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박사, 유혹을 이기는 비결
-《오디세이아》의 돛대-
〇 시험을 원어로 분석해 보면 두 가지 명확한 차원이 존재합니다. 첫째는 파이라스모스(πειρασμός)로, 외부의 환경과 상황을 통해 훈련하여 더 좋게 하기 Training (훈련)입니다. 둘째는 파이라조(πειράζω)로,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워 고기를 낚듯 내면의 욕망을 자극하여 죄로 이끄는 Temptation(유혹)입니다.
살아보니 훈련으로서의 시험이든 유혹으로서의 시험이든, 패배하면 삶이 비참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에 유명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속 세이렌의 유혹을 정리하며 2026년 가을을 깊이 있게 보내고 싶습니다.
〇 집요한 유혹
트로이 전쟁을 마친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는 긴 항해를 계획합니다. 그런데 그가 지나가야 할 바다에는 아름다운 노래로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이 살고 있었습니다.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바다를 지나는 항해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지혜와 달콤한 안식을 약속하며, 영혼 깊은 곳의 갈망을 자극하는 ‘지속적이고 치명적인 유혹'의 상징입니다.
세이렌의 노래는 단 한 번의 위협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멈추지 않고 귓가에 밀려드는 파도처럼 끊임없이 감정을 마비시키고 판단력을 빼앗습니다. 세이렌의 섬 주변에 쌓여 있는 뼈다귀들은, 자신의 의지를 과신한 채 유혹에 맞서려 했던 수 많은 항해자들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줍니다.
〿 키르케의 조언
키르케는 처음에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변하게 만든 적대적인 마녀였습니다. 그러나 오디세우스가 ‘몰리' 풀을 사용해 그녀의 주술을 무력화하자, 키르케는 그의 비범함에 탄복하여 연인이 되었고, 자신의 궁전에서 1년 동안 융숭히 대접하며 지냅니다.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히자, 키르케는 그를 더 이상 억류하지 않고 순순히 보내주기로 약속합니다. 동시에 귀향길에 만나게 될 초자연적인 위협들을 넘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줍니다. 세이렌의 노래는 항해자를 죽음으로 이끄는 치명적인 관문이었기에, 오디세우스를 향한 호의로 구체적인 대처 방안을 일러준 것입니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의 조언을 받아들여 동료들의 귀를 밀랍으로 막아 노래를 듣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자신은 그 노래가 어떤 것인지 직접 듣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동료들에게 자신을 배의 돛대에 단단히 묶으라고 명령합니다. 자신이 아무리 풀어 달라고 애원하더라도 절대로 풀어 주지 말라고 당부합니다.
〿 실천
오디세우스가 취한 극복 방식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습니다. 그는 선원들의 귀를 밀랍으로 완전히 막아 유혹의 소리 자체를 차단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은 배의 중심을 잡는 돛대에 밧줄로 꽁꽁 묶게 한 뒤, 어떤 애원을 하더라도 절대 자신을 풀어주지 말라고 선원들에게 엄중히 명령했습니다.
배가 세이렌이 사는 바다에 들어서자, 세이렌들은 오디세우스의 이름을 부르며 노래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은 그가 겪은 전쟁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말하며, 자신들의 노래를 들으면 더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유혹합니다.
오디세우스는 그 노래에 완전히 매혹되어 동료들에게 자신을 풀어 달라고 몸부림칩니다. 그러나 동료들은 미리 받은 명령을 지키며 오히려 그를 더욱 단단히 묶습니다. 마침내 배는 세이렌의 위험한 해역을 벗어납니다. 오디세우스는 유혹을 강렬하게 경험했지만, 사전에 마련한 약속과 시스템, 그리고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 승리하고 목적지로
오디세우스의 승리는 유혹을 전혀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얻은 승리가 아닙니다. 그는 유혹을 강렬하게 느꼈지만, 유혹에 빠졌을 때 자신의 판단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인정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의 도움을 받고, 자신이 약해질 순간을 대비해 스스로에게 행동의 한계를 설정했습니다.
〇 느낀 점 및 성찰
- 삶을 관통하는 중요한 지혜를 되새금했습니다. 오디세우스가 위대한 영웅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그가 신과 같은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과 한계를 정확하게 직시했기 때문입니다. 유혹을 이기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은 자신의 의지만 믿는 것이 아니라, 유혹에 빠지기 전에 스스로를 보호할 안전장치(시스템)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사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오디세우스 본인도 선원들처럼 귀를 밀랍으로 막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 모든 위험과 유혹을 스스로 다 경험해 보고 나서야 지혜를 얻으려 한다면,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 짧습니다. 그렇기에 책을 읽고, 타인의 경험과 고전의 지혜를 통해서 배우며 삶을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언제나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는 점입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는 겸손함과, 유혹 앞에서 나를 묶어줄 단단한 돛대(원칙과 환경)를 미리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가을입니다.
- 뷔페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나온 뼈없는 닭튀김이 너무 맛있어서 과식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