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밤 그 속으로'
산문시 (전체보기) / 우종구
여보게 친구 부탁 하나 있네
올 여름 막바지 더위 자네 고향 마을 시골집 하룻밤 좀 빌리세
이왕이면 달이 조금 덜 찬 다가오는 열사흘이 좋을 듯
저녁엔 마당에 멍석 펴고
모깃불 피우고 칼국수와 감자로 잊혀진 입맛 당겨 보세
칼국수는 우리 할멈 한테서 야무지게 배워 두었으니까
오래 묵은 국화주 한 병 끼고 감세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면
지겟목에 초롱불 내걸고 심지는
조금만 하세 초가 지붕 하얗게 핀 박꽃이 거들고 동에서 서녘으로 길게 내리 꽂히는 유성도 보탤걸세
그날 밤 하늘과 땅은 골머리를 앓겠구만 달님이 어린 별들을 일찍 꾸짖어 재우고
우리 또래 별들만 불러와 자네와 나의 정수리 위에 반짝반짝 박아줄 것이고
귀에 익은 귀뚜리 창가가 흥을 거들어줄 테니까 그 뜨끈한 밤 자네와 나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할까?
잠자리 걱정은 말게 낮 동안 하늘이 걸치고 있던 폭신한 새털구름 한자락 끌어와
배만 걸치면 취기의 잠자리는 그만이고
잠자리가 뒤척이면 한 곡조 선물 하지 내가 자주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지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ᆢ"
*오래전 읊조린 소품
무더운 여름 한복판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도 산골 고향의 여름 밤이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