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정형(無定型)의 언어로 말하기
누가 그리움이라고 말하나요. 밤마다 마음 부수고
아침이면 충혈된 눈으로 창밖을 내다볼 사람 하나
어쩌자고 세월은 날마다 무릎 꺾이도록 저린 것인지
아침부터 다시 또 두려운 건 다가올 불면의 밤.
함에도 그리움이라 말하는 건, 버리지 못함이지요.
나를 버리지 못하고, 끝내도 버리지 못할 것 같은
소금에 절인 절망이 도리어 꿈틀대는 것 아닌가요.
사람아, 그대 가슴에 푸른 산빛이 담겨있다는 것을
붉은 기와지붕 처마 밑에 함박꽃 꿈 그대로인 것을
겨울이면 눈강아지, 봄이면 꽃강아지 되어야 할 것을.
그렇게 기억해야 하지요. 약속해야 하지요.
이제 다시 봄입니다. 그 많은 세월에 그 많은 사람들이
꿈을 담았어도 아직도 담아야 할 것들이 많은 봄.
섣불리 예단할 수는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일지라도
저 불면의 밤을 지나 버리지 못한 나를 끌어안고
붙댕기는 내 그림자 밟으며 길 가야 하지 않나요.
오늘은 나를 사랑해도 좋을 듯 합니다. 저 나르키소스가 되어
허우적거려도 좋고, 그게 겨워 몸부림쳐도 좋을 듯 합니다.
비가 내립니다. 2월의 비가 내립니다. 하온데 우리의 귀에 익었던
<봄을 재촉하는 비>라는 말은 아니 들리고, 이 비 그치면
겨우내 잠들었던 들풀들을 깨우겠다는 말은 아니 들리고,
비 그치면 이상 고온이 한 풀 꺾이겠다고 합니다.
우리 시대 정형(定型)의 시간들은 그렇듯 이미 가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직도 유형(有刑)의 유전인자를 지니고 있어
밤마다 마음 부수며 불면과 마주서있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해도
오늘은 저 나르키소스가 되어 나를 사랑해도 좋을 듯합니다.
세상을 향한 눈은 가리고, 나를 사랑해도 좋을 듯합니다.♧.
첫댓글
그러니요
무정형 정해진 일정없는 삶
우째 보면 재밌을 까요
어느 곳에 산행의 역사인지
다시는 갈 수 없는 곳엘 인생 후편엔 많은 추억으로 멋진 한 한페이지 입니다
네 바삐 이동중이라서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