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온누리상품권이 가맹점을 확대하고, 전자상품권으로 변화되면서 판매량과 활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를 반겨야 할 재래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가맹점 확대로 인한 혜택은 일반 상점으로 집중되고, 전자식 상품권 등 기술적 진화는 되레 재래시장의 한계만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이 진화할수록 정작 재래시장은 퇴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온누리상품권 총 판매액은 1조 원에 달한다. 이중 최근 2년 새 도입된 온누리전자상품권(이하 전자상품권) 판매액은 총 200억 원 규모다. 재래시장에서 전자상품권 가맹점에 가입한 점포는 전체의 4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은 시장 상인들의 절반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재래시시장 상인들이 전자상품권의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크다.
한 상인은 “온누리전자상품권이 도입되면서 시장 상인회 요청으로 카드단말기를 설치했는데, 전자상품권을 내미는 손님들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한다”며 “현금이 편한데 괜히 카드단말기를 설치해 애물단지 노릇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상품권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인들도 많다.
“상인교육 때 한 번 들어본 것 같은데, 장사에만 신경 쓰다 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다.” 한 상인의 말. 전자상품권이 얼마나 활성화 되지 않았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자시스템에 대한 상인들의 부담감도 크다.
전자상품권은 금액 제한 없는 충전식과 5만 원, 10만 원 무기명식 두 가지 카드 형태로 카드단말기 결제를 통해 이뤄진다. 문제는 전통시장 상인들 중 사업자등록증이 없는 상인들이 많아 근본적으로 단말기 설치가 불가능한 상인들이 많다는 것.
전주의 한 시장 관계자는 “하루하루 근근이 먹고사는 상인들에게 소득 노출에 대한 부담을 주면서 정책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인들은 소득이 노출되면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전통시장이 진화된 시스템에 버벅대고 있는 사이, 온누리상품권 취급 일반 상가들은 무리 없이 전자상품권 가맹점에 가입하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원 홈페이지에서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가입 비율을 보면, 전통시장의 전자상품권 가맹점 가입비율이 40%인데 비해, 일반 상점가의 가입비율은 100%에 육박한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범위가 일반 상점가로 확장되고 전자시스템까지 도입되면서 대기업 프렌차이즈에서 상품권을 사용하기가 더 용이해지고 있는 것이다.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인 한 유명 아웃도어 대리점 매니저는 “총 매출액에서 온누리상품권이 차지하는 비율이 5~6% 정도 되고, 이 중 1% 정도가 전자상품권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전통시장의 평균 온누리상품권 매출이익이 1~2%인 것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전통시장 이용의 편리함을 위해 도입된 전자상품권이 오히려 시장 상인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고객들을 시장 밖으로 유출시키는 셈이다.
소상공인진흥공단 온누리상품권 담당자는 “연 300~400개의 전국 시장을 돌며 상인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통시장에서 전자상품권에 대한 호응이 적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자상품권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도입된 제도인 만큼 실효성을 떠나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