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광교·송도·일산… 코로나 블루 날리는 '호망권' 집값

[부동산재테크1번지 TF팀 김실장]

청라·광교·송도·일산… 코로나 블루 날리는 '호망권' 집값

호수 조망 아파트 인기 뜨거워
광교호수공원 보이면 '+3억도'
랜드마크 청라·일산 호수공원
상권 형성·다채 문화행사 열려
동탄·세종 이어 3기 신도시 '필수'
도시 가치 높이는 '포스트 코로나'

지난 10일 경기 수원시 광교호수 모습. 호수를 창 밖에 둔 아파트들의 가격은 수억 원대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임명수 기자

아름다운 창밖 풍경을 가진 주택은 항상 인기가 높지만, 최근 호수를 조망하는 아파트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른바 ‘호망권’(호수+조망권) 아파트들이다. 역세권, 숲세권, 공(원)세권, 슬(리퍼)세권의 아파트들이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환경 덕분에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왔다면, 최근 들어 조망권 중에서도 호수를 조망할 수 있는 아파트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단순히 넓게 펼쳐진 녹지나 도시 풍경보다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호수공원의 풍광이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주고 일상의 '비타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장기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과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실외 공간에 사람이 더 모이면서 활성화하는 상권, 그 사이에서 다양한 문화행사까지 열리면서 지역문화 거점 자리를 꿰찰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프리미엄 3억 ‘호망권'

호망권 아파트의 인기는 ‘억 소리’ 나는 프리미엄, 이를 바탕으로 치솟는 매매가로 확인된다. 경기 수원에서 가장 비싼 집값을 자랑하는 광교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인기 배경으로 여러 가지를 꼽지만, 그중에서도 광교호수공원을 낀 덕분에 발생하는 ‘공세권’을 바탕으로 많은 아파트들이 호망권을 갖췄기 때문이다.

광교중흥에스클래스 오피스텔 건물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7일 “같은 단지라도 호수가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 호수 접근성이 얼마나 좋으냐에 따라 시세가 천차만별"이라며 "호수뷰를 찾는 손님이 많지만 물량 부족으로 최근 거래 실적은 전무하다"고 말했다. 해당 오피스텔은 광교호수를 바로 끼고 있다.

지난달 28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랜드마크' 청라호수공원과 커낼웨이 전경. 이환직 기자

광교호수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광교중흥에스클래스 아파트의 경우 같은 단지에서도 호수가 보이는 물건은 다른 물건보다 3억 원 정도 비쌌다. 115㎡ 아파트가 평균 20억 원 정도인데, 호수뷰 세대는 23억 원에 거래되고 있다. 광교호수공원에서 만난 이미라(43)씨는 “낮엔 고즈넉하고, 밤엔 아름다운 유럽 도시가 된다”며 “보면 볼수록 좋고, 호수 조망이 안 되는 생활은 상상하기가 싫을 정도”라고 말했다. 원천호수, 신대호수를 끼고 광범위하게 조성된 광교호수공원 면적은 일산호수공원의 1.7배에 달한다.

신도시 필수시설 '수변공원'

과거 농업용 저수지였던 광교신도시 호수들과 달리 인천 청라호수공원과 커낼웨이(주운수로), 고양 일산호수공원은 '신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인공물. 주말이던 23일 청라호수에서 만난 한 시민은 “사람이 없을 때 마스크를 벗고 호반 산책을 하면서 코로나에 지친 심신을 보상받는다”며 “여유가 된다면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집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1일 경기 고양 일산호수공원에서 점심을 마친 직장인들이 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화성 동탄호수공원, 행정수도 세종의 세종호수공원 등 비교적 최근 조성된 신도시들이 호수를 품었고,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상당수가 하천을 활용한 수변공원이 계획돼 있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구 지정을 마친 3기 신도시 중에서도 녹지와 함께 수변을 갖춘 공원이 배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성에 비용이 들더라도 도시의 지속적인 발전엔 단순 녹지보다는 호수나 하천 등을 이용한 수변공원이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제 효과는 기본, 지역문화 거점으로

실제 들어선 지 사반세기가 지난 경기 고양 일산신도시 인기가 식지 않는 데엔 일산호수공원 역할이 크다. 고양시에 따르면 일산호수공원은 매년 시민과 관광객 300만~350만 명이 찾는다. 수변에 다양한 생물 종이 서식하는 생태공원으로도 인기를 끌면서 경제적으로만 그 가치를 따지기 힘들 정도다. 강태우 일산연합회 이사는 “일산호수공원은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이자 삶의 일부”라며 “어린이에겐 생태 체험학습장, 20~30대 청년에겐 데이트 장소, 40~50대에겐 나들이 휴식처 등 남녀노소 불문하고 호수공원이 주는 쾌적함과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모이면서 호수공원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각종 상권이 형성되고 야외 문화행사가 끊이지 않으면서 호수가 지역문화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산호수공원에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 사태 와중에도 한겨울을 제외하고 크고 작은 문화행사가 수시로 열렸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의 권일 팀장은 “호수공원을 낀 주택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 부합하는 주거 공간이 될 것”이라며 “지역문화의 거점 역할까지 하게 된다고 보면 호수의 미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청라호수공원변에서 자전거를 탄 주민들이 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다. 

이환직 기자  slamhj @ hankookilbo.com 임명수 기자  sol @ 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 @ 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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