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08(금) 사순절 스물한째 날 묵상(출애굽기 16:13-15)
이게 무엇이냐?
그 날 저녁에 메추라기가 날아와서 진 친 곳을 뒤덮었고, 다음날 아침에는 진 친 곳 둘레에 안개가 자욱하였다. 안개가 걷히고 나니, 이럴 수가, 광야 지면에, 마치 땅 위에 서리처럼 보이는, 가는 싸라기 같은 것이 덮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스라엘 자손이 그것을 보고,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서로 “이게 무엇이냐?”하고 물었다. 모세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주님께서 당신들에게 먹으라고 주신 양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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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굽을 탈출하여 광야의 여정을 걷게 되는 모든 과정은 이스라엘 백성이 참된 자유에 이르고 모두가 풍족한 생명에 이르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굶주림은 모든 생명체가 해결해야 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입니다. 애굽의 고기 가마를 떠올리며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모세는 야훼 하나님께서 고기와 빵을 주실 것이라고 말합니다(출 16:12). 그리고 그렇게 말한 날 저녁에 바로 메추라기 떼가 날아 왔고, 다음 날 아침에는 만나가 광야에 가득 쌓입니다.
2020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유엔의 세계 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me, WFP)의 보고에 따르면 기후재앙과 각종 전쟁으로 2017 이후 영양결핍 인구수는 5억 7,200만명에서 2023년 7억 3,500만으로 증가했습니다. 이것은 코로나 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이전인 2019년과 비교했을 때도 1억 2,200만 명이 증가한 규모입니다. 굶주림은 첨단문명을 달린다는 오늘의 세계에서도 인류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입니다.
예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기도문에서 인간과 관련된 첫 간구가 바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달라”는 것입니다. 주기도문은 하나님과 관련된 간구와 인간과 관련된 간구가 데칼코마니처럼 수미상관을 이루고 있는데,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하게 여김을 받으려면 모든 하나님의 자녀들이 그 날의 양식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음식물을 남기지 않고, 버려지는 양식이 없도록 하면서 그 양식을 잘 나누면 20억의 인구가 먹을 것이 해결된다고 하는데, 아직 우리 인류는 자기만의 문제에 매몰되어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지혜와 상생의 감각을 익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스라엘 백성이 얻은 ‘만나’는 “이게 무엇인가?”라는 감탄의 뜻을 담은 히브리어 “만 후”에서 나왔습니다. 우리들이 나눌 줄 안다면 세계 도처에 굶주리는 사람들이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올 것입니다. “이게 무엇인가?”하나님의 긍휼의 손길은 바로 우리 자신들을 통해서 실행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 기도: 먹이시고 돌보시는 하나님! 우리의 이웃을 돌보아 주소서. 우리의 탐욕이 타자의 고통을 나 몰라라 하지 않도록 우리에게 사랑의 마음과 잘 나눌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한쪽에서는 굶주리는데 다른 한 쪽에서 어떤 거리낌도 없이 버리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 사순절 평화 발자국 : <평화의 기도> 드리기
* 사순절 탄소금식(3/3-9. 의생활 금식) : 아나바다 장터에서 중고 옷 사 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