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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션샤인』 속 조선의 역사
- 등장인물 중점으로 -
문학박사 / 김인희
- 미스터 션샤인 등장인물 -
위쪽 왼쪽부터 김희성, 고애신, 쿠도히나(이양화)
아래쪽 왼쪽부터 최유진(유진 초이), 구동매
Ⅰ. 서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를 시청한 후 글을 쓰면서 서두에 무거운 문장으로 역사의식에 불꽃을 점등한다. 뜨거운 감동을 산문으로 남기려고 했으나 자못 비장한 마음이 증폭되어 논문 형식으로 기록하기로 한다.
20세기 초 한성에서는 모던 보이, 모던 걸이 가베(커피)를 마신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조국을 빼앗기고 이름을 빼앗겨 국가의 운명을 붙잡고 ‘대한 독립 만세!’를 부르면서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장렬하게 산화한 상실의 시대다.
<미스터 션샤인>은 2018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을 기념하여 7월에 첫 방송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에 막을 내린다. 종영 이후 매년 3·1절, 현충일, 광복절 등 대한민국의 국경일마다 특집으로 편성되어 전편 연속 방송된다. 2019년 3월 1일에 3·1절 100주년 특집으로 3일에 걸쳐 전편 연속 방송되고, 같은 해 현충일에도 4일간(6월 6일~9일)에 걸쳐 전편 연속 방송되며 역시 같은 해 광복절에도 4일간(8월 15일~18일)에 걸쳐 전편 연속 방송된다.
수년이 지난 후 다시 <미스터 션샤인>을 시청하면서 뜨거운 불덩이를 삼키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역주행하여 파란만장한 역사를 다룬 <미스터 션샤인> 전편을 시청하고 기록으로 남긴다. <미스터 션샤인>은 조선시대 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역사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다.
등장인물 중심으로 글을 전개하고자 한다. 격변하는 조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조선 정신의 상징적 인물 고사흥과 고애신, 미군 해병 대위 유진 초이(최유진), 구동매, 김희성, 쿠도히나 그리고 의병. 가상의 인물이었으나 뜨겁게 기억할 이름이다.
Ⅱ. 본론
1. 격변하는 조선
드라마는 1871년(고종 8), 제너럴 셔먼호 사건에 대한 미국의 항의와 개항을 목적으로 강화도를 침공한 사건으로 전개된다. 미국 군함에서 날아오는 포탄을 막아내는 백성들의 항전은 처참했으며 서글프다. 강력한 포탄 앞에 불을 붙게 하는 끈으로 화약에 불을 붙여 발사하는 구식 화승총을 들고 최후의 순간까지 물러서지 않는다.
소년 승구는 포탄이 빗발치는 속에서 아버지를 도와 총에 불을 붙여준다. 아군이 전멸하다시피 죽어갈 때 승구가 아버지에게 도망가자고 했을 때 아버지는 엄한 목소리로 “이놈아, 그럼 여기는 누가 지키냐?”라고 꾸짖는다. 미군의 공격에 대패하고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미군의 회유와 압력 때문에 조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승구는 아버지의 돌무덤 앞에서 왕(고종)이 백성을 버렸다는 절망과 원망으로 역적이 되고자 다짐한다.
일본 동경에서 독립운동하는 젊은 동지들이 있다. 역적 이완익을 처단하고자 모의하고 처단하는데 고상완의 권총에 총알이 단 한 발뿐이다. 현장에서 이완익의 총에 맞아 상완은 죽고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고 동지들은 몸을 숨겨야 한다. 고상완은 김희진이라는 여인을 만나 간소하게 혼례를 올렸고 딸을 출산한 지 하루만이다. 희진은 동지들을 피난시키면서 자신이 같이 가면 모두가 위험해질 것이라며 갓난아기를 지켜달라고 부탁하고 홀로 남아 이완익 일당을 막아낸다. 동지들을 떠나보낸 희진이 이완익 일당의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그들이 너를 죽이러 갈 거야. 시간이 걸려도 언젠가 꼭 갈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꽃처럼 죽는다.
비가 내리던 밤, 고종 황제의 스승이었던 고사흥 대감의 대문을 두 사람이 두드린다. 빗속에서 한 사람은 유골을 담은 두 개의 보자기를 안고, 한 사람은 포대기에 싸여있는 갓난아기를 안고 있다. 고사흥 대감을 향하여 아들 상완과 사랑하는 여인 희진의 부고를 전하고 둘 사이에 태어난 아기가 딸이라는 말을 전할 때 아기가 울음을 터뜨린다. 함안 댁이 울면서 아기를 받아 안고 오열하고 빗속에서 식솔들이 모두 통곡한다.
2. 조선 정신의 상징 –고사흥과 고애신-
한성에서 고사흥 대감은 모르는 사람이 없고 그 댁의 아기씨, 고애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고사흥 대감은 고종 황제가 어렸을 때 스승이었으며 보릿고개에 인근 굶는 이가 없도록 고방을 열어 양식을 나누어 주었으며 인품으로나 학식으로나 존경받을 수밖에 없는 훌륭한 인물이다.
부모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자란 고사흥의 손녀, 그의 이름은 고애신이다. 애신은 당시 사대부가의 여식들이 수를 놓고 곱게 살다가 결혼하여 남편의 그늘에서 보호받으며 사는 삶을 거부한다. 한 달에 한 번 드나드는 아파(牙婆)-방물장수-를 통해 할아버지 몰래 기별지를 사서 읽는다. 어제는 멀고 오늘은 낯설며 내일은 두려운, 격변의 시간을 지나는 조선을 위해 의병이 되고자 한다.
고사흥의 두 아들은 모두 독립운동 하다가 죽는다. 고상흥은 손녀 애신을 지키기 위해 기별지를 못 읽게 한다. 애신이 몰래 학당을 다니는 걸 알고 호통을 치면서 “너만은 안 된다. 사대부가의 여인들처럼 곱게 수를 놓으며 남편의 그늘에서 보호받으면서 살아라. 그게 그렇게 어렵단 말이냐?”라고 애신의 앞길을 막아선다. 애신은 조선이 나날이 변하고 있는데 어찌 여식이라 하여 수나 놓으며 지내겠는가. 한 달에 한 번 기별지 읽는 것만 허락해 달라고 애원한다.
고사흥은 장포수를 불러 애신을 부탁한다. 당신이 막는다고 막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고 손녀 애신이 자신을 지킬 수 있게 해달라고 당부한다. 그날부터 애신은 장포수의 움막에서 훈련을 받는다. 거친 산등성과 개울을 오가면서 단련하고 총포술을 익히면서 투사로 변신한다.
조선 조정이 일본의 압력으로 일본 화폐를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고사흥은 전국의 선비들과 뜻을 같이하여 궁궐 앞에서 도끼 들고 엎드려 반대한다. 일본의 앞길을 막는 고사흥은 일본이나 친일파들에게 골치 아픈 걸림돌이다. 악독한 매국노 이완익은 일본 통감을 등에 업고 입신양명을 위하여 조선 정신의 상징적인 인물 고사흥을 제거하려고 한다.
고사흥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소작인을 소환한다. 소작인들에게 자신의 땅을 농사지은 연수에 따라 균등하게 배분하여 주면서 “자네들이 농사짓던 땅을 주고자 하네. 20년 농사지은 자 30년 농사지은 자 차등은 두었네. 하나만 부탁하겠네. 아무리 보릿고개가 힘들어도 땅을 지켜주게. 절대도 왜인들에게 팔아서는 단 되네. 약조할 수 있겠는가?”라는 엄중한 하문에 소작인들은 감격하여 울면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다.
고사흥은 상여는 간소하게 하되 음식은 넉넉하게 하라. 문상은 귀한 자 천한 자 가리지 말고 다 받으라는 유서를 남기고 죽는다. 고사흥의 장례에 고종 황제가 상복하고 와서 친히 절하고 눈물을 흘린다. 만백성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완익이 황제가 늙은이의 장례식장에서 절을 한다는 건 조선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거다, 일본이 보면 뭐라 하겠냐고 비웃는다. 분노한 고종은 이완익을 치면서 관직을 박탈하겠다고 선언한다. 매국노의 세 치 혀에는 도끼날 같은 서슬 퍼런 힘이 들어갔고 조선의 하늘 고종은 위협을 받고 흔들린다.
3. 조선을 지키려는 자 –최유진, 구동매, 김희성, 쿠도 히나, 의병-
(1) 최유진-미 해병 대위-
미국 해병대 대위 유진 초이. 그는 아홉 살 때 살기 위해 조선을 도망쳐 떠났던 노비의 자식 최유진이다. 강화도의 김판서는 이세훈 대감이 유진의 어미를 탐내자 출세를 위해 유진의 아비를 죽인다. 산에서 나뭇짐 지게를 지고 돌아온 유진은 아비와 어미를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김판서는 도망치려던 노비(유진 아비)를 죽이면서 재산이 축나는 건 아까우나 종놈들에게 본을 보이니 손해는 아닐 것이라고 한다. 유진의 어미는 임신(태중의 아기는 훗날 김희성)하여 배부른 김판서의 며느리를 인질로 잡고 유진을 도망시킨다. 김판서의 며느리가 던진 노리개를 품에 넣고 어린 유진을 도망치고 유진의 어미는 우물에 몸을 던진다.
추노꾼 두 명이 유진이 숨어있는 황은산의 가마터에 도착했다. 나무상자 안에서 어린 유진이 떨고 있었고 추노꾼은 나무상자 위에 앉아서 도공 황은산에게 어린 노비의 출처를 다그친다. 황은산의 엄중한 호통에 추노꾼들은 물러나고 황은산은 상자 안에서 떨고 있는 유진을 쫓으려 한다. 유진을 조선 팔도에 자신이 있을 곳이 없으니 목숨만 살려달라고 매달린다. 황은산은 아비는 매 맞아 죽고 어미는 우물에 몸을 던졌다는 유진의 말을 듣고 난감해한다.
마침 선교사 요셉이 왔을 때 황은산이 유진을 미국으로 데려가라며 유진을 딸려 보낸다. 요셉은 미국에 도착하여 떨어지지 않으려는 유진의 이름을 묻고 ‘유진, 위대하고 고귀한 자여!’라고 부른다. 어린 유진은 지게를 지고 사람들 사이를 달려 다니면서 ‘1달러, 1달러’를 외친다. 어쩌다 손에 달러가 들어오면 불량한 미국 소년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버티다가 매를 맞고 결국 빈털터리가 된다. 그때 뮤직박스에서 슬픈 음악이 흘러나오고 꾀죄죄한 꼬마 유진이 통곡한다. 이국의 땅에서 어린 유진이 감당하기에 너무 고단한 일상이다.
소년 유진은 여전히 패거리들에게 빼앗기고 매를 맞는다. 땅에 쓰러진 유진은 군인들이 집단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결의에 찬 눈빛으로 변한다. 유진은 긴 머리를 칼로 자르고 미국인이 되기 위해 군인이 된다. 총알이 빗발치는 스페인과의 전투에서 카일 상관을 구한 전공으로 진급하고 조선으로 발령받는다.
조선이 유진의 조국이라는 카일의 말에 유진은 조선에서 태어난 건 맞지만 자신의 조국은 미국이다. 조선은 자신을 단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답한다.
미국의 품위를 떨어뜨린 자, 조선을 위태롭게 하는 자를 저격하는 현장에서 복면하고 총을 든 두 명의 사내가 맞닥뜨린다. 한 사내는 미국 해병대 대위 유진 초이, 한 사내는 독립투사 고애신이다.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이 전개된다.
애신이 거리에서 학당에 다니는 여학생을 우연히 만난다. 그 학생은 ‘러브’를 하고 싶어서 학당에서 공부한다고 한다. 애신은 ‘러브’가 무엇인지 궁금해하고 신학문을 배우고 싶어 할아버지 몰래 학당에 다닌다. 유진 초이 대위에게 러브가 무엇인지 묻고 “총 쏘는 것보다 더 어렵고, 그보다 더 위험하고, 그보다 더 뜨거워야 하오.”라는 대답을 듣는다. 그렇게 애신과 유진의 애정전선이 예고된다.
유진은 원수였던 김판서 대감댁을 수소문하여 찾아간다. 죽은 부모의 묘를 찾으러 가서 장소를 찾지 못하는 노비가 벌벌 떨면서 예나 지금이나 천한 것들은 상전이 시키는 대로 한다고 목숨을 구걸한다. 그리고 유진의 부모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 외부대신 이세훈이라고 알려준다. 유진이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이세훈을 처단하는 것이 곧 조선을 위기에서 구하는 일이 된다.
미국인 신분인 유진은 애신이 이정문 대감을 구하러 일본에 가는 길에 부부로 위조 서류를 만들어 동행하면서 애신을 돕는다. 일본 낭인들에게 쫓겨 생사 위기에 놓였을 때 미대사관 창문에 총을 쏴 도움을 요청한다. 애신은 임무를 마치고 조선으로 돌아오고 유진은 미국 헌법에 따라 3년 형을 살고 군인 신분을 박탈당한다.
(2) 구동매 –일본 무신회 대장(오야붕)-
일본 무신회의 대장(오야붕) 구동매. 그에게 조선은 깊은 한(恨)을 준 아픈 조국이다. 신분의 골이 깊었던 시대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다. 조선시대 짐승을 다루던 백정은 신분이 짐승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외상값을 받으러 나온 어미와 어린 백정의 아들 동매는 아낙들 앞에서 코가 땅에 닿도록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아낙들은 외상값을 받으러 온 동매 모자에게 천한 백정이 감히 어딜 왔느냐며 구정물을 끼얹으며 멸시한다.
백정의 남편은 외간 남자에게 아내가 겁탈당하는 걸 알면서도 외면한 채 고기를 다룬다. 그런 어느 날 외간 남자가 죽고 어미가 든 칼에서 선혈이 뚝뚝 떨어진다. 어미는 동매를 위협하면서 내쫓는다. 어린 동매는 어미를 원망하며 뛰쳐나가고 어미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린다. 마을 사람들이 백정 부부를 살인자로 처단하느라 웅성웅성한다.
고사흥의 손녀 애신이 탄 꽃가마가 소란통에 멈춘다. 고애신의 유모나 다름없는 식솔 함안댁이 사건에 대해 고하면서 백정의 아들 행방불명에 대해 덧붙인다. 애신은 가마의 작은 문을 열고 숨어있는 동매를 발견한다. 애신은 가마 안에 동매를 숨겨 보호하는 중에 동매는 애신의 치맛자락으로 입가의 피를 닦으면서 “호강에 겨운 양반 계집”이라는 말로 비수를 꽂는다.
조선을 침략한 강국 일본 무신회 대장(오야붕)이 되어 돌아온 동매는 가장 먼저 어미와 자신을 멸시했던 아낙들을 찾아가서 처단한다. 기적처럼 애신을 다시 만난 동매는 보이지 않게 애신을 지키면서 애신의 주변을 맴돈다. 동매의 칼은 늘 언행보다 먼저 움직인다.
(3) 김희성 –일본 유학생 엘리트-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대감댁 도련님 김희성. 김희성은 고애신의 정혼자다. 강화도에서 최유진의 부모를 죽인 김판서 대감이 김희성의 할아버지다. 김판서는 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으며 우유부단한 아들 대신 손자 희성에게 기대를 건다. 가족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작농을 내쫓는 상황에서 유학을 앞둔 희성에게 금색으로 된 회중시계를 선물로 준다.
일본에서 희성의 생활은 아름다운 일본 여인을 품에 안고 안락하게 지낸다. 조국 조선에 오는 것을 미루면서 무위도식하며 지낸다. 희성의 부모는 희성이 빨리 돌아와서 애신과 혼인하기를 바라며 전보를 친다.
조선으로 돌아온 희성은 집으로 가지 않고 호텔 글로리아에서 묵으며 화투를 하고 전당포를 드나든다. 막연하게 정혼자 생각을 품고 있었으나 가문끼리 맺은 정혼에 냉소적이었다. 희성은 자주 자신은 봄, 꽃, 달 등 무용한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희성이 꽃다발을 들고 정혼자를 찾아간다. 고사흥 대감 댁 담장 너머로 바지랑대로 받친 빨랫줄에 널려있는 천과 천 사이에 한 떨기 꽃과 같은 애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다. 그리고 일본에서 늦게 돌아온 자신을 후회한다.
애신은 정혼자 희성이 내미는 꽃다발을 선뜻 받지 않고 주저한다. 애신은 희성을 희고 말랑한, 약골의 사내라고 독백한다. 함안댁이 희성이 가져온 꽃을 화병에 꽂는데 애신은 사내의 손에 들린 곳이 고작 꽃이라며 실망을 나타낸다.
(4) 쿠도 히나 –일본 국적을 가진 아름다운 미앙인-
일본에서 나이 많은 사업가의 아내로 있었던 쿠도 히나. 남편이 죽자 물려받은 유산으로 글로리아 호텔을 차려 운영하는 아름다운 미망인이다. 글로리아 호텔에 숙소를 정한 미 해병 대위 최유진, 김희성 그리고 글로리아 호텔 뒷문으로 드나들면서 쿠도 히나를 보호하는 무신회 수장 구동매, 그들은 운명같이 만난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건과 사건 사이 민첩하게 알아채는 쿠도 히나. 고애신을 둘러싼 세 사내, 최유진, 김희성, 구동매를 주목하면서 야릇한 질투를 표출한다. 글로리아 호텔 외부 계단에 앉아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그깟 계집(애신)이 뭐라고 최유진은 바보, 김희성은 등신, 구동매를 쪼다라고 실의에 찬 어조로 독백한다.
히나가 매국노 이완익의 딸이라는 건 반전이다. 더 놀라운 것은 고종 황제에게 직접 전화를 연결하는 주요 인물이다. 동매에게 아버지 이완익에게 어머니, 자신의 청춘, 자신의 이름을 빼앗겼다고 말한다. 동매가 빼앗긴 이름을 묻자 이양화 답하고 다시는 빼앗기지 않겠다고 말한다.
사대부 여인들이 수놓으며 꽃으로 산다는 유진의 말에 애신 자신도 꽃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할아버님껜 잔인하나 환하게 뜨거웠다가 불꽃으로 지겠다고 한다.
조선과 미국 사이에 있는 최유진, 미국은 일이 틀어지면 그를 조선인이라 할 테고 조선은 일이 틀어지면 그를 미국인이라 할 테니, 그는 그저 쓸쓸한 이방인 신세다.
동매는 자신이 위험에 처했을 때 애신이 구해주는 바람에 희망 같은 게 생겼다며 칼을 들고 애신의 주위를 맴돌며 애신을 지킨다.
희성은 정혼을 깨려는 애신의 마음을 알고 괴로워하나 애신의 방패가 되어 보호하고자 한다.
쿠도 히나는 호텔 글로리아에서 얻은 많은 정보를 황제에게 보고하면서 조선을 지킨다. 그들 모두는 그렇게 각자의 방법으로 격변하는 조선을 지나는 중이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세 사내, 미국인 조선인 유진, 일본인 조선인 동매, 그저 잘생긴 조선인 희성이 한자리에서 술잔을 기울인다. 애신을 향한 그들의 애정전선은 팽팽했으며 서로 적도 아니고 동지도 아닌 모호한 관계다.
(5) 의병
유진이 도망쳐 왔을 때 선교사 요셉에게 미국으로 데려가라고 부탁했던 도공 황은산. 그는 의병의 대장이다. 일본인 제자를 데리고 도자기를 구면서 금 간 사발을 모았다가 애신에게 준다. 금 간 사발은 움막에서 애신이 총 쏘는 연습할 때 표적물로 쓴다. 도공 황은산의 솜씨가 뛰어나서 일본을 등에 업고자 하는 자들은 은산의 도자기를 선호한다. 은산은 도자기를 전달하는 빌미로 대신들의 정보를 얻고 매국노를 처단한다.
장포수, 애신에게 총포술을 가르친 스승이요 신미양요 때 전쟁 중에 죽어가는 아버지를 지켜본 승구가 곧 장포수다. 전쟁에서 전멸하다시피 한 조선, 살아남은 포로로 협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 곧 포로들을 버린 것과 다름없다. 제 백성을 살리지 못한 나약한 왕, 고종 황제에 대한 역심을 품은 장포수다. 의병 대장 황은산의 수하에 있는 총잡이다.
고종 황제를 최측근에서 보호해야 하는 총관에 장포수가 발탁된다. 장포수가 고종황제를 가까이에서 보호하면서 품었던 적개심은 누그러지다 뜨거운 애국심으로 바꾼다. 장포수는 일본군과의 교전에서 젊은 군관들을 살려 보내고 희생한다.
신미양요 때 포탄이 빗발치는 통에 도망가자는 승구에게 “이놈아, 우리가 도망가면 여기는 누가 지키느냐?”라고 호통치고 장렬히 전사했던 아버지처럼, 젊은 교관들이 같이 도망가자고 했을 때 “그러면 여기는 누가 지키느냐? 자네들은 살아서 조선을 지켜주게.”라고 당부하고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사력을 다해 폭탄에 불을 붙이고 적과 함께 산화한다.
황은산이 지휘하는 의병들이 일본군을 전멸시키고 주변을 둘러보았을 때 수많은 일본군이 그들을 포위하고 범위를 좁혀오는 모습을 보고 움찔한다. 황은산의 독려에 불끈 힘을 주고 최후의 순간까지 항전하며 죽는다. 그들은 뻔히 죽을 줄 알고 죽어가면서 일본군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려고 안간힘을 쓴다.
조선의 기울어가는 지축을 붙잡고 목숨을 바친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의병이라고 한다. “듣고 잊어라. 그들은 그저 아무개다. 그 아무개들 모두의 이름이 의병이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살겠지만, 다행히 조선이 훗날까지 살아남아 유구히 흐른다면, 역사에 그 이름 한 줄이면 된다.” 장포수가 고애신에게 한 말이다. 칼날보다 푸르고 날카롭다.
4. 그들의 죽음
일본 군대가 글로리아 호텔에서 묵는다. 일본군이 전승을 기념하여 축배를 들기로 한 전날 히나는 폭탄을 구한다. 일본군이 술과 노래로 흥청망청할 때 여급들을 모두 주방으로 들여보내고 홀 심부름을 웨이터들이 보게 한다. 일본군들이 술에 취했을 때 호텔 종업원에게 급여를 주면서 호텔에서 멀리 달아나게 한다.
호텔에 폭탄 설치하는 걸 애신이 돕고 총을 쏴서 심지에 불을 붙인다. 호텔을 빠져 도망치는 애신과 히나가 폭발음과 함께 멀리 떨어진다. 동매는 히나를 구하고 유진은 애신을 구한다. 상처가 많은 히나는 동매의 등에서 죽는다.
일본에서 고애신의 부모를 죽인 자가 이완익이다. 조선의 운명을 지키기 위해 역적 이완익을 처단하기 위해 이완익의 집에 숨어든 사람은 고애신이다. 애신의 총에 맞아 죽어가는 이완익은 애신의 어머니 희진이 총에 맞아 죽어가면서 한 “그들이 너를 죽이러 갈 거야. 늦더라도 꼭 갈 거야.”라는 말에 애신의 “더 빨리 왔어야 했는데, 내가 조금 늦었어. 늦었지만 왔어. 당신을 죽이러.”라는 말이 더해져 강하게 울린다.
일본 무신회의 눈밖에 난 구동매. 고애신을 구하기 위해 일본으로 갔다가 그들의 칼에 맞아 바다로 떨어지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다. 조선 진고개의 전설이었던 구동매는 떼로 몰려오는 낭인들과 홀로 싸우다 최후를 맞이한다. 동매의 온몸이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다.
김희성은 고애신을 지키기 위해 정혼을 깬다. 전당포 한쪽에 이름 없는 신문사를 차리고 호외를 발행한다. 일본의 칼바람에 흔들리는 조선의 운명을 호외로 찍어 백성들에게 알린다. 을사 5적 인물들 기념사진을 찍을 때 희성은 후대들이 길이길이 기억해야 할 이름이라고 독백한다.
희성의 신문사가 위험에 처하자 일본의 총칼에 쓰러지는 의병과 조선의 백성을 담은 사진과 자료들을 모두 싸서 땅에 묻으면서 훗날 후대들이 기억하기를 바란다. 일본군에게 끌려간 희성은 고문과 매를 맞고 핏덩이가 되어 죽는다.
미국에서 석방된 유진은 조선으로 돌아온다. 애신 소대가 만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일본군에게 애신의 신분이 발각될 찰나 일본인 사업가를 인질로 삼고 일본군들을 후진하여 마지막 칸으로 몰고 간다. 터널을 통과할 때 단 한 발 남은 총알로 기차의 연결고리를 쏴서 본체와 일본군과 유진이 있는 마지막 칸을 분리한다. 유진은 애신을 살리고 일본군이 쏘는 수많은 총에 맞아 죽는다.
5. 살아남은 자
고애신은 만주에서 독립군의 지휘하는 대장이 된다. 스승 장승구(총관)의 옷을 입고 왼손 약지에는 유진이 준 반지를 끼고 있다. 고애신은 죽을 수 없는 죽어서는 안 되는 조선이었다. 독립군을 지휘하는 애신의 독백과 함께 막이 내린다.
“눈부신 날이었다. 우리 모두는 불꽃이었고 모두가 뜨겁게 피고 졌다. 그리 또다시 타오르려 한다. 동지들이 남긴 불씨로, 나의 영어는 여직 늘지 않아서 작별 인사는 짧았다. 잘 가요, 동지들. 독립된 조국에서 See you again.”
Ⅲ. 결말
19세기 말, 조선은 풍전등화의 운명에 놓인 시기다.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일으키며 조선으로 쳐들어오는 외세에 속수무책이다. 서양은 신대륙 탐험이란 명분으로 약소국을 침략하여 식민지 삼았고 눈을 돌려 호시탐탐 약소국을 삼킨다.
일본은 19세기 후반 일본의 메이지 천황 때, 에도 바쿠후를 무너뜨리고 중앙 집권 통일 국가를 이루어 일본 자본주의 형성의 기점이 된 정치적, 사회적 변혁으로 개화를 받아들이고 대륙으로 진출을 꾀한다.
병인양요는 흥선대원군이 실권자였던 시기인 고종 3년(1866년), 조선이 천주교 신자 8천여 명과 프랑스인 신부 9명을 처형한 병인박해에 대해 항의함을 명분으로 프랑스가 조선을 침략하면서 발발한 전쟁이다. 신미양요는 1871년(고종 8), 미국이 제너럴 셔먼호 사건에 대한 항의와 조선의 강제 개항을 목적으로 강화도를 침공한 사건이다.
조선은 일제의 침략을 받아 일제강점기(日帝強占期)를 맞는다. 일본통치시대의 조선은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과 합병한 조약을 강제로 체결해 1910년 8월 29일부터 1945년 8월 15일 8.15 광복까지 한반도를 일본 제국의 식민지로서 존속시켰던 기간을 말한다.
일본은 1905년 무력으로 을사늑약을 체결한다. 대한제국기, 1905년에 일본이 한국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하여 강제적으로 맺은 조약이었기 때문에 을사조약이 아닌 을사늑약(乙巳勒約)임을 강조한다.
일본은 1910년 대한제국의 주권을 강탈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은 통치의 성격을 약 10년을 주기로 세 차례 바꾼다. 일반적으로 10년씩 끊어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대 순으로 아래와 같다.
제1기 1910년부터 1919년까지 무단통치·헌병경찰통치 시기를 말한다. 대개 경술국치부터 1919년까지 말한다. 민족자결주의 대두 및 3.1 운동의 영향으로 사이토 마코토가 조선 총독으로 부임하며 식민통치 이념이 달라진 것을 기점으로 한다. 경제적으론 토지조사사업과 회사령을 실시한다. 조선인을 대상으로 태형을 실시하는 태형령이 공표되었고, 일본 제국 육군 소속 헌병들이 치안 업무에 투입되는 헌병경찰제도가 운영되었으며, 교원(교사)들이 칼을 차고 다닌다.
제2기 1920년부터 1930년까지 문화통치·민족분열통치 시기를 말한다. 제1기가 막을 내린 직후부터 세계 대공황이 발발한 1929년까지를 일반적으로 보며, 흔히 '문화통치기'라고 줄여서 부른다. 경제적으론 산미증식계획이 실시된다. 헌병이 보통경찰로 바뀌고, 언론·출판의 자유가 제한적으로 허용되며, 회사령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된다. 3.1운동의 영향으로 억압보다는 회유책을 쓰던 시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이 이때 대거 나오게 된다.
제3기 전기 1931년부터 1937년까지 황국신민화통치·민족말살통치 시기를 말한다. 만주사변이 발발한 1931년부터 제3기 전기로 본다.
제3기 후기 1938년부터 1945년까지를 말한다. 1937년 발발한 중일전쟁의 영향을 받은 시기다. 경제정책으론 전기의 남면북양, 후기는 국가총동원법이 발효된 병참기지화 정책이 있다.
일본이 조선을 빼앗고 짓밟을 때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빼앗기지 않으려고 싸운다. 신미양요 때 조선군에 대한 미군의 기록을 통해 되새긴다. 적군은 참패의 와중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결사 항전 중이다. 패배가 빤히 보이는 상황에서 단 한 명의 탈영병도 없다. 아군이 압도적인 전력으로 몰아붙임에도 불구하고 적군은 장군의 깃발 수자기 아래, 일어서고 또 일어선다. 창과 칼이 부러진 자는 돌을 던지거나 흙을 뿌려 저항한다. 이토록 처참하고, 무섭도록 구슬픈 전투는 처음이다.
반면 일본을 등에 업고 출세하려는 자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역관의 신분이었으나 일본으로 건너가 출세를 도모한 이완익 같은 위인이다. 이완익은 딸을 돈 많은 사업가에게 시집보내는 파렴치한 일도 서슴지 않는다. 일본 통감 후광을 입고 고종황제를 위협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이다. 그런가 하면 이완익 같은 사람을 추종하고 따르는 하수인도 등장한다. 자기 백성을 괴롭히고 의병을 고발하면서 야비하게 사는 실로 부끄러운 사람들이다.
필자는 역사 앞에 자문한다. 기울어 가는 조국의 축을 붙들고 지킬 것인가. 새로운 기회를 잡고 출세할 것인가. 그리고 독자에게 묻는다. 그대는 어떤 쪽으로 걸으려는가? ★
첫댓글
추석 연휴에
수년 전에 방영했던 <미스터 션샤인>을 인터넷으로 재 시청했습니다.
김희성, 고애신, 쿠도히나(이양화), 최유진(유진 초이), 구동매.
기울어가는 나라, 조선 그리고 그들.
아직도 그들이 제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일독했습니다
금명간 2독 하겠습니다
그후에 독후감을 독후감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