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타고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파란색 스펀지가 눈에 띄는 차량들이 있습니다. 어떤 차는 모두 온전하게 붙어있고, 어떤 차는 반만, 어떤 차는 거의 떨어져 나가고, 어떤 차는 아예 붙어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이 스펀지는 직접 사서 단 것이 아닌 이상 수입차가 아닌 국산차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인데요. 특히 우리나라를 여행하는 외국인들은 이 스펀지에 대해 궁금해하기도 합니다. 외국에선 이러한 광경을 목격할 수 없기 때문이죠. 국산차에만 있고 수입차에는 없는, 그리고 외국에선 볼 수 없고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이 스펀지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국산차에만 볼 수 있는 이것의 정식 명칭은 '도어 가드'입니다. 말 그대로 차량의 문을 보호해주는 고마운 역할을 하는 물건이죠. '나'의 차를 위해 붙이고 다니는 분들도 계시지만 사실 이 스펀지는 '다른 차량'을 위한 물건입니다. 우리나라의 주차 공간은 많은 차량들에 비해 매우 협소합니다. 주차 공간도 없을뿐더러 그나마 있는 주차 공간도 비좁아 불편하죠. 비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동승자들은 주차하기 전에 하차하거나, 차량을 빼고 나서 탑승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러나 일부 비상식적인 동승자나 차주들은 바로 옆에 차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을 조심스레 열지 않아 옆 차량에 상처를 내기도 합니다. 이른 바 '문콕'이죠. 문콕 사고의 경우 민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경찰조차 개입할 수 없어 범인을 찾더라도 처리가 매우 난감한 사안이기도 합니다. 원래 이 스펀지는 자동차 제조사가 차량 출고 뒤 고객에게 완전히 인도되기 전까지 차량을 보호하기 위해 부착한 것입니다. 또한 공장에서 차량 생산 중에 상처가 나는 것을 방지해주기도 하죠. 과거에는 대부분의 차주들이 차량을 인도받자마자 이 스펀지를 떼었지만, 주차난이 심각하게 체감되는 시기부터 그대로 두는 운전자도 늘어났습니다. 심각한 주차난으로 인해 상대 차량에 상처를 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꽤 많은 차주들이 이 스펀지를 그대로 붙여놓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어떤 분들은 "내 차에 상처 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붙여놓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이 스펀지는 내 차가 아닌 상대 차를 위한 배려인 것이죠. 문콕을 방지하기 위해 스펀지를 더 많이 붙여놓는 차주들도 있고, 시중에서 판매되는 비슷한 제품을 사서 직접 붙이기도 합니다. 또한 요즘엔 차량 문 전체를 보호해주는 이른 바 '문콕 가드', 혹은 '도어 가드'도 인기라고 합니다. 이 스펀지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세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고마운 물건인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훈훈한 광경이기도 한데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주차 문제가 이제 우려에서 현실로 다가왔다는 어두운 면을 시사해주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승용차 등록 대수가 2천만 대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거의 2대 꼴입니다. 그러나 주차 공간은 여전히 협소하고, 차량 크기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과연 운전자들의 배려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