 굳이 바깥에서 먹는 것과 똑같이 먹을 필요가 있을까"라고 물으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음식을 먹으면서 교리, 회칙 ‘찬미받으소서’와 같은 교황의 가르침, 사회교리를 배우고 가르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것을 놓쳐 버린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한국 교회에서 음식의 사회학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먹을거리와 농업, 젠더에 대한 성찰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하면서, “핵심은 반드시 유기농산물이 아니라 정크푸드나 라면을 먹으면서도, 그 음식들이 생산된 맥락을 이야기해 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음식과 교육이 분리되는 것 자체가 반생태적”이라는 그는, “사회교리 차원에서도 음식을 통한 사회와 세상에 대한 교육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음식과 요리는 성당 한 켠에서 이뤄지고 한 번도 중앙 이슈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을 돌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체라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영혼의 칼로리가 있다. 하지만 몸의 칼로리를 채우는 일에 교회가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사태를 맞는 것”이라며, “좋은 음식을 먹어야, 좋은 정신이 나온다. 먹을 것을 대충 먹는데 정신에 대한 요구는 너무 높다”고 지적한다. 정은정 씨는 먹을거리, “교회가 음식과 먹는 행위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언어는 너무 많다. 만나의 기적, 가나안 혼인잔치, 오병이어의 기적.... 그것은 인간 삶의 본질을 알고 있는 예수의 언어 전략이었을 것”이라며, “인간은 죽는 날까지 먹어야 하는 존재인데도, 육신의 칼로리를 채우는 일을 너무 하등하게 여기는 것 같다. 육신의 칼로리를 어떻게 채우느냐에 따라 영혼의 칼로리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먹을거리를 둘러 싼 순환구조를 이해하고, 이른바 영성적, 신학적 의미를 살핀다는 것은 곧 성찬례를 밥상에서 기억한다는 뜻이다. 정 씨는 교회 안의 기관은 물론 본당의 먹을거리 나눔을 보면서, 가격이나 제철 농산물로 공급이 쉽지 않은 점 등 현실적인 한계로 가톨릭농민회가 생산하는 우리농산물로 100퍼센트를 매번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시작은 작게 해도 좋다. 핵심 식재료인 쌀과 김치만이라도 우리 농산물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말했다. 그는 “교회는 먹을거리에 대해서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너무 느리다”며, “교회는 잘 먹이는 일의 엄중함을 더 깊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정은정 씨는 최근 들어 교회안에서도 노력의 씨앗이 뿌려지는 것 같다고 했다. 지금 생태적 전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노력의 열매를 우리 세대에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는, “그러나 이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일이다. 좋은 세대를 키우기 위해서는 잘 먹여야 한다. 계속 잘못된 결과를 보지 않기 위해서 교회는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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